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이 이틀 연속 ‘김치 메시지’를 낸 이유는?

입력 2020.04.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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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어제(2일)와 오늘(3일) 이틀에 걸쳐 김치와 관련된 메시지를 내놨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역의 코로나19 위험 단계를 '높음'으로 유지하고 있고, 미군기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나오는 엄중한 상황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왜 김치에 대한 메시지를 낸 걸까?

시작은 어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트위터였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첫 번째 트위터 메시지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첫 번째 트위터 메시지

번역하면 "나(에이브럼스 사령관)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문구가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한국어) 문구와 같은 뜻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국어에도 영어와 유사한 표현이 있을 때 통역사는 편해진다. 대부분의 날에 통역사는 힘들다"라는 내용이다.

몇 시간 뒤에는 다른 사람이 올린 '김칫국 마시다'라는 한글 번역 이미지를 "이거네"라며 리트윗했다. 트위터 내용만 봤을 때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 속담을 배우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두 번째 트위터 메시지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두 번째 트위터 메시지

그러나 문제는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린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한미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정부 내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기류가 흐른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심지어 방위비 분담금 액수와 유효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협상 타결 결과가 이르면 곧 발표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지난달 31일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 분담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막바지 조율'이라고 밝힌 한국 정부와 다소 온도 차를 보인 건데, 결국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발표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기류를 놓고 한미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더 나아가 '아직 협상 타결 안 됐는데 한국 정부는 다 된 것처럼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 정부를 비꼬는 듯한 표현을 SNS에 올리는 것은 무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분담액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하는 등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과도한 증액 요구를 하더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절반가량을 무급휴직에 들어가도록 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통솔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는 메시지를 올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주한미군은 에이브럼스 사령관 명의의 입장을 오늘(3일) 국방부 기자단에 전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입장: 영문본·번역본에이브럼스 사령관 입장: 영문본·번역본

요약하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트위터를 올린 것은 한국어 구문과 은유를 배우기 위한 차원이었으며,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트윗했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라는 내용이다. 즉, '김칫국 마시다'의 트위터 메시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황에 대한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018년 11월 주한미군사령관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트위터에 한국어 구문이나 속담을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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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17:45:48
    취재K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어제(2일)와 오늘(3일) 이틀에 걸쳐 김치와 관련된 메시지를 내놨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역의 코로나19 위험 단계를 '높음'으로 유지하고 있고, 미군기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나오는 엄중한 상황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왜 김치에 대한 메시지를 낸 걸까?

시작은 어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트위터였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첫 번째 트위터 메시지
번역하면 "나(에이브럼스 사령관)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문구가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한국어) 문구와 같은 뜻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국어에도 영어와 유사한 표현이 있을 때 통역사는 편해진다. 대부분의 날에 통역사는 힘들다"라는 내용이다.

몇 시간 뒤에는 다른 사람이 올린 '김칫국 마시다'라는 한글 번역 이미지를 "이거네"라며 리트윗했다. 트위터 내용만 봤을 때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 속담을 배우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김치’ 관련 두 번째 트위터 메시지
그러나 문제는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린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한미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정부 내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기류가 흐른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심지어 방위비 분담금 액수와 유효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협상 타결 결과가 이르면 곧 발표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가 지난달 31일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 분담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막바지 조율'이라고 밝힌 한국 정부와 다소 온도 차를 보인 건데, 결국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발표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기류를 놓고 한미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더 나아가 '아직 협상 타결 안 됐는데 한국 정부는 다 된 것처럼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 정부를 비꼬는 듯한 표현을 SNS에 올리는 것은 무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분담액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하는 등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과도한 증액 요구를 하더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절반가량을 무급휴직에 들어가도록 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통솔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는 메시지를 올린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주한미군은 에이브럼스 사령관 명의의 입장을 오늘(3일) 국방부 기자단에 전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입장: 영문본·번역본
요약하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트위터를 올린 것은 한국어 구문과 은유를 배우기 위한 차원이었으며,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트윗했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라는 내용이다. 즉, '김칫국 마시다'의 트위터 메시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황에 대한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018년 11월 주한미군사령관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트위터에 한국어 구문이나 속담을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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