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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재판서 떠오른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법무부 “공개 못해”
입력 2020.03.27 (13:45) 수정 2020.03.27 (14:10) 취재K
사법농단 재판서 떠오른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법무부 “공개 못해”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 조직을 위해서 극소수만 관리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의도 때문에 누군가가 여기 들어갔는지, 명단을 확인해야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 명단에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공공연하게 규정을 만들어서 대놓고 (검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든 거잖아요,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한 말입니다.

이 의원은 당시 지난해 2월 폐지된 법무부 예규인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을 공개하며, "법무부가 지난 2012년 6월부터 올해(2019년) 2월까지 이 예규를 근거로 검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의 예규에는 ▲평소 성행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 5가지 선정 사유가 명시됐다고 이 의원은 밝혔습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해마다 1번씩 관리대상자 명단을 대검에 보내, 이들에 대한 집중 감찰 결과를 통보받아 관리하고 검사 적격심사와 인사에 반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의원의 지적 이틀 뒤,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 경험에 비춰 선뜻 (해당 지침을 블랙리스트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5개월여 뒤, 엉뚱한 곳에서 또다시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 지침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변호인은 지난 11일 법원을 통해, 이철희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했던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을 달라며 법무부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폐지된 법무부 예규가 재판에 필요해 확인하고 싶으니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는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의혹을 받은 법원행정처의 '물의야기 법관 현황'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들이 중요한 증거로 등장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판사들에 대해 인사불이익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수뇌부가 인사실 심의관들에게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물의 야기 법관 관련 문건은 법원행정처에서 정례적, 통상적으로 생산해 왔던 인사 자료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더해 법무부와 같은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비슷한 지침과 문건이 있었다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탄핵 증거로 삼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2주 만에 회신을 보내왔는데, 오늘 법정에서 공개된 회신 내용은 변호인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상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부 회신)


사실조회 신청을 했던 박 전 처장의 변호인은 "이것은 회신이 아니라 거절이다" "법원의 사실조회를 국민의 청구와 똑같이 취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조회 회신이 아니라 사실조회 거절이라고 보이는데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에 보면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를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의뢰인이 개인적으로 법무부에게 공개 청구한 게 아니라, 법원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사실조회 한 것인데, 이것이 엉뚱한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사유를 들어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법원의 사실조회를 국민의 청구와 똑같이 취급함과 다를 바 없습니다."

변호인은 자료를 받아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법무부 간부를 재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검찰의 기소 요지는 법원이 법관에 대해 인사관리하는 지침이 굉장히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당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통념, 이런 것에 비추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연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물의의 소지가 있는 직원, 공무원에 대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검찰의 지침은 계속적인 리스트입니다. 이것이 검찰 리스트에 비추어봐서 과연 (검찰이 문제삼은 과거 법원의 인사관리 지침이) 부당한지 여부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것은 다시 사실조회 촉구해주시고, 정 제출을 거부하면 저희가 증인신청 하겠습니다. 이것(회신)이 지금 종결이 김태훈 검찰과장 이름으로 돼있는데, 담당자 증인신청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변호인이 희망하는 내용이 아닐지 모르지만 회신이 도착한 것이다"라며 "방금 변호인은 다시 한번 회신을 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변호인 신청이 다시 있지 않은 한에는 (재판부가) 알아서 사실조회를 촉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변호인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촉발된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에서,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법농단 재판서 떠오른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법무부 “공개 못해”
    • 입력 2020.03.27 (13:45)
    • 수정 2020.03.27 (14:10)
    취재K
사법농단 재판서 떠오른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법무부 “공개 못해”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 조직을 위해서 극소수만 관리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의도 때문에 누군가가 여기 들어갔는지, 명단을 확인해야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 명단에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공공연하게 규정을 만들어서 대놓고 (검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든 거잖아요,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한 말입니다.

이 의원은 당시 지난해 2월 폐지된 법무부 예규인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을 공개하며, "법무부가 지난 2012년 6월부터 올해(2019년) 2월까지 이 예규를 근거로 검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의 예규에는 ▲평소 성행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 5가지 선정 사유가 명시됐다고 이 의원은 밝혔습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해마다 1번씩 관리대상자 명단을 대검에 보내, 이들에 대한 집중 감찰 결과를 통보받아 관리하고 검사 적격심사와 인사에 반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의원의 지적 이틀 뒤,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 경험에 비춰 선뜻 (해당 지침을 블랙리스트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5개월여 뒤, 엉뚱한 곳에서 또다시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 지침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변호인은 지난 11일 법원을 통해, 이철희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했던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을 달라며 법무부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폐지된 법무부 예규가 재판에 필요해 확인하고 싶으니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는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의혹을 받은 법원행정처의 '물의야기 법관 현황'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들이 중요한 증거로 등장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판사들에 대해 인사불이익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수뇌부가 인사실 심의관들에게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물의 야기 법관 관련 문건은 법원행정처에서 정례적, 통상적으로 생산해 왔던 인사 자료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더해 법무부와 같은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비슷한 지침과 문건이 있었다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탄핵 증거로 삼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2주 만에 회신을 보내왔는데, 오늘 법정에서 공개된 회신 내용은 변호인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집중관리대상 검사선정 및 관리지침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상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부 회신)


사실조회 신청을 했던 박 전 처장의 변호인은 "이것은 회신이 아니라 거절이다" "법원의 사실조회를 국민의 청구와 똑같이 취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조회 회신이 아니라 사실조회 거절이라고 보이는데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에 보면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를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의뢰인이 개인적으로 법무부에게 공개 청구한 게 아니라, 법원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사실조회 한 것인데, 이것이 엉뚱한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사유를 들어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법원의 사실조회를 국민의 청구와 똑같이 취급함과 다를 바 없습니다."

변호인은 자료를 받아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법무부 간부를 재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검찰의 기소 요지는 법원이 법관에 대해 인사관리하는 지침이 굉장히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당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통념, 이런 것에 비추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연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물의의 소지가 있는 직원, 공무원에 대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검찰의 지침은 계속적인 리스트입니다. 이것이 검찰 리스트에 비추어봐서 과연 (검찰이 문제삼은 과거 법원의 인사관리 지침이) 부당한지 여부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것은 다시 사실조회 촉구해주시고, 정 제출을 거부하면 저희가 증인신청 하겠습니다. 이것(회신)이 지금 종결이 김태훈 검찰과장 이름으로 돼있는데, 담당자 증인신청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변호인이 희망하는 내용이 아닐지 모르지만 회신이 도착한 것이다"라며 "방금 변호인은 다시 한번 회신을 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변호인 신청이 다시 있지 않은 한에는 (재판부가) 알아서 사실조회를 촉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변호인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촉발된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에서,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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