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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전세기 투입의 딜레마
입력 2020.03.28 (08:03) 수정 2020.03.30 (16:48) 취재K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전세기 투입의 딜레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 주재원들과 현지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교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면서 귀국을 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잇따라 폐쇄되고 항공기 운항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항공권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항공권 가격이 몇 배 이상 치솟고 최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바로 '전세기 투입'입니다. 이미 중국 우한과 이란에 전세기가 투입돼 한국 국민들을 태워왔습니다. 남미 페루에서 우리 국민 198명을 데려오는 전세기도 오늘 오전 도착했습니다. 이탈리아에도 밀라노와 로마에 조만간 전세기 2대가 투입됩니다.


■ 외교부 "전세기 남용 안 돼…최후의 수단"

현재 교민들이 귀국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확인된 것만 20여 곳입니다. 스페인과 독일은 한인회 차원에서 전세기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베트남과 미얀마 한인회에서도 전세기 투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몽골과 필리핀,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즈베키스탄, 에콰도르, 르완다, 온두라스, 칠레 등에서 교민들이 귀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는 헌법상 의무"라며 이들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24시간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외교부는 전세기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적기 외에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공, 육로 등 교통편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런 노력이 여의치 않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임시 항공편 투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사관에서 마련한 전세기에 우리 국민을 탑승시키거나, 육로로 국경을 이동시키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귀국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기 투입에는 재정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우한이나 이란처럼 교통편이 완전히 단절돼 상업적인 수단으로는 나올 수가 없어야 하고, 현지의 위험도가 상당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비행기 표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들다는 정도로 전세기를 투입할 경우 '재정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

■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운항 어려워"

정부가 나서지 않고 한인회 차원에서 전세기 투입을 추진하는 곳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운항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항공 정책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운항 허가'입니다. 이탈리아 전세기의 경우 교민회 차원에서 대한항공 측과 전세기 투입을 협의했는데, 이탈리아 정부에서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골치를 썩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외교부가 개입하자 24시간 만에 운항 허가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선입금' 문제입니다. 전세기가 한 번 투입되는 데에는 편도로 수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당한 비용 부담이 있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모든 비용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전세기 계획이 취소되거나 탑승객이 탑승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소 20% 이상의 선입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나서 먼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밖에도 탑승 때 37.5도 이상의 발열이 확인될 경우 탑승을 못 하도록 해야 하는데 항공사가 저지할 경우 소동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승무원 방호복을 지원받는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 갖가지 사유들이 있어 외교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항공사의 설명입니다.

정부는 전세기 투입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사 관계자들은 결국 스페인 등도 정부가 나서서 전세기를 주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전세기 투입' 비용은 어떻게?

그렇다면 전세기 투입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는 걸까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지난 1월 28일,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예산 208억 원을 우선 집행한다고 밝히고 '재외국민 보호 위한 전세기 파견'에 10억 원 가량을 배정했습니다. 중국 우한에 띄운 세 차례 전세기로 총 6억 원가량이 소요됐는데, 일단 이 금액은 이 예산으로 충당했습니다.

이후 이란 전세기 등을 운항하면서, 기존에 배정된 예산 10억 원은 모두 소진됐습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추경 예산이 집행될 때 추가로 '전세기 파견' 예산이 나올 것을 보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외교부는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 영사 조력(사건·사고 대응) 등에 이미 79억 원을 배정해놓은 상태입니다. 이 예산도 거의 안 쓴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활용하면 되고, 또 급할 땐 예비비 항목도 있기 때문에 예산은 문제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집행하고 나면 탑승객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중국 우한의 경우 성인 1인당 30만 원 정도 구상권이 청구됐고, 이탈리아도 편도 200만 원의 비용이 청구될 예정입니다. 일반석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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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전세기 투입의 딜레마
    • 입력 2020.03.28 (08:03)
    • 수정 2020.03.30 (16:48)
    취재K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전세기 투입의 딜레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 주재원들과 현지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교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면서 귀국을 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잇따라 폐쇄되고 항공기 운항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항공권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항공권 가격이 몇 배 이상 치솟고 최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바로 '전세기 투입'입니다. 이미 중국 우한과 이란에 전세기가 투입돼 한국 국민들을 태워왔습니다. 남미 페루에서 우리 국민 198명을 데려오는 전세기도 오늘 오전 도착했습니다. 이탈리아에도 밀라노와 로마에 조만간 전세기 2대가 투입됩니다.


■ 외교부 "전세기 남용 안 돼…최후의 수단"

현재 교민들이 귀국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확인된 것만 20여 곳입니다. 스페인과 독일은 한인회 차원에서 전세기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베트남과 미얀마 한인회에서도 전세기 투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몽골과 필리핀,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즈베키스탄, 에콰도르, 르완다, 온두라스, 칠레 등에서 교민들이 귀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는 헌법상 의무"라며 이들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24시간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외교부는 전세기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적기 외에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공, 육로 등 교통편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런 노력이 여의치 않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임시 항공편 투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사관에서 마련한 전세기에 우리 국민을 탑승시키거나, 육로로 국경을 이동시키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귀국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기 투입에는 재정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우한이나 이란처럼 교통편이 완전히 단절돼 상업적인 수단으로는 나올 수가 없어야 하고, 현지의 위험도가 상당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비행기 표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들다는 정도로 전세기를 투입할 경우 '재정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

■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운항 어려워"

정부가 나서지 않고 한인회 차원에서 전세기 투입을 추진하는 곳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운항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항공 정책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건 '운항 허가'입니다. 이탈리아 전세기의 경우 교민회 차원에서 대한항공 측과 전세기 투입을 협의했는데, 이탈리아 정부에서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골치를 썩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외교부가 개입하자 24시간 만에 운항 허가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선입금' 문제입니다. 전세기가 한 번 투입되는 데에는 편도로 수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당한 비용 부담이 있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모든 비용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전세기 계획이 취소되거나 탑승객이 탑승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소 20% 이상의 선입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나서 먼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밖에도 탑승 때 37.5도 이상의 발열이 확인될 경우 탑승을 못 하도록 해야 하는데 항공사가 저지할 경우 소동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승무원 방호복을 지원받는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 갖가지 사유들이 있어 외교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항공사의 설명입니다.

정부는 전세기 투입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사 관계자들은 결국 스페인 등도 정부가 나서서 전세기를 주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전세기 투입' 비용은 어떻게?

그렇다면 전세기 투입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는 걸까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지난 1월 28일,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예산 208억 원을 우선 집행한다고 밝히고 '재외국민 보호 위한 전세기 파견'에 10억 원 가량을 배정했습니다. 중국 우한에 띄운 세 차례 전세기로 총 6억 원가량이 소요됐는데, 일단 이 금액은 이 예산으로 충당했습니다.

이후 이란 전세기 등을 운항하면서, 기존에 배정된 예산 10억 원은 모두 소진됐습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추경 예산이 집행될 때 추가로 '전세기 파견' 예산이 나올 것을 보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외교부는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 영사 조력(사건·사고 대응) 등에 이미 79억 원을 배정해놓은 상태입니다. 이 예산도 거의 안 쓴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활용하면 되고, 또 급할 땐 예비비 항목도 있기 때문에 예산은 문제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집행하고 나면 탑승객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중국 우한의 경우 성인 1인당 30만 원 정도 구상권이 청구됐고, 이탈리아도 편도 200만 원의 비용이 청구될 예정입니다. 일반석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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