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알권리 vs 장삿속…조주빈 자서전 쓰는 언론

입력 2020.04.05 (21:37) 수정 2020.04.0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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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해 주실 분들 소개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이상호] 타협 없는 언론 저격수 임자운 변호사도 나오셨고요.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의 빛픽처 김빛이라 기자도 오늘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오늘 함께하실 전문가 한 분 더 모셨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이윤소 활동가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윤소] 안녕하세요? 이윤소입니다.

[최욱] 성평등 관련한 일을 하시는 거 같은데 저의 평소 언행의 문제는 없던가요?

[이상호] 한 번 지적해주시죠.

[이윤소] 네, 노력하시면 됩니다.

[김빛이라] 가장 무서운 얘기 같은데요.

[이상호] 약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윤소]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상호] 오늘 또 얼마나 날카로운 비평을 해주실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82회 방송에서 언론이 외면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저희가 다뤘습니다. 그런데 최근 성착취 대화방의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이제는 무분별한 보도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주제, ‘성범죄 가해자의 자서전을 쓰는 언론’으로 정해봤습니다. 이 방송은 KBS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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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침7시30분, 서울 종로경찰서

[경찰] 자, 지금, 기자 포토라인이 다 형성이 됐으니까 포토라인 안쪽에 있는 기자와 촬영기자들은 다 바깥으로 나가주시고.

[경찰] 30초 후에 나옵니다!

포토라인 선 조주빈

연합뉴스, [속보]‘박사’조주빈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한국경제TV, [속보]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줘서 감사”... 얼굴 공개
스포츠서울, [속보] n번방 조주빈 심경고백 “피해 입은 모든 분들게 사죄”
매일경제, [포토] 목깁스 조주빈, 고개 숙일 수 없어
경향신문, [속보] 조주빈, 검찰 송치“악마의 삶 멈춰주셔서 감사하다”
YTN, 목 보호대하고 나타난 조주빈... 시종일관 ‘당당’
조주빈 속보 1,119건

[시민]
"그 사람이 누군지는 정말 관심이 없고요 사실.
이게 엄청 크고 자극적인 사건이 될 것 같으니까 이렇게 와 있는거잖아요."
"어떤 사회적 배경때문에 이 범죄가 가능했다, 법이 허술해서 처벌을 못한다,
이런 법을 만들어야한다는 걸 분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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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김빛이라 기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갔죠.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김빛이라] 이른 아침부터 엄청나게 많은 취재진이 왔는데 이날 경찰서 입구에서 기자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한 150여 명 정도가 왔고 옥상에서 찍는 팀, 계단에서 찍는 팀. 순간의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담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취재진들이 움직였고 생중계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중계차 같은 경우에는 전날부터 와서 자리를 잡는 정말 엄청난 경쟁이 있긴 있었습니다.

[최욱] 성폭력 범죄로는 최초로 포토라인에 선 경우였던 거죠?

[김빛이라] 네.

[최욱] 물론 국민들이 요구가 있었습니다만 이런 범죄자한테 그런 발언권을 주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런 또 의구심은 들더라고요.

[강유정] 굉장히 작년에 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8월 21일에 장대호가 카메라를 보고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다’가 엄청난 헤드라인으로 퍼져 나갔어요. 그러니까 저는 언론이 이렇게 사람들의 굉장한 관심과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는 사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마이크를 준다는 건 ‘무슨 말이든 해라’라는 심리인 것 같아요. ‘뭐든 하면 내가 잘 만들어서 헤드라인으로 만들 수 있어’라는 그런 부분에서 어떤 점에서 언론이 권력을 오히려 주는 셈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윤소] 굉장히 동의를 하고 사실 포토라인 앞에 선 가해자가 어떤 말을 할지는 누구도 예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상호] 그렇죠.

[이윤소] 특히나 가해자가 하는 말이 대부분 범죄를 해결하는 데 전혀 필요가 없거나 이후의 일들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자운] 이 포토라인 자체에 대해서 언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제까지는 이 포토라인이 피의자 인권,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추어 봤을 을 때 피의자의 인권에 대해 고민이 있었는데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악용할 수 있다. 굉장히 나쁘게 악용할 수 있다는 굉장히 명확한 사례로 보여줬고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악용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우리 언론은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이 전혀 안 된다. 이것도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이날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발언을 앞다퉈 언론들이 또 전했습니다. 조씨가 포토라인에 등장한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무려 1,119건의 속보가 쏟아졌습니다. 보도량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 예상을 하셨어요?

[이윤소] 성폭력이라는 것은 굉장히 언론들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범죄의 심각성과는 관계없이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그러니까 너도 나도 속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칙 같은 것이 없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언론이 너무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빛이라] 보통 이렇게 피의자가 나오면 기자들은 어떤 질문을 할지, 오늘 어떤 기사를 쓸지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조주빈 옆에 따옴표 쳐 놓고 무슨 말을 하던 일단 이 말을 써서 다른 언론사보다 빨리 내보내는 게 언제부터인가 관행이 돼버린 거예요.

[이상호] 속보.

[김빛이라] 예전에 좀 다른 얘기지만 조국 사태 때 굉장히 이게 속보가 될 수 있나 싶은데 경비원, 조국, 차 놔두고 출근. 이게 실제 속보로 나갔거든요. 일단 따옴표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였던 거예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게 속보가 아니라 가장 눈길을 끌 수 있고 지금 관심을 끌 수 있으면 모두 하다 보니까 이렇게 1000개 넘는 속보가 같은 사안을 놓고 나오게 되는 거죠.

[이상호] 속보 경쟁 속에서 다소 의아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조주빈의 발언이 그것인데요. 이런 말을 했어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라는 조씨의 발언 직후에 연합뉴스가 조주빈,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동아일보는 포토라인에 선 박사 조주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등의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해당 언론사들의 후속 기사를 보면 내용이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보도가 됐거든요. 일반 독자들이 봤을 때는 이게 도대체 뭐지, 황당해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강유정] 이렇게 되면 기자들이 맥락맹이 아닌가라는 약간 비아냥 섞인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녹음기처럼 녹음을 해서 전달한다면 차라리 속기사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문제가 뭐냐 하면 지금 이 조주빈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치트키 그리고 좀 더 전통적으로 얘기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넣기만 하면 클릭 수가 올라올 거라는 트래픽이 모일 거라는 그런 암묵적 합의가 기자들 사이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래 언론 보도는 해석과 맥락을 제공해야 하고 그래서 그 말이 갖고 있는 뉘앙스 이면에 있는 것들을 파헤쳐야 해서 일반인들이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드러내는 게 언론의 임무인데 그걸 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아니함), 뭔가를 한 것도 문제인데 하지 않은 것도 문제인 사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임자운] 이게 ‘사과했다’, ‘안 했다’를 중요하게 바라보다가 심지어 그것 때문에 대량 오보 사태까지 발생한 것 같은데 사과했다는 자체가 피해자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사과를 했다고 한들 카메라 앞에서 대대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피해자들한테 어떤 일말의 위로라도 될까? 사실은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기자들은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최욱] 그렇네요. 오히려 사죄함으로써 혹 행여나 면죄부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윤소] 굉장히 가해자들은 결국에는 자기가 왜 이런 일에 가담했는지 핑계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언론이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굉장히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아마 조주빈도 준비를 했을 겁니다. 이전의 영상들을 보면 다 기자가 결국에 마이크 대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게 거의 따라가면서 하는 마지막 외침이거든요. 관행적으로 기자들이 그렇게 한다는 거는 ‘여기서 한 마디 하면 좀 내가 조금은 더 나쁜 사람이 아닌 거처럼 보일까?’ 하고 준비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많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일어나던 피해자에게 한 말씀, 마지막으로 사죄 이런 식으로 마이크를 대줬던거죠.

[임자운] 포토라인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조씨가 똑똑하다는 거에요. 영리하다는 거죠. 사실은 우리의 관점은 그 사람이 영리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어리석음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셨듯이 이제까지 해왔던 그대로의 관행을, 그대로의 관례적인 질문을 언론이 했고 누구라도 이걸 악용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기 뜻대로 악용할 수 있는 판이었다는 거죠. 그것을 적극적으로 썼을 뿐이다. 그 사람이 특별히 똑똑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이 그만큼 어리석었다라고 생각해요.

[이상호] 조 씨가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하자마자 관련 기사들도 또 마구 쏟아졌습니다. 발언 당일인 3월 25일 텔레그램 박사방 관련 보도가 네이버 기준 무려 3,294건이었는데 그 중에 4분의 1에 해당하는 879건이 손석희 사장과 관련된 기사였습니다. 성범죄 가해자의 말 한 마디가 사실상 한국 언론을 쥐락펴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휘둘릴 수 있는 겁니까?

[강유정] 언론이 얼마나 권력에 취약 한 지를 저는 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왜냐하면 만약에 언급된 이름들을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저 사람 누구야?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그 언급된 이름들이 상당히 굉장히 권력도 있고 유명세가 있는 사람들이었고요.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석희 사장과 관련된 것만 879건이에요. 나머지 두 사람은 여기서 위계가 나뉜 겁니다. 위계를 나눴을 때 누가 더 유명하고 누가 더 권력이 있고 어떤 점을 다뤘을 때 더 재밌을까를 고민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는 그냥 사실이라든가 피의자에 대한 어떤 관심사가 아니라 그냥 보도 가치를 유명세에 나눠서 거기에 전부 다 한 방향을 찍고 달려간 거밖에 안 됩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하나의 교주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쪽을 보라고 했더니 이쪽을 보고 있고 그냥 놀아난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성범죄자에게 농간에 놀아난 언론 참사다, 이렇게 보이는데. 다만, 한국일보 3월 26일 자 기사 소제목처럼 ‘손석희, 윤장현을 왜 언급됐나’라는 질문 자체는 던질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거기 질문에 대해서 언론이 내놔야 할 답은 정말 그들 사이가 관계가 아니라 그 발언의 의도였던 거죠. 자신의 굉장히 파렴치한 범죄를 마치 어떤 권력형 범죄처럼 과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보는데 거기에 완벽하게 놀아났다고 봐요.

[최욱] 임자운 변호사가 언론사가 범죄자에게 놀아났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조금 생각을 달리합니다. 만약에 조주빈의 입에서 다른 언론사 사주의 이름이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기사를 또 뽑아냈을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손석희이기 때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더 많이 다룬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하나 네이밍 들어갑니다. 옳다구나 저널리즘.

[이상호] 옳다구나 저널리즘.

[최욱] 거기에서 가장 많이 이 관련한 헤드라인을 뽑은 곳이 조선일보입니다.

[최욱] 조선일보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 일 있었길래… 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 <손석희, 조주빈 대리인 만났다는데> <늪에 빠졌는 손석희> 등. 녹화 전인 3월 31일까지 손석희 사장을 헤드라인에 내세운 기사가 10건 정도 됩니다. 옳다구나 저널리즘.

[이상호] 거의 1일 2 손석희 보도를 하고 있네요, 조선일보가.

[강유정] 이 조선일보는 어떤 점에서 조주빈 사건이 아니라 손석희 사건으로 네이밍을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제가 심각하게 봤던 건 뭐였냐면 ‘김광일의 입’이라는 칼럼입니다. 손 사장 전화번호가 저장이 돼 있고 아마도 이것은 손 사장이 텔레그램 안에서 뭔가를 했기 때문에라는 굉장히 강력한 추측을 이 안에 문맥 속에 넣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범죄자가 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범죄자도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결국 어디로 가냐 하면 조주빈을 옹호하는 글이 된 겁니다. 파고드는 거까지는 언론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진리를 말한다고 그렇게 쓸 수 있느냐, 저는 그건 굉장히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윤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임자운] 제가 제일 나쁘게 본 거는 28일 자 기자칼럼인데 <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 이거는 5년 차인 기자가 ‘36년 차인 대선배’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라고 이렇게 본문에 써 가면서 손석희 씨에 대해서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인데. ‘신고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인데 신고를 안 했기 때문에 당신은 방조자와 같다’ 이런 표현이 나오거든요. 저는 이런 방조자라는 표현이 성범죄의 방조자와 같다 이 표현은 그냥 ‘과하다, 지나치다’를 넘어서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요. 조선일보가 여기서 손석희를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물론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임에도 조주빈의 의도처럼 이 사건이 그러므로 인해서 변질되거나 왜곡돼도 상관없다는 것도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주빈이라는 사람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 은폐하려는 그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조선일보와 조주빈은 공범 관계가 되는 거예요. 한겨레가 자신의 가족사진까지 막 그렇게 밝혀지면서 위협받는 것을 무릅쓰고 이 사건 어떻게든 뿌리 뽑겠다고 막 연속 보도해 나갈 때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다가 그 자에서 손석희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부터 정말 옳다구나라는 마음으로 이거를 나쁘게 악용하고 있어요.

[이상호]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된 후 언론이 그의 모든 것을 뉴스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SBS였는데요. 경찰이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이죠. 3월 23일에 SBS 8시 뉴스가 조 씨의 얼굴과 이름을 최초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유가 “추가 피해를 막고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찾아서 도움을 주자는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 보도는 어떻게 좀 보셨습니까?

[이윤소] 저희도 이 뉴스를 보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장 내일 바로 경찰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잡혀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전혀 급한 뉴스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 이것은 상업주의적인 선택이고 보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굉장히 조 씨의 개인사를 늘어놓는 그런 기사의 내용이었는데요. 그것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SBS가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 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이렇게 핑계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강유정] 알 권리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아무 데나 갖다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단독을 위해서, 속보를 위해서 하루살이 저널리즘이지만 그 사이 모여드는 많은 트래픽을 위해서 알 권리라는 말을 쓴다면 이 알 권리가 가지고 있는 말이 수명 자체가 너무는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그런 해프닝이 한번 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예전에 가해자 최초 공개한다고 내보냈는데 엉뚱한 사진을 내보낸 사례가 있었다는 겁니다.

[김빛이라] 조선일보가 2009년에 그 유명한 흉악범, 강호순 수사 기관보다 먼저 공개를 했었어요. 조선일보가 공개하고 나서 인권 침해 논란이랑 맞붙어서 굉장히 언론사들마다 공개할 거냐, 말 거냐 논란이 많았는데 조선일보는 우리는 알 권리를 위해서 그때부터 계속 흉악범 얼굴을 공개해왔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에도 사실 마찬가지였던 거죠. 수사기관보다 먼저 우리가 나주 성폭행범 얼굴을 공개해서 여론의 응징을 받게 하자. 이런 이슈 메이커로서의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어진 오보가 아닐까, 과거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임자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우리 사회에 알 권리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특히 언론이 제일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이것은 결코 알 필요가 있는 정보에 대한 권리이지 알고 싶은 모든 정보에 대한 권리는 아니에요. 그런데 SBS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어쩌면 알 필요는 없는, 알 가치가 없는 정보에 대해서 이렇게 보도하는 것은 그냥 국민의 알 권리에 복무하는 게 아니라 팔리니까 쓴다라는 거밖에 안 되는 거죠. 더 이상 우리는 그의 얼굴에 관심 없고 그의 살아온 궤적에 대해서 관심 없어요. 그걸 계속 언론이 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보기 싫다고요. 그렇게 보는 순간 이 사건이 왜곡된다는 것도 잘 안다고요. 사회가 이제 이만큼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다시 이것부터 봐야 해라고 뒷목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도 뭇매를 받고 있습니다. 추적한 지난 3월 28일 조주빈에 대해 추적한 ’은밀한 초대 뒤에 숨은 괴물.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 이편이 나간 후에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비판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알고 싶어 추적해야 할 건 범죄지, 범죄자의 일대기가 아닐 텐데요”, “이런 방송이 N번방 가해자를 만드는 겁니다”, “성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준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사과하십시오” 등등 해서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방송들 보셨죠?

[강유정]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면 이 범죄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주목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효과를 발현을 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이게 서사라는 게 문제인데 굉장히 잔혹범이라는 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궁금증이 있는데 여기에 서사를 제공함으로써 말하자면 가해자 자체에 일종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결국 이거를 알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큰 일을 해버린 겁니다.

[이윤소] 악마도 괴물도 아니죠. 악마가 괴물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성범죄에 대해서 비일상적 일인 것처럼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실 아시는 거처럼 범죄라는 것은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아는 사람에 의해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이런 식으로 특수한 문제로 계속해서 삼는다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데 굉장히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한 점은 특정 몇몇의 알려진 가해자, 그들에게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에 가담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언론이 훨씬 더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욱] 그런데 선생님, 조주빈을 악마라고 칭하는 것은 잘못인 겁니까?

[김빛이라] 최욱 씨가 말씀하신 그런 유혹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 이번에 언론 노조에서 아예 이례적으로 긴급 N번방 보도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그 지침을 보면 아예 짐승, 늑대, 악마 표현을 쓰지 말라.

[최욱] 어 그래요?

[김빛이라] 명시를 하고 있고 아까 말씀하신 거처럼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서 이걸 마치 보는 사람들이 예외적인 사건, 나와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최욱] 악마, 나도 많이 썼는데.

[임자운] 이런 범죄에 대해서 악마성을 언급하는 가장 어떻게 보면 가장 나쁜 이유가 조주빈의 입에서 실제로 나왔다고 봐요. 그러니까 자신의 악마성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했잖아요. 그 순간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게 됐냐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떤 주체화 분리된 무언가에 의해서 조종 당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잖아요. 그런 굉장히 나쁜 효과도 있었던 거죠.

[이상호] 최욱 씨 충분한 답변이 됐어요?

[최욱]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빛이라] 더라이브에서 많이 썼던거죠?

[최욱] 좀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김빛이라] 보도 지침을 따라 주십시오.

[최욱] 죄송합니다.

[최욱] 그런데 조주빈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요. 거의 자서전, 더 나아가 위인전 수준이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요. 보면요. ‘조주빈, 고등학교 시절 '말수가 많고 활발하고 농담도 잘하던 아이.’, '전문대 다닐 때 평범 4.17점 우등생이자 실수를 용납 않는 완벽주의자', '독단적 행동으로 학보사 편집국장직 파면', '55회에 걸쳐 총 231시간 봉사활동을 한 봉사왕'. '왜 하필 우리 옷을. 휠라 의문의 1패', '휠라 주가 폭등, 의문의 1승'. 보면 뭔가 좀 일대기를 쫙 다룬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런 거는 진짜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이상호] 이것만 봐도 정말 긴 장편의 어떤 소설을 한 편 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욱] 그러니까요.

[김빛이라] 눈에 보이는 2차 피해자가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러니까 조주빈이 살았던 동네는 무슨 잘못이며 다녔던 학교의 동료는 무슨 잘못이며 봉사활동 갔던 보육원의 관계자들은 무슨 잘못이길래 하루 종일 기자들이 와서 어땠나요? 혹시 기억 안 나나요? 마주친 적이 없나요, 물어봤는데 사실 벌써 눈에 보이는 피해자들이 조주빈과 전혀 관련 없이 또 생산이 된 셈입니다.

[김빛이라] 제가 이번에 이 사안들을 최초로 알렸던 추적단 불꽃 친구들을 잠깐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인터뷰들로 정신적, 육체적인 피해를 지금 입고 있는 좀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추적단 불꽃 인터뷰 영상에 들어가 보시면 5일간 30개 언론사랑 만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 언론사가 취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는 가해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최욱] 아니, 그 학생들이 지난 7월이라고 했나요? 그때부터 했는데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그럽니까?

[이상호] 그걸 왜 김빛이라 기자한테 그래요.

[최욱] 유일한 기자니까 화가 나서.

[김빛이라] 그런데 말씀하신 거처럼 그 친구들 얼굴을 보는 순간 제가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선의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이제 당사자들에게도 피해가 오는 상황이 느껴지니까 감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거죠.

[이상호] 이런 상황 속에서 한겨레의 남다른 행보가 또 눈에 띕니다. 텔레그램 성착취방의 문제를 가장 문제를 공론화한 게 한겨레였죠. 조주빈이 포토라인에 선 다음 날 일간지 중 유일하게 지면의 그의 얼굴 클로즈업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보이는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했거든요. 한겨레의 이 같은 결정은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을까요?

[임자운] 저는 아예 이 모습을 뺀 것보다는 차라리 담으면서 모자이크 처리한 게 하나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욱] 어떤 메시지라는 거죠?

[임자운] 지금 우리가 저 자의 얼굴에 관심 가질 때는 아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죠.

[강유정] 사실 지면을 보면 더 분명해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로 만약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실었다면 이게 모자이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한겨레 2면을 보자면 이렇게 모자이크 처리된 조주빈 얼굴과 함께 굉장히 많은 사람이 또 관전하고 있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되게 아이러닉한 사진이에요, 사실. 게다가 거기 밑에 실려 있는 기사를 보자면 이라고 해서 양형 문제에 관한 기사를 실었고요. 그리고 그 밑에는 <피해자들은 댓글 등 2차 가해로 더 고통>이라는 거를 실어서 2면이 그렇게 구성이 돼 있어요. 그러니까 피해자들 이야기와 양형 기준 이야기와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가 된 피의자, 그러니까 범죄자. 이렇게 세 개가 균형이 맞았다는 겁니다.

[김빛이라] 배치, 기사에 들어가는 어떤 감성적인 표현들, 단어 사용 하나하나까지도 한겨레는 지난해 만들어진 젠더데스크 말이 모든 분야의 기사에 그렇게 딴지를 걸고 제보를 받고 토론을 해서 완성해 가는 그런 조직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하거든요. 제가 이번에 혹시 다른 언론사들에서는 이런 문화들, 어떤 다 같이 자정해 나가려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을까 살펴봤는데 한겨레가 유일했습니다.

[최욱] 한겨레 굉장히 부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직하세요.

[김빛이라] 제가 KBS 안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겠죠?

[최욱] 그게 더 낫죠.

[김빛이라] 잠깐 흔들렸네요.

[최욱] 대응을 잘하시네.

[이상호] 뭘 또 흔들립니까?

[이상호] 어떤 사실이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뉴스는 그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 문제를 두고 언론사 내부에서는 어떤 고민들이 오가고 있는지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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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기자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

[A 기자] 성착취 영상에 대해서 이제 기자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선배가 이제 가해자.. 성착취 영상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대변하는 말들을 하는 경우를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이 가학적인 성 영상을 찍는 것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본인들이 성적으로 마조히즘이 있는 애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걸 무조건 가해자들의 100% 범죄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여성의 날 혹은 강남여성살해 몇 주기 이렇게 특정하게 이벤트가 있는 기획성이어야지만 이런 기획이 들어가요. 사실상의 평시나 일상적인 아이템에서는 이 같은 거는 거의 발제가 어렵고요.

[B 기자] 조회 수나 뭐 이런 걸 의식해서 되게 조금 관심을 끌만한 선정적인 제목이나 이런 거나 그림을 이렇게 달 때가 있더라고요. 자세하게 묘사를 한다든지 사진 같은 거나 영상을 쓸 때 너무 좀 상상력을 유발하거나 여성 허벅지나 이런 게 드러나는 걸 쓴다든지. 그걸 매번 지적하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하면 저만 좀 되게 까다롭고 같이 일하기 힘든 그런 사람처럼 자꾸 취급을 받고 이러니까. 데스크 중에서도 편집 방침이나 이런 게 이런 이슈를 적극 다뤄야 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까 뉴스를 해야 되는 데도 아무데서도 발제가 안됐고. 뭐 여가부에서 해야 된다. 아니다. 사건 팀에서 해야 된다, 뭐 이렇게 핑퐁만 하고 평소에 고민을 다들 안 했으니까 일단은 다들 사건‧사고성으로 보도하니까 그렇게 끌려가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있는 거 같아서. 이렇게 나가도 되나? 진짜 너무 불안한 거 같아요. 평소에 안 하다가 이렇게 막 하게 되니까 ----------------------------------------------------------------------------------

[이상호] 현장 기자들도 사실 성범죄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고 싶다는 그런 의욕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현실의 벽에 정말 많이 부딪히네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김빛이라] 전반적인 취재 흐름을 지시하고 또 큰 틀에서 발제를 하는 데스크, 부장급인 데스크가 언론사에는 존재하는데 이 데스크급에 여성이 굉장히 적은 것도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지난해 한국여기자협회에서 조사를 했더니 27개 언론사에 여성 데스크가 14%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젠더나 이런 부분에서 취재 지시들이 굉장히 잦거나 아니면 많이 벌리지 못하는 것도 현실적인 것은 여 기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꼭 젠더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많은 분이 이야기하는 게 데스크까지 간 여성 기자분들은 사실은 남자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더라고요. 뭐냐 하면 굉장히 경직된 취재 보도에 대한 어떤 경향들도 있고 무엇보다 이런 규범적인 뉴스 조직이라는 게 잘 안 바뀐다는 겁니다. 여성의 어떤 비율 문제도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이런 조직 문화 자체에 대해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더딘 게 검찰하고 언론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임자운] 외국에 그런 사례가 있더라고요. 영국의 IPSO라는 단체가 출판물을 감독하는 독립 기구인데 우리나라 기자협회 등과는 성격이 좀 다르게 권한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에디터스 코드’라는 것을 만들어서 언론 행위가 지침을 위반했을 경우에 최대 100만 파운드까지 벌금을 물게끔 그런 제도를 마련해 놨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상호] 기자들이 속한 문화가 그들이 만드는 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그런 점에서 꼭 짚어야 할 언론계 고질적인 관행이 있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조롱하고 몰카를 공유하고 심지어 성매수 정보가 오갔던 사건. 바로 지난해 드러난 언론인 단톡방 사건이었습니다. 후속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고 아마 거의 묻혀진 사건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욱] 많이 잊혀졌습니다.

[이윤소] 이게 기사를 통해서는 기자 단톡방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인 단톡방이라고 합니다. 블라인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같은 곳인데요. 그걸 통해서 직원 인증을 거치고 그런 기자, PD, 언론사 직원들이 모인 처음에는 정보 공유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이후에 잡담방으로 바뀌고 그 이후에는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방으로 파생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그래서 최소 2017년부터 이 방이 존재했다고 하고요. 참여 인원이 30에서 50명 정도. 많게는 100명까지 들어가 있던 때가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한 대화방에서 공유된 불법 촬영 사진이 590여 장 정도가 된다고 하고 불법 촬영물 유포 사이트 링크만 140여 개 정도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임자운] 그런데 2019년 3월부터 정준영, 승리 단톡방 사건이 터졌는데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아요. 범죄 피해 영상을 공유 하고 그것을 같이 가지고 이야기하고 약간 희희덕거리는 그런 메시지 내용이라서 그래서 이 시기에 특히나 이 피의자들이 언론인이라면 범죄 행위라고 알고서도 이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빛이라] 실제 이 기자 단톡방에서는 정준영 사건이 터진 이후에 그 영상 구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이 안에서 버닝썬 관련된 불법 영상물이 실제 공유됐던 것도 확인이 됐습니다. 이런 식의 매커니즘을 공유한 불법 촬영물 공유방이 버젓이 지금도 현재 있을 거라고 저는 감히 짐작을 합니다. 심지어 이 방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한데요.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에서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방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상호] 정말 분노하셨겠어요. 기형도 시인을 감히 여기에.

[강유정] 정말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심지어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음란물들을 지칭할 때 작품이라고 표현을 쓰기도 했다는 거예요. 장난으로 혹은 조금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인식이 굉장히 미비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욱]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서 말씀을 드리면 취재 목적으로 영상 등을 서로 주고받았던 게 결코 아니고 개인적 이유로 주고받았고 그 사이에서 희희덕거리고 조롱하고 모욕하고 그랬던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 오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실 거 같습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취재 목적이라고 해도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취재와 관련됐다는 단서가 붙어도 그것은 범죄인데요.

[최욱] 그렇습니까?

[김빛이라] 네.

[이상호] 지난 3월 21일 드디어 검찰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임자운]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건으로 송치된 언론인 피의자 12명 가운데 1명만 성폭력특별법상 불법 촬영물 유포혐의로 약식 기소를 했고 나머지 11명 중 9명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를 했으나 전원 기소유예. 성폭력 피해자 신상 유포 등의 혐의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기자들 4명 중 3명은 증거 불충분 혐의로 무혐의, 나머지 1명은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다는 건데 그런데 지금 거론되고 있는 범죄의 죄질이 결코 약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가령 성폭력 특별법상 불법 촬영물 유포라는 것은 구속 요건이 그렇거든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경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 영상은 성폭력 범죄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성폭력 피해 영상이라는 말이죠. 성폭력 특별법상 영상 유포는 피해자가 있잖아요.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기 때문에 죄질 자체가 굉장히 나쁘고 심지어 약식 기소라고 했다는 것은 유죄가 인정이 된 것인데 형량이 너무 낮죠.

[김빛이라] 이 사건, 기자 단톡방을 수사를 했던 경찰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결과를 알려드렸더니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첫째는 이 수많은, 익명의 아이디 중에서 신원을 특정했고 신원을 특정해서 증거가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중죄라고 생각한 사람들만 처벌해서 검찰로 송치한 게 12명이데 이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유감이다라고 했고 어차피 이 사건도 또 그렇게 끝났군요라고 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더군다나 어느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고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본인들로서는 역시, 역시군요. 이렇게 하고 좀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최욱] 사법 처분까지 가기 전에 정준영 단톡방 얼마나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언론에 써댔습니까? 그리고 박사방, 얼마나 많이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까? 언론인방은 거의 안 나왔어요. 언론이 자신의 식구라고 생각해서 안 쓰고 있는 문제, 이것도 정말 너무 더 속상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이윤소] 특히 되게 성폭력 보도라고 하면 정말 신이 나서 달려드는 언론이 이것에 대해서 입을 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이것을 묵인하려고 하는 것이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강유정] 사실 그게 카르텔이죠. 다른 게 카르텔이 아니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뭉치는 것을 카르텔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엘리트 집단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잘못을 숨기고, 권한을 강화하려고 할 때 카르텔이라고 부르는데 2020년 3월에 언론인 단톡방, 검찰의 기소 유예 발표가 됐는데 10대 일간지 어디에도 다루지 않았다는 거고요. 그리고 2019년 4월 언론인 단톡방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미디어 오늘만 첫 보도를 했고 대개 보도량이 적다. 거의 찾아봐야 하는. 발품을 팔고, 아주 클릭을 열심히 해서 찾아봐야 할 정도라면 대개의 성폭력 범죄 혹은 성범죄들 그리고 여기서 나오고 있는 단톡방 범죄들도 대단히 뉴스가 많이 됐던 것에 비해서 왜 이것은 가려졌느냐, 저는 언론 이 하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상호]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후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언론의 단톡방의 존재를 언론에 공유를 하고 직접 시민단체가 언론계 침묵의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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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019년 ‘언론인 단톡방 사건' 고발한 DSO

[기자] 어떻게 증거를 가지고 제보 또는 이걸 세상에 알릴 생각을 하셨는지?

[박수연 / DSO(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 기자 분께서 제보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내부의 기자 단톡방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자기 혼자 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공론화를 하고 보도를 해야 될 역할인데 이분은 기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기자들을 신뢰하지 못 하고 저희 단체에 연락해서 공론화를 해달라고

[기자] 신상은 가려져 있지만 방송매체 경제부, 신문매체 정치부 이런 식으로 당사자들끼리도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일단 활동을 하는군요. 이 단톡방 관련해서 관심을 보여온 매체들이 있었나요?

[박수연 / DSO(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 제법 여성 기자분들은 꽤 연락이 왔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관련해서 언론에 보도가 잠깐 뜨거운 냄비처럼 확 났다가 사실 금방 사그라든 느낌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사실은 선 긋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N번방 같은 경우에 되게 기자들이 기사들 나오는 거 악마화를 시키고 있잖아요. 악마 같은 행위 뭐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은 텔레그램방이랑 이런 카카오톡 오픈방이랑 사실 다를 게 하나도 없거든요. 방관자나 어떻게 보면 또 2차 가해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기는 다르다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현재 나온 가해자의 처벌수위도 너무 약하게 됐고 거의 다 기소중지고 기소유예 뭐 혐의없음 이렇게 처분이 난 상황이고 조금 마음이 아프죠. 혹시 어떤 거를 기대를 하셨었어요, 당시에는? 저희는 항상 이런 공론화를 통해서 기대하는 건 아, 이게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는 것을 항상 보여주고 싶어하죠. 기자들도 다를 게 없었고 뭐 기자들도 어떻게 보면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기자들 내부에서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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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이라] 언론 단톡방 수사 결과 나오고 나서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유일하게 그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너무 슬프고도 무서운 건 이 언론인이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됐다는 거죠. 공론화시키고 수사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그 방은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리 예감을 하고 또 그게 현실이 됐다는 거 때문에 이 사건의 전개가 정말 슬펐습니다.

[최욱] 너무 슬픈 게 보통은 시민단체가 언론을 찾아가는데 언론인이 언론을 못 믿어서 시민단체를 찾아간 거예요?

[김빛이라] 네.

[최욱] 슬프네.

[강유정] 사실 언론의 가장 큰 권력은 사건을 집중하는 포커싱 효과도 있지만 덮는 능력일 것 같아요. 원하는 대상을 충분히 덮어줄 수 있는데 자기 검열이라든가 자기 반성의 문제가 강해야만 윤리적인 조직과 집단이 될 텐데 실정법조차도 이렇게 겁을 내지 않는 정도라면 보도 준칙이나윤리 준칙 같은 것들이 얼마나 가볍게 보일까. 그런 것들은 말 그대로 허울뿐인 약속이라는 게 이런 것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습니다.

[임자운] 기자 협회 강령을 보면 취재 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 목적에만 사용해라, 사생활을 보호하라, 이런 말들이 있는데. 성범죄 영상을 같이 공유를 한 거고 심지어 같이 보자고 요청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이거는 윤리강령위반 문제가 아니라 성범죄라는 거고. 기자들은 사실 매우 민감한 업무의 특성상,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서 취재원 입장에서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그 정보를 주기가 굉장히 어렵죠.

[임자운] 아까 잠깐 비친 내용을 중에 하나가 김학의 성범죄 사건의 영상을 YTN 기자가 입수했다는 그 링크를 띄우면서 그 영상 달라고 “YTN형 기사 좀, 영상 좀” 이런 거잖아요. 실제로 전달이 안 됐길 바라는데 어쨌든 그 역시 성범죄였고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이 사건이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YTN에게 주었을 것인데, 이것은 정말 바닥을 뚫고 들어간 윤리 의식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이윤소] 이런 사건이 발생을 했을 때 누가 언론을 믿고 언론을 통해서 성폭력 사건을 제보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왜냐하면 내가 어떤 방에 올라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절대로 언론을 믿을 수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언론사 자체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강유정] 심지어 정보라는 걸 굉장히 처음에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사실 언론인들이란 말이에요. 그럴 때 그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굉장히 스스로 질문하고 한편으로 되게 예민하고 좀 두렵게 다뤄야 할 정보들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앞서 살펴본 언론계와 기자조직 내부의 문화들이 실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피해자들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 현장에 계시면서 참 안타까운 그런 일들이 많을 거 같아요. 이윤소 활동가 님.

[이윤소] 기사를 보다 보면 이게 기사인지 뉴스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때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한 가지 예시를 말씀을 드리면 3월 26일에 아시아 경제에서 <“요새 애 엄마들 너무 무섭다” 끔찍한 ‘N번방’ 여아, 성폭력 모의도>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N번방 사건 가담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의 내용을 보면 이들은 한 여아의 사진을 올려놓고 성적 대화를 이어갔다.” 이렇게 시작을 하는데요.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제가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상세하게 구구절절 그 내용들을 적어 놨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본 사람들조차도 내가 지금 여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렇게 세세하게 중계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를 댓글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성폭력은 폭력이고 중대한 범죄고 이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흥밋거리고 이슈고. 우리가 다뤄야 하는 소재이고 우리가 다루는 어떤 언론의 민낯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고 이런 기사는 정말 생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유정] 기사라는 건 사실에 대해서 선택과 배제라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기사지 단순히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고 널리 알린다는 거는 알 권리의 차원에서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 글의 목적이 뭐냐는 겁니다. 엄마들한테 공포감을 심어주는 건지 아니면 경고를 하는 건지 정말 이 목적을 알 수 없는 사실의 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그런 기사입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기자 단톡방에서 저희가 오간 대화들 사실 슬쩍슬쩍 봐도 어떤 영상 없나요? 이렇게 하면서 좀 관음증적인 본인의 태도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잖아요. 저는 이런 태도가 기사에도 사실은 옮겨온 거라고 생각을 해요.

[임자운] 소위 말하는 피해자다움을 강조한다는 성범죄와 관련해서 항상 나오는데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가해 행위가 너무 악랄했고 피해자분들이 어린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어쩌면 당
연한 기대를 했던 건데 머니투데이 3월 23일자 <‘반일 종족주의’ 이우연, N번방 딸 있다면 가르칠 것>. 이 기사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의 피해자다움, 피해자의 책임을 말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거론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던 거는 뭐냐 하면 그 말을 쓰고, 그에 대한 찬반 여론을 중계만 했고. 기자의 관점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들은 좋지도 나쁘지 않다고. 절대 아니죠. 나쁘죠. 왜냐하면

[최욱] 최악입니다.

[임자운] 혹시라도 피해자 중에 한 명이라도 이 기사를 봤다고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는 기사였다고 봅니다.

[최욱] 저는 당연히 이걸 엄청 세게 비판하는 기사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봤더니 너무 담백하고 너무 중립적으로 이 발언에 대해서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진짜 썼더라고요. 그거 너무 깜짝 놀란 기사였습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좀 쓰시지.

[강유정] 과거 유영철 살인 사건을 말하면서 그 여성들의 직업을 구분하면서 약간 그래도 될 만한 여성과 아닌 여성을 구분하기도 했었고요.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선별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어떻게 되느냐, 가해자들 그리고 범죄자들이 더 활개 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는 거죠. 피해자가 지금 피해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가 피해 사실에 대한 어떤 고백도 다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동선을 좁혀가는 일들을 언론이 넓혀주는 게 아니라 더 좁혀가는 거를 하고 있다는 거는 정말 개탄할 수 없는 그런 현실입니다.

[이상호] 현장에서 성범죄 피해자분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실제 이런 기사들을 접하고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이윤소] 과연 이 언론인들이 성폭력 보도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걸까에 되게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항상 물어보세요. 피해자가 어떤 심정일 것 같습니까? 그런 것을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게, 그게 왜 궁금하죠? 기자들이 그것이 2차 피해를 유발하게 하는 행동인 것도 모른 채 다시 한 번 피해 사실을 말하게 한다는 그런 것들을 확인할 때마다 성폭력에 대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각 없이는 제대로 된 취재가 어렵다. 그런 생각이 들고 쓰고자 하는 바가 뭔지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가 너무 눈에 뻔히 보여서 굉장히 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 그만했으면 좋겠다, 좀 한숨이 많이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임자운] 저는 지금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이 피해자들에 대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지금 그들의 삶이 어떨까,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는 왜 이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 했을까? 왜 그토록 심각한 가해를 당하면서 왜 국가 공권력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 했을까 라는 질문을 꼭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청법상 대상 아동 규정인 것인데, 이게 뭐냐 하면 아동청소년이 성매매를 했을 경우에 성매수자뿐만 아니라 그 상대인 아동 청소년까지 처벌로 인식되는 보호 처분 대상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죠. 이래서 신고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사실 오래 전부터 제기 되었어요. 이 대상 아동 개념을 삭제하고 피해자들을 온전한 피해자로 규정하고 바라보고 정책을 짜야된다라고 했는데 법무부가 반대해서 이거 계속 안 바뀌고 있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최욱] 지금 상황에서는 주범, 조주빈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고 관전놈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황을 3월 26일자 한겨레 만평이 잘 표현을 해놓고 있는데 이 만평에는 나타나 있지는 않습니다만 맨 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저 사람은 언론을 표현한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추측을 한번 해봅니다.

[강유정] 그런데 여기에 심지어 사법부까지도 이렇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지력과 이해력, 감수력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되게 부족한 양형 기준이 만들어져 있고 그러다 보니 경고 효과가 떨어지고.

[이상호] 오죽했으면 이번 담당 판사를 바꿔 달라는 그런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잖아요.

[강유정]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판사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 좀 배제해달라는 요구를 왜 받았느냐. 아까 말씀드렸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감수성 내지 이해도가 되게 떨어진다고 많은 네티즌분들이 판단을 한 거예요. 그 근거가 된 게 뭐냐 하면 고인이 되신 구하라 씨의 남자친구였죠. 그분이 어떤 짓을 했냐면 불법 촬영한, 그런 불법 촬영물을 가지고 이를테면 계속 협박을 했던 거예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우리가 생각할 때 법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낮게 받았거든요. 이분만 아닐 거라는 겁니다. 대개 사법부에 계신 판사님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빛이라] 얼마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이번만큼이라도 하자는 사람이 많았으면 오덕식 판사가 이번에도 판결을 맡았다는 사실을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화제를 만들고 국민 청원으로까지 연결돼서 정말 이번만큼은 바꾸자는 그 염원을 달성시킨 거잖아요. 우리는 끝까지 물고 넘어지겠다고 하는 게 시민들의 화력이 지금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를 알게 되는 그런 사안이었습니다.

[이상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경찰 수사로 이끈 것도 그렇고 언론인의 단톡방 존재를 알린 것도 그렇고 이게 다 시민들이 없었으면 사실 드러나지 않았을 그런 사건들이거든요. 언론이 어떻게 보면 시민들의 요구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씁쓸한 마음이 참 큰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언론에 뭔가를 좀 기대를 해봐도 될까요?

[강유정] 저는 행동 수준에서 하나 좀 요구드리고 싶은 게 뭐냐 하면 모든 성 범죄 재판을 모니터링해보면 어떨까. 양형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저는 기자가, 언론이 그리고 그 힘을 모니터링만 꾸준히 활용을 해도 왜냐하면 승리 단톡방 사건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부족하다, 이거 굉장히 엄벌을 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느새 흐지부지 없어지고 있거든요. 누군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환기하는 효과, 이게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윤소] 후속 보도를 철저히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그러니까 포토라인에 섰을 때 어떤 자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언론들이 되게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이 사건이 끝까지 어떻게 규명되는지를 제대로 따라가서 그것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금 굉장히 필요합니다.

[임자운]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됐던 성범죄를 중에서도 변종적이다 할 만큼 좀 악랄하죠, 이번 거는. 그런데 분명히 그러한 변종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우리 사회에 있었던 것이거든요. 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라고 저는 봐요. 그 변종을 거둬낼 것이냐, 토양을 갈아엎을 것이냐, 무엇이 옳은지는 사실 분명하죠. 토양을 제거를 해야죠. 그런데 우리 언론이 지금 조주빈의 악마성에 집중을 하거나 그의 개인사를 파거나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변종 걷어내기에만 집중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데 이것이 과연 우리 언론의 문제일까? 어쩌면 성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주류의 시각이 그냥 반영이 된 게 아닐까, 그들만 없애면 안 된다는 이런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고 코로나19와 같이 이번 사건도 저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보거든요.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만큼은 좀 넓고 깊게 봤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이상호] 정말 다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이윤소 활동가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윤소] 감사합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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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알권리 vs 장삿속…조주빈 자서전 쓰는 언론
    • 입력 2020-04-05 21:47:47
    • 수정2020-04-05 22:39:18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해 주실 분들 소개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님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이상호] 타협 없는 언론 저격수 임자운 변호사도 나오셨고요.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의 빛픽처 김빛이라 기자도 오늘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오늘 함께하실 전문가 한 분 더 모셨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이윤소 활동가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윤소] 안녕하세요? 이윤소입니다.

[최욱] 성평등 관련한 일을 하시는 거 같은데 저의 평소 언행의 문제는 없던가요?

[이상호] 한 번 지적해주시죠.

[이윤소] 네, 노력하시면 됩니다.

[김빛이라] 가장 무서운 얘기 같은데요.

[이상호] 약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윤소]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상호] 오늘 또 얼마나 날카로운 비평을 해주실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82회 방송에서 언론이 외면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저희가 다뤘습니다. 그런데 최근 성착취 대화방의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이제는 무분별한 보도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주제, ‘성범죄 가해자의 자서전을 쓰는 언론’으로 정해봤습니다. 이 방송은 KBS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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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침7시30분, 서울 종로경찰서

[경찰] 자, 지금, 기자 포토라인이 다 형성이 됐으니까 포토라인 안쪽에 있는 기자와 촬영기자들은 다 바깥으로 나가주시고.

[경찰] 30초 후에 나옵니다!

포토라인 선 조주빈

연합뉴스, [속보]‘박사’조주빈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한국경제TV, [속보]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줘서 감사”... 얼굴 공개
스포츠서울, [속보] n번방 조주빈 심경고백 “피해 입은 모든 분들게 사죄”
매일경제, [포토] 목깁스 조주빈, 고개 숙일 수 없어
경향신문, [속보] 조주빈, 검찰 송치“악마의 삶 멈춰주셔서 감사하다”
YTN, 목 보호대하고 나타난 조주빈... 시종일관 ‘당당’
조주빈 속보 1,119건

[시민]
"그 사람이 누군지는 정말 관심이 없고요 사실.
이게 엄청 크고 자극적인 사건이 될 것 같으니까 이렇게 와 있는거잖아요."
"어떤 사회적 배경때문에 이 범죄가 가능했다, 법이 허술해서 처벌을 못한다,
이런 법을 만들어야한다는 걸 분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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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김빛이라 기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갔죠.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김빛이라] 이른 아침부터 엄청나게 많은 취재진이 왔는데 이날 경찰서 입구에서 기자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한 150여 명 정도가 왔고 옥상에서 찍는 팀, 계단에서 찍는 팀. 순간의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담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취재진들이 움직였고 생중계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중계차 같은 경우에는 전날부터 와서 자리를 잡는 정말 엄청난 경쟁이 있긴 있었습니다.

[최욱] 성폭력 범죄로는 최초로 포토라인에 선 경우였던 거죠?

[김빛이라] 네.

[최욱] 물론 국민들이 요구가 있었습니다만 이런 범죄자한테 그런 발언권을 주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런 또 의구심은 들더라고요.

[강유정] 굉장히 작년에 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8월 21일에 장대호가 카메라를 보고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다’가 엄청난 헤드라인으로 퍼져 나갔어요. 그러니까 저는 언론이 이렇게 사람들의 굉장한 관심과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는 사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마이크를 준다는 건 ‘무슨 말이든 해라’라는 심리인 것 같아요. ‘뭐든 하면 내가 잘 만들어서 헤드라인으로 만들 수 있어’라는 그런 부분에서 어떤 점에서 언론이 권력을 오히려 주는 셈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윤소] 굉장히 동의를 하고 사실 포토라인 앞에 선 가해자가 어떤 말을 할지는 누구도 예측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상호] 그렇죠.

[이윤소] 특히나 가해자가 하는 말이 대부분 범죄를 해결하는 데 전혀 필요가 없거나 이후의 일들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자운] 이 포토라인 자체에 대해서 언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제까지는 이 포토라인이 피의자 인권,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추어 봤을 을 때 피의자의 인권에 대해 고민이 있었는데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악용할 수 있다. 굉장히 나쁘게 악용할 수 있다는 굉장히 명확한 사례로 보여줬고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악용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우리 언론은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이 전혀 안 된다. 이것도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이날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발언을 앞다퉈 언론들이 또 전했습니다. 조씨가 포토라인에 등장한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무려 1,119건의 속보가 쏟아졌습니다. 보도량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 예상을 하셨어요?

[이윤소] 성폭력이라는 것은 굉장히 언론들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범죄의 심각성과는 관계없이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그러니까 너도 나도 속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칙 같은 것이 없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언론이 너무 반성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빛이라] 보통 이렇게 피의자가 나오면 기자들은 어떤 질문을 할지, 오늘 어떤 기사를 쓸지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조주빈 옆에 따옴표 쳐 놓고 무슨 말을 하던 일단 이 말을 써서 다른 언론사보다 빨리 내보내는 게 언제부터인가 관행이 돼버린 거예요.

[이상호] 속보.

[김빛이라] 예전에 좀 다른 얘기지만 조국 사태 때 굉장히 이게 속보가 될 수 있나 싶은데 경비원, 조국, 차 놔두고 출근. 이게 실제 속보로 나갔거든요. 일단 따옴표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였던 거예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게 속보가 아니라 가장 눈길을 끌 수 있고 지금 관심을 끌 수 있으면 모두 하다 보니까 이렇게 1000개 넘는 속보가 같은 사안을 놓고 나오게 되는 거죠.

[이상호] 속보 경쟁 속에서 다소 의아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조주빈의 발언이 그것인데요. 이런 말을 했어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라는 조씨의 발언 직후에 연합뉴스가 조주빈,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동아일보는 포토라인에 선 박사 조주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등의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해당 언론사들의 후속 기사를 보면 내용이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보도가 됐거든요. 일반 독자들이 봤을 때는 이게 도대체 뭐지, 황당해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강유정] 이렇게 되면 기자들이 맥락맹이 아닌가라는 약간 비아냥 섞인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녹음기처럼 녹음을 해서 전달한다면 차라리 속기사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문제가 뭐냐 하면 지금 이 조주빈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치트키 그리고 좀 더 전통적으로 얘기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넣기만 하면 클릭 수가 올라올 거라는 트래픽이 모일 거라는 그런 암묵적 합의가 기자들 사이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래 언론 보도는 해석과 맥락을 제공해야 하고 그래서 그 말이 갖고 있는 뉘앙스 이면에 있는 것들을 파헤쳐야 해서 일반인들이 혹시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드러내는 게 언론의 임무인데 그걸 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아니함), 뭔가를 한 것도 문제인데 하지 않은 것도 문제인 사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임자운] 이게 ‘사과했다’, ‘안 했다’를 중요하게 바라보다가 심지어 그것 때문에 대량 오보 사태까지 발생한 것 같은데 사과했다는 자체가 피해자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사과를 했다고 한들 카메라 앞에서 대대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피해자들한테 어떤 일말의 위로라도 될까? 사실은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기자들은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최욱] 그렇네요. 오히려 사죄함으로써 혹 행여나 면죄부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윤소] 굉장히 가해자들은 결국에는 자기가 왜 이런 일에 가담했는지 핑계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언론이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굉장히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아마 조주빈도 준비를 했을 겁니다. 이전의 영상들을 보면 다 기자가 결국에 마이크 대면서 “피해자에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게 거의 따라가면서 하는 마지막 외침이거든요. 관행적으로 기자들이 그렇게 한다는 거는 ‘여기서 한 마디 하면 좀 내가 조금은 더 나쁜 사람이 아닌 거처럼 보일까?’ 하고 준비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많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일어나던 피해자에게 한 말씀, 마지막으로 사죄 이런 식으로 마이크를 대줬던거죠.

[임자운] 포토라인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조씨가 똑똑하다는 거에요. 영리하다는 거죠. 사실은 우리의 관점은 그 사람이 영리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어리석음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셨듯이 이제까지 해왔던 그대로의 관행을, 그대로의 관례적인 질문을 언론이 했고 누구라도 이걸 악용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기 뜻대로 악용할 수 있는 판이었다는 거죠. 그것을 적극적으로 썼을 뿐이다. 그 사람이 특별히 똑똑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이 그만큼 어리석었다라고 생각해요.

[이상호] 조 씨가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하자마자 관련 기사들도 또 마구 쏟아졌습니다. 발언 당일인 3월 25일 텔레그램 박사방 관련 보도가 네이버 기준 무려 3,294건이었는데 그 중에 4분의 1에 해당하는 879건이 손석희 사장과 관련된 기사였습니다. 성범죄 가해자의 말 한 마디가 사실상 한국 언론을 쥐락펴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까지 휘둘릴 수 있는 겁니까?

[강유정] 언론이 얼마나 권력에 취약 한 지를 저는 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왜냐하면 만약에 언급된 이름들을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저 사람 누구야?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그 언급된 이름들이 상당히 굉장히 권력도 있고 유명세가 있는 사람들이었고요.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석희 사장과 관련된 것만 879건이에요. 나머지 두 사람은 여기서 위계가 나뉜 겁니다. 위계를 나눴을 때 누가 더 유명하고 누가 더 권력이 있고 어떤 점을 다뤘을 때 더 재밌을까를 고민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는 그냥 사실이라든가 피의자에 대한 어떤 관심사가 아니라 그냥 보도 가치를 유명세에 나눠서 거기에 전부 다 한 방향을 찍고 달려간 거밖에 안 됩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하나의 교주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쪽을 보라고 했더니 이쪽을 보고 있고 그냥 놀아난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성범죄자에게 농간에 놀아난 언론 참사다, 이렇게 보이는데. 다만, 한국일보 3월 26일 자 기사 소제목처럼 ‘손석희, 윤장현을 왜 언급됐나’라는 질문 자체는 던질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거기 질문에 대해서 언론이 내놔야 할 답은 정말 그들 사이가 관계가 아니라 그 발언의 의도였던 거죠. 자신의 굉장히 파렴치한 범죄를 마치 어떤 권력형 범죄처럼 과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보는데 거기에 완벽하게 놀아났다고 봐요.

[최욱] 임자운 변호사가 언론사가 범죄자에게 놀아났다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조금 생각을 달리합니다. 만약에 조주빈의 입에서 다른 언론사 사주의 이름이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기사를 또 뽑아냈을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손석희이기 때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더 많이 다룬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하나 네이밍 들어갑니다. 옳다구나 저널리즘.

[이상호] 옳다구나 저널리즘.

[최욱] 거기에서 가장 많이 이 관련한 헤드라인을 뽑은 곳이 조선일보입니다.

[최욱] 조선일보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 일 있었길래… 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 <손석희, 조주빈 대리인 만났다는데> <늪에 빠졌는 손석희> 등. 녹화 전인 3월 31일까지 손석희 사장을 헤드라인에 내세운 기사가 10건 정도 됩니다. 옳다구나 저널리즘.

[이상호] 거의 1일 2 손석희 보도를 하고 있네요, 조선일보가.

[강유정] 이 조선일보는 어떤 점에서 조주빈 사건이 아니라 손석희 사건으로 네이밍을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제가 심각하게 봤던 건 뭐였냐면 ‘김광일의 입’이라는 칼럼입니다. 손 사장 전화번호가 저장이 돼 있고 아마도 이것은 손 사장이 텔레그램 안에서 뭔가를 했기 때문에라는 굉장히 강력한 추측을 이 안에 문맥 속에 넣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범죄자가 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범죄자도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결국 어디로 가냐 하면 조주빈을 옹호하는 글이 된 겁니다. 파고드는 거까지는 언론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진리를 말한다고 그렇게 쓸 수 있느냐, 저는 그건 굉장히 언론인으로서의 자기 윤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임자운] 제가 제일 나쁘게 본 거는 28일 자 기자칼럼인데 <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 이거는 5년 차인 기자가 ‘36년 차인 대선배’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라고 이렇게 본문에 써 가면서 손석희 씨에 대해서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인데. ‘신고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인데 신고를 안 했기 때문에 당신은 방조자와 같다’ 이런 표현이 나오거든요. 저는 이런 방조자라는 표현이 성범죄의 방조자와 같다 이 표현은 그냥 ‘과하다, 지나치다’를 넘어서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요. 조선일보가 여기서 손석희를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물론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임에도 조주빈의 의도처럼 이 사건이 그러므로 인해서 변질되거나 왜곡돼도 상관없다는 것도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주빈이라는 사람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 은폐하려는 그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조선일보와 조주빈은 공범 관계가 되는 거예요. 한겨레가 자신의 가족사진까지 막 그렇게 밝혀지면서 위협받는 것을 무릅쓰고 이 사건 어떻게든 뿌리 뽑겠다고 막 연속 보도해 나갈 때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다가 그 자에서 손석희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부터 정말 옳다구나라는 마음으로 이거를 나쁘게 악용하고 있어요.

[이상호]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된 후 언론이 그의 모든 것을 뉴스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SBS였는데요. 경찰이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이죠. 3월 23일에 SBS 8시 뉴스가 조 씨의 얼굴과 이름을 최초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유가 “추가 피해를 막고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찾아서 도움을 주자는 차원에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 보도는 어떻게 좀 보셨습니까?

[이윤소] 저희도 이 뉴스를 보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장 내일 바로 경찰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이 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잡혀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전혀 급한 뉴스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 이것은 상업주의적인 선택이고 보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굉장히 조 씨의 개인사를 늘어놓는 그런 기사의 내용이었는데요. 그것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SBS가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 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이렇게 핑계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강유정] 알 권리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아무 데나 갖다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단독을 위해서, 속보를 위해서 하루살이 저널리즘이지만 그 사이 모여드는 많은 트래픽을 위해서 알 권리라는 말을 쓴다면 이 알 권리가 가지고 있는 말이 수명 자체가 너무는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그런 해프닝이 한번 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예전에 가해자 최초 공개한다고 내보냈는데 엉뚱한 사진을 내보낸 사례가 있었다는 겁니다.

[김빛이라] 조선일보가 2009년에 그 유명한 흉악범, 강호순 수사 기관보다 먼저 공개를 했었어요. 조선일보가 공개하고 나서 인권 침해 논란이랑 맞붙어서 굉장히 언론사들마다 공개할 거냐, 말 거냐 논란이 많았는데 조선일보는 우리는 알 권리를 위해서 그때부터 계속 흉악범 얼굴을 공개해왔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에도 사실 마찬가지였던 거죠. 수사기관보다 먼저 우리가 나주 성폭행범 얼굴을 공개해서 여론의 응징을 받게 하자. 이런 이슈 메이커로서의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어진 오보가 아닐까, 과거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임자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우리 사회에 알 권리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특히 언론이 제일 크게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이것은 결코 알 필요가 있는 정보에 대한 권리이지 알고 싶은 모든 정보에 대한 권리는 아니에요. 그런데 SBS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어쩌면 알 필요는 없는, 알 가치가 없는 정보에 대해서 이렇게 보도하는 것은 그냥 국민의 알 권리에 복무하는 게 아니라 팔리니까 쓴다라는 거밖에 안 되는 거죠. 더 이상 우리는 그의 얼굴에 관심 없고 그의 살아온 궤적에 대해서 관심 없어요. 그걸 계속 언론이 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보기 싫다고요. 그렇게 보는 순간 이 사건이 왜곡된다는 것도 잘 안다고요. 사회가 이제 이만큼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다시 이것부터 봐야 해라고 뒷목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도 뭇매를 받고 있습니다. 추적한 지난 3월 28일 조주빈에 대해 추적한 ’은밀한 초대 뒤에 숨은 괴물.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 이편이 나간 후에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비판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알고 싶어 추적해야 할 건 범죄지, 범죄자의 일대기가 아닐 텐데요”, “이런 방송이 N번방 가해자를 만드는 겁니다”, “성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준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사과하십시오” 등등 해서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방송들 보셨죠?

[강유정]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면 이 범죄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주목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효과를 발현을 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이게 서사라는 게 문제인데 굉장히 잔혹범이라는 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궁금증이 있는데 여기에 서사를 제공함으로써 말하자면 가해자 자체에 일종의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결국 이거를 알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큰 일을 해버린 겁니다.

[이윤소] 악마도 괴물도 아니죠. 악마가 괴물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성범죄에 대해서 비일상적 일인 것처럼 만들어버립니다. 하지만 사실 아시는 거처럼 범죄라는 것은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아는 사람에 의해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이런 식으로 특수한 문제로 계속해서 삼는다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데 굉장히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한 점은 특정 몇몇의 알려진 가해자, 그들에게만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에 가담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언론이 훨씬 더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욱] 그런데 선생님, 조주빈을 악마라고 칭하는 것은 잘못인 겁니까?

[김빛이라] 최욱 씨가 말씀하신 그런 유혹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 이번에 언론 노조에서 아예 이례적으로 긴급 N번방 보도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그 지침을 보면 아예 짐승, 늑대, 악마 표현을 쓰지 말라.

[최욱] 어 그래요?

[김빛이라] 명시를 하고 있고 아까 말씀하신 거처럼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서 이걸 마치 보는 사람들이 예외적인 사건, 나와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거였습니다.

[최욱] 악마, 나도 많이 썼는데.

[임자운] 이런 범죄에 대해서 악마성을 언급하는 가장 어떻게 보면 가장 나쁜 이유가 조주빈의 입에서 실제로 나왔다고 봐요. 그러니까 자신의 악마성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했잖아요. 그 순간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게 됐냐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떤 주체화 분리된 무언가에 의해서 조종 당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잖아요. 그런 굉장히 나쁜 효과도 있었던 거죠.

[이상호] 최욱 씨 충분한 답변이 됐어요?

[최욱]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빛이라] 더라이브에서 많이 썼던거죠?

[최욱] 좀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김빛이라] 보도 지침을 따라 주십시오.

[최욱] 죄송합니다.

[최욱] 그런데 조주빈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요. 거의 자서전, 더 나아가 위인전 수준이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요. 보면요. ‘조주빈, 고등학교 시절 '말수가 많고 활발하고 농담도 잘하던 아이.’, '전문대 다닐 때 평범 4.17점 우등생이자 실수를 용납 않는 완벽주의자', '독단적 행동으로 학보사 편집국장직 파면', '55회에 걸쳐 총 231시간 봉사활동을 한 봉사왕'. '왜 하필 우리 옷을. 휠라 의문의 1패', '휠라 주가 폭등, 의문의 1승'. 보면 뭔가 좀 일대기를 쫙 다룬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런 거는 진짜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이상호] 이것만 봐도 정말 긴 장편의 어떤 소설을 한 편 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욱] 그러니까요.

[김빛이라] 눈에 보이는 2차 피해자가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러니까 조주빈이 살았던 동네는 무슨 잘못이며 다녔던 학교의 동료는 무슨 잘못이며 봉사활동 갔던 보육원의 관계자들은 무슨 잘못이길래 하루 종일 기자들이 와서 어땠나요? 혹시 기억 안 나나요? 마주친 적이 없나요, 물어봤는데 사실 벌써 눈에 보이는 피해자들이 조주빈과 전혀 관련 없이 또 생산이 된 셈입니다.

[김빛이라] 제가 이번에 이 사안들을 최초로 알렸던 추적단 불꽃 친구들을 잠깐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인터뷰들로 정신적, 육체적인 피해를 지금 입고 있는 좀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추적단 불꽃 인터뷰 영상에 들어가 보시면 5일간 30개 언론사랑 만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 언론사가 취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는 가해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최욱] 아니, 그 학생들이 지난 7월이라고 했나요? 그때부터 했는데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그럽니까?

[이상호] 그걸 왜 김빛이라 기자한테 그래요.

[최욱] 유일한 기자니까 화가 나서.

[김빛이라] 그런데 말씀하신 거처럼 그 친구들 얼굴을 보는 순간 제가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선의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이제 당사자들에게도 피해가 오는 상황이 느껴지니까 감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거죠.

[이상호] 이런 상황 속에서 한겨레의 남다른 행보가 또 눈에 띕니다. 텔레그램 성착취방의 문제를 가장 문제를 공론화한 게 한겨레였죠. 조주빈이 포토라인에 선 다음 날 일간지 중 유일하게 지면의 그의 얼굴 클로즈업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보이는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했거든요. 한겨레의 이 같은 결정은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을까요?

[임자운] 저는 아예 이 모습을 뺀 것보다는 차라리 담으면서 모자이크 처리한 게 하나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욱] 어떤 메시지라는 거죠?

[임자운] 지금 우리가 저 자의 얼굴에 관심 가질 때는 아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죠.

[강유정] 사실 지면을 보면 더 분명해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로 만약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실었다면 이게 모자이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한겨레 2면을 보자면 이렇게 모자이크 처리된 조주빈 얼굴과 함께 굉장히 많은 사람이 또 관전하고 있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되게 아이러닉한 사진이에요, 사실. 게다가 거기 밑에 실려 있는 기사를 보자면 이라고 해서 양형 문제에 관한 기사를 실었고요. 그리고 그 밑에는 <피해자들은 댓글 등 2차 가해로 더 고통>이라는 거를 실어서 2면이 그렇게 구성이 돼 있어요. 그러니까 피해자들 이야기와 양형 기준 이야기와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가 된 피의자, 그러니까 범죄자. 이렇게 세 개가 균형이 맞았다는 겁니다.

[김빛이라] 배치, 기사에 들어가는 어떤 감성적인 표현들, 단어 사용 하나하나까지도 한겨레는 지난해 만들어진 젠더데스크 말이 모든 분야의 기사에 그렇게 딴지를 걸고 제보를 받고 토론을 해서 완성해 가는 그런 조직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하거든요. 제가 이번에 혹시 다른 언론사들에서는 이런 문화들, 어떤 다 같이 자정해 나가려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을까 살펴봤는데 한겨레가 유일했습니다.

[최욱] 한겨레 굉장히 부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직하세요.

[김빛이라] 제가 KBS 안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겠죠?

[최욱] 그게 더 낫죠.

[김빛이라] 잠깐 흔들렸네요.

[최욱] 대응을 잘하시네.

[이상호] 뭘 또 흔들립니까?

[이상호] 어떤 사실이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뉴스는 그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 문제를 두고 언론사 내부에서는 어떤 고민들이 오가고 있는지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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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기자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

[A 기자] 성착취 영상에 대해서 이제 기자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선배가 이제 가해자.. 성착취 영상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대변하는 말들을 하는 경우를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이 가학적인 성 영상을 찍는 것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본인들이 성적으로 마조히즘이 있는 애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걸 무조건 가해자들의 100% 범죄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여성의 날 혹은 강남여성살해 몇 주기 이렇게 특정하게 이벤트가 있는 기획성이어야지만 이런 기획이 들어가요. 사실상의 평시나 일상적인 아이템에서는 이 같은 거는 거의 발제가 어렵고요.

[B 기자] 조회 수나 뭐 이런 걸 의식해서 되게 조금 관심을 끌만한 선정적인 제목이나 이런 거나 그림을 이렇게 달 때가 있더라고요. 자세하게 묘사를 한다든지 사진 같은 거나 영상을 쓸 때 너무 좀 상상력을 유발하거나 여성 허벅지나 이런 게 드러나는 걸 쓴다든지. 그걸 매번 지적하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하면 저만 좀 되게 까다롭고 같이 일하기 힘든 그런 사람처럼 자꾸 취급을 받고 이러니까. 데스크 중에서도 편집 방침이나 이런 게 이런 이슈를 적극 다뤄야 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까 뉴스를 해야 되는 데도 아무데서도 발제가 안됐고. 뭐 여가부에서 해야 된다. 아니다. 사건 팀에서 해야 된다, 뭐 이렇게 핑퐁만 하고 평소에 고민을 다들 안 했으니까 일단은 다들 사건‧사고성으로 보도하니까 그렇게 끌려가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있는 거 같아서. 이렇게 나가도 되나? 진짜 너무 불안한 거 같아요. 평소에 안 하다가 이렇게 막 하게 되니까 ----------------------------------------------------------------------------------

[이상호] 현장 기자들도 사실 성범죄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고 싶다는 그런 의욕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현실의 벽에 정말 많이 부딪히네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김빛이라] 전반적인 취재 흐름을 지시하고 또 큰 틀에서 발제를 하는 데스크, 부장급인 데스크가 언론사에는 존재하는데 이 데스크급에 여성이 굉장히 적은 것도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지난해 한국여기자협회에서 조사를 했더니 27개 언론사에 여성 데스크가 14%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젠더나 이런 부분에서 취재 지시들이 굉장히 잦거나 아니면 많이 벌리지 못하는 것도 현실적인 것은 여 기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꼭 젠더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많은 분이 이야기하는 게 데스크까지 간 여성 기자분들은 사실은 남자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더라고요. 뭐냐 하면 굉장히 경직된 취재 보도에 대한 어떤 경향들도 있고 무엇보다 이런 규범적인 뉴스 조직이라는 게 잘 안 바뀐다는 겁니다. 여성의 어떤 비율 문제도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이런 조직 문화 자체에 대해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더딘 게 검찰하고 언론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임자운] 외국에 그런 사례가 있더라고요. 영국의 IPSO라는 단체가 출판물을 감독하는 독립 기구인데 우리나라 기자협회 등과는 성격이 좀 다르게 권한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에디터스 코드’라는 것을 만들어서 언론 행위가 지침을 위반했을 경우에 최대 100만 파운드까지 벌금을 물게끔 그런 제도를 마련해 놨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상호] 기자들이 속한 문화가 그들이 만드는 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그런 점에서 꼭 짚어야 할 언론계 고질적인 관행이 있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조롱하고 몰카를 공유하고 심지어 성매수 정보가 오갔던 사건. 바로 지난해 드러난 언론인 단톡방 사건이었습니다. 후속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고 아마 거의 묻혀진 사건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욱] 많이 잊혀졌습니다.

[이윤소] 이게 기사를 통해서는 기자 단톡방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인 단톡방이라고 합니다. 블라인드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같은 곳인데요. 그걸 통해서 직원 인증을 거치고 그런 기자, PD, 언론사 직원들이 모인 처음에는 정보 공유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이후에 잡담방으로 바뀌고 그 이후에는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방으로 파생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그래서 최소 2017년부터 이 방이 존재했다고 하고요. 참여 인원이 30에서 50명 정도. 많게는 100명까지 들어가 있던 때가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한 대화방에서 공유된 불법 촬영 사진이 590여 장 정도가 된다고 하고 불법 촬영물 유포 사이트 링크만 140여 개 정도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임자운] 그런데 2019년 3월부터 정준영, 승리 단톡방 사건이 터졌는데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아요. 범죄 피해 영상을 공유 하고 그것을 같이 가지고 이야기하고 약간 희희덕거리는 그런 메시지 내용이라서 그래서 이 시기에 특히나 이 피의자들이 언론인이라면 범죄 행위라고 알고서도 이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빛이라] 실제 이 기자 단톡방에서는 정준영 사건이 터진 이후에 그 영상 구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이 안에서 버닝썬 관련된 불법 영상물이 실제 공유됐던 것도 확인이 됐습니다. 이런 식의 매커니즘을 공유한 불법 촬영물 공유방이 버젓이 지금도 현재 있을 거라고 저는 감히 짐작을 합니다. 심지어 이 방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한데요.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에서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방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상호] 정말 분노하셨겠어요. 기형도 시인을 감히 여기에.

[강유정] 정말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심지어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음란물들을 지칭할 때 작품이라고 표현을 쓰기도 했다는 거예요. 장난으로 혹은 조금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인식이 굉장히 미비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욱]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서 말씀을 드리면 취재 목적으로 영상 등을 서로 주고받았던 게 결코 아니고 개인적 이유로 주고받았고 그 사이에서 희희덕거리고 조롱하고 모욕하고 그랬던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 오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실 거 같습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취재 목적이라고 해도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취재와 관련됐다는 단서가 붙어도 그것은 범죄인데요.

[최욱] 그렇습니까?

[김빛이라] 네.

[이상호] 지난 3월 21일 드디어 검찰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임자운]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건으로 송치된 언론인 피의자 12명 가운데 1명만 성폭력특별법상 불법 촬영물 유포혐의로 약식 기소를 했고 나머지 11명 중 9명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를 했으나 전원 기소유예. 성폭력 피해자 신상 유포 등의 혐의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기자들 4명 중 3명은 증거 불충분 혐의로 무혐의, 나머지 1명은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다는 건데 그런데 지금 거론되고 있는 범죄의 죄질이 결코 약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가령 성폭력 특별법상 불법 촬영물 유포라는 것은 구속 요건이 그렇거든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경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 영상은 성폭력 범죄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죠. 성폭력 피해 영상이라는 말이죠. 성폭력 특별법상 영상 유포는 피해자가 있잖아요.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기 때문에 죄질 자체가 굉장히 나쁘고 심지어 약식 기소라고 했다는 것은 유죄가 인정이 된 것인데 형량이 너무 낮죠.

[김빛이라] 이 사건, 기자 단톡방을 수사를 했던 경찰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결과를 알려드렸더니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첫째는 이 수많은, 익명의 아이디 중에서 신원을 특정했고 신원을 특정해서 증거가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중죄라고 생각한 사람들만 처벌해서 검찰로 송치한 게 12명이데 이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유감이다라고 했고 어차피 이 사건도 또 그렇게 끝났군요라고 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더군다나 어느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고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본인들로서는 역시, 역시군요. 이렇게 하고 좀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최욱] 사법 처분까지 가기 전에 정준영 단톡방 얼마나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언론에 써댔습니까? 그리고 박사방, 얼마나 많이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까? 언론인방은 거의 안 나왔어요. 언론이 자신의 식구라고 생각해서 안 쓰고 있는 문제, 이것도 정말 너무 더 속상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이윤소] 특히 되게 성폭력 보도라고 하면 정말 신이 나서 달려드는 언론이 이것에 대해서 입을 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이것을 묵인하려고 하는 것이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강유정] 사실 그게 카르텔이죠. 다른 게 카르텔이 아니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뭉치는 것을 카르텔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엘리트 집단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잘못을 숨기고, 권한을 강화하려고 할 때 카르텔이라고 부르는데 2020년 3월에 언론인 단톡방, 검찰의 기소 유예 발표가 됐는데 10대 일간지 어디에도 다루지 않았다는 거고요. 그리고 2019년 4월 언론인 단톡방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미디어 오늘만 첫 보도를 했고 대개 보도량이 적다. 거의 찾아봐야 하는. 발품을 팔고, 아주 클릭을 열심히 해서 찾아봐야 할 정도라면 대개의 성폭력 범죄 혹은 성범죄들 그리고 여기서 나오고 있는 단톡방 범죄들도 대단히 뉴스가 많이 됐던 것에 비해서 왜 이것은 가려졌느냐, 저는 언론 이 하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상호]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후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언론의 단톡방의 존재를 언론에 공유를 하고 직접 시민단체가 언론계 침묵의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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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019년 ‘언론인 단톡방 사건' 고발한 DSO

[기자] 어떻게 증거를 가지고 제보 또는 이걸 세상에 알릴 생각을 하셨는지?

[박수연 / DSO(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 기자 분께서 제보를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내부의 기자 단톡방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자기 혼자 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공론화를 하고 보도를 해야 될 역할인데 이분은 기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기자들을 신뢰하지 못 하고 저희 단체에 연락해서 공론화를 해달라고

[기자] 신상은 가려져 있지만 방송매체 경제부, 신문매체 정치부 이런 식으로 당사자들끼리도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일단 활동을 하는군요. 이 단톡방 관련해서 관심을 보여온 매체들이 있었나요?

[박수연 / DSO(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 제법 여성 기자분들은 꽤 연락이 왔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관련해서 언론에 보도가 잠깐 뜨거운 냄비처럼 확 났다가 사실 금방 사그라든 느낌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사실은 선 긋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N번방 같은 경우에 되게 기자들이 기사들 나오는 거 악마화를 시키고 있잖아요. 악마 같은 행위 뭐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은 텔레그램방이랑 이런 카카오톡 오픈방이랑 사실 다를 게 하나도 없거든요. 방관자나 어떻게 보면 또 2차 가해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기는 다르다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현재 나온 가해자의 처벌수위도 너무 약하게 됐고 거의 다 기소중지고 기소유예 뭐 혐의없음 이렇게 처분이 난 상황이고 조금 마음이 아프죠. 혹시 어떤 거를 기대를 하셨었어요, 당시에는? 저희는 항상 이런 공론화를 통해서 기대하는 건 아, 이게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는 것을 항상 보여주고 싶어하죠. 기자들도 다를 게 없었고 뭐 기자들도 어떻게 보면 이런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기자들 내부에서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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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이라] 언론 단톡방 수사 결과 나오고 나서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유일하게 그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너무 슬프고도 무서운 건 이 언론인이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됐다는 거죠. 공론화시키고 수사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그 방은 계속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리 예감을 하고 또 그게 현실이 됐다는 거 때문에 이 사건의 전개가 정말 슬펐습니다.

[최욱] 너무 슬픈 게 보통은 시민단체가 언론을 찾아가는데 언론인이 언론을 못 믿어서 시민단체를 찾아간 거예요?

[김빛이라] 네.

[최욱] 슬프네.

[강유정] 사실 언론의 가장 큰 권력은 사건을 집중하는 포커싱 효과도 있지만 덮는 능력일 것 같아요. 원하는 대상을 충분히 덮어줄 수 있는데 자기 검열이라든가 자기 반성의 문제가 강해야만 윤리적인 조직과 집단이 될 텐데 실정법조차도 이렇게 겁을 내지 않는 정도라면 보도 준칙이나윤리 준칙 같은 것들이 얼마나 가볍게 보일까. 그런 것들은 말 그대로 허울뿐인 약속이라는 게 이런 것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습니다.

[임자운] 기자 협회 강령을 보면 취재 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 목적에만 사용해라, 사생활을 보호하라, 이런 말들이 있는데. 성범죄 영상을 같이 공유를 한 거고 심지어 같이 보자고 요청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이거는 윤리강령위반 문제가 아니라 성범죄라는 거고. 기자들은 사실 매우 민감한 업무의 특성상,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서 취재원 입장에서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그 정보를 주기가 굉장히 어렵죠.

[임자운] 아까 잠깐 비친 내용을 중에 하나가 김학의 성범죄 사건의 영상을 YTN 기자가 입수했다는 그 링크를 띄우면서 그 영상 달라고 “YTN형 기사 좀, 영상 좀” 이런 거잖아요. 실제로 전달이 안 됐길 바라는데 어쨌든 그 역시 성범죄였고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이 사건이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YTN에게 주었을 것인데, 이것은 정말 바닥을 뚫고 들어간 윤리 의식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이윤소] 이런 사건이 발생을 했을 때 누가 언론을 믿고 언론을 통해서 성폭력 사건을 제보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왜냐하면 내가 어떤 방에 올라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절대로 언론을 믿을 수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언론사 자체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강유정] 심지어 정보라는 걸 굉장히 처음에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사실 언론인들이란 말이에요. 그럴 때 그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굉장히 스스로 질문하고 한편으로 되게 예민하고 좀 두렵게 다뤄야 할 정보들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앞서 살펴본 언론계와 기자조직 내부의 문화들이 실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보도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피해자들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 현장에 계시면서 참 안타까운 그런 일들이 많을 거 같아요. 이윤소 활동가 님.

[이윤소] 기사를 보다 보면 이게 기사인지 뉴스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때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한 가지 예시를 말씀을 드리면 3월 26일에 아시아 경제에서 <“요새 애 엄마들 너무 무섭다” 끔찍한 ‘N번방’ 여아, 성폭력 모의도>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N번방 사건 가담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의 내용을 보면 이들은 한 여아의 사진을 올려놓고 성적 대화를 이어갔다.” 이렇게 시작을 하는데요.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제가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상세하게 구구절절 그 내용들을 적어 놨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본 사람들조차도 내가 지금 여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렇게 세세하게 중계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를 댓글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성폭력은 폭력이고 중대한 범죄고 이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흥밋거리고 이슈고. 우리가 다뤄야 하는 소재이고 우리가 다루는 어떤 언론의 민낯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고 이런 기사는 정말 생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유정] 기사라는 건 사실에 대해서 선택과 배제라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기사지 단순히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고 널리 알린다는 거는 알 권리의 차원에서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 글의 목적이 뭐냐는 겁니다. 엄마들한테 공포감을 심어주는 건지 아니면 경고를 하는 건지 정말 이 목적을 알 수 없는 사실의 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그런 기사입니다.

[김빛이라] 그런데 기자 단톡방에서 저희가 오간 대화들 사실 슬쩍슬쩍 봐도 어떤 영상 없나요? 이렇게 하면서 좀 관음증적인 본인의 태도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잖아요. 저는 이런 태도가 기사에도 사실은 옮겨온 거라고 생각을 해요.

[임자운] 소위 말하는 피해자다움을 강조한다는 성범죄와 관련해서 항상 나오는데 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가해 행위가 너무 악랄했고 피해자분들이 어린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어쩌면 당
연한 기대를 했던 건데 머니투데이 3월 23일자 <‘반일 종족주의’ 이우연, N번방 딸 있다면 가르칠 것>. 이 기사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의 피해자다움, 피해자의 책임을 말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거론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기사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던 거는 뭐냐 하면 그 말을 쓰고, 그에 대한 찬반 여론을 중계만 했고. 기자의 관점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들은 좋지도 나쁘지 않다고. 절대 아니죠. 나쁘죠. 왜냐하면

[최욱] 최악입니다.

[임자운] 혹시라도 피해자 중에 한 명이라도 이 기사를 봤다고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는 기사였다고 봅니다.

[최욱] 저는 당연히 이걸 엄청 세게 비판하는 기사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봤더니 너무 담백하고 너무 중립적으로 이 발언에 대해서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진짜 썼더라고요. 그거 너무 깜짝 놀란 기사였습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좀 쓰시지.

[강유정] 과거 유영철 살인 사건을 말하면서 그 여성들의 직업을 구분하면서 약간 그래도 될 만한 여성과 아닌 여성을 구분하기도 했었고요. 이런 식으로 피해자를 선별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어떻게 되느냐, 가해자들 그리고 범죄자들이 더 활개 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는 거죠. 피해자가 지금 피해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가 피해 사실에 대한 어떤 고백도 다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동선을 좁혀가는 일들을 언론이 넓혀주는 게 아니라 더 좁혀가는 거를 하고 있다는 거는 정말 개탄할 수 없는 그런 현실입니다.

[이상호] 현장에서 성범죄 피해자분들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실제 이런 기사들을 접하고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이윤소] 과연 이 언론인들이 성폭력 보도에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걸까에 되게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항상 물어보세요. 피해자가 어떤 심정일 것 같습니까? 그런 것을 물어본단 말이에요. 그게, 그게 왜 궁금하죠? 기자들이 그것이 2차 피해를 유발하게 하는 행동인 것도 모른 채 다시 한 번 피해 사실을 말하게 한다는 그런 것들을 확인할 때마다 성폭력에 대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시각 없이는 제대로 된 취재가 어렵다. 그런 생각이 들고 쓰고자 하는 바가 뭔지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가 너무 눈에 뻔히 보여서 굉장히 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 그만했으면 좋겠다, 좀 한숨이 많이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임자운] 저는 지금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이 피해자들에 대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지금 그들의 삶이 어떨까,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는 왜 이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 했을까? 왜 그토록 심각한 가해를 당하면서 왜 국가 공권력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 했을까 라는 질문을 꼭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청법상 대상 아동 규정인 것인데, 이게 뭐냐 하면 아동청소년이 성매매를 했을 경우에 성매수자뿐만 아니라 그 상대인 아동 청소년까지 처벌로 인식되는 보호 처분 대상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죠. 이래서 신고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사실 오래 전부터 제기 되었어요. 이 대상 아동 개념을 삭제하고 피해자들을 온전한 피해자로 규정하고 바라보고 정책을 짜야된다라고 했는데 법무부가 반대해서 이거 계속 안 바뀌고 있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최욱] 지금 상황에서는 주범, 조주빈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고 관전놈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상황을 3월 26일자 한겨레 만평이 잘 표현을 해놓고 있는데 이 만평에는 나타나 있지는 않습니다만 맨 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저 사람은 언론을 표현한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추측을 한번 해봅니다.

[강유정] 그런데 여기에 심지어 사법부까지도 이렇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지력과 이해력, 감수력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되게 부족한 양형 기준이 만들어져 있고 그러다 보니 경고 효과가 떨어지고.

[이상호] 오죽했으면 이번 담당 판사를 바꿔 달라는 그런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잖아요.

[강유정]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판사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 좀 배제해달라는 요구를 왜 받았느냐. 아까 말씀드렸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감수성 내지 이해도가 되게 떨어진다고 많은 네티즌분들이 판단을 한 거예요. 그 근거가 된 게 뭐냐 하면 고인이 되신 구하라 씨의 남자친구였죠. 그분이 어떤 짓을 했냐면 불법 촬영한, 그런 불법 촬영물을 가지고 이를테면 계속 협박을 했던 거예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우리가 생각할 때 법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낮게 받았거든요. 이분만 아닐 거라는 겁니다. 대개 사법부에 계신 판사님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빛이라] 얼마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이번만큼이라도 하자는 사람이 많았으면 오덕식 판사가 이번에도 판결을 맡았다는 사실을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화제를 만들고 국민 청원으로까지 연결돼서 정말 이번만큼은 바꾸자는 그 염원을 달성시킨 거잖아요. 우리는 끝까지 물고 넘어지겠다고 하는 게 시민들의 화력이 지금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를 알게 되는 그런 사안이었습니다.

[이상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경찰 수사로 이끈 것도 그렇고 언론인의 단톡방 존재를 알린 것도 그렇고 이게 다 시민들이 없었으면 사실 드러나지 않았을 그런 사건들이거든요. 언론이 어떻게 보면 시민들의 요구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씁쓸한 마음이 참 큰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언론에 뭔가를 좀 기대를 해봐도 될까요?

[강유정] 저는 행동 수준에서 하나 좀 요구드리고 싶은 게 뭐냐 하면 모든 성 범죄 재판을 모니터링해보면 어떨까. 양형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저는 기자가, 언론이 그리고 그 힘을 모니터링만 꾸준히 활용을 해도 왜냐하면 승리 단톡방 사건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부족하다, 이거 굉장히 엄벌을 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느새 흐지부지 없어지고 있거든요. 누군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환기하는 효과, 이게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윤소] 후속 보도를 철저히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그러니까 포토라인에 섰을 때 어떤 자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만 언론들이 되게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이 사건이 끝까지 어떻게 규명되는지를 제대로 따라가서 그것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금 굉장히 필요합니다.

[임자운]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야기됐던 성범죄를 중에서도 변종적이다 할 만큼 좀 악랄하죠, 이번 거는. 그런데 분명히 그러한 변종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우리 사회에 있었던 것이거든요. 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라고 저는 봐요. 그 변종을 거둬낼 것이냐, 토양을 갈아엎을 것이냐, 무엇이 옳은지는 사실 분명하죠. 토양을 제거를 해야죠. 그런데 우리 언론이 지금 조주빈의 악마성에 집중을 하거나 그의 개인사를 파거나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변종 걷어내기에만 집중을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데 이것이 과연 우리 언론의 문제일까? 어쩌면 성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주류의 시각이 그냥 반영이 된 게 아닐까, 그들만 없애면 안 된다는 이런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고 코로나19와 같이 이번 사건도 저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보거든요.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만큼은 좀 넓고 깊게 봤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이상호] 정말 다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이윤소 활동가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윤소] 감사합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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