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지금 중국 모습으로 본 한국 코로나19 시계

입력 2020.03.27 (07:04) 수정 2020.03.2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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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밝힌 코로나19 첫 환자는 작년 12월 8일이다. 한국 첫 환자가 1월 20일이었으니 우리보다 한 달 보름 정도 빠른 셈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대유행 양상이지만, 사태 초기에는 중국과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지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이 먼저 주춤해졌고, 한국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한 달 보름 빨리 돌아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모습을 통해 앞으로 한국 코로나19 시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해보자. 지금 중국의 모습은 이렇다.


중국 두 달 새 500만 명 실직, 실업률 사상 최고

25일 중국 국무원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이 자리에서 중국 공신부(工信部) 친즈이후이 중소기업국 부국장은 "24일 현재 중국 중소기업 근로자 업무 복귀율이 71.7%"라고 밝혔다. 한 달 전 42.1%보다 올라간 것이기는 하지만 발생 넉 달이 되고도 중국 경제는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관들은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역성장을 기록했던 적은 없었다.

코로나19가 막아버린 중국경제 혈관은 수많은 실업자로 나타나고 있다. 12월 5.2%이던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2월 6.2%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두 달 동안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사상 최다인 874만 명이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대학 졸업 예정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100일 1천만 인터넷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외신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900만 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매체 SCMP는 중국 내 31개 성·시·자치구 중 25곳의 올해 경기부양책을 모두 합치면 7조 6천억 위안(우리 돈 1,345조 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모두 100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기업자금과 금융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의 실업률과 취업 대책은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개학, 원래 일정 한 달 넘겨 이제서야 하나둘 시작

9월 신 학기제인 중국은 대부분 2월 중순 무렵 2학기를 시작한다. 우리보다 보름 정도 빠른 셈이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 등으로 대체해 왔는데, 이제 각 성별로 하나둘 개학 계획을 내놓고 있다. 개학 일정을 확정 발표한 13개 성시 대부분 3월 30일이나 4월 7일 수업을 시작한다.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3, 중3 학생들부터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 학년은 그 이후 차례대로 개학 예정이다.

그러나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도시와 나머지 대부분의 중국 성시는 아직도 개학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방역망이 뚫렸을 때 발생하게 될 피해를 고려해 학교 정상화에 그만큼 신중한 것이다. 4월 중순 이후에나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먼저 도입한 '온라인 수업'과 '순차적 개학'도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취약층 지원만으론 안 된다. "14억 인구에 모두 지급하자"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소비 진작책은 중국에서도 관심거리다. 중국에서도 저소득층 대상 '소비 쿠폰' 발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류챠오 원장은 저소득층 노동인구에 1,000위안(17만 원) 쿠폰 지급을 제안했다. 후베이성 노동인구 3,273만 명과 후베이성 외 지역 월 소득 3천 위안(51만 원) 이하 저소득 인구에 1,000위안씩 지급하자는 거다. 난징과 칭다오, 지난 등지 지방정부는 이미 '소비 쿠폰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의 국정자문회의 격인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 주정푸 중국변호사협회 부회장은 14억 인구 모두에게 긴급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도 논의 중인 일종의 '재난 기본소득' 개념이다. 14억 중국인 모두에게 2,000위안(35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으로, 2조 8천억 위안(443조 원)의 예산이 든다. 2,000위안은 중국인들의 한 달 평균 지출액이다.

중국에서도 정부가 한 해 예산의 10%나 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게 만만찮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주 부회장의 제안은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을 뿐 중국에서도 미국 등지에 이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주요하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美中 연일 설전...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쟁 때와 다름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언급을 잇달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으로 책임이 중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양국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중국에 미국, 또 미국에 중국처럼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인들의 마음에 앙금으로 남는 나라는 어디일까? 아마도 일본일 듯하다. 두 나라의 방역 방식도 판이해 한일 양국의 시스템 중 어떤 것이 전염병 확산 차단에 더 효과적일지도 국제사회의 관심거리다. 이는 일본의 유행 추세를 좀 더 지켜보면 될 듯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5일 전격 발표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다. 아베 정부의 진심이 이 조치에 모두 담겨 있다. 전염병 검역은 우리 국민이라고 해서 감염이 안 되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감염이 더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위험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조치는 '한국인'만 겨냥한 것이다. 양국 간 상호주의로 진행하던 무비자 입국을 중지하고, 앞서 받아놓았던 모든 비자의 효력도 정지했다. 한국발이 아닌,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다. 검역 상식에 어긋나는 이 조치로 코로나19 청정국가에서 일본에 가더라도 한국인은 입국이 금지됐다.

언제든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국의 신뢰와 상식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우리에겐 쉽게 잊히지 않을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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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지금 중국 모습으로 본 한국 코로나19 시계
    • 입력 2020-03-27 07:04:11
    • 수정2020-03-27 07: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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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밝힌 코로나19 첫 환자는 작년 12월 8일이다. 한국 첫 환자가 1월 20일이었으니 우리보다 한 달 보름 정도 빠른 셈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대유행 양상이지만, 사태 초기에는 중국과 한국, 이란, 이탈리아 등지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이 먼저 주춤해졌고, 한국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한 달 보름 빨리 돌아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모습을 통해 앞으로 한국 코로나19 시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해보자. 지금 중국의 모습은 이렇다.


중국 두 달 새 500만 명 실직, 실업률 사상 최고

25일 중국 국무원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이 자리에서 중국 공신부(工信部) 친즈이후이 중소기업국 부국장은 "24일 현재 중국 중소기업 근로자 업무 복귀율이 71.7%"라고 밝혔다. 한 달 전 42.1%보다 올라간 것이기는 하지만 발생 넉 달이 되고도 중국 경제는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관들은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역성장을 기록했던 적은 없었다.

코로나19가 막아버린 중국경제 혈관은 수많은 실업자로 나타나고 있다. 12월 5.2%이던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2월 6.2%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두 달 동안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사상 최다인 874만 명이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대학 졸업 예정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100일 1천만 인터넷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외신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900만 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매체 SCMP는 중국 내 31개 성·시·자치구 중 25곳의 올해 경기부양책을 모두 합치면 7조 6천억 위안(우리 돈 1,345조 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모두 100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기업자금과 금융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사활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의 실업률과 취업 대책은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개학, 원래 일정 한 달 넘겨 이제서야 하나둘 시작

9월 신 학기제인 중국은 대부분 2월 중순 무렵 2학기를 시작한다. 우리보다 보름 정도 빠른 셈이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 등으로 대체해 왔는데, 이제 각 성별로 하나둘 개학 계획을 내놓고 있다. 개학 일정을 확정 발표한 13개 성시 대부분 3월 30일이나 4월 7일 수업을 시작한다.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3, 중3 학생들부터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 학년은 그 이후 차례대로 개학 예정이다.

그러나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도시와 나머지 대부분의 중국 성시는 아직도 개학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방역망이 뚫렸을 때 발생하게 될 피해를 고려해 학교 정상화에 그만큼 신중한 것이다. 4월 중순 이후에나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먼저 도입한 '온라인 수업'과 '순차적 개학'도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취약층 지원만으론 안 된다. "14억 인구에 모두 지급하자"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소비 진작책은 중국에서도 관심거리다. 중국에서도 저소득층 대상 '소비 쿠폰' 발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류챠오 원장은 저소득층 노동인구에 1,000위안(17만 원) 쿠폰 지급을 제안했다. 후베이성 노동인구 3,273만 명과 후베이성 외 지역 월 소득 3천 위안(51만 원) 이하 저소득 인구에 1,000위안씩 지급하자는 거다. 난징과 칭다오, 지난 등지 지방정부는 이미 '소비 쿠폰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의 국정자문회의 격인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 주정푸 중국변호사협회 부회장은 14억 인구 모두에게 긴급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도 논의 중인 일종의 '재난 기본소득' 개념이다. 14억 중국인 모두에게 2,000위안(35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으로, 2조 8천억 위안(443조 원)의 예산이 든다. 2,000위안은 중국인들의 한 달 평균 지출액이다.

중국에서도 정부가 한 해 예산의 10%나 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게 만만찮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주 부회장의 제안은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을 뿐 중국에서도 미국 등지에 이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주요하게 검토되는 분위기다.


美中 연일 설전...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쟁 때와 다름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언급을 잇달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으로 책임이 중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양국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중국에 미국, 또 미국에 중국처럼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인들의 마음에 앙금으로 남는 나라는 어디일까? 아마도 일본일 듯하다. 두 나라의 방역 방식도 판이해 한일 양국의 시스템 중 어떤 것이 전염병 확산 차단에 더 효과적일지도 국제사회의 관심거리다. 이는 일본의 유행 추세를 좀 더 지켜보면 될 듯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5일 전격 발표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다. 아베 정부의 진심이 이 조치에 모두 담겨 있다. 전염병 검역은 우리 국민이라고 해서 감염이 안 되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감염이 더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위험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조치는 '한국인'만 겨냥한 것이다. 양국 간 상호주의로 진행하던 무비자 입국을 중지하고, 앞서 받아놓았던 모든 비자의 효력도 정지했다. 한국발이 아닌,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다. 검역 상식에 어긋나는 이 조치로 코로나19 청정국가에서 일본에 가더라도 한국인은 입국이 금지됐다.

언제든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국의 신뢰와 상식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우리에겐 쉽게 잊히지 않을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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