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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대기업의 50살 ‘퇴직 고개’…연령 차별일까?
입력 2020.04.02 (07:00) 수정 2020.04.02 (07:15) 취재후
[취재후] 대기업의 50살 ‘퇴직 고개’…연령 차별일까?
현행법상 우리 나라 정년은 60세입니다. 하지만 50세가 넘으면 부서장에서 해임되고, 낮은 고과를 받아 연봉이 깎이는 일이 반복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업 차원에서 고령자를 차별하는 걸까요, 아니면 정당한 인사 고과를 매긴 걸까요.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는 퇴직 직원 A씨가 지난해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을 심리 중입니다. 이 사건은 '연령 차별'을 이유로 제기된 국내 첫 위자료 청구소송입니다.

1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이라 조만간 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 만 51세 되자마자 부서장 해임…이후 하위 고과 받아 연봉 타격

A씨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자동차 보상 파트에서 일해 왔습니다. A씨가 부서장에 임명된 후 만 51세가 된 2016년 12월, 삼성화재는 A씨를 부서장에서 해임하고 하위 10% 고과 등급을 매겼습니다.

삼성화재의 인사고과 등급은 모두 5단계로 이뤄지는데, 상위 10%가 받는 EX(EXcellent), 그 다음 25%가 받는 VG(Very Good), 직원 대부분인 55%가 받는 GD(GooD), 하위 등급인 NI(Need Improvement, 7%)와 UN(UNsatisfactory, 3%) 순서입니다.

입사 이래 26년 동안 하위 고과등급을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었던 A씨는 'NI' 등급을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위 고과를 받게 되면 연봉이 상당 부분 삭감되기 때문입니다. A씨는 부서장 퇴직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약 1년간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2017년 말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삼성화재, 48세~52세 사이에 82%가 부서장 해임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같은 일을 겪은 건 A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부서장 B씨가 받은 평가표를 보면, B씨 역시 평균 이상의 인사고과 평가를 받아왔지만 2016년 12월 부서장에서 보직해임 된 직후 하위 인사고과 평가를 받았습니다.

KBS가 입수한 삼성화재의 '2015년~2018년 보직해제자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중 부서장에서 해임된 사람은 112명인데, 이 가운데 48세부터 52세까지의 비율은 8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세 전후에 유독 부서장 보직 해임 시점이 몰려있고, 50세를 넘어가면 부서장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직해제를 시키고, 이후 의도적인 인사고과 평정을 통해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 국가인권위 "삼성화재 연령차별 관행 존재" 시정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삼성화재의 보직 해제와 관련해 "피진정인(피고 회사)에게, 향후 부서장 보직 등 인사 관리에 있어서 나이를 기준으로 삼거나 나이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인사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며 차별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KBS가 입수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삼성화재의 부서장 보직 해임에 있어 어떠한 이유나 형식에 의해서든 당사자의 나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전반적 경향성 또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피고 회사가 제출한 '2015년~2017년 부서장 보직해제자 현황'에 따라 2015년~2017년 기간 중 보직해제 된 부서장은 총 86명, 이 중 81.4%인 69명이 48세~52세라는 점 △46세부터 49세까지의 연령대에서 70% 가까이를 점하던 피고 회사의 부서장 보직자 비율은 50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20%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 △2013년~2018년 사이 부서장 보직해제자 중 최고령자는 53세인데 2013년 1명, 2014년 5명, 2016년에 1명의 53세 부서장이 각 보직해제 되고, 나머지 해는 한 명도 없는 점을 연령차별 관행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인권위는 이어 "일정 연령대에 이르렀음을 이유로 부서장 보직에서 해임하는 관행은 조직 신진대사 확보 내지 분위기 쇄신 등 명분에 의해 이뤄질 수 있으나,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의 합리적 이유'라거나 '연령차별금지법'상 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삼성화재의 이러한 관행은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없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연령 차별을 이유로 청구된 국내 첫 위자료 청구소송

A씨는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나오자 2019년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명예퇴직을 한 이상 퇴직에 대해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근로를 함에 있어 연령을 이유로 차별을 가하는 관행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달라고 다툰 겁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며 근로자의 균등한 처우에 관한 예시 사유를 열거하고 있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는 모집, 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금 및 복리후생, 교육, 훈련, 배치, 전보, 승진, 퇴직, 해고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가 행한 50세 전후의 부서장 대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한 차별행위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이고, 그에 기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게 A씨 주장의 취지였습니다.

■ 삼성화재 "공정한 인사관리 결과…연령차별 아냐"

삼성화재는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와 A씨의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단 입장입니다. 삼성 측은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서장 해임이 늘어난 것은 "공정한 인사관리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은 "이 사건은 ‘집단적 차별’에 관한 사안으로서 △대량관찰방식에 따른 통계적 유의미한 격차가 확인되어야 하고 △통계적 격차 외에 회사의 차별적 의도가 증명되어야 차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데, 삼성화재는 A씨를 차별할 의도로 보직해제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은 또 "영업부서나 보험사 같은 경우 보험금을 사정하는 보상부서에 있어선. 현장에서 실적 순위가 나오게 되는데, 3개년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부서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한 것인지를 평가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서장 평균 보직 임명이 46~47세부터인데, 2~3년 동안 적응기간을 거쳐 평가가 진행되는 이상 50대 전후로 부서장이 많이 해임되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삼성 주장의 취지입니다.

삼성 측은 이어 "퇴직 당시 작성한 '퇴직위로금 수령·정산 동의서'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해 소송을 냈으므로 이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즉시 "동의서상 규정을 어긴 만큼 A씨가 퇴직 당시 지급받았던 퇴직위로금 3억 5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 소송 결과 따라 '고령자 줄소송' 낼 수도

그 동안 연령 차별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대해선 뚜렷한 대법원 판례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윱니다.

인사 적체가 심한 대기업에서 일정 연령이 되도록 임원 등이 되지 못한 직원들의 보직을 해제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요. 이 사건이 심급을 거쳐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연령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고령 근로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삼성화재의 반소 제기로 합의부로 이송됐고, 양측 조정이 불성립돼 변론이 속개된 상태입니다.
  • [취재후] 대기업의 50살 ‘퇴직 고개’…연령 차별일까?
    • 입력 2020.04.02 (07:00)
    • 수정 2020.04.02 (07:15)
    취재후
[취재후] 대기업의 50살 ‘퇴직 고개’…연령 차별일까?
현행법상 우리 나라 정년은 60세입니다. 하지만 50세가 넘으면 부서장에서 해임되고, 낮은 고과를 받아 연봉이 깎이는 일이 반복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업 차원에서 고령자를 차별하는 걸까요, 아니면 정당한 인사 고과를 매긴 걸까요.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는 퇴직 직원 A씨가 지난해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을 심리 중입니다. 이 사건은 '연령 차별'을 이유로 제기된 국내 첫 위자료 청구소송입니다.

1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이라 조만간 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 만 51세 되자마자 부서장 해임…이후 하위 고과 받아 연봉 타격

A씨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자동차 보상 파트에서 일해 왔습니다. A씨가 부서장에 임명된 후 만 51세가 된 2016년 12월, 삼성화재는 A씨를 부서장에서 해임하고 하위 10% 고과 등급을 매겼습니다.

삼성화재의 인사고과 등급은 모두 5단계로 이뤄지는데, 상위 10%가 받는 EX(EXcellent), 그 다음 25%가 받는 VG(Very Good), 직원 대부분인 55%가 받는 GD(GooD), 하위 등급인 NI(Need Improvement, 7%)와 UN(UNsatisfactory, 3%) 순서입니다.

입사 이래 26년 동안 하위 고과등급을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었던 A씨는 'NI' 등급을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위 고과를 받게 되면 연봉이 상당 부분 삭감되기 때문입니다. A씨는 부서장 퇴직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약 1년간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2017년 말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삼성화재, 48세~52세 사이에 82%가 부서장 해임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같은 일을 겪은 건 A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부서장 B씨가 받은 평가표를 보면, B씨 역시 평균 이상의 인사고과 평가를 받아왔지만 2016년 12월 부서장에서 보직해임 된 직후 하위 인사고과 평가를 받았습니다.

KBS가 입수한 삼성화재의 '2015년~2018년 보직해제자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중 부서장에서 해임된 사람은 112명인데, 이 가운데 48세부터 52세까지의 비율은 8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세 전후에 유독 부서장 보직 해임 시점이 몰려있고, 50세를 넘어가면 부서장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직해제를 시키고, 이후 의도적인 인사고과 평정을 통해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 국가인권위 "삼성화재 연령차별 관행 존재" 시정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삼성화재의 보직 해제와 관련해 "피진정인(피고 회사)에게, 향후 부서장 보직 등 인사 관리에 있어서 나이를 기준으로 삼거나 나이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인사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며 차별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KBS가 입수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삼성화재의 부서장 보직 해임에 있어 어떠한 이유나 형식에 의해서든 당사자의 나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전반적 경향성 또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피고 회사가 제출한 '2015년~2017년 부서장 보직해제자 현황'에 따라 2015년~2017년 기간 중 보직해제 된 부서장은 총 86명, 이 중 81.4%인 69명이 48세~52세라는 점 △46세부터 49세까지의 연령대에서 70% 가까이를 점하던 피고 회사의 부서장 보직자 비율은 50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20%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 △2013년~2018년 사이 부서장 보직해제자 중 최고령자는 53세인데 2013년 1명, 2014년 5명, 2016년에 1명의 53세 부서장이 각 보직해제 되고, 나머지 해는 한 명도 없는 점을 연령차별 관행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들었습니다.

인권위는 이어 "일정 연령대에 이르렀음을 이유로 부서장 보직에서 해임하는 관행은 조직 신진대사 확보 내지 분위기 쇄신 등 명분에 의해 이뤄질 수 있으나, 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의 합리적 이유'라거나 '연령차별금지법'상 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삼성화재의 이러한 관행은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없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연령 차별을 이유로 청구된 국내 첫 위자료 청구소송

A씨는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나오자 2019년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명예퇴직을 한 이상 퇴직에 대해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근로를 함에 있어 연령을 이유로 차별을 가하는 관행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달라고 다툰 겁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며 근로자의 균등한 처우에 관한 예시 사유를 열거하고 있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는 모집, 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금 및 복리후생, 교육, 훈련, 배치, 전보, 승진, 퇴직, 해고에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가 행한 50세 전후의 부서장 대상의 연령을 기준으로 한 차별행위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불법행위이고, 그에 기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게 A씨 주장의 취지였습니다.

■ 삼성화재 "공정한 인사관리 결과…연령차별 아냐"

삼성화재는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와 A씨의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단 입장입니다. 삼성 측은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서장 해임이 늘어난 것은 "공정한 인사관리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은 "이 사건은 ‘집단적 차별’에 관한 사안으로서 △대량관찰방식에 따른 통계적 유의미한 격차가 확인되어야 하고 △통계적 격차 외에 회사의 차별적 의도가 증명되어야 차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데, 삼성화재는 A씨를 차별할 의도로 보직해제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은 또 "영업부서나 보험사 같은 경우 보험금을 사정하는 보상부서에 있어선. 현장에서 실적 순위가 나오게 되는데, 3개년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부서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한 것인지를 평가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서장 평균 보직 임명이 46~47세부터인데, 2~3년 동안 적응기간을 거쳐 평가가 진행되는 이상 50대 전후로 부서장이 많이 해임되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삼성 주장의 취지입니다.

삼성 측은 이어 "퇴직 당시 작성한 '퇴직위로금 수령·정산 동의서'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해 소송을 냈으므로 이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A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즉시 "동의서상 규정을 어긴 만큼 A씨가 퇴직 당시 지급받았던 퇴직위로금 3억 500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 소송 결과 따라 '고령자 줄소송' 낼 수도

그 동안 연령 차별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대해선 뚜렷한 대법원 판례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윱니다.

인사 적체가 심한 대기업에서 일정 연령이 되도록 임원 등이 되지 못한 직원들의 보직을 해제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요. 이 사건이 심급을 거쳐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연령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고령 근로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삼성화재의 반소 제기로 합의부로 이송됐고, 양측 조정이 불성립돼 변론이 속개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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