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일찍 폈지만 축제는 취소…코로나19에 춘래불사춘

입력 2020.03.31 (13:33) 수정 2020.03.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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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벚꽃 개화, 평년보다 2주 빨라
축제 취소·벚꽃길 폐쇄 잇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좀 더 힘내 달라"

어제(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의 충훈벚꽃거리. 안양천 언저리를 따라 벚꽃이 1km가량 터널을 이뤄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선 벚꽃이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개나리와 벚꽃이 한 데 섞여 봄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세먼지도 없는 파란 하늘까지 어우러져 절로 웃음과 감탄이 나오는 날씨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벚꽃보다는 마스크로 기억될 2020년 봄, 각 지방자치단체는 예정된 봄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벚꽃, 평소보다 2주 일찍 개화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벚꽃은 지난 27일 꽃망울을 터뜨렸다. 1922년에 서울 벚꽃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빠른 개화다.

4월 3일 개화했던 지난해보다는 일주일, 4월 10일이 개화일은 평년보다는 2주 빠른 것이다.

기상청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기상관측소에 지정된 왕벚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서울 벚꽃이 개화한 걸로 본다.

올해 벚꽃이 빨리 핀 건 2~3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일조시간도 길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붙어있는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시기 벚꽃이 피었다. 수도권기상청이 관측하는 경기도청(수원시)의 벚꽃 나무에는 70% 이상 벚꽃이 개화한 걸로 보였다.

개화일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꽃이 만개하는 걸 고려하면 수도권 벚꽃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자체, 잇따라 축제 취소
벚꽃이 일찍 피면 봄을 더 일찍 즐길 수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건 무조건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외는 괜찮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상황이라면 야외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람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봄꽃축제를 대부분 취소했다.

경기도는 4월 3일부터 5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던 '경기도청 봄꽃축제'를 이번 달 초에 일찌감치 취소했다. 행사가 취소됐으니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현수막도 내걸었다.

안양시도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충훈벚꽃축제'를 취소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곧 축제 취소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걸고 방문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벚꽃 1번지'인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여의도 벚꽃 축제'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윤중로'로 알려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1.6km 구간은 아예 통제된다. 차로는 내일(1일)부터 11일까지, 보행로는 2일부터 10일까지다.

서울 송파구는 벚꽃 명소인 석촌호수 산책길을 지난 28일부터 폐쇄했고, 다음 달 12일까지 열지 않을 예정이다.


5월 축제까지도 영향…'춘래불락춘' 절실
봄축제는 벚꽃 관련 축제만 취소된 것이 아니다. '벚꽃 엔딩'이후인 4월 중순은 물론이고 5월에 계획된 축제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경기 군포시는 4월 23일부터 나흘간 개최할 예정이었던 '군포철쭉축제'를 취소했다. 군포에는 철쭉 20만 그루가 있는 철쭉 동산을 비롯해 철쭉 100만 그루가 있어 해마다 축제 기간이면 90만 명이 찾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이천 도자기 축제'는 8월 29일 개막으로 연기됐고, 5월 예정이던 '화성 뱃놀이 축제'는 9월로 연기됐다.

이렇게 봄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봄이 왔는데도 온 것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오늘(31일) 브리핑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째 실천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희생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대본은 그러면서도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을 적절히 차단하는 준비가 늦어질 경우 일상과 방역을 함께하는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 시기도 멀어질 수 있다"며 "우리 모두를 위해 개인의 불편을 감수해 주시고 계시는 모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조금 더 힘을 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봄을 만끽할 수 없어 '춘래불사춘'이라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봄은 왔지만, 방역수칙을 어기며 즐기진 않겠다는 '춘래불락춘(春來不樂春)'의 자세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절실하다는 요청이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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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은 일찍 폈지만 축제는 취소…코로나19에 춘래불사춘
    • 입력 2020-03-31 13:33:48
    • 수정2020-03-31 13:35:25
    취재K
벚꽃 개화, 평년보다 2주 빨라<br />축제 취소·벚꽃길 폐쇄 잇따라<br />"사회적 거리두기 좀 더 힘내 달라"
어제(3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의 충훈벚꽃거리. 안양천 언저리를 따라 벚꽃이 1km가량 터널을 이뤄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선 벚꽃이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개나리와 벚꽃이 한 데 섞여 봄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세먼지도 없는 파란 하늘까지 어우러져 절로 웃음과 감탄이 나오는 날씨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벚꽃보다는 마스크로 기억될 2020년 봄, 각 지방자치단체는 예정된 봄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벚꽃, 평소보다 2주 일찍 개화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벚꽃은 지난 27일 꽃망울을 터뜨렸다. 1922년에 서울 벚꽃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빠른 개화다.

4월 3일 개화했던 지난해보다는 일주일, 4월 10일이 개화일은 평년보다는 2주 빠른 것이다.

기상청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기상관측소에 지정된 왕벚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서울 벚꽃이 개화한 걸로 본다.

올해 벚꽃이 빨리 핀 건 2~3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일조시간도 길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붙어있는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시기 벚꽃이 피었다. 수도권기상청이 관측하는 경기도청(수원시)의 벚꽃 나무에는 70% 이상 벚꽃이 개화한 걸로 보였다.

개화일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꽃이 만개하는 걸 고려하면 수도권 벚꽃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자체, 잇따라 축제 취소
벚꽃이 일찍 피면 봄을 더 일찍 즐길 수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건 무조건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외는 괜찮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상황이라면 야외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람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봄꽃축제를 대부분 취소했다.

경기도는 4월 3일부터 5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던 '경기도청 봄꽃축제'를 이번 달 초에 일찌감치 취소했다. 행사가 취소됐으니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현수막도 내걸었다.

안양시도 올해로 14번째를 맞는 '충훈벚꽃축제'를 취소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곧 축제 취소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걸고 방문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벚꽃 1번지'인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여의도 벚꽃 축제'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윤중로'로 알려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1.6km 구간은 아예 통제된다. 차로는 내일(1일)부터 11일까지, 보행로는 2일부터 10일까지다.

서울 송파구는 벚꽃 명소인 석촌호수 산책길을 지난 28일부터 폐쇄했고, 다음 달 12일까지 열지 않을 예정이다.


5월 축제까지도 영향…'춘래불락춘' 절실
봄축제는 벚꽃 관련 축제만 취소된 것이 아니다. '벚꽃 엔딩'이후인 4월 중순은 물론이고 5월에 계획된 축제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경기 군포시는 4월 23일부터 나흘간 개최할 예정이었던 '군포철쭉축제'를 취소했다. 군포에는 철쭉 20만 그루가 있는 철쭉 동산을 비롯해 철쭉 100만 그루가 있어 해마다 축제 기간이면 90만 명이 찾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이천 도자기 축제'는 8월 29일 개막으로 연기됐고, 5월 예정이던 '화성 뱃놀이 축제'는 9월로 연기됐다.

이렇게 봄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봄이 왔는데도 온 것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오늘(31일) 브리핑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째 실천하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희생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대본은 그러면서도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을 적절히 차단하는 준비가 늦어질 경우 일상과 방역을 함께하는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 시기도 멀어질 수 있다"며 "우리 모두를 위해 개인의 불편을 감수해 주시고 계시는 모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조금 더 힘을 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봄을 만끽할 수 없어 '춘래불사춘'이라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봄은 왔지만, 방역수칙을 어기며 즐기진 않겠다는 '춘래불락춘(春來不樂春)'의 자세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절실하다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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