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대학 학과 폐지, 기명투표가 사실?

입력 2020.03.26 (20:41) 수정 2020.03.26 (2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의미 없는 폐과 결정, 원광대는 철회해라! 철회해라! 철회해라!"]

대학 캠퍼스가 소란스럽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학교 건물 앞에 모인 이들은 원광대학교 음악과 학생들.

지난 12일,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학과 폐지를 통보하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개학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학생들은 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렇게 3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의견 수렴은커녕 한 마디 설명도 없이 학과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재학생들의 입장입니다.

[윤지영/음악과 4학년 : "절차나 규정도 무시하고 학교 측의 또 다른 잘못을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이렇게 졸업을 한다고 해도 고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리/음악과 4학년 : "한 번도 총장님 얼굴을 비춰준 적도 없었고 저희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질 않았습니다. 맨날 이렇게 아침에 와서 시위해도 한 번도 봐주질 않았습니다.//등록금 다 받아놓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폐과통보를 하면..."]

제대로 된 수업 한번 받지 못한 채 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음악과 신입생/음성변조 : "친구들이랑 사귀어서 놀러도 다니고 강의도 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기도 해야는 데 지금 시위를 해야 되는 이 현실이 너무 (힘들어요)."]

신학기 입학금을 납부한 지 닷새 만에 들려온 학과 폐지 통보.

고교 시절 내내 레슨을 받으며 음대 진학의 꿈을 키운 게 모두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며 하소연도 합니다.

[최미르/음악과 신입생 : "힘들게 연습해서 들어왔는데, 음악과 폐과한다니까 너무 허무하기도 하고 또 등록금도 냈는데, 등록금도 다 못 받고 그러니까..."]

자녀가 시위에 나서는걸 지켜만 볼 수 없어 함께 나선 학부모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

[박지영/학부모 :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거든요. 어제도 한시 반에 와서 아침 여섯시 반에 나가고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어요. 옆에서 너무 안타깝고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 측은 학생들의 면담 요청을 계속 거부해 온 상황.

취재진이 직접 총장과 만남을 요청했지만, 건물 출입구부터 막아서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누구시냐고요.//내려가세요!"]

폐지를 심사한 기획처는 지난 5년간 학과 평가에서 음악과 점수가 하위 10%로 낮아 폐지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미달이 거의 없는 원광대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낮다는 겁니다.

[원광대 관계자/음성변조 : "(타 학과랑 비교했을 때 많이 차이가 나나요, 음악과가?) 네, 좀 떨어지는 편이죠. 재학생 충원율과 신입생 충원율 (비중)을 더 높였거든요. 30%씩..."]

하지만 지난해 원광대 음악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97.2%. 전체 평균 99.43%와 비교할 때 2.23% 포인트가 났습니다.

다른 잡음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단 대학 측은 학과 폐지 같은 중대 학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생략했습니다.

[원광대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자리(공청회)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고요.//의회에서도 보통은 다 기명으로 하고, 인사에 대해선 무기명으로 하는 그런 사례도 있어서..."]

더욱이 폐지 찬반 투표 과정에서 투표자 이름을 쓰게 하는 이른바, 기명투표를 진행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A 교수/음성변조 : "기명투표 할 때 깜짝 놀랐어요."]

[B 교수/음성변조 : ""소속하고 이름하고 사인까지 하게 해놓아서 상당히 불편했는데, 공산당이나 기명 투표를 하는 거 봤지."

여기에 투표 당일, 대학 측은 투표권을 가진 일부 교무위원에게 전화까지 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C 교수/음성변조 : "(교수님 그럼 전화는 받으셨어요?) 네, 그것도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뚜렷한 이유나 공정한 절차 없이 학과 폐지를 밀어붙이는 대학이, 과연 진리의 상아탑, 학문의 전당인지 학생들은 오늘도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앵커]

현장 케이, 클릭 현장 속으로 시간입니다.

새 학기 등록금을 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원광대학교 음악과 학생들은 학과 폐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생 반발은 물론 학부모 원성을 사면서까지 일방적인 대학 측의 폐과 결정에 기명투표 등 다른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다녀온 길금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 18일 원광대학교가 교무위원회의를 통해 음악과 폐과를 결정했는데요.

대학 측이 취재진에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뭔가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K] 대학 학과 폐지, 기명투표가 사실?
    • 입력 2020-03-26 20:41:02
    • 수정2020-03-26 20:42:00
    뉴스7(전주)
["의미 없는 폐과 결정, 원광대는 철회해라! 철회해라! 철회해라!"] 대학 캠퍼스가 소란스럽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학교 건물 앞에 모인 이들은 원광대학교 음악과 학생들. 지난 12일,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학과 폐지를 통보하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개학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학생들은 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렇게 3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대학 측이 의견 수렴은커녕 한 마디 설명도 없이 학과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재학생들의 입장입니다. [윤지영/음악과 4학년 : "절차나 규정도 무시하고 학교 측의 또 다른 잘못을 덮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이렇게 졸업을 한다고 해도 고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리/음악과 4학년 : "한 번도 총장님 얼굴을 비춰준 적도 없었고 저희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질 않았습니다. 맨날 이렇게 아침에 와서 시위해도 한 번도 봐주질 않았습니다.//등록금 다 받아놓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폐과통보를 하면..."] 제대로 된 수업 한번 받지 못한 채 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음악과 신입생/음성변조 : "친구들이랑 사귀어서 놀러도 다니고 강의도 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기도 해야는 데 지금 시위를 해야 되는 이 현실이 너무 (힘들어요)."] 신학기 입학금을 납부한 지 닷새 만에 들려온 학과 폐지 통보. 고교 시절 내내 레슨을 받으며 음대 진학의 꿈을 키운 게 모두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며 하소연도 합니다. [최미르/음악과 신입생 : "힘들게 연습해서 들어왔는데, 음악과 폐과한다니까 너무 허무하기도 하고 또 등록금도 냈는데, 등록금도 다 못 받고 그러니까..."] 자녀가 시위에 나서는걸 지켜만 볼 수 없어 함께 나선 학부모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 [박지영/학부모 :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거든요. 어제도 한시 반에 와서 아침 여섯시 반에 나가고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어요. 옆에서 너무 안타깝고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 측은 학생들의 면담 요청을 계속 거부해 온 상황. 취재진이 직접 총장과 만남을 요청했지만, 건물 출입구부터 막아서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누구시냐고요.//내려가세요!"] 폐지를 심사한 기획처는 지난 5년간 학과 평가에서 음악과 점수가 하위 10%로 낮아 폐지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미달이 거의 없는 원광대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낮다는 겁니다. [원광대 관계자/음성변조 : "(타 학과랑 비교했을 때 많이 차이가 나나요, 음악과가?) 네, 좀 떨어지는 편이죠. 재학생 충원율과 신입생 충원율 (비중)을 더 높였거든요. 30%씩..."] 하지만 지난해 원광대 음악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97.2%. 전체 평균 99.43%와 비교할 때 2.23% 포인트가 났습니다. 다른 잡음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단 대학 측은 학과 폐지 같은 중대 학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생략했습니다. [원광대 관계자/음성변조 : "그런 자리(공청회)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고요.//의회에서도 보통은 다 기명으로 하고, 인사에 대해선 무기명으로 하는 그런 사례도 있어서..."] 더욱이 폐지 찬반 투표 과정에서 투표자 이름을 쓰게 하는 이른바, 기명투표를 진행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A 교수/음성변조 : "기명투표 할 때 깜짝 놀랐어요."] [B 교수/음성변조 : ""소속하고 이름하고 사인까지 하게 해놓아서 상당히 불편했는데, 공산당이나 기명 투표를 하는 거 봤지." 여기에 투표 당일, 대학 측은 투표권을 가진 일부 교무위원에게 전화까지 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C 교수/음성변조 : "(교수님 그럼 전화는 받으셨어요?) 네, 그것도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뚜렷한 이유나 공정한 절차 없이 학과 폐지를 밀어붙이는 대학이, 과연 진리의 상아탑, 학문의 전당인지 학생들은 오늘도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앵커] 현장 케이, 클릭 현장 속으로 시간입니다. 새 학기 등록금을 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원광대학교 음악과 학생들은 학과 폐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생 반발은 물론 학부모 원성을 사면서까지 일방적인 대학 측의 폐과 결정에 기명투표 등 다른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다녀온 길금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 18일 원광대학교가 교무위원회의를 통해 음악과 폐과를 결정했는데요. 대학 측이 취재진에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뭔가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