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처벌했더라면…” 법망 피해간 인권유린 교주

입력 2020.03.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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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노동력 착취 등 각종 인권유린 의혹이 불거진 전남 무안군의 한 종교집단. 박 모 교주가 수십 년 동안 종교를 빙자해 저지른 일들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연관기사] “내가 메시아”…종교의 이름으로 인권유린

취재진은 지난 2002년에도 박 교주가 노동력 착취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래전 이 종교 집단에 있다가 이탈했다는 신도였습니다. 2002년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그때 생각이 나 억울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월급은 10만 원에 불과했고, 남성신도들의 경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노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정관수술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002년에도 조사받았는데……. 처벌 피해간 교주, 17년 넘게 이어진 남은 신도들의 고통

박 교주는 지난 2002년, 일부 신도들이 이탈하면서 노동력 착취 등의 문제를 제기해 노동청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커지자 수사를 피해 잠적했습니다. 공장 운영은 측근인 이 모 씨에게 맡겼습니다. 문제가 된 무안의 공장은 파산을 신청해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결국, 박 씨는 '기소중지'가 됐고, 이렇게 공소시효가 지나버렸습니다.
그 사이 무안의 공장은 이름만 여러 차례 바꿔가며 운영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리고 박 씨는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2008년 후반 다시 공식적으로 '대표이사'로 돌아왔습니다. '신고해봤자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남아있는 신도들은 그렇게 교주의 권위에 굴복하며 침묵 속에 또다시 17년을 보냈습니다.

박 교주의 업체 등기 확인 결과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며 운영을 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박 교주의 업체 등기 확인 결과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며 운영을 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온 박 교주, 더 악랄해진 인권유린 행위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이후 박 교주의 인권유린 행위는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여성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가 하면,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도 부부를 강제로 이혼시키고, 이혼한 남편을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게 했습니다. 이 외국인 여성도 공장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피해 신도들이 지난해 말 이탈하면서 박 씨의 행각은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박 씨는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사라진 상탭니다. 경찰은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도들이 일해왔던 무안 공장 내부 모습.신도들이 일해왔던 무안 공장 내부 모습.

■전라남도, 특별근로감독 요청... 시민단체 "철저하게 조사해야"

전라남도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 네트워크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번 사건이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사태를 방치한 감독기관의 문책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002년 당시 좀 더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박 씨를 처벌했다면 남아있던 신도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에 이탈했던 신도들 역시 20년 가까이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물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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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 전 처벌했더라면…” 법망 피해간 인권유린 교주
    • 입력 2020-03-25 11:17:57
    취재K
성폭력에 노동력 착취 등 각종 인권유린 의혹이 불거진 전남 무안군의 한 종교집단. 박 모 교주가 수십 년 동안 종교를 빙자해 저지른 일들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연관기사] “내가 메시아”…종교의 이름으로 인권유린

취재진은 지난 2002년에도 박 교주가 노동력 착취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래전 이 종교 집단에 있다가 이탈했다는 신도였습니다. 2002년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그때 생각이 나 억울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월급은 10만 원에 불과했고, 남성신도들의 경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노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정관수술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002년에도 조사받았는데……. 처벌 피해간 교주, 17년 넘게 이어진 남은 신도들의 고통

박 교주는 지난 2002년, 일부 신도들이 이탈하면서 노동력 착취 등의 문제를 제기해 노동청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커지자 수사를 피해 잠적했습니다. 공장 운영은 측근인 이 모 씨에게 맡겼습니다. 문제가 된 무안의 공장은 파산을 신청해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결국, 박 씨는 '기소중지'가 됐고, 이렇게 공소시효가 지나버렸습니다.
그 사이 무안의 공장은 이름만 여러 차례 바꿔가며 운영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리고 박 씨는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2008년 후반 다시 공식적으로 '대표이사'로 돌아왔습니다. '신고해봤자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남아있는 신도들은 그렇게 교주의 권위에 굴복하며 침묵 속에 또다시 17년을 보냈습니다.

박 교주의 업체 등기 확인 결과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며 운영을 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돌아온 박 교주, 더 악랄해진 인권유린 행위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이후 박 교주의 인권유린 행위는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여성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가 하면,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도 부부를 강제로 이혼시키고, 이혼한 남편을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게 했습니다. 이 외국인 여성도 공장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피해 신도들이 지난해 말 이탈하면서 박 씨의 행각은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박 씨는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사라진 상탭니다. 경찰은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도들이 일해왔던 무안 공장 내부 모습.
■전라남도, 특별근로감독 요청... 시민단체 "철저하게 조사해야"

전라남도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 네트워크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번 사건이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사태를 방치한 감독기관의 문책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002년 당시 좀 더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박 씨를 처벌했다면 남아있던 신도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시에 이탈했던 신도들 역시 20년 가까이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물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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