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과욕이 짓밟은 연동형제…이러려고 선거제 개혁했나

입력 2020.03.27 (21:21) 수정 2020.03.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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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래도 유권자들은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열명 중 여덟명. 어제(26일) 전해드린 것처럼. 한 표의 권리. 반드시 행사하겠다는 시민들이 훨씬 많았죠.

정치가 혹여 꼼수나 탈법으로 얼룩진다 해도 바로잡는 힘은 결국 유권자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이 숫자. 정치권은 반드시 두려워하며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정치권이 두려워하고 기억해야 할 것, 바로 1년 전, 있었습니다.

이른바 동물국회를 소환해 국회를 마비시켰던 패스트트랙 정국,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혁안이 핵심이었죠.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도, 국민 지지를 의석수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꼼수 경쟁을 벌이면서 제도의 취지는 사라졌습니다.

임세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우리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국회.

그래도 거대 정당이 손해를 좀 보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한다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이해찬/12월 27일 의원총회 : "연동형 비례대표 때문에 의석을 이전보다 상당히 못 얻게 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과연 민주당 의석이 크게 줄고 손해를 감수하게 될까?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후보 명부입니다.

민주당이 보낸 후보는 11번부터라고, 그러니 소수당과 시민사회에 양보한 거라고 했는데, 앞 순위 후보들은 벌써 민주당 입당을 예고합니다.

[정필모/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 "과제를 수행하는 데 보다 더 효율적이라면 합당 당연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칭 민주당의 효자라는 열린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합니다.

[김의겸/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 "가장 적절한 시점에 합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든든한 두 개의 기둥으로 역할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중 누가 더 선전하든 비례대표의 절반 정도는 민주당 관련 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이 두 개라고 비판합니다.

[황교안/3월 9일 최고위 : "정말 염치가 없다. 민주당 스스로 연동형 비례제가 민심 왜곡 선거법이라고 하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꼼수를 먼저 쓴 건 미래통합당입니다.

통합당은 지난해 1년 내내 선거법 협상에 전혀 나서질 않았습니다.

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더니, 비례대표를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겠다고, 위성 정당을 급조했습니다.

[한선교/당시 미래한국당 대표/지난달 : "미래한국당은 따로 공약이 없습니다. 한분 한분이 공약인 것입니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에 현역 국회의원들도 이적시켜 선거 기호를 끌어올리고 선거보조금도 타게 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후안무치라고 검찰 고발까지하고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정의당은 당초 비례대표 10석까지 내다봤지만 이젠 그 절반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정당이고, 위성정당이며 가짜정당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는 다음 국회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제도가 됐습니다.

그 제도를 누더기로 만든 이들에게 다시 수술대를 맡겨도 되는건지 국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세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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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당 과욕이 짓밟은 연동형제…이러려고 선거제 개혁했나
    • 입력 2020-03-27 21:22:24
    • 수정2020-03-27 22:08:20
    뉴스 9
[앵커]

그래도 유권자들은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열명 중 여덟명. 어제(26일) 전해드린 것처럼. 한 표의 권리. 반드시 행사하겠다는 시민들이 훨씬 많았죠.

정치가 혹여 꼼수나 탈법으로 얼룩진다 해도 바로잡는 힘은 결국 유권자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이 숫자. 정치권은 반드시 두려워하며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정치권이 두려워하고 기억해야 할 것, 바로 1년 전, 있었습니다.

이른바 동물국회를 소환해 국회를 마비시켰던 패스트트랙 정국,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혁안이 핵심이었죠.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도, 국민 지지를 의석수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꼼수 경쟁을 벌이면서 제도의 취지는 사라졌습니다.

임세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우리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국회.

그래도 거대 정당이 손해를 좀 보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한다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이해찬/12월 27일 의원총회 : "연동형 비례대표 때문에 의석을 이전보다 상당히 못 얻게 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과연 민주당 의석이 크게 줄고 손해를 감수하게 될까?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후보 명부입니다.

민주당이 보낸 후보는 11번부터라고, 그러니 소수당과 시민사회에 양보한 거라고 했는데, 앞 순위 후보들은 벌써 민주당 입당을 예고합니다.

[정필모/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 "과제를 수행하는 데 보다 더 효율적이라면 합당 당연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칭 민주당의 효자라는 열린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합니다.

[김의겸/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 "가장 적절한 시점에 합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든든한 두 개의 기둥으로 역할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중 누가 더 선전하든 비례대표의 절반 정도는 민주당 관련 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이 두 개라고 비판합니다.

[황교안/3월 9일 최고위 : "정말 염치가 없다. 민주당 스스로 연동형 비례제가 민심 왜곡 선거법이라고 하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꼼수를 먼저 쓴 건 미래통합당입니다.

통합당은 지난해 1년 내내 선거법 협상에 전혀 나서질 않았습니다.

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더니, 비례대표를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겠다고, 위성 정당을 급조했습니다.

[한선교/당시 미래한국당 대표/지난달 : "미래한국당은 따로 공약이 없습니다. 한분 한분이 공약인 것입니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에 현역 국회의원들도 이적시켜 선거 기호를 끌어올리고 선거보조금도 타게 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후안무치라고 검찰 고발까지하고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정의당은 당초 비례대표 10석까지 내다봤지만 이젠 그 절반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비례위성정당은 위헌정당이고, 위성정당이며 가짜정당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는 다음 국회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제도가 됐습니다.

그 제도를 누더기로 만든 이들에게 다시 수술대를 맡겨도 되는건지 국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세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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