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광고비 개편…“부담 증가” vs “독과점 해소”

입력 2020.03.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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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체들의 ‘매장 장사’는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정부가 전국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6백여 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5% 매장에서 하루평균 고객이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 밖에 안 나오는 손님을 잡으려다 보니 배달 장사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앱 이용은 그 전보다 40%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 민족이 다음 달부터 수수료를 사실상 대폭 인상하는 방향의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정한 서비스 개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문제를 제기하는 점주들은 광고 수수료가 대폭 늘어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 요식업체를 찾았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은 대폭 늘었습니다. 요즘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백 건에서 백 오십 여건 정도. 해당 점주는 배달 중개 앱은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매출의 80% 이상은 배달의 민족에서 나옵니다.

해당 업체는 한 달에 8만8천 원을 내면 일정 지역 안에서 광고가 가능한 기본 서비스, 이른바 ‘울트라콜’을 10여 개 정도 이용해왔습니다. 6.8%의 수수료를 내면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오픈리스트’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기본형 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월 1일, 배달의 민족 측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에 ‘오픈리스트’라고 명명된 프리미엄형 광고 서비스를 ‘오픈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오픈서비스에 노출되는 가게도 기존 세 개에서 무제한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오픈리스트'의 경우 6.8%의 수수료를 받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오픈서비스’는 5.8%의 수수료를 받는 만큼 오히려 수수료를 내리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거 있는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오픈리스트는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가게가 세 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 숫자가 무한대로 늘어난 만큼,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 그러니까 기본형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한 배달 전문 업체는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만 이용하면 88만 원에 부가 수수료만 내면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하루에 100건씩 한 건 당 2만 원의 배달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350만 원가량의 비용을 순수하게 배달 중개 수수료로만 내야 합니다. “한 사람 인건비는 더 써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너무한 꼼수 개편이다.” 해당 음식 점주의 입장이었습니다.


배달의 민족 측 입장은 다릅니다. 지역별로 정액을 내게 하는 기존 서비스는 여러 지역에 무분별하게 광고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서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울트라콜을 여러 군데서 이용하는 것, 그러니까 깃발 꽂기를 20개씩, 30개씩 남발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봐왔다고 주장합니다. 자금력 있는 대형 식당들이 배달의 민족 창에 이름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주문을 독식해왔고, 이번 개편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재반론도 나옵니다. 이제까지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울트라콜 서비스를 이용한 업체들도 많았는데, 이런 업체들까지도 모두 선택의 여지 없이 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배달의 민족 측이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배달과 매장 장사를 병행하고 있는 한 업체를 찾았습니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 19이후 매장 손님이 90% 넘게 줄었습니다. 대신 배달 매출이 배 가까이 늘면서 이제 매출의 70% 이상을 배달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배달을 안 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단언한 해당 점주는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를 당장 없애기는 어려운 만큼, 해당 서비스도 이용하면서 오픈서비스도 따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정착이 될 때까지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점주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새 서비스를 이용하면 5.8%의 광고 수수료에 부가세, 외부결제 수수료를 모두 합치면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데 드는 수수료만 건당 10% 가까이 됩니다. 음식점 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나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는 오픈서비스 신청을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개편이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를 합의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배달 앱 수수료를 정부가 일정 정도로 통제하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습니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국회 일각에서는 배달 앱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낮추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중개 수수료도, 1위 업체도 시장 경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업계 독과점이 심해지면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시장이 승자독식 구조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두 개 기업이 전체 시장을 좌우하게 되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DH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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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의 광고비 개편…“부담 증가” vs “독과점 해소”
    • 입력 2020-03-30 17:34:04
    취재K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체들의 ‘매장 장사’는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정부가 전국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6백여 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5% 매장에서 하루평균 고객이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 밖에 안 나오는 손님을 잡으려다 보니 배달 장사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앱 이용은 그 전보다 40%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 민족이 다음 달부터 수수료를 사실상 대폭 인상하는 방향의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정한 서비스 개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문제를 제기하는 점주들은 광고 수수료가 대폭 늘어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 요식업체를 찾았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은 대폭 늘었습니다. 요즘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백 건에서 백 오십 여건 정도. 해당 점주는 배달 중개 앱은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매출의 80% 이상은 배달의 민족에서 나옵니다.

해당 업체는 한 달에 8만8천 원을 내면 일정 지역 안에서 광고가 가능한 기본 서비스, 이른바 ‘울트라콜’을 10여 개 정도 이용해왔습니다. 6.8%의 수수료를 내면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오픈리스트’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기본형 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월 1일, 배달의 민족 측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에 ‘오픈리스트’라고 명명된 프리미엄형 광고 서비스를 ‘오픈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오픈서비스에 노출되는 가게도 기존 세 개에서 무제한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오픈리스트'의 경우 6.8%의 수수료를 받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오픈서비스’는 5.8%의 수수료를 받는 만큼 오히려 수수료를 내리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거 있는 자영업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오픈리스트는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가게가 세 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 숫자가 무한대로 늘어난 만큼,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 그러니까 기본형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취재한 배달 전문 업체는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만 이용하면 88만 원에 부가 수수료만 내면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하루에 100건씩 한 건 당 2만 원의 배달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350만 원가량의 비용을 순수하게 배달 중개 수수료로만 내야 합니다. “한 사람 인건비는 더 써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너무한 꼼수 개편이다.” 해당 음식 점주의 입장이었습니다.


배달의 민족 측 입장은 다릅니다. 지역별로 정액을 내게 하는 기존 서비스는 여러 지역에 무분별하게 광고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서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 측은 울트라콜을 여러 군데서 이용하는 것, 그러니까 깃발 꽂기를 20개씩, 30개씩 남발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봐왔다고 주장합니다. 자금력 있는 대형 식당들이 배달의 민족 창에 이름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주문을 독식해왔고, 이번 개편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재반론도 나옵니다. 이제까지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울트라콜 서비스를 이용한 업체들도 많았는데, 이런 업체들까지도 모두 선택의 여지 없이 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배달의 민족 측이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배달과 매장 장사를 병행하고 있는 한 업체를 찾았습니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 19이후 매장 손님이 90% 넘게 줄었습니다. 대신 배달 매출이 배 가까이 늘면서 이제 매출의 70% 이상을 배달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배달을 안 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단언한 해당 점주는 기존 울트라콜 서비스를 당장 없애기는 어려운 만큼, 해당 서비스도 이용하면서 오픈서비스도 따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정착이 될 때까지는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점주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새 서비스를 이용하면 5.8%의 광고 수수료에 부가세, 외부결제 수수료를 모두 합치면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데 드는 수수료만 건당 10% 가까이 됩니다. 음식점 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나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는 오픈서비스 신청을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개편이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를 합의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배달 앱 수수료를 정부가 일정 정도로 통제하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습니다. 코로나 19사태 이후 국회 일각에서는 배달 앱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낮추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중개 수수료도, 1위 업체도 시장 경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업계 독과점이 심해지면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시장이 승자독식 구조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두 개 기업이 전체 시장을 좌우하게 되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DH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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