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후각 이상이 무증상자 특징?…대구 환자 통계 살펴보니

입력 2020.03.25 (08:00) 수정 2020.03.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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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중순부터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성구 대구시 의사회장이 의료진들의 도움을 요청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부터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자원해서 환자 진료에 나섰습니다.

의사들은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2번 전화로 문진을 실시해 한 가지 공통적인 증상을 발견했습니다. 세계 의학계와 외신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입니다.


"무증상 확진자들 코막힘·콧물 없는 후각장애 호소"

실제, 대구 지역 확진자들을 상담한 의사들은 무증상 확진자들 가운데 후각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냄새를 아예 맡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지난달 말 초기 상담 대상자는 천명 안팎이었고, 하루에만 2천6백여 명까지 상담한 적도 있을 정도로 확진자들이 급증하던 시기였다고 대구시 의사회 측은 설명했습니다.

입원 대기 확진자를 상담한 A의사는 "다수의 무증상 확진자에게서 코막힘이나 콧물 없이 후각장애 증상이 초기에 단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고 대구시 의사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독특한 현상이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의 특징의 하나로 확인된다면 확산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구시의사회 입원 대기 상담팀 채팅방의 실제 대화 내용 재구성대구시의사회 입원 대기 상담팀 채팅방의 실제 대화 내용 재구성

이성구 대구시 의사회장은 "처음 한 두 번은 (일부 확진자들에게서) 냄새를 못 맡는다는 얘기가 공통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확진자를 상담하는 의사 150여 명이 모인 채팅방에서도 의사들의 유사한 진단 보고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세계 초유의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사회 측은 국내이비인후과학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진자 12.1%, 냄새 못 맡아"

이에 따라 대구시 의사회는 지난 8일부터 전화 문진 항목에 후각, 미각 상실 사례를 아예 추가해 진단을 했습니다.

그 결과 대구시 의사회가 문진을 진행했던 전체 확진자 3천 백여 명 가운데 12.1%는 냄새를 맡지 못했고, 11.1%는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잃은 경우도 7.9%에 달했습니다.


"기저질환 없던 무증상자, 후각 상실 더 뚜렷"

이 같은 사례를 분석중인 대구시 의사회 코로나19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특히 건강한 20~40대와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들에게서 후각, 미각 상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간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없었던 1,462명을 대상으로 한 문진에서는 후각 상실 12.9%(189명), 미각 상실은 9.1%(143명),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잃은 경우는 8.1%(119명)로 나타났습니다.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의 경우, 후각과 미각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의료진이 해당 증상에 대해 철저히 묻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이 나타난 사례의 비율이 30%가량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혹시라도 후각과 미각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문의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선별 진료소에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후각 상실' 사례, 세계도 주목

후각과 미각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의학계는 앞서 코로나19의 검사를 대규모로 진행해온 한국의 사례에 더욱 주목하고 있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대구 사례를 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WHO 신종질병 팀장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박사도 현지시간 23일 후각과 미각 상실을 코로나19 진단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마리아 팀장은 "더 많은 증거에 기반을 둔 접근을 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수행 중인 초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증상 목록에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각 상실 오기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연구가 과거에도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후두학회의 공식 학회지인‘후두경(Laryngoscope)’에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후각 상실을 연구해 발표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전문가입니다.

장용주 교수는 환자 25명의 점막에서 세포를 채취해 현재 코로나19 검사에도 활용되고 있는 RT-PCR(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방식을 당시 활용했는데요.

장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보통 후각 장애는 축농증이 있거나 머리를 다쳤을 때 오지만, 바이러스가 후각 상피세포를 손상시켜서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후각 이상 증상이 비교적 중요한 증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판단되지는 않았으나 바이러스로 인해 후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채기와 콧물 심한 비염 증상과는 달라"

그렇다면 일반적인 비염 환자들에게서도 후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코로나19 증상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장용주 교수는 비염 환자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상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용주 교수는 "비염은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이 심하다. 후각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으나 갑자기 냄새를 못 맡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의 후각 상실 증상에 대해 "이비인후과 일선에서 공감하는 내용이며 현재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구시 의사회 측도 데이터를 구축해 논문을 발표하고 학계에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도 "여행을 다녀왔다든지, 확진자 접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냄새 맡기가 어려워진다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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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3-25 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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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중순부터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성구 대구시 의사회장이 의료진들의 도움을 요청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부터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자원해서 환자 진료에 나섰습니다.

의사들은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2번 전화로 문진을 실시해 한 가지 공통적인 증상을 발견했습니다. 세계 의학계와 외신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입니다.


"무증상 확진자들 코막힘·콧물 없는 후각장애 호소"

실제, 대구 지역 확진자들을 상담한 의사들은 무증상 확진자들 가운데 후각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냄새를 아예 맡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지난달 말 초기 상담 대상자는 천명 안팎이었고, 하루에만 2천6백여 명까지 상담한 적도 있을 정도로 확진자들이 급증하던 시기였다고 대구시 의사회 측은 설명했습니다.

입원 대기 확진자를 상담한 A의사는 "다수의 무증상 확진자에게서 코막힘이나 콧물 없이 후각장애 증상이 초기에 단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고 대구시 의사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독특한 현상이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의 특징의 하나로 확인된다면 확산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구시의사회 입원 대기 상담팀 채팅방의 실제 대화 내용 재구성
이성구 대구시 의사회장은 "처음 한 두 번은 (일부 확진자들에게서) 냄새를 못 맡는다는 얘기가 공통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확진자를 상담하는 의사 150여 명이 모인 채팅방에서도 의사들의 유사한 진단 보고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세계 초유의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사회 측은 국내이비인후과학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진자 12.1%, 냄새 못 맡아"

이에 따라 대구시 의사회는 지난 8일부터 전화 문진 항목에 후각, 미각 상실 사례를 아예 추가해 진단을 했습니다.

그 결과 대구시 의사회가 문진을 진행했던 전체 확진자 3천 백여 명 가운데 12.1%는 냄새를 맡지 못했고, 11.1%는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잃은 경우도 7.9%에 달했습니다.


"기저질환 없던 무증상자, 후각 상실 더 뚜렷"

이 같은 사례를 분석중인 대구시 의사회 코로나19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특히 건강한 20~40대와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들에게서 후각, 미각 상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간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없었던 1,462명을 대상으로 한 문진에서는 후각 상실 12.9%(189명), 미각 상실은 9.1%(143명),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잃은 경우는 8.1%(119명)로 나타났습니다.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의 경우, 후각과 미각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의료진이 해당 증상에 대해 철저히 묻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이 나타난 사례의 비율이 30%가량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복기 대책본부장은 "혹시라도 후각과 미각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문의하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선별 진료소에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후각 상실' 사례, 세계도 주목

후각과 미각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 세계 의학계는 앞서 코로나19의 검사를 대규모로 진행해온 한국의 사례에 더욱 주목하고 있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대구 사례를 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WHO 신종질병 팀장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박사도 현지시간 23일 후각과 미각 상실을 코로나19 진단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마리아 팀장은 "더 많은 증거에 기반을 둔 접근을 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수행 중인 초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증상 목록에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각 상실 오기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후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연구가 과거에도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 후두학회의 공식 학회지인‘후두경(Laryngoscope)’에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후각 상실을 연구해 발표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전문가입니다.

장용주 교수는 환자 25명의 점막에서 세포를 채취해 현재 코로나19 검사에도 활용되고 있는 RT-PCR(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 방식을 당시 활용했는데요.

장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보통 후각 장애는 축농증이 있거나 머리를 다쳤을 때 오지만, 바이러스가 후각 상피세포를 손상시켜서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후각 이상 증상이 비교적 중요한 증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판단되지는 않았으나 바이러스로 인해 후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채기와 콧물 심한 비염 증상과는 달라"

그렇다면 일반적인 비염 환자들에게서도 후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코로나19 증상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장용주 교수는 비염 환자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상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용주 교수는 "비염은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이 심하다. 후각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으나 갑자기 냄새를 못 맡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의 후각 상실 증상에 대해 "이비인후과 일선에서 공감하는 내용이며 현재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구시 의사회 측도 데이터를 구축해 논문을 발표하고 학계에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 교수도 "여행을 다녀왔다든지, 확진자 접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냄새 맡기가 어려워진다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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