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을 아십니까…‘어마 무시한 로비’ 정체는?

입력 2020.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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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취재하며, 증권업계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김 회장에 대한 언급이죠. 왜 김봉현 회장을 '똥파리'라고 부르는 걸까요?

'라임자산운용'은 '라임투자자문'이라는 회사에서 출발해 규모를 확 키운 회사입니다. 2015년 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은 2019년 사모펀드 설정액이 6조 원을 넘을 정도로 큰 회사로 성장했는데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모펀드는 설정액 '1조 원'을 넘기는 시점에서 김봉현 회장 같은 사람들이 '꼬인다(=꾀다: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들어 뒤끓는다는 뜻)'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똥파리'라고 불렀던 겁니다.

■ 김봉현은 누구?

실제로 그랬을까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라임 펀드 돈을 받습니다.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595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경영을 하면 좋았겠지만, 51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 김봉현입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는 없었을까요? 그렇게 말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라임이 투자한 곳으로 알려진 기업이 부실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김 회장은 '환매중단 사태'에 빠진 라임을 인수하려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에 라임이 김 회장에게 인수됐다면 어땠을까요. 수백억대 횡령 혐의를 받는 사람이 수조 원대 수탁액이 있는 라임을 인수하는 건데요. 국내 최대 금융스캔들에서 몇 단계 더 올라간 사건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 김봉현의 "어마 무시한 로비"

김 회장은 광주 출신의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 기업에서 어느 회장님의 차량 운전대를 잡은 경력이 있다는 소문도 있고, 모 대학 법학과 졸업으로 돼 있는 학력을 속였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3번씩이나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렸다고 하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마무시한 로비를 한다"는 말은 라임 펀드를 무려 1조 원 규모로 판매한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이 김봉현 회장을 설명하면서 말한 내용입니다.

이런 김봉현 회장은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 한 명과 가까웠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팀장급인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을 갑니다.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가 금감원에 다니다가 청와대에 파견을 간 순간, 김봉현 회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김 회장은 돈을 줬습니다. 김 모 팀장이 청와대로 파견 가고 석 달 뒤, 김 회장은 김 전 행정관에게 법인카드와 거액의 현금을 건넨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함께 친 뒤, 차 안에서 2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현금 150만 원을 건넸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김 회장이 법인카드를 주고 2달 뒤, 그러니까 지난해 7월입니다. 이번에는 김 회장의 회사에 '수상한' 사외이사 한 명이 선임됐습니다. 알고 보니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데, 김 전 행정관의 동생에게는 월 300만 원가량의 급여가 나갔습니다. 지금까지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은 셈입니다.


■ 수원여객 161억 원 횡령, 향군상조회 인수자금 출처도 의문

김봉현 회장 횡령 혐의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수원여객 횡령 사건'입니다. 김 회장은 경기지역 버스업체 '수원여객'이라는 업체에서 161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습니다.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죠. 이 사건엔 김 전 행정관이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수원여객 재무이사 김 모 씨도 연루돼 있습니다.

이 사건에 '라임 돈'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원 여객은 한 캐피탈 회사가 지난 2018년 3월 라임에서 270억 원을 빌려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라임은 이 돈을 갑자기 갚으라고 캐피탈 회사에 통보하면서 인수과정이 엉키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김 회장이 회삿돈 161억 원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대금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컨소시엄의 실질적인 대표였는데요. 이 컨소시엄은 향군상조회를 320억 원에 인수했다가 불과 한 달 만에 보람상조에 380억 원에 팔면서 60억 원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의문이 많습니다. 과연 향군상조회 인수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또 어떻게 한 달 만에 재매각하면서 60억 원이란 차익을 챙길 수 있었는지 등입니다. 특히, 김봉현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할 때 썼던 자금은 '라임 돈'이란 의혹이 큰 상황입니다.

■ 검찰 '김봉현 회사' 압수수색...피해자 눈물 언제 닦을까

검찰은 지난 1일 김 회장이 실소유주였던 '스타모빌리티'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김 회장이 라임에서 직간접적으로 투자받은 돈을 어떻게 횡령했는지 등이 수사 초점으로 보입니다. 또, 김봉현 회장이 '친구'로 부르던 청와대 전 행정관에게 어떤 방식으로 로비했는지도 압수수색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김봉현 회장은 잠적한 상태입니다. 해외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도 오리무중입니다. 검찰은 김 회장의 도주를 도운 측근 성 모 씨를 구속하기도 했는데, 검찰은 성 씨를 상대로 계속 김 회장의 소재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붙잡히면 물어볼 게 많습니다. 김 전 행정관에게 준 금품과 향응의 대가는 무엇이었는지, 또 투자받는 대가로 라임자산운용 측에는 어떤 대가를 줬는지, 횡령금을 누구와 나눴는지, 횡령 과정에서 로비 대상은 또 누가 있었는지 등입니다. '라임'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횡령한 돈을 대체 어디에 썼는지, 아직 남아있긴 한 건지 애가 탑니다.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 173개에 투자한 개인 계좌 수는 모두 4,035개입니다. 개인 계좌로 들어간 액수는 9천9백억 원이나 됩니다. 수천 명의 비명이 '똥파리' 한 마리 잡힌다고 수그러들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김봉현 씨가 붙잡혀 거대한 금융스캔들의 실체가 조금이라도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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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을 아십니까…‘어마 무시한 로비’ 정체는?
    • 입력 2020-04-04 07:00:05
    취재K
"똥파리"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취재하며, 증권업계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김 회장에 대한 언급이죠. 왜 김봉현 회장을 '똥파리'라고 부르는 걸까요?

'라임자산운용'은 '라임투자자문'이라는 회사에서 출발해 규모를 확 키운 회사입니다. 2015년 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은 2019년 사모펀드 설정액이 6조 원을 넘을 정도로 큰 회사로 성장했는데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모펀드는 설정액 '1조 원'을 넘기는 시점에서 김봉현 회장 같은 사람들이 '꼬인다(=꾀다: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들어 뒤끓는다는 뜻)'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똥파리'라고 불렀던 겁니다.

■ 김봉현은 누구?

실제로 그랬을까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라임 펀드 돈을 받습니다.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595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경영을 하면 좋았겠지만, 51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 김봉현입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는 없었을까요? 그렇게 말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라임이 투자한 곳으로 알려진 기업이 부실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김 회장은 '환매중단 사태'에 빠진 라임을 인수하려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에 라임이 김 회장에게 인수됐다면 어땠을까요. 수백억대 횡령 혐의를 받는 사람이 수조 원대 수탁액이 있는 라임을 인수하는 건데요. 국내 최대 금융스캔들에서 몇 단계 더 올라간 사건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 김봉현의 "어마 무시한 로비"

김 회장은 광주 출신의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 기업에서 어느 회장님의 차량 운전대를 잡은 경력이 있다는 소문도 있고, 모 대학 법학과 졸업으로 돼 있는 학력을 속였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3번씩이나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렸다고 하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마무시한 로비를 한다"는 말은 라임 펀드를 무려 1조 원 규모로 판매한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이 김봉현 회장을 설명하면서 말한 내용입니다.

이런 김봉현 회장은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 한 명과 가까웠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팀장급인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을 갑니다.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가 금감원에 다니다가 청와대에 파견을 간 순간, 김봉현 회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김 회장은 돈을 줬습니다. 김 모 팀장이 청와대로 파견 가고 석 달 뒤, 김 회장은 김 전 행정관에게 법인카드와 거액의 현금을 건넨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함께 친 뒤, 차 안에서 2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와 현금 150만 원을 건넸다는 증언이 나온 겁니다.

김 회장이 법인카드를 주고 2달 뒤, 그러니까 지난해 7월입니다. 이번에는 김 회장의 회사에 '수상한' 사외이사 한 명이 선임됐습니다. 알고 보니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데, 김 전 행정관의 동생에게는 월 300만 원가량의 급여가 나갔습니다. 지금까지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은 셈입니다.


■ 수원여객 161억 원 횡령, 향군상조회 인수자금 출처도 의문

김봉현 회장 횡령 혐의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수원여객 횡령 사건'입니다. 김 회장은 경기지역 버스업체 '수원여객'이라는 업체에서 161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습니다. 지난해 1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죠. 이 사건엔 김 전 행정관이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수원여객 재무이사 김 모 씨도 연루돼 있습니다.

이 사건에 '라임 돈'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원 여객은 한 캐피탈 회사가 지난 2018년 3월 라임에서 270억 원을 빌려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라임은 이 돈을 갑자기 갚으라고 캐피탈 회사에 통보하면서 인수과정이 엉키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김 회장이 회삿돈 161억 원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대금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컨소시엄의 실질적인 대표였는데요. 이 컨소시엄은 향군상조회를 320억 원에 인수했다가 불과 한 달 만에 보람상조에 380억 원에 팔면서 60억 원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의문이 많습니다. 과연 향군상조회 인수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또 어떻게 한 달 만에 재매각하면서 60억 원이란 차익을 챙길 수 있었는지 등입니다. 특히, 김봉현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할 때 썼던 자금은 '라임 돈'이란 의혹이 큰 상황입니다.

■ 검찰 '김봉현 회사' 압수수색...피해자 눈물 언제 닦을까

검찰은 지난 1일 김 회장이 실소유주였던 '스타모빌리티'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김 회장이 라임에서 직간접적으로 투자받은 돈을 어떻게 횡령했는지 등이 수사 초점으로 보입니다. 또, 김봉현 회장이 '친구'로 부르던 청와대 전 행정관에게 어떤 방식으로 로비했는지도 압수수색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김봉현 회장은 잠적한 상태입니다. 해외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도 오리무중입니다. 검찰은 김 회장의 도주를 도운 측근 성 모 씨를 구속하기도 했는데, 검찰은 성 씨를 상대로 계속 김 회장의 소재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붙잡히면 물어볼 게 많습니다. 김 전 행정관에게 준 금품과 향응의 대가는 무엇이었는지, 또 투자받는 대가로 라임자산운용 측에는 어떤 대가를 줬는지, 횡령금을 누구와 나눴는지, 횡령 과정에서 로비 대상은 또 누가 있었는지 등입니다. '라임'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횡령한 돈을 대체 어디에 썼는지, 아직 남아있긴 한 건지 애가 탑니다.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 173개에 투자한 개인 계좌 수는 모두 4,035개입니다. 개인 계좌로 들어간 액수는 9천9백억 원이나 됩니다. 수천 명의 비명이 '똥파리' 한 마리 잡힌다고 수그러들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김봉현 씨가 붙잡혀 거대한 금융스캔들의 실체가 조금이라도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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