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의 숲’ 꿈꾸는 희망의 묘목

입력 2020.04.04 (08:18) 수정 2020.04.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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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은 4월 5일, 식목일이죠.

북한은 3월 2일을 식수절로 정하고 나무 심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 산의 3분의 1이 황폐화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전 국가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고, 남북 관계가 개선될 때면 산림협력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기도 합니다.

북한에 묘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남북산림협력센터가 최근에 생겼는데요, 올봄 처음으로 파종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협력을 꿈꾸며 자라고 있는 묘목들의 모습,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 멀리 북녘 땅이 보이는 경기도 파주. 이 곳에 자리 잡은 남북산림 협력센터에도 봄이 왔습니다.

긴긴 겨울잠을 끝낸 나무들이 새 잎을 피우고 뿌리를 뻗을 시기입니다.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 잣 종자를 파종하고 있는 겁니다. (파종이 어떤 작업이에요?) 씨앗을 심는 작업을 파종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말 센터가 지어진 이후 첫 파종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잣나무 묘목을 만들기 위해 종자를 하나하나씩 조심스레 심습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이제 이걸로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게 잣인데요. 잣을 여기다 놓고 한 배.. 한 배 반이나 두 배 정도 눌러주시면 돼요. 그렇게 파종을 하는 거거든요."]

마치 아기를 키우 듯 모든 손길이 정성입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잘 자라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나 어떤 관리들이 필요해요?) 물 잘 줘야 하고 자주 봐야 해요. 상태를 그때그때 따라서 대처를 해줘야 하니까 자주 봐줘야 합니다. (아기 돌보듯이) 그렇죠.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심은 잣은 한 달만에 발아되지만 어엿한 묘목이 되기까지는 4년이나 걸립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잘 자라면 뿌듯하고 그러세요?) 그렇죠. 근데 이게 제가 나무를 심어도 우리 대는 결실을 보지 못한데요. 나의 자식 대에 가야지만 소득 창출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미래를 위해서 하는 거죠."]

남북산림협력센터는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묘목을 집중적으로 기르기 위해 지난해 말 만들어졌습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에 지원된 묘목은 약 260여 만 본.

하지만 상당수는 남쪽에서 다른 용도로 기르다 그때그때 지원한 경우여서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여기서 생산한 묘목들 같은 경우에는 대북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수종을 식재하고 있기 때문에 (적합하고) 전라도나 경상도같이 따뜻한 지역에서는 생육환경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1년에 파종할 양은 최대 200만 본.

잣나무와 낙엽송, 소나무 등10여 종을 키울 계획입니다.

[주영옥/파주시 탄현면 성동리/79세 : "(북한 가서 큰 나무 되어서 잘 자라면 어떨 것 같아요?)기분 좋죠. 뿌듯하지. 이렇게 가꿔서 거기 가서 자라서 따서 먹게 되면 좋지. 거기 사람들이. 남북이 평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평화."]

센터에는 묘목의 생육 환경을 분석해 온도와 습도, 채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첨단 기술도 적용됐습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광을 이렇게 조절해도 될까요? 라고 저희한테 물어봐 주고 확인해주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게.. 한마디로 똑똑한 아이죠."]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 될 경우 우리 측 산림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여기에다, 최근 남북관계가 주춤한 사이 북한에 중국 묘목들이 상당수 도입되면서 마음은 더 급해졌습니다.

중국의 양묘 기술이나 산림 여건이 북한에 적용 될 경우 남한의 산림은 생태적으로 고립될 수 있어 대북 묘목 지원은 남한의 생태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우리 남한의 산림 같은 경우에는 생태적으로 고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나중에 통일됐을 경우에는 산림 생태계 동질감을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지금 가능하다면 선제적으로 저희가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묘목들이 모두 북한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북한에 산림지원을 했던 건 2006년이 마지막인데요.

묘목들이 북한 땅에 깊게 뿌리 내리고 또 숲을 이룰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양묘사업소입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데요,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용문양묘사업소잖아요.) 예 용문양묘사업소입니다." (총 기르고 있는 수종이 몇 가지나 돼요?) 저희는 한 7수종에서 한 10수종 정도. 350만 본에서 450만 본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보통 국유림에 심을 묘목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과거 북한에 묘목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보통 대북지원 묘는 은행나무 또는 밤나무 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희 쪽에서도 밤나무를 파종해서 대북지원 묘로 전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 자란 묘목들을 양묘장에서 산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이게 일 년 자란 묘목입니다. (일 년 자랐는데 이렇게 커져요?) 활엽수는 성장이 빨라서 일 년만 커도 충분히 많이 커요. (뿌리가 엄청 깊어요.) 네 맞습니다."]

묘목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산으로 옮겨 심어야 합니다. 그 때가 지나면 묘목의 생존율이 떨어져 버린다는데요.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나무들 이 시기에 꼭 옮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묘목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활동하기 전에 옮겨야지 묘목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그래서 묘목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 지금 시기에 포장하고 옮기게 됩니다."]

대북 지원을 위해 키워진 묘목들도 제 때 북한에 가지 못하면 결국 이처럼 국내에 심어져야 합니다.

[최성민/양평칠영림단 단장 : "(많은 과정을 거치잖아요. 북으로 못 가면 아쉬우실 것 같아요.) 현실이 녹록지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남북관계라는 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야 하는 걸로 판단합니다. 그 과정에 산림도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묘목 지원 사업은 남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다하더라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북으로 향한 문이 열리면 가장 앞장 서야할 분야가 바로 산림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선/경기도 여주시 북내면/65세 : "(북한에 심어졌을 땐 어떠실 것 같아요. 마음이?) 기분이야 뭐 이루 말 할 수 있나요. 다 잘되면 좋잖아요. 북한이나 한국이나 같은 동족 아니에요. 동족이고. 꽃피고 그러면 북한 분들도 다 아름다움을 알잖아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북한 땅에 옮겨 심어져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고, 커다란 숲을 이뤄 북녘 땅을 푸르게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남과 북의 숲이 이어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그 날이 오기를...

올 봄 싹틔워 자란 작은 묘목이 꾸고 있는 꿈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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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통일의 숲’ 꿈꾸는 희망의 묘목
    • 입력 2020-04-04 08:35:09
    • 수정2020-04-04 08:54:40
    남북의 창
[앵커]

내일은 4월 5일, 식목일이죠.

북한은 3월 2일을 식수절로 정하고 나무 심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 산의 3분의 1이 황폐화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전 국가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고, 남북 관계가 개선될 때면 산림협력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기도 합니다.

북한에 묘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남북산림협력센터가 최근에 생겼는데요, 올봄 처음으로 파종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협력을 꿈꾸며 자라고 있는 묘목들의 모습,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저 멀리 북녘 땅이 보이는 경기도 파주. 이 곳에 자리 잡은 남북산림 협력센터에도 봄이 왔습니다.

긴긴 겨울잠을 끝낸 나무들이 새 잎을 피우고 뿌리를 뻗을 시기입니다.

["(지금 뭐 하고 계셨어요?) 잣 종자를 파종하고 있는 겁니다. (파종이 어떤 작업이에요?) 씨앗을 심는 작업을 파종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말 센터가 지어진 이후 첫 파종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잣나무 묘목을 만들기 위해 종자를 하나하나씩 조심스레 심습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이제 이걸로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게 잣인데요. 잣을 여기다 놓고 한 배.. 한 배 반이나 두 배 정도 눌러주시면 돼요. 그렇게 파종을 하는 거거든요."]

마치 아기를 키우 듯 모든 손길이 정성입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잘 자라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나 어떤 관리들이 필요해요?) 물 잘 줘야 하고 자주 봐야 해요. 상태를 그때그때 따라서 대처를 해줘야 하니까 자주 봐줘야 합니다. (아기 돌보듯이) 그렇죠.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심은 잣은 한 달만에 발아되지만 어엿한 묘목이 되기까지는 4년이나 걸립니다.

[박종수/남북산림협력센터 양묘담당 : "(잘 자라면 뿌듯하고 그러세요?) 그렇죠. 근데 이게 제가 나무를 심어도 우리 대는 결실을 보지 못한데요. 나의 자식 대에 가야지만 소득 창출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미래를 위해서 하는 거죠."]

남북산림협력센터는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묘목을 집중적으로 기르기 위해 지난해 말 만들어졌습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에 지원된 묘목은 약 260여 만 본.

하지만 상당수는 남쪽에서 다른 용도로 기르다 그때그때 지원한 경우여서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여기서 생산한 묘목들 같은 경우에는 대북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수종을 식재하고 있기 때문에 (적합하고) 전라도나 경상도같이 따뜻한 지역에서는 생육환경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1년에 파종할 양은 최대 200만 본.

잣나무와 낙엽송, 소나무 등10여 종을 키울 계획입니다.

[주영옥/파주시 탄현면 성동리/79세 : "(북한 가서 큰 나무 되어서 잘 자라면 어떨 것 같아요?)기분 좋죠. 뿌듯하지. 이렇게 가꿔서 거기 가서 자라서 따서 먹게 되면 좋지. 거기 사람들이. 남북이 평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평화."]

센터에는 묘목의 생육 환경을 분석해 온도와 습도, 채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첨단 기술도 적용됐습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광을 이렇게 조절해도 될까요? 라고 저희한테 물어봐 주고 확인해주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게.. 한마디로 똑똑한 아이죠."]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 될 경우 우리 측 산림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여기에다, 최근 남북관계가 주춤한 사이 북한에 중국 묘목들이 상당수 도입되면서 마음은 더 급해졌습니다.

중국의 양묘 기술이나 산림 여건이 북한에 적용 될 경우 남한의 산림은 생태적으로 고립될 수 있어 대북 묘목 지원은 남한의 생태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영진/남북산림협력센터 센터장 : "우리 남한의 산림 같은 경우에는 생태적으로 고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나중에 통일됐을 경우에는 산림 생태계 동질감을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지금 가능하다면 선제적으로 저희가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묘목들이 모두 북한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북한에 산림지원을 했던 건 2006년이 마지막인데요.

묘목들이 북한 땅에 깊게 뿌리 내리고 또 숲을 이룰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양묘사업소입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데요,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용문양묘사업소잖아요.) 예 용문양묘사업소입니다." (총 기르고 있는 수종이 몇 가지나 돼요?) 저희는 한 7수종에서 한 10수종 정도. 350만 본에서 450만 본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보통 국유림에 심을 묘목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과거 북한에 묘목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보통 대북지원 묘는 은행나무 또는 밤나무 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저희 쪽에서도 밤나무를 파종해서 대북지원 묘로 전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 자란 묘목들을 양묘장에서 산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이게 일 년 자란 묘목입니다. (일 년 자랐는데 이렇게 커져요?) 활엽수는 성장이 빨라서 일 년만 커도 충분히 많이 커요. (뿌리가 엄청 깊어요.) 네 맞습니다."]

묘목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산으로 옮겨 심어야 합니다. 그 때가 지나면 묘목의 생존율이 떨어져 버린다는데요.

[김덕규/용문양묘사업소 소장 : "(나무들 이 시기에 꼭 옮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묘목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활동하기 전에 옮겨야지 묘목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그래서 묘목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 지금 시기에 포장하고 옮기게 됩니다."]

대북 지원을 위해 키워진 묘목들도 제 때 북한에 가지 못하면 결국 이처럼 국내에 심어져야 합니다.

[최성민/양평칠영림단 단장 : "(많은 과정을 거치잖아요. 북으로 못 가면 아쉬우실 것 같아요.) 현실이 녹록지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남북관계라는 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야 하는 걸로 판단합니다. 그 과정에 산림도 통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묘목 지원 사업은 남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다하더라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북으로 향한 문이 열리면 가장 앞장 서야할 분야가 바로 산림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선/경기도 여주시 북내면/65세 : "(북한에 심어졌을 땐 어떠실 것 같아요. 마음이?) 기분이야 뭐 이루 말 할 수 있나요. 다 잘되면 좋잖아요. 북한이나 한국이나 같은 동족 아니에요. 동족이고. 꽃피고 그러면 북한 분들도 다 아름다움을 알잖아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북한 땅에 옮겨 심어져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고, 커다란 숲을 이뤄 북녘 땅을 푸르게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남과 북의 숲이 이어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그 날이 오기를...

올 봄 싹틔워 자란 작은 묘목이 꾸고 있는 꿈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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