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도장까지 ‘쾅’…‘진짜’변호사 확인 필수

입력 2020.03.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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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일이 생겨 변호사를 찾던 A 씨는 최근 변호사 B 씨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A씨가 B 씨의 이름을 대한변협 사이트 내 변호사 검색창에 검색했지만, B 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로 등록돼 있을 경우 얼굴과 사무실 위치가 나오는 게 정상인데,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온 겁니다.

■ "나는 징계 전력자라 검색 안 돼"…협회장 직인 찍힌 처분서 보내

A 씨가 의문을 제기하자 B 씨는 "나는 '징계 전력자'라며 변호사 검색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름과 직급이 나와 있는 문서를 확인시켜 주겠다"면서 대한변호사협회장 직인이 찍힌 '징계처분결과 통보서'를 A 씨에게 이메일로 보내줬습니다.

이 징계처분결과 통보서에는 징계처분대상자인 B 씨의 성명과 관할 징계위원회, 징계위원회가 2월에 열린 사실 등이 나와 있었고 하단엔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인장까지 찍혀 있었습니다.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한변협에 이 문서가 협회가 발행한 문서가 맞는지 확인해달란 요청을 보냈습니다.

A 씨의 의심대로 이 통보서는 협회가 사용하는 양식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은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경우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 결정' 형태의 문서로 신상과 주문, 이유, 증거, 판단 등을 기재해 해당 변호사에게 송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변협은 지난 3월 초 이 민원인으로부터 A 씨가 변호사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고, 해당 문서가 평소 협회에서 쓰는 서식이 아니라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결과 통보서 서식을 변조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대한변협은 협회장 명의의 '징계처분결과 통보서'를 위조, 민원인에게 보낸 A 씨에 대해 형법상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변협이 '변호사 사칭'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조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변협은 사칭 여부에 대해선 사인 간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협회장 직인까지 위조하는 행위가 벌어지면서 사칭의 정도가 심해졌다고 판단하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SNS에 '1995년생 대표변호사' 자랑했다 덜미…고발 검토

대한변협은 이와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본인 명의의 '대표변호사' 명패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 임명장,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위촉장 등을 게재하며 변호사를 사칭한 C 씨에 대해서도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C 씨는 SNS를 통해 자신이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다는 취지로 그 같은 게시물을 올렸지만, 정작 C 씨와 같은 나이로 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없었습니다. 1955년생 동명이인인 변호사 한 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로 선임된 변호사도 당연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사칭 사실은 한 민원인이 "C 씨에게 경고 조치를 해 달라"며 협회에 요청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사칭인지 확인해달란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의 변론권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변협 입장에서는 이제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변호사 선임 전 자격 여부 확인 필수

법조계에선 변호사 선임 이전에 대한변협 홈페이지의 '변호사 검색'이나 각 지방 변호사회에 회원 자격을 문의하는 등으로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의뢰인 입장에선 사무실이나 명함만 봐선 실제로 변호사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버젓이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영업하던 D씨가 최근 변호사가 아니란 사실이 밝혀져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D 씨는 변호사를 사칭해 수수료를 주면 은행으로부터 맡아둔 기업 대출자금 130억 원을 내주겠단 구실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는 변호사 도장과 명함을 만들어 기업 사이의 계약 현장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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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회장 도장까지 ‘쾅’…‘진짜’변호사 확인 필수
    • 입력 2020-03-31 14:25:49
    취재K
해결할 일이 생겨 변호사를 찾던 A 씨는 최근 변호사 B 씨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A씨가 B 씨의 이름을 대한변협 사이트 내 변호사 검색창에 검색했지만, B 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로 등록돼 있을 경우 얼굴과 사무실 위치가 나오는 게 정상인데,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온 겁니다.

■ "나는 징계 전력자라 검색 안 돼"…협회장 직인 찍힌 처분서 보내

A 씨가 의문을 제기하자 B 씨는 "나는 '징계 전력자'라며 변호사 검색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름과 직급이 나와 있는 문서를 확인시켜 주겠다"면서 대한변호사협회장 직인이 찍힌 '징계처분결과 통보서'를 A 씨에게 이메일로 보내줬습니다.

이 징계처분결과 통보서에는 징계처분대상자인 B 씨의 성명과 관할 징계위원회, 징계위원회가 2월에 열린 사실 등이 나와 있었고 하단엔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인장까지 찍혀 있었습니다.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한변협에 이 문서가 협회가 발행한 문서가 맞는지 확인해달란 요청을 보냈습니다.

A 씨의 의심대로 이 통보서는 협회가 사용하는 양식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은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경우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 결정' 형태의 문서로 신상과 주문, 이유, 증거, 판단 등을 기재해 해당 변호사에게 송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변협은 지난 3월 초 이 민원인으로부터 A 씨가 변호사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고, 해당 문서가 평소 협회에서 쓰는 서식이 아니라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결과 통보서 서식을 변조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대한변협은 협회장 명의의 '징계처분결과 통보서'를 위조, 민원인에게 보낸 A 씨에 대해 형법상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변협이 '변호사 사칭'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조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변협은 사칭 여부에 대해선 사인 간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협회장 직인까지 위조하는 행위가 벌어지면서 사칭의 정도가 심해졌다고 판단하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SNS에 '1995년생 대표변호사' 자랑했다 덜미…고발 검토

대한변협은 이와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본인 명의의 '대표변호사' 명패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 임명장,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위촉장 등을 게재하며 변호사를 사칭한 C 씨에 대해서도 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C 씨는 SNS를 통해 자신이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다는 취지로 그 같은 게시물을 올렸지만, 정작 C 씨와 같은 나이로 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없었습니다. 1955년생 동명이인인 변호사 한 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로 선임된 변호사도 당연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사칭 사실은 한 민원인이 "C 씨에게 경고 조치를 해 달라"며 협회에 요청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사칭인지 확인해달란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의 변론권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변협 입장에서는 이제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변호사 선임 전 자격 여부 확인 필수

법조계에선 변호사 선임 이전에 대한변협 홈페이지의 '변호사 검색'이나 각 지방 변호사회에 회원 자격을 문의하는 등으로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의뢰인 입장에선 사무실이나 명함만 봐선 실제로 변호사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버젓이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영업하던 D씨가 최근 변호사가 아니란 사실이 밝혀져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D 씨는 변호사를 사칭해 수수료를 주면 은행으로부터 맡아둔 기업 대출자금 130억 원을 내주겠단 구실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는 변호사 도장과 명함을 만들어 기업 사이의 계약 현장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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