‘여성 뒷모습 촬영’ 행정고시 합격생 퇴학 취소…왜?

입력 2020.03.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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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시험 합격 후 연수 도중 동료 여성 연수생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했다 적발돼 연수원에서 퇴학당한 남성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촬영의 고의'가 없었단 점이 인정돼, 처분 사유에 위법이 있단 결론이 나온 겁니다.

서울행정법원 11부는 이른바 '행정고시' 합격자 A씨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과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청구소송 사건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A씨에게 2019년 5월 내린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다만 인사혁신처장에 대한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연수원서 여성 뒷모습 촬영…퇴학 처분

앞서 A씨는 2018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이른바 행정고시에 합격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교육생으로 입소했습니다. A씨는 강의실에서 전지에 팀이름, 구호, 팀원별 역할 등을 적어넣는 활동을 하던 중 무음 사진촬영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 2장을 찍었습니다.

A씨는 상체를 뒤로 젖힌 채 손을 가슴 앞쪽으로 밀착해 사진을 찍은 후, "이게 왜 흐리게 나오지, 왜 화면이 뿌옇지"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휴대전화를 화면이 보이는 방향으로 내려놓았습니다. A씨와 같은 조였던 조원 1명은 무음촬영 스마트폰 앱이 실행중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A씨의 조 맞은편에는 여성 B씨가 속한 분임조가 활동중이었습니다. A씨가 찍은 첫 사진엔 B씨가 허리를 굽힘으로써 B씨가 레깅스를 착용한 뒤편 허벅지가 대부분 노출된 장면이 사진 구도의 중앙 부분에 촬영돼 있었고, 수초 후 촬영된 사진엔 B씨가 허리를 세워 노출이 없는 B씨의 뒷모습이 촬영돼 있었습니다. B씨는 자신이 사진을 찍힌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들엔 A씨의 조원 3명의 얼굴 측면과 정면이 함께 촬영됐습니다.

B씨는 자신이 촬영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인재개발원 쪽에 알렸고, 인재개발원은 즉시 A씨를 불러 휴대전화를 제출받았습니다. 인재개발원 측은 2019년 5월 교육생윤리위원회를 열어 A씨의 행위가 교육생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 A씨를 퇴학시켰습니다.

인재개발원장은 퇴학 처분 사유로 △A씨가 B씨의 신체노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사진 구도, 이 사건 사진 이외에 강의실 내외에서 타인이나 활동을 촬영한 내역이 없는 점 △무음 촬영 앱을 사용한 점 △노출이 있는 사진이 먼저 촬영된 점 등을 들었습니다.

A씨는 조원들을 촬영하려 했으며, 고의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무원임용령과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해 채용후보자 자격을 잃게 됩니다.

퇴학 처분에 반발한 A씨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퇴학처분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처분 과정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침해당해 절차적 위법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사진 촬영 의도는 조별수업 도중 수업에 임한 조원들 모습을 공유하려는 것 뿐이었고, B씨의 신체부위가 촬영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라며 주장했습니다.

A씨는 또 "피해자 복장이 같은 연령대 여성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노출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진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신체 촬영으로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 사안이 아니고, 교육생으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어 퇴학처분으로 인해 입는 불이익 정도를 고려하면 공무원에 대한 결격사유나 면직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진촬영에 고의성이 없고 사진 내용도 경과실 이상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상 신분 박탈은 최소침해 원칙에 위반해 위법한 처분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검찰 "범죄 고의로 사진 촬영했단 증거 부족" 불기소 처분

인재개발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A씨를 수사기관에 성폭력범죄등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인재개발원장이 A씨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1월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다른 학생들도 수업 도중 사진을 찍은 점 △A씨가 해당 사진을 삭제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그대로 제출한 점 △문제되는 사진 촬영 3초 후 노출이 없는 수업중인 사진도 추가로 촬영한 점 △특정 신체부위가 클로즈업되어 찍히지 않고 수업장면 전체가 촬영된 점 △수업사진을 공유하려는 목적에서 촬영한 것일 가능성 및 피해자가 우연히 책상에 기대 허리를 숙여 다른 학생들과 촬영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A씨가 급히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했단 정황이 없는 점 △포렌식 결과 음란한 사진,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A씨가 범죄의 고의를 갖고 해당 사진을 촬영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인재개발원장은 해당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했지만 지난 3월 11일 항고가 기각됐습니다.

■행정법원 "A씨가 사진촬영 고의 있었단 확고한 증거 없어" 퇴학처분 취소

1심 법원은 "사진 촬영의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신체부위를 촬영했단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레깅스 착용은 피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착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해당 부분이 드러남으로 인한 것을 넘어 사진의 형태로 고정되어 촬영되는 것까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또 "피해자 노출 사실을 촬영 이전에 미리 인식하고 있었던 점, 특히 피해자 복장상태에 대한 인식을 바꿔 가질 정도로 이를 유심히 지켜봤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주장하는 촬영목적인 같은 조원들은 사진에서 아무리 봐도 단순한 주변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진 구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해자를 촬영하기 위해 이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도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한편으로 A씨가 조원들을 촬영하면서 우연히 피해자가 촬영됐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이상, A씨가 피해자를 고의로 촬영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소송에선 이른바 개연성의 증명만으로도 사실인정이 가능하지만, 법원은 이번엔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장은 A씨에게 형사상 범의에 준하는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퇴학처분을 했다고 보이고, 퇴학처분의 침익적 결과를 감안하면 처분사유 자체가 원고의 고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결국 "퇴학처분을 위해 인재개발원이 수집한 증거만으론 원고가 고의로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사진을 촬영해 다른 사람의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범행 방식과 차이가 있고, A씨가 스스로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취지의 혼잣말을 해서 스스로 사진촬영을 한 사실을 주변에 알린 것도 범의를 지닌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는 또 사진촬영 후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 화면이 보이는 방향으로 책상 위에 내려놨고 목격자가 이를 보았는데, 결국 촬영당시 A씨는 사진 촬영 사실을 의식적으로 숨기려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A씨가 평상시에도 해당 앱으로 사진을 촬영해 왔던 점, 포렌식 결과 부적절한 사진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보면 이를 이용해 몰래 피해자 신체를 찍을 의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 촬영에 사용하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가 있다고 보기 위해선 △어떤 결과가 일어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어떤 결과가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확고한 증거가 없단 설명입니다.

행정법원은 'A씨에 대한 퇴학처분에는 하자가 있다'면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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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뒷모습 촬영’ 행정고시 합격생 퇴학 취소…왜?
    • 입력 2020-03-24 19:31:28
    취재K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시험 합격 후 연수 도중 동료 여성 연수생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했다 적발돼 연수원에서 퇴학당한 남성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촬영의 고의'가 없었단 점이 인정돼, 처분 사유에 위법이 있단 결론이 나온 겁니다.

서울행정법원 11부는 이른바 '행정고시' 합격자 A씨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과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청구소송 사건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A씨에게 2019년 5월 내린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다만 인사혁신처장에 대한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습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연수원서 여성 뒷모습 촬영…퇴학 처분

앞서 A씨는 2018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이른바 행정고시에 합격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교육생으로 입소했습니다. A씨는 강의실에서 전지에 팀이름, 구호, 팀원별 역할 등을 적어넣는 활동을 하던 중 무음 사진촬영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 2장을 찍었습니다.

A씨는 상체를 뒤로 젖힌 채 손을 가슴 앞쪽으로 밀착해 사진을 찍은 후, "이게 왜 흐리게 나오지, 왜 화면이 뿌옇지"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휴대전화를 화면이 보이는 방향으로 내려놓았습니다. A씨와 같은 조였던 조원 1명은 무음촬영 스마트폰 앱이 실행중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A씨의 조 맞은편에는 여성 B씨가 속한 분임조가 활동중이었습니다. A씨가 찍은 첫 사진엔 B씨가 허리를 굽힘으로써 B씨가 레깅스를 착용한 뒤편 허벅지가 대부분 노출된 장면이 사진 구도의 중앙 부분에 촬영돼 있었고, 수초 후 촬영된 사진엔 B씨가 허리를 세워 노출이 없는 B씨의 뒷모습이 촬영돼 있었습니다. B씨는 자신이 사진을 찍힌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들엔 A씨의 조원 3명의 얼굴 측면과 정면이 함께 촬영됐습니다.

B씨는 자신이 촬영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인재개발원 쪽에 알렸고, 인재개발원은 즉시 A씨를 불러 휴대전화를 제출받았습니다. 인재개발원 측은 2019년 5월 교육생윤리위원회를 열어 A씨의 행위가 교육생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 A씨를 퇴학시켰습니다.

인재개발원장은 퇴학 처분 사유로 △A씨가 B씨의 신체노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사진 구도, 이 사건 사진 이외에 강의실 내외에서 타인이나 활동을 촬영한 내역이 없는 점 △무음 촬영 앱을 사용한 점 △노출이 있는 사진이 먼저 촬영된 점 등을 들었습니다.

A씨는 조원들을 촬영하려 했으며, 고의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무원임용령과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해 채용후보자 자격을 잃게 됩니다.

퇴학 처분에 반발한 A씨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퇴학처분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처분 과정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침해당해 절차적 위법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사진 촬영 의도는 조별수업 도중 수업에 임한 조원들 모습을 공유하려는 것 뿐이었고, B씨의 신체부위가 촬영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라며 주장했습니다.

A씨는 또 "피해자 복장이 같은 연령대 여성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노출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진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신체 촬영으로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 사안이 아니고, 교육생으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어 퇴학처분으로 인해 입는 불이익 정도를 고려하면 공무원에 대한 결격사유나 면직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진촬영에 고의성이 없고 사진 내용도 경과실 이상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상 신분 박탈은 최소침해 원칙에 위반해 위법한 처분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검찰 "범죄 고의로 사진 촬영했단 증거 부족" 불기소 처분

인재개발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A씨를 수사기관에 성폭력범죄등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인재개발원장이 A씨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해 11월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다른 학생들도 수업 도중 사진을 찍은 점 △A씨가 해당 사진을 삭제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그대로 제출한 점 △문제되는 사진 촬영 3초 후 노출이 없는 수업중인 사진도 추가로 촬영한 점 △특정 신체부위가 클로즈업되어 찍히지 않고 수업장면 전체가 촬영된 점 △수업사진을 공유하려는 목적에서 촬영한 것일 가능성 및 피해자가 우연히 책상에 기대 허리를 숙여 다른 학생들과 촬영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A씨가 급히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했단 정황이 없는 점 △포렌식 결과 음란한 사진,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A씨가 범죄의 고의를 갖고 해당 사진을 촬영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인재개발원장은 해당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했지만 지난 3월 11일 항고가 기각됐습니다.

■행정법원 "A씨가 사진촬영 고의 있었단 확고한 증거 없어" 퇴학처분 취소

1심 법원은 "사진 촬영의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신체부위를 촬영했단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레깅스 착용은 피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착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해당 부분이 드러남으로 인한 것을 넘어 사진의 형태로 고정되어 촬영되는 것까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또 "피해자 노출 사실을 촬영 이전에 미리 인식하고 있었던 점, 특히 피해자 복장상태에 대한 인식을 바꿔 가질 정도로 이를 유심히 지켜봤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주장하는 촬영목적인 같은 조원들은 사진에서 아무리 봐도 단순한 주변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진 구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해자를 촬영하기 위해 이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도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한편으로 A씨가 조원들을 촬영하면서 우연히 피해자가 촬영됐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이상, A씨가 피해자를 고의로 촬영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소송에선 이른바 개연성의 증명만으로도 사실인정이 가능하지만, 법원은 이번엔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장은 A씨에게 형사상 범의에 준하는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퇴학처분을 했다고 보이고, 퇴학처분의 침익적 결과를 감안하면 처분사유 자체가 원고의 고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결국 "퇴학처분을 위해 인재개발원이 수집한 증거만으론 원고가 고의로 사진을 촬영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사진을 촬영해 다른 사람의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범행 방식과 차이가 있고, A씨가 스스로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취지의 혼잣말을 해서 스스로 사진촬영을 한 사실을 주변에 알린 것도 범의를 지닌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는 또 사진촬영 후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 화면이 보이는 방향으로 책상 위에 내려놨고 목격자가 이를 보았는데, 결국 촬영당시 A씨는 사진 촬영 사실을 의식적으로 숨기려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A씨가 평상시에도 해당 앱으로 사진을 촬영해 왔던 점, 포렌식 결과 부적절한 사진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보면 이를 이용해 몰래 피해자 신체를 찍을 의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 촬영에 사용하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가 있다고 보기 위해선 △어떤 결과가 일어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어떤 결과가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확고한 증거가 없단 설명입니다.

행정법원은 'A씨에 대한 퇴학처분에는 하자가 있다'면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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