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급식 중단에 농가 피해 극심…대안은?

입력 2020.03.26 (08:25) 수정 2020.03.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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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개학이 세차례나 연기되면서 급식 재료를 공급해 온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아이들 먹거리다보니 대부분 친환경 농산물인데 유통기한이 짧아서 개학 때까지 저장도 어려운데요.

판로가 막힌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밭을 갈아엎거나 이미 수확한 농산물을 폐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시름에 빠진 농가들과 이를 도우려는 시민들의 움직임까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 수확으로 한창 바쁠 시기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작년 11월부터 씨를 뿌려서 겨울에 키워 놓 은 건데 3월 초에 학교 급식에 못 들어가니 까 지금 갈아 버린 게 2,000제곱미터 정도 돼요."]

급식용 농산물을 재배해온 염현수 씨, 개학이 연기되면서 겨우내 키운 배추밭을 갈아엎어야만 했습니다.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 판다 해도 인건비며 운송비가 더 들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는데요.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인건비 들여서, 기름값 들여서 도매 시장에 나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니까..."]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생산비는 더 들었지만 배추는 한 번 팔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납품만 기다리다 수확 시기를 놓친 상추에는 꽃대까지 자랐는데요.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상품성이 떨어지죠. 아무래도 수확시기를 놓치면 상추 같은 건 잎이 커지고 빨리 따주질 않으면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피면 그건 이제 (폐기할 때가) 다 된 거예요."]

판로를 찾지 못해 거름으로 뿌려놓은 배추를 볼 때마다 속은 타들어 갑니다.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학교 급식 하는 농가들은 올 한 해 농사 거 의 망했다고 봐야죠. 영농비 들어가는 게 다 지금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경기 평택에 위치한 딸기 재배 농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5년 전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은 이 곳, 비닐하우스 열개 동에서 딸기를 재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해왔는데요.

[공석찬/친환경 딸기 재배 농가 : "하루에 80kg에서 100kg 정도 나가야 되는 데 지금 하나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납품 중단된) 전체 물량이 우리 농장만 따져도 한 2톤에서 3톤 정도 됩니다."]

이렇게 3월 한 달간 급식용으로 재배된 농산물은 경기도에서만 무려 400톤. 24억원에 달하는 양입니다.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해 온 농가들로서는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힌 지금 상황이 야속하기만 한데요. 정부의 지원 대책도 딱히 없습니다.

[구희현/경기도친환경급식지원센터 위원장 : "계약재배를 하는 생산 농가들은 강제적으로 계약의 의무를 다하지만 소비를 담당하는 학교를 비롯해서 모든 기관은 (소비의)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과 같은 재난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금 형국으로 봤을 때 큰 체계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와 농가에선 색다른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기도 하는데요.

동물복지 유정란을 생산하는 전남 나주의 한 농장.

이곳 역시 개학 연기로 3월 한 달간 취소된 주문만 1600판이 넘었습니다.

[김경호/동물복지 양계 농장 : "학교는 날마다 밥을 먹잖아요, 아이들이. 한달 치는 미리 나와요. 그러면 학교 급식부터 먼저 하고 남는 것은 직거래 택배로 보낸다든지 생협에 준다든가 그런 식으로 해왔는데 밀려버리니까 (일부 급식 농가에선)12,000원짜리를 3,000원에 넘기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 지자체에서 시작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김경호/동물복지 양계 농장 : "어려운 친환경 농가들 돕자고 캠페인 비슷 하게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했어요. 대량 주문이 들어와서 달걀이 다 나갔고 (계속해서)꾸러미 형태로 해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고.."]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란, 친환경 농산물을 소량씩 묶어 한 상자로 판매하는 건데요.

판로가 막힌 농가들을 위해 일부 지자체들이 SNS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 생각보다 뜨거운데요.

[황영묵/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급식전략본부장 : "건강한 농산물들을 학부모들이 집에서 드실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이 됐 습니다. (주문을 받자마자) 두 시간 만에 7,200상자가 다 나갔고 (개학 전까지)."]

10,000상자 넘게 벌써 주문이 마무리 됐습 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보기도 꺼려지는 요즘,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미화/경기도 광명시 : "(코로나19로) 사람이 많은 마트에 가기가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또 안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받아보니까 물건도 너무 좋고 또 저렴하고요. 이걸 먹음으로 인해서 학교 식자재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취나물부터 호박, 오이, 배 등 꾸러미에 담긴 각종 채소와 과일은 모두 11가지.

가격도 시중보다 만 원 이상 저렴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착한 소비자운동’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주미화/경기도 광명시 :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계약재배한 농가들 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시민들이 이런 기회에 많이 동참하셔 서 농가에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경기도 기준으로, 꾸러미 판매 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10%에 불과한 수준.

여전히 급식 농가의 시름이 깊은 이유입니다.

다음 달 6일 개학조차 불투명한 요즘, 급식농가들의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랠 좋은 대책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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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급식 중단에 농가 피해 극심…대안은?
    • 입력 2020-03-26 08:29:44
    • 수정2020-03-26 11: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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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개학이 세차례나 연기되면서 급식 재료를 공급해 온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아이들 먹거리다보니 대부분 친환경 농산물인데 유통기한이 짧아서 개학 때까지 저장도 어려운데요.

판로가 막힌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밭을 갈아엎거나 이미 수확한 농산물을 폐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시름에 빠진 농가들과 이를 도우려는 시민들의 움직임까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 수확으로 한창 바쁠 시기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작년 11월부터 씨를 뿌려서 겨울에 키워 놓 은 건데 3월 초에 학교 급식에 못 들어가니 까 지금 갈아 버린 게 2,000제곱미터 정도 돼요."]

급식용 농산물을 재배해온 염현수 씨, 개학이 연기되면서 겨우내 키운 배추밭을 갈아엎어야만 했습니다.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 판다 해도 인건비며 운송비가 더 들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는데요.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인건비 들여서, 기름값 들여서 도매 시장에 나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니까..."]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생산비는 더 들었지만 배추는 한 번 팔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납품만 기다리다 수확 시기를 놓친 상추에는 꽃대까지 자랐는데요.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상품성이 떨어지죠. 아무래도 수확시기를 놓치면 상추 같은 건 잎이 커지고 빨리 따주질 않으면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피면 그건 이제 (폐기할 때가) 다 된 거예요."]

판로를 찾지 못해 거름으로 뿌려놓은 배추를 볼 때마다 속은 타들어 갑니다.

[염현수/친환경 채소 재배 농가 : "학교 급식 하는 농가들은 올 한 해 농사 거 의 망했다고 봐야죠. 영농비 들어가는 게 다 지금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경기 평택에 위치한 딸기 재배 농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5년 전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은 이 곳, 비닐하우스 열개 동에서 딸기를 재배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해왔는데요.

[공석찬/친환경 딸기 재배 농가 : "하루에 80kg에서 100kg 정도 나가야 되는 데 지금 하나도 못 나가고 있습니다. (납품 중단된) 전체 물량이 우리 농장만 따져도 한 2톤에서 3톤 정도 됩니다."]

이렇게 3월 한 달간 급식용으로 재배된 농산물은 경기도에서만 무려 400톤. 24억원에 달하는 양입니다.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해 온 농가들로서는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힌 지금 상황이 야속하기만 한데요. 정부의 지원 대책도 딱히 없습니다.

[구희현/경기도친환경급식지원센터 위원장 : "계약재배를 하는 생산 농가들은 강제적으로 계약의 의무를 다하지만 소비를 담당하는 학교를 비롯해서 모든 기관은 (소비의)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과 같은 재난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금 형국으로 봤을 때 큰 체계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와 농가에선 색다른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기도 하는데요.

동물복지 유정란을 생산하는 전남 나주의 한 농장.

이곳 역시 개학 연기로 3월 한 달간 취소된 주문만 1600판이 넘었습니다.

[김경호/동물복지 양계 농장 : "학교는 날마다 밥을 먹잖아요, 아이들이. 한달 치는 미리 나와요. 그러면 학교 급식부터 먼저 하고 남는 것은 직거래 택배로 보낸다든지 생협에 준다든가 그런 식으로 해왔는데 밀려버리니까 (일부 급식 농가에선)12,000원짜리를 3,000원에 넘기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 지자체에서 시작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김경호/동물복지 양계 농장 : "어려운 친환경 농가들 돕자고 캠페인 비슷 하게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했어요. 대량 주문이 들어와서 달걀이 다 나갔고 (계속해서)꾸러미 형태로 해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고.."]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란, 친환경 농산물을 소량씩 묶어 한 상자로 판매하는 건데요.

판로가 막힌 농가들을 위해 일부 지자체들이 SNS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 생각보다 뜨거운데요.

[황영묵/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급식전략본부장 : "건강한 농산물들을 학부모들이 집에서 드실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이 됐 습니다. (주문을 받자마자) 두 시간 만에 7,200상자가 다 나갔고 (개학 전까지)."]

10,000상자 넘게 벌써 주문이 마무리 됐습 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보기도 꺼려지는 요즘,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미화/경기도 광명시 : "(코로나19로) 사람이 많은 마트에 가기가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또 안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친환경농산물꾸러미를 받아보니까 물건도 너무 좋고 또 저렴하고요. 이걸 먹음으로 인해서 학교 식자재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취나물부터 호박, 오이, 배 등 꾸러미에 담긴 각종 채소와 과일은 모두 11가지.

가격도 시중보다 만 원 이상 저렴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착한 소비자운동’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주미화/경기도 광명시 :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계약재배한 농가들 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시민들이 이런 기회에 많이 동참하셔 서 농가에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경기도 기준으로, 꾸러미 판매 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10%에 불과한 수준.

여전히 급식 농가의 시름이 깊은 이유입니다.

다음 달 6일 개학조차 불투명한 요즘, 급식농가들의 타들어 가는 속을 달랠 좋은 대책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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