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소드] 코로나19 때문에 ‘최후’ 앞당겨진 유기동물들을 취재한 기자는 뭘 느꼈을까?

입력 2020.04.03 (07:00) 수정 2020.04.03 (14: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주인을 잃은 거리의 반려동물들은 어렵게 구조되고도 코로나19 여파에 안타까운 최후를 맞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1일 KBS 청주방송총국 최승연 기자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기사 제목은 <버려진 동물들, 코로나 여파로 결국 안락사>였는데요, 코로나19와 유기동물 안락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최승연/KBS 기자 :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그 우려에 동물들을 안락사하는 건 아닙니다. 한 마디로 보건과 위생 관련 문제는 아닌 건데요,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유기동물 안락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주에 하나 있는 반려동물보호센터에는 평소 하루 평균 대여섯 마리에서 여덟아홉 마리 정도의 유기동물들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대부분 길가에 버려진 뒤에, 경찰 지구대나 소방서 근처 건물 등에서 임시 보호를 받다가 반려동물보호센터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인데요. 이후 입양을 원하는 시민들이 센터로 찾아오게 되면 면담을 거쳐 새주인을 만나게 되는 순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센터에 발걸음을 할 수 조차 없게 된 거죠,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도 외부 방문객을 철저히 통제할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Q.취재 계기?

[최승연/KBS 기자 : "최근 안락사 통계를 보는데 한 달 사이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안락사가 급증했더라고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는 한 달에 3~4마리 많아도 8마리가 안락사를 당했었는데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는 지난달 같은 경우 125마리가 안락사됐더라고요, 무려 10배 이상 는 거죠. 이걸 보고 취재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한 달 사이 입양률도 44%에서 20%로 절반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유기동물 적체로 안락사가 가속화되게 된 겁니다.

센터에 입소한 지 오래됐거나 병에 걸려 입양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동물들은 새로운 유기동물이 들어올 때마다 한 마리씩 안락사되는 현실입니다.

[최승연/KBS 기자 :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의 경우 사실 오래전부터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시설이 보호할 수 있는 동물은 160마리 정도인데요, 40% 정도를 초과한 230마리, 많게는 300마리까지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센터 직원들은 안락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동물들을 보호는 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외부인까지 통제가 되면서 그나마 이루어지던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도 끊겼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도 어려움이 많은 거죠."]

그러면 대면 심사 없이 입양은 불가능한가 많이들 생각하실텐데요. 반려동물 입양은 말그대로 '가족'을 들이는 것이잖아요. 입양한 동물을 끝까지 키울 수 있는지 경제적 역량이나 의지, 인생 계획들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면 심사 과정은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 신청과 전화 면담만으로는 유기동물 입양이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어렵사리 구조는 됐는데 안락사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빚어낸 또 다른 비극을 직접 취재한 최승연 기자는 무엇이 가장 안타까웠을까요?

[최승연/KBS 기자 : "유기동물 구조 현장을 따라가 보니까 동물들이 짖으면서 잔뜩 사나워져 있거나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사람에게 한번 버림받은 경험이 있다보니까 경계심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건데요, 문제는 이런 경우에 입양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에 의해 버림을 받았는데 그 상처 때문에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또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는 '악순환'인 거죠, 어렵게 구조가 됐는데 어쩔 수 없이 쓸쓸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현장에서 가장 마음이 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애피소드] 코로나19 때문에 ‘최후’ 앞당겨진 유기동물들을 취재한 기자는 뭘 느꼈을까?
    • 입력 2020-04-03 07:00:18
    • 수정2020-04-03 14:19:43
    애피소드
"주인을 잃은 거리의 반려동물들은 어렵게 구조되고도 코로나19 여파에 안타까운 최후를 맞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1일 KBS 청주방송총국 최승연 기자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기사 제목은 <버려진 동물들, 코로나 여파로 결국 안락사>였는데요, 코로나19와 유기동물 안락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최승연/KBS 기자 :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그 우려에 동물들을 안락사하는 건 아닙니다. 한 마디로 보건과 위생 관련 문제는 아닌 건데요,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유기동물 안락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주에 하나 있는 반려동물보호센터에는 평소 하루 평균 대여섯 마리에서 여덟아홉 마리 정도의 유기동물들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대부분 길가에 버려진 뒤에, 경찰 지구대나 소방서 근처 건물 등에서 임시 보호를 받다가 반려동물보호센터로 들어오게 되는 경우인데요. 이후 입양을 원하는 시민들이 센터로 찾아오게 되면 면담을 거쳐 새주인을 만나게 되는 순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센터에 발걸음을 할 수 조차 없게 된 거죠,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도 외부 방문객을 철저히 통제할 수 밖에 없게 된 겁니다.

Q.취재 계기?

[최승연/KBS 기자 : "최근 안락사 통계를 보는데 한 달 사이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안락사가 급증했더라고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는 한 달에 3~4마리 많아도 8마리가 안락사를 당했었는데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는 지난달 같은 경우 125마리가 안락사됐더라고요, 무려 10배 이상 는 거죠. 이걸 보고 취재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한 달 사이 입양률도 44%에서 20%로 절반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유기동물 적체로 안락사가 가속화되게 된 겁니다.

센터에 입소한 지 오래됐거나 병에 걸려 입양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동물들은 새로운 유기동물이 들어올 때마다 한 마리씩 안락사되는 현실입니다.

[최승연/KBS 기자 :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의 경우 사실 오래전부터 이미 포화상태였습니다. 시설이 보호할 수 있는 동물은 160마리 정도인데요, 40% 정도를 초과한 230마리, 많게는 300마리까지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센터 직원들은 안락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동물들을 보호는 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외부인까지 통제가 되면서 그나마 이루어지던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도 끊겼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도 어려움이 많은 거죠."]

그러면 대면 심사 없이 입양은 불가능한가 많이들 생각하실텐데요. 반려동물 입양은 말그대로 '가족'을 들이는 것이잖아요. 입양한 동물을 끝까지 키울 수 있는지 경제적 역량이나 의지, 인생 계획들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면 심사 과정은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 신청과 전화 면담만으로는 유기동물 입양이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어렵사리 구조는 됐는데 안락사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빚어낸 또 다른 비극을 직접 취재한 최승연 기자는 무엇이 가장 안타까웠을까요?

[최승연/KBS 기자 : "유기동물 구조 현장을 따라가 보니까 동물들이 짖으면서 잔뜩 사나워져 있거나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사람에게 한번 버림받은 경험이 있다보니까 경계심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건데요, 문제는 이런 경우에 입양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에 의해 버림을 받았는데 그 상처 때문에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또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는 '악순환'인 거죠, 어렵게 구조가 됐는데 어쩔 수 없이 쓸쓸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현장에서 가장 마음이 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