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무원 고의·과실 있어야 국가배상토록 한 현행법 합헌”

입력 2020.03.26 (15:11) 수정 2020.03.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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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현행법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오늘(26일) 과거 긴급조치 1호 또는 9호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A씨 등이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 등은 긴급조치로 인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에서 2014년 10월 법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에 의해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관의 재판은 고의 또는 과실 유무에 따라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적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중과실이 있어야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헌재 역시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과거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헌재는 같은 조항에 대한 2015년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왔습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도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해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선례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고의·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배상청구권 관련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합리해 국가배상청구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재판관은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 결과, 불법성이 더 큰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어려워졌고,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외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국가배상제도의 본래 취지인 손해의 공평한 분담과 사회공동체의 배분적 정의 실현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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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6 15:11:27
    • 수정2020-03-26 15: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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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현행법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오늘(26일) 과거 긴급조치 1호 또는 9호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A씨 등이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 등은 긴급조치로 인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에서 2014년 10월 법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에 의해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관의 재판은 고의 또는 과실 유무에 따라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적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중과실이 있어야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헌재 역시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을 두고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과거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헌재는 같은 조항에 대한 2015년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이를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왔습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도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해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선례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고의·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배상청구권 관련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합리해 국가배상청구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재판관은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 결과, 불법성이 더 큰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청구가 어려워졌고,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외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국가배상제도의 본래 취지인 손해의 공평한 분담과 사회공동체의 배분적 정의 실현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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