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키려다 ‘쿵’…처벌 위기 119구급대원

입력 2020.03.25 (18:00) 수정 2020.03.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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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지키려다 '쿵'…기소의견 송치

구급차 운전원인 구급대원 33살 강 모 씨는 다급했다. 제주시 내 한 대학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급차 안에는 의식을 잃은 뇌졸중 60대 남자 환자가 있었다. 골든타임을 지켜야 했다. 곧바로 다른 종합병원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마주한 빨간색 신호등 불빛. 이미 시간을 허비한 강 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렸다.

그 순간 '쿵!'. 구급차 왼쪽에서 신호를 받고 출발한 SUV와 충돌했다. 구급차는 한참을 미끌리다 오른편쪽에 있던 기둥과 부딪힌 뒤 전복됐다. 지난해 12월 12일 새벽 6시 반에 일어난 일이다.

대형 사고였다. 구급차 안에 있던 뇌졸중 환자는 이틀 뒤 병원에서 사망. 환자와 함께 타고 있던 60대 여성 보호자는 척추뼈, 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로 전치 10주 부상. 구급대원 강 씨 전치 3주 이내 부상. 구급차는 폐차됐다.

지난 2월 말, 구급대원 강 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이 이번 교통사고에 관해 강 씨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송치한 것이다. 혐의는 신호위반에 따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신호위반은 피해자의 의사 등과 무관하게 12대 중대과실로 분류된다.

숨진 환자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가 아닌 것으로 나왔지만, 문제는 환자의 보호자였다. 숨진 환자는 뇌졸중에 의한 사망이라는 부검결과가 나왔는데 보호자는 교통사고로 다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를,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선 '기소' 의견을 달아 강 씨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아직 기소를 결정하지 않았다.

제주 구급차 사고 현장. 뿌리째 뽑힌 기둥이 사고 충격을 말해준다제주 구급차 사고 현장. 뿌리째 뽑힌 기둥이 사고 충격을 말해준다

"트라우마에 잠도 못 자고, 현장도 못 나갔어요"

교통사고부터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까지, 지난 2달 동안 구급대원 강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

강 씨의 구급대원 동료 전 모 씨는 "비참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전 씨에 따르면, 강 씨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자신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치 10주의 상처를 입힌 '죄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 씨는 강씨에 대해 "몸은 둘째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잠을 못 잤다"며 "사고가 난 뒤에 곧장 병가를 냈는데, 그 이후로 하루도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본인 신청에 따라 지난달 내근 부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동료 강 모 씨는 "한동안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지금도 약을 먹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상담치료는 지금도 꾸준히 받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강 씨의 현장 부서 복귀에 대해 동료들은 염려했다. 전 씨는 "'환자 이송하다 또 사고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쉽게 운전 못 한다"며 "사고 내려고 낸 게 아닌데, 다시 현장 부서에 오면 좋은데,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덧붙였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현재 강 씨의 변호 비용과 사고 합의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강 씨가 홀로 외롭게 이 일을 헤쳐나가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방본부는 "피해자인 환자 보호자도 우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며 협조해주시고 있다"며 "원만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구급차 사고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제주동부경찰서제주 구급차 사고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제주동부경찰서

경찰 "정당행위 인정 안 돼"…판단 근거는?

경찰은 "현행법과 지침에 따라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는 긴급 자동차로 분류돼 긴급상황일 때 신호나 속도위반을 해도 된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면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경찰 내부적으로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긴급 자동차의 사고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지침이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 현행법과 내부지침에 기초한 판단 과정을 들려줬다.

경찰이 가장 중요하게 고민한 부분은 '구급대원 강 씨의 행위가 정당했나'였다. 강 씨의 신호위반이 정당했느냐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운전자 구급대원 강 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경찰은 "정당행위 판단 근거를 법의 '상당성'과 '균형성'으로 나눠봤다"고 설명했다. 이때 법의 상당성은 '강 씨의 신호 위반을 긍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나'로 풀이되고, 균형성은 '사람을 빨리 구하는 것의 사회적 이익과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데서 오는 사회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

먼저, 경찰은 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교차로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네 길목에서 차량이 마주하는 교차로인 만큼 한 번쯤은 브레이크를 밟는 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50~60km의 빠른 속도로 신호를 위반한 상황을 상당히 긍정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균형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결과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한 만큼, 신호위반으로 온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광주 구급차 사고 현장(화면제공 : 광주 북부소방서)2018년 2월 광주 구급차 사고 현장(화면제공 : 광주 북부소방서)

제주 구급차 사고…처벌 가능성은?

이번 제주 구급차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2월, 광주시 북구 운암동 '교차로'에서 '신호위반'한 구급차가 승합차와 부딪혔다. 사고가 난 뒤 구급차 안에 있던 환자 90대 할머니가 '사망'했고, 함께 있던 보호자도 '부상'을 입었다.

교차로, 신호위반, 환자 사망, 보호자 부상. 즉, 사고 장소와 경위 그리고 결과가 이번 사고와 닮아있다.

하지만 광주시 구급차 사고의 경우 경찰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두 사고 모두 환자의 사망이 교통사고와 관련이 없다는 부검의 소견이 있었지만, 광주시 구급차 사고는 보호자의 부상이 3주 이하였다. 그 결과, 경찰 내부지침에 따라 불기소 송치될 수 있었다.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한 '특수한' 제주 구급차 사고는 일반 구급차 사고처럼 취급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도내 구급차 사고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4년째 계류시키는 국회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4년째 계류시키는 국회

4년째 계류 중인 개정안…21대 국회에선 통과할까

구급대원에게 '신속하게 사람도 살리며, 안전 운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동시에, 긴급 자동차의 처벌을 무조건 면제해주면 교통사고는 어떻게 방지하고, 이같은 사고로 중상을 입은 피해자에 대한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물음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현행법과 내부지침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과 내부지침이 달라지면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당행위 인정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개정안은 발의됐다. 2016년 7월, 국회의원 34명이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에 면책권을 주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화재진압, 구조, 구급, 범죄수사 등 긴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사이렌이나 경광등을 켜고 운행했는데도 사고가 나면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법안이 통과 못 하는 이유를 '관심 부족'으로 꼽았다. 진 의원은 "관심이 있어도 긴급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회성에 그친다"며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진 의원은 "긴급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은 늘 따를 수밖에 없지만, 사고 이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구급대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안전이 확보돼야 국민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 출동 때마다 사고 불안에 시달리는 구급대원의 고초를 개정안 통과로 해결할지, 처벌 면제와 교통질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낼 지, 이 숙제는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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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지키려다 '쿵'…기소의견 송치

구급차 운전원인 구급대원 33살 강 모 씨는 다급했다. 제주시 내 한 대학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급차 안에는 의식을 잃은 뇌졸중 60대 남자 환자가 있었다. 골든타임을 지켜야 했다. 곧바로 다른 종합병원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마주한 빨간색 신호등 불빛. 이미 시간을 허비한 강 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달렸다.

그 순간 '쿵!'. 구급차 왼쪽에서 신호를 받고 출발한 SUV와 충돌했다. 구급차는 한참을 미끌리다 오른편쪽에 있던 기둥과 부딪힌 뒤 전복됐다. 지난해 12월 12일 새벽 6시 반에 일어난 일이다.

대형 사고였다. 구급차 안에 있던 뇌졸중 환자는 이틀 뒤 병원에서 사망. 환자와 함께 타고 있던 60대 여성 보호자는 척추뼈, 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로 전치 10주 부상. 구급대원 강 씨 전치 3주 이내 부상. 구급차는 폐차됐다.

지난 2월 말, 구급대원 강 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이 이번 교통사고에 관해 강 씨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송치한 것이다. 혐의는 신호위반에 따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신호위반은 피해자의 의사 등과 무관하게 12대 중대과실로 분류된다.

숨진 환자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가 아닌 것으로 나왔지만, 문제는 환자의 보호자였다. 숨진 환자는 뇌졸중에 의한 사망이라는 부검결과가 나왔는데 보호자는 교통사고로 다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를,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선 '기소' 의견을 달아 강 씨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아직 기소를 결정하지 않았다.

제주 구급차 사고 현장. 뿌리째 뽑힌 기둥이 사고 충격을 말해준다
"트라우마에 잠도 못 자고, 현장도 못 나갔어요"

교통사고부터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까지, 지난 2달 동안 구급대원 강 씨는 어떻게 지냈을까?

강 씨의 구급대원 동료 전 모 씨는 "비참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전 씨에 따르면, 강 씨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자신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치 10주의 상처를 입힌 '죄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 씨는 강씨에 대해 "몸은 둘째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잠을 못 잤다"며 "사고가 난 뒤에 곧장 병가를 냈는데, 그 이후로 하루도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본인 신청에 따라 지난달 내근 부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동료 강 모 씨는 "한동안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지금도 약을 먹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상담치료는 지금도 꾸준히 받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강 씨의 현장 부서 복귀에 대해 동료들은 염려했다. 전 씨는 "'환자 이송하다 또 사고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쉽게 운전 못 한다"며 "사고 내려고 낸 게 아닌데, 다시 현장 부서에 오면 좋은데,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덧붙였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현재 강 씨의 변호 비용과 사고 합의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강 씨가 홀로 외롭게 이 일을 헤쳐나가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방본부는 "피해자인 환자 보호자도 우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며 협조해주시고 있다"며 "원만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구급차 사고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제주동부경찰서
경찰 "정당행위 인정 안 돼"…판단 근거는?

경찰은 "현행법과 지침에 따라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는 긴급 자동차로 분류돼 긴급상황일 때 신호나 속도위반을 해도 된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면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경찰 내부적으로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긴급 자동차의 사고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지침이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 현행법과 내부지침에 기초한 판단 과정을 들려줬다.

경찰이 가장 중요하게 고민한 부분은 '구급대원 강 씨의 행위가 정당했나'였다. 강 씨의 신호위반이 정당했느냐에 따라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운전자 구급대원 강 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경찰은 "정당행위 판단 근거를 법의 '상당성'과 '균형성'으로 나눠봤다"고 설명했다. 이때 법의 상당성은 '강 씨의 신호 위반을 긍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나'로 풀이되고, 균형성은 '사람을 빨리 구하는 것의 사회적 이익과 교통질서를 유지하는 데서 오는 사회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

먼저, 경찰은 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교차로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네 길목에서 차량이 마주하는 교차로인 만큼 한 번쯤은 브레이크를 밟는 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50~60km의 빠른 속도로 신호를 위반한 상황을 상당히 긍정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균형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결과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한 만큼, 신호위반으로 온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광주 구급차 사고 현장(화면제공 : 광주 북부소방서)
제주 구급차 사고…처벌 가능성은?

이번 제주 구급차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2월, 광주시 북구 운암동 '교차로'에서 '신호위반'한 구급차가 승합차와 부딪혔다. 사고가 난 뒤 구급차 안에 있던 환자 90대 할머니가 '사망'했고, 함께 있던 보호자도 '부상'을 입었다.

교차로, 신호위반, 환자 사망, 보호자 부상. 즉, 사고 장소와 경위 그리고 결과가 이번 사고와 닮아있다.

하지만 광주시 구급차 사고의 경우 경찰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두 사고 모두 환자의 사망이 교통사고와 관련이 없다는 부검의 소견이 있었지만, 광주시 구급차 사고는 보호자의 부상이 3주 이하였다. 그 결과, 경찰 내부지침에 따라 불기소 송치될 수 있었다. 전치 10주의 중상자가 발생한 '특수한' 제주 구급차 사고는 일반 구급차 사고처럼 취급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도내 구급차 사고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4년째 계류시키는 국회
4년째 계류 중인 개정안…21대 국회에선 통과할까

구급대원에게 '신속하게 사람도 살리며, 안전 운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동시에, 긴급 자동차의 처벌을 무조건 면제해주면 교통사고는 어떻게 방지하고, 이같은 사고로 중상을 입은 피해자에 대한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에 대한 물음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현행법과 내부지침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과 내부지침이 달라지면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당행위 인정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개정안은 발의됐다. 2016년 7월, 국회의원 34명이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에 면책권을 주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화재진압, 구조, 구급, 범죄수사 등 긴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사이렌이나 경광등을 켜고 운행했는데도 사고가 나면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법안이 통과 못 하는 이유를 '관심 부족'으로 꼽았다. 진 의원은 "관심이 있어도 긴급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회성에 그친다"며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진 의원은 "긴급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은 늘 따를 수밖에 없지만, 사고 이후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구급대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안전이 확보돼야 국민의 안전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 출동 때마다 사고 불안에 시달리는 구급대원의 고초를 개정안 통과로 해결할지, 처벌 면제와 교통질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낼 지, 이 숙제는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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