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클로로퀸’ 코로나19 치료 논란…“게임 체인저” VS “증거 없어”

입력 2020.04.03 (07:00) 수정 2020.04.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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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논란...왜?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치료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클로로퀸(Chloroquine)' 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클로로퀸은 모기가 옮기는 급성 열성 전염병 '말라리아(Malaria)'의 예방 또는 치료제로 널리 쓰여왔습니다. 클로로퀸과 비슷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루프스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클로로퀸은 말라리아뿐 아니라 메르스, 사스, 에볼라와 뎅기열 등의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가 일부 인정됐습니다.

또 클로로퀸은 말라리아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1930년대 개발된 이후 수십 년간 쓰여왔기 때문에 안전성 또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는 데다 값싸고 생산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나라나 기관마다 해석이 달라 이른바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미국 트럼프 "게임 체인저"...프랑스, 치료제로 승인


클로로퀸 논란의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지난달 19일 기자 회견에서 클로로퀸을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 데 이어, 23일에는 "클로로퀸과 항생제와의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인다"라며,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 보건부(HHS)는 29일(현지시간) 식품의약국(FDA)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긴급 사용 승인(EUA)'이란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없거나 가능하지 않은 대유행 상황에서 적절한 사용을 전제로 일부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약물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두 약물이 코로나19로 입원한 10대와 성인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쓰일 수 있게 됐습니다.

관련해 스티븐 한 FDA 국장은 "대통령이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라며 "일단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용을 승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앞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프랑스에서 나왔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 트위터출처:게티이미지, 트위터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IHU병원 전염병 연구소의 디디에 라울트 박사는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보고서의 주 내용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이 들어 있는 치료제로 코로나19 환자 24명을 엿새간 치료한 결과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치됐다는 것입니다.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 클로로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프랑스 정부는 급기야 26일(현지 시간) 자국 내 의료 기관이 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습니다.

법령 발포를 통해서인데, 주 내용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클로로퀸을 단독으로 쓰거나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증세가 심각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EU "코로나19 효과 증거 없어"...WHO "증거 따라야"


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사용을 승인했지만, 유럽연합(EU)은 상반된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 시간)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다는 내부 의견을 전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약품청(EMA)은 해당 약물이 절대적인 필요성이 있지 않은 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두 약 모두 여러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신중한 사용을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클로로퀸을 포함해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로 거론되는 약물 4종의 안전성과 효능을 비교하기 위해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증거를 따라야 하고 지름길은 없다"면서, 개인과 국가들이 코로나 19 치료에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2~18개월은 걸린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효과라도 활용해야" VS "효과 입증이 먼저"


클로로퀸 사용을 둘러싼 견해는 전 세계 연구진 사이에서도 엇갈립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효과를 보인다면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충분한 임상 시험을 거친 뒤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어떤 견해를 받아들일지는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보건 당국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치료제 승인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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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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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07:00:19
    • 수정2020-04-03 07: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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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논란...왜?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치료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클로로퀸(Chloroquine)' 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클로로퀸은 모기가 옮기는 급성 열성 전염병 '말라리아(Malaria)'의 예방 또는 치료제로 널리 쓰여왔습니다. 클로로퀸과 비슷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루프스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클로로퀸은 말라리아뿐 아니라 메르스, 사스, 에볼라와 뎅기열 등의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가 일부 인정됐습니다.

또 클로로퀸은 말라리아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1930년대 개발된 이후 수십 년간 쓰여왔기 때문에 안전성 또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는 데다 값싸고 생산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나라나 기관마다 해석이 달라 이른바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미국 트럼프 "게임 체인저"...프랑스, 치료제로 승인


클로로퀸 논란의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지난달 19일 기자 회견에서 클로로퀸을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 데 이어, 23일에는 "클로로퀸과 항생제와의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인다"라며,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 보건부(HHS)는 29일(현지시간) 식품의약국(FDA)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긴급 사용 승인(EUA)'이란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없거나 가능하지 않은 대유행 상황에서 적절한 사용을 전제로 일부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약물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두 약물이 코로나19로 입원한 10대와 성인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쓰일 수 있게 됐습니다.

관련해 스티븐 한 FDA 국장은 "대통령이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라며 "일단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용을 승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앞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프랑스에서 나왔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 트위터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IHU병원 전염병 연구소의 디디에 라울트 박사는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보고서의 주 내용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이 들어 있는 치료제로 코로나19 환자 24명을 엿새간 치료한 결과 6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치됐다는 것입니다.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 클로로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프랑스 정부는 급기야 26일(현지 시간) 자국 내 의료 기관이 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습니다.

법령 발포를 통해서인데, 주 내용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클로로퀸을 단독으로 쓰거나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증세가 심각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EU "코로나19 효과 증거 없어"...WHO "증거 따라야"


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사용을 승인했지만, 유럽연합(EU)은 상반된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 시간)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다는 내부 의견을 전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약품청(EMA)은 해당 약물이 절대적인 필요성이 있지 않은 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두 약 모두 여러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신중한 사용을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클로로퀸을 포함해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로 거론되는 약물 4종의 안전성과 효능을 비교하기 위해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증거를 따라야 하고 지름길은 없다"면서, 개인과 국가들이 코로나 19 치료에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2~18개월은 걸린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효과라도 활용해야" VS "효과 입증이 먼저"


클로로퀸 사용을 둘러싼 견해는 전 세계 연구진 사이에서도 엇갈립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효과를 보인다면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충분한 임상 시험을 거친 뒤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어떤 견해를 받아들일지는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보건 당국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치료제 승인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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