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기억해야 할 것

입력 2020.04.02 (08:00) 수정 2020.04.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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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천 명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천 3백 명이, 지난해에는 천 9백 명이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대응은 필요합니다. 영상물이 퍼져나가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아직까지 정부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22시간 만에 '만 3천 뷰'

불법 촬영 영상물은 불과 몇 시간 안에 급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디지털 장의사와 함께 하루 방문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국내의 한 불법 성인 사이트 한 곳을 들어가 봤습니다. 22시간 전에 올라 온 불법촬영물은 이미 만 3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취재진이 이 영상물을 발견하고 신고하기까지 22시간 사이에 많게는 수천 명이 영상을 다운로드 했을 겁니다.

이 사이트 뿐 아닙니다. 국내 성인 사이트 한 곳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면, 거의 실시간으로 다른 사이트에도 이 촬영물이 올라옵니다. 타 사이트에서 자료를 수집해 다시 업로드하는 불법 '파싱(parsing)'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유포된 촬영물은 SNS와 메신저로도 오갑니다.

■ 첫째: 영상물 삭제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 영상물을 최대한 빨리 삭제하는 겁니다.

우선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불법 촬영, 촬영물 유포, 유포 협박, 합성, 데이트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모든 종류의 성범죄·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도 신고 할 수 있습니다. 원본이나 캡처화면 등 증거를 첨부하면 좀 더 빨리 처리됩니다.

또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할 경우 촬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의료·심리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만 14살 미만의 청소년이 피해자일 경우 부모님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해 미성년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지원센터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 일단은 통보 없이 삭제 조치부터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언제나 신청할 수 있지만, 답변이나 삭제 조치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뤄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금요일 오후 5시 이후에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틀하고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합니다. 피해 영상물이 퍼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좀 답답할 수 있습니다.


■ 둘째: 접속 차단

이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을 찾으면 됩니다. 365일 24시간 삭제 업무가 이뤄집니다.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돕는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에 비해, 삭제와 차단에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방심위는 피해 접수와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율 삭제를 요청하고, 동시에 해당 페이지를 국내 접속을 차단할 지에 대한 심의 절차를 진행합니다. 사업자가 삭제 요청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입니다. 덕분에 영상을 삭제하든 접속을 차단하든, 신고 접수 24시간 이내에 완료됩니다.

또 최초 신고 건이거나 아동·청소년 피해 영상 등 사안이 중대하다면 주말에도 가동됩니다. 따라서 만약 피해 상황을 주말이나 심야 시간대에 인지했다면 일단은 방심위의 심의지원단을 찾는 게 낫습니다.

또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지원센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지원단 모두, 만 14살 미만의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신속한 삭제가 우선인 만큼 필요한 경우 부모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삭제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고 접수 후 24시간 안에 불법촬영물을 차단하고 위와 같은 안내페이지를 게시한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고 접수 후 24시간 안에 불법촬영물을 차단하고 위와 같은 안내페이지를 게시한다.

■ 셋째: 증거 남기기

당장 급한 마음에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는데, 추후에 법적 대응을 할 때 증거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여성가족부 지원센터나 방심위 지원단 모두 증거 자료를 남겨 둡니다. 원칙적으로는 비공개지만 피해자들이 법적 구제를 필요로 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절차는 피해자들이 본인의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번 텔레그램방 성착취 사건이나 아동·청소년 피해물이 분명한 경우 신고 없이도 선제적으로 대처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신고 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예산 부족 탓입니다.

언제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촬영물을 찾아서 신고하고 제대로 해결되는지까지 챙겨봐야 할까요? 피해자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피해 회복을 위해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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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기억해야 할 것
    • 입력 2020-04-02 08:00:22
    • 수정2020-04-02 11:32:46
    취재K
매년 수천 명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천 3백 명이, 지난해에는 천 9백 명이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대응은 필요합니다. 영상물이 퍼져나가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아직까지 정부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22시간 만에 '만 3천 뷰' 불법 촬영 영상물은 불과 몇 시간 안에 급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디지털 장의사와 함께 하루 방문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국내의 한 불법 성인 사이트 한 곳을 들어가 봤습니다. 22시간 전에 올라 온 불법촬영물은 이미 만 3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취재진이 이 영상물을 발견하고 신고하기까지 22시간 사이에 많게는 수천 명이 영상을 다운로드 했을 겁니다. 이 사이트 뿐 아닙니다. 국내 성인 사이트 한 곳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면, 거의 실시간으로 다른 사이트에도 이 촬영물이 올라옵니다. 타 사이트에서 자료를 수집해 다시 업로드하는 불법 '파싱(parsing)'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유포된 촬영물은 SNS와 메신저로도 오갑니다. ■ 첫째: 영상물 삭제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 영상물을 최대한 빨리 삭제하는 겁니다. 우선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불법 촬영, 촬영물 유포, 유포 협박, 합성, 데이트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모든 종류의 성범죄·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도 신고 할 수 있습니다. 원본이나 캡처화면 등 증거를 첨부하면 좀 더 빨리 처리됩니다. 또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할 경우 촬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의료·심리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만 14살 미만의 청소년이 피해자일 경우 부모님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해 미성년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지원센터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 일단은 통보 없이 삭제 조치부터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언제나 신청할 수 있지만, 답변이나 삭제 조치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뤄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금요일 오후 5시 이후에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틀하고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합니다. 피해 영상물이 퍼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좀 답답할 수 있습니다. ■ 둘째: 접속 차단 이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디지털성범죄 심의지원단을 찾으면 됩니다. 365일 24시간 삭제 업무가 이뤄집니다.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돕는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에 비해, 삭제와 차단에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방심위는 피해 접수와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율 삭제를 요청하고, 동시에 해당 페이지를 국내 접속을 차단할 지에 대한 심의 절차를 진행합니다. 사업자가 삭제 요청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입니다. 덕분에 영상을 삭제하든 접속을 차단하든, 신고 접수 24시간 이내에 완료됩니다. 또 최초 신고 건이거나 아동·청소년 피해 영상 등 사안이 중대하다면 주말에도 가동됩니다. 따라서 만약 피해 상황을 주말이나 심야 시간대에 인지했다면 일단은 방심위의 심의지원단을 찾는 게 낫습니다. 또 여성가족부의 피해자 지원센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지원단 모두, 만 14살 미만의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신속한 삭제가 우선인 만큼 필요한 경우 부모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삭제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고 접수 후 24시간 안에 불법촬영물을 차단하고 위와 같은 안내페이지를 게시한다. ■ 셋째: 증거 남기기 당장 급한 마음에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는데, 추후에 법적 대응을 할 때 증거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여성가족부 지원센터나 방심위 지원단 모두 증거 자료를 남겨 둡니다. 원칙적으로는 비공개지만 피해자들이 법적 구제를 필요로 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절차는 피해자들이 본인의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번 텔레그램방 성착취 사건이나 아동·청소년 피해물이 분명한 경우 신고 없이도 선제적으로 대처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신고 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예산 부족 탓입니다. 언제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촬영물을 찾아서 신고하고 제대로 해결되는지까지 챙겨봐야 할까요? 피해자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피해 회복을 위해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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