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재난기본소득’

입력 2020.03.30 (08:07) 수정 2020.03.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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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썰렁합니다.

백화점·전통시장이 그렇고 극장과 공연장엔 관객보다 빈 좌석이 더 많습니다.

소문난 맛집에 길게 줄 서던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늘어선 줄은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와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취약 계층부터 월세조차 내기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국민들 호주머니에 직접 현금을 넣어주자, 이른바 '긴급 생계비'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관련 논의가 이슈로 등장한 것은 한 달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려운 국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 원 씩을 지급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이재웅 쏘카 대표였습니다.

그는 현 상황을 “일자리의 위기, 소득의 위기, 생존의 위기”로 진단하고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며 재난기본소득,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되는 긴급 생계비의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자산이나 소득, 노동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인데요, 이번엔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재난을 만나 기본 소득 앞에 '재난' 자가 붙었습니다

그러니까 재난기본소득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과 달리 1회성, 즉 한시적으로지급하는 일종의 수당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재웅 대표의 제안에 이어, 지자체들은 관련 정책을 내놓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주민의 지갑에 돈을 채워 주겠다고 나선 것이죠

경기도가 먼저 치고 나왔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지난 24일 : "곳곳에서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 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은 가처분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경제 회복에 훨씬 유용합니다."]

이 제안이 나오면서 당장 궁금해지는 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돈을 줄까? 준다면 얼마나 줄까? 하는 것이죠.

경기도는 모레, 즉 다음 달 1일부터 도민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합니다.

재산이 얼마든, 소득이 얼마든 묻거나 따지지 않고 똑같이 주겠단 겁니다.

반대로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선별해 더 많이 주자는 주장도 있죠,

서울시입니다.

[박원순/서울시장/지난 18일 : "서울시 중위소득 100% 이하 총 117만7,000가구에 최대 50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편 복지 대 선별 복지, 다시 말해 지급 대상과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요 지원금 지급 시기를 놓고도 공방이 좀 있었죠.

지난주 대구시 얘깁니다.

공무원들 업무 혼란 및 과다가 우려되니 총선 후에 지급하겠단 권영진 시장과 당장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 소속 시의원과의 공방이 이어진 끝에 권 시장이 실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진련/대구시의원/지난 26일 : "아니, 시장님 이거를 설득… (이진련 의원 하나 때문에!) 아까 답을 안 하셨잖아요. 이것만 답해주시면 되는데. 다른 거 아닙니다, 시장님."]

[권영진/대구시장/지난 26일 : "자꾸 그렇게… (아니, 이 근거에 대해서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이게 뭐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가 더 옳다, 그르다 결론짓긴 쉽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국민 전체로 보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따라서 중앙정부가 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단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전해드린대로 일단 정부는 중위 소득 150% 이하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데, 오늘 정부 발표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중복 지원은 어떻게 할 건지 또 지급 시기에 대한 문제도 포함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각국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슷한 현금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민 한 사람당 천 달러, 약 125만 원의 수표를 나눠주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습니다.

홍콩은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홍콩달러로 만 달러 (약 161만 원)를 주기로 지난달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할까.

각국의 공통된 고민은 역시 막대한 재원입니다

우리 역시 조 단위의 재정이 필요한데 이미 11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정부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추경에 약 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이 포함된 데다 경기 악화로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지자체들이 밀어붙이는 기본소득 논의에 기획재정부가 난감해 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두 달 남짓 동안 정부가 연일 강조한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 ‘집에 머물라’는 권고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사회적 공백만으로도 흔들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늘 발표될 정부의 대책이 이들의 걱정을 과연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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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난기본소득’
    • 입력 2020-03-30 08:09:24
    • 수정2020-03-30 08:39:41
    아침뉴스타임
어딜 가도 썰렁합니다.

백화점·전통시장이 그렇고 극장과 공연장엔 관객보다 빈 좌석이 더 많습니다.

소문난 맛집에 길게 줄 서던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늘어선 줄은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와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취약 계층부터 월세조차 내기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국민들 호주머니에 직접 현금을 넣어주자, 이른바 '긴급 생계비'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관련 논의가 이슈로 등장한 것은 한 달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려운 국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 원 씩을 지급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이재웅 쏘카 대표였습니다.

그는 현 상황을 “일자리의 위기, 소득의 위기, 생존의 위기”로 진단하고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며 재난기본소득,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되는 긴급 생계비의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자산이나 소득, 노동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인데요, 이번엔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재난을 만나 기본 소득 앞에 '재난' 자가 붙었습니다

그러니까 재난기본소득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과 달리 1회성, 즉 한시적으로지급하는 일종의 수당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재웅 대표의 제안에 이어, 지자체들은 관련 정책을 내놓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주민의 지갑에 돈을 채워 주겠다고 나선 것이죠

경기도가 먼저 치고 나왔습니다.

[이재명/경기지사/지난 24일 : "곳곳에서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 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은 가처분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경제 회복에 훨씬 유용합니다."]

이 제안이 나오면서 당장 궁금해지는 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돈을 줄까? 준다면 얼마나 줄까? 하는 것이죠.

경기도는 모레, 즉 다음 달 1일부터 도민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합니다.

재산이 얼마든, 소득이 얼마든 묻거나 따지지 않고 똑같이 주겠단 겁니다.

반대로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선별해 더 많이 주자는 주장도 있죠,

서울시입니다.

[박원순/서울시장/지난 18일 : "서울시 중위소득 100% 이하 총 117만7,000가구에 최대 50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보편 복지 대 선별 복지, 다시 말해 지급 대상과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요 지원금 지급 시기를 놓고도 공방이 좀 있었죠.

지난주 대구시 얘깁니다.

공무원들 업무 혼란 및 과다가 우려되니 총선 후에 지급하겠단 권영진 시장과 당장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 소속 시의원과의 공방이 이어진 끝에 권 시장이 실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진련/대구시의원/지난 26일 : "아니, 시장님 이거를 설득… (이진련 의원 하나 때문에!) 아까 답을 안 하셨잖아요. 이것만 답해주시면 되는데. 다른 거 아닙니다, 시장님."]

[권영진/대구시장/지난 26일 : "자꾸 그렇게… (아니, 이 근거에 대해서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이게 뭐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가 더 옳다, 그르다 결론짓긴 쉽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국민 전체로 보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따라서 중앙정부가 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단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전해드린대로 일단 정부는 중위 소득 150% 이하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데, 오늘 정부 발표에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중복 지원은 어떻게 할 건지 또 지급 시기에 대한 문제도 포함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각국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슷한 현금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민 한 사람당 천 달러, 약 125만 원의 수표를 나눠주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습니다.

홍콩은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홍콩달러로 만 달러 (약 161만 원)를 주기로 지난달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충당할까.

각국의 공통된 고민은 역시 막대한 재원입니다

우리 역시 조 단위의 재정이 필요한데 이미 11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정부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추경에 약 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이 포함된 데다 경기 악화로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지자체들이 밀어붙이는 기본소득 논의에 기획재정부가 난감해 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두 달 남짓 동안 정부가 연일 강조한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 ‘집에 머물라’는 권고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사회적 공백만으로도 흔들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늘 발표될 정부의 대책이 이들의 걱정을 과연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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