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흔들리는주력산업①]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눈 화장품 잘 팔려”…화장품 수출 역대 최고

입력 2020.04.06 (11:32) 수정 2020.04.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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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3월 화장품 수출 사상 최고
“중국 시장 회복” vs “2월 수출이 지연된 것” 평가 엇갈려
중국 6월 18일 쇼핑 행사 등 ‘보복적 소비’ 대비해야

KBS뉴스9는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주력산업의 현 증상을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지 연속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취재후/흔들리는 주력산업]은 담당 기자들이 방송 기사에서는 담지 못한, 그러나 주목해서 들여다 볼 만한 가치 있는 내용을 '콕 집어' 또 다른 시선에서 분석한 기획 기사입니다.


[흔들리는 주력산업①] ‘코로나19’ 감염된 주력산업…가전·핸드폰 ‘이중고’

[흔들리는 주력산업②] “팔수록 적자” 원유보다 싼 휘발유…희망퇴직도

"어렵다, 어렵다."…사실이지만 좀 다른 이야기도

코로나19의 충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 산업 전반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AA등급의 은행 회사채마저 제대로 발행되지 못하는가 하면, 현대차 해외 공장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흔들리는 주력산업-반도체, 가전]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의 돌파구가 없을지, 백신은 뭘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거다"라고 할만한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3월 수출에서 화장품이 선전한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깨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 원인은 뭔지, 혹시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보복적 소비'를 준비할 신호탄인지 들여다봤습니다.

늪에 빠진 수출…뜻밖의 사상 최고 실적

지난달 화장품 수출이 7억 6천5백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혔던 2월 대비해서는 48%가 늘었고 1년 전에 비해서도 30%가 늘었습니다. "개별 품목별로 역대 최고 기록 통계를 만들지는 않는데, 사상 최고치로 봐도 된다"고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도 평가했습니다.

3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1년 전보다 0.2% 줄었습니다. 특히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하루평균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5.2%나 줄어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세계 주요 시장이 멈춰 서며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화장품의 선전은 뜻밖의 희소식입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3월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중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3월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눈 화장품 팔린 듯"

수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전체 수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품목별로 보면 기초화장품의 증가 폭이 높습니다. 이동제한 조치들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피부 관리라도 하기 위해 기초화장품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아이섀도 등 눈 화장품이 중국시장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연광 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 간사는 "아마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황에서 그나마 눈 주변을 화장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에서 최근 눈화장을 중심으로 마케팅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출은 기초 화장품 쪽이 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눈과 입술 색조화장품 판매도 급증했다. (출처 : NH투자증권)수출은 기초 화장품 쪽이 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눈과 입술 색조화장품 판매도 급증했다. (출처 : NH투자증권)

"불경기에는 립스틱"…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화장품 수출

"불경기에는 립스틱이 많이 팔린다."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기분 전환하기 좋아서 립스틱이 팔린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황에는 아이섀도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은 대기업의 고가 제품 보다는 중소기업의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수출상품 중 중소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사와 관련해서는 "3월 들어 수출이 특별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또, 면세점이 문을 닫아서 대체품을 찾아 수출이 늘어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면세점에서 팔리는 품목은 고가 화장품이 많고 수출품은 중저가가 많은 것이죠.

하지만 지난해에만 화장품 수출액이 7조 원에 이를 정도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작은 수출'은 전체로 보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나 연구원은 "화장품 수출은 그래서 신기한 시장이다"고 평했습니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화장품 수출, 보복적 소비의 신호탄인가?

'지연된 소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이달에는 사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상황이 나아진 다음에는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소비가 줄어들겠지만 언젠가 다시 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보복적 소비'가 있습니다. 어떤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그 요인이 해소된 뒤 폭발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소비가 급감했지만, 진정국면이 된 뒤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코로나19 도 일단 진정되면 '지연된 소비'나 '보복적 소비'로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통업계에 있습니다.

화장품 수출이 늘어난 것이 보복적 소비 때문일까요?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미지근합니다. 화장품 대기업들은 면세점 폐쇄 등으로 아직 어두운 터널을 겪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쪽도 전체 실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곳이 많습니다.

정연광 간사는 "3월 수출이 크게 는 것은 2월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미뤄졌기 때문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직도 중국 오프라인 매장 쪽으로 고객이 돌아온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은채 연구원은 "바닥 대비해서는 개선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비가 화장품과 스포츠의류였는데, 지금은 스포츠의류는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필수 소비재인 화장품이 그나마 느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보복적 소비'의 날 기다리며 준비해야

수출업체들이 기대하는 것은 6월 18일에 있는 중국의 '618절' 행사입니다. 광군제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온라인 쇼핑 행사일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이날을 앞두고 이달과 5월에 얼마나 많은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인가가 수출 회복의 척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들이 기록한 "3월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이 반짝 기록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산업에 희망을 주는 신호탄이 될지 아직은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그때를 알 수 없지만, 세계 시장이 '지연된 소비'를 할 날이 오긴 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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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흔들리는주력산업①]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눈 화장품 잘 팔려”…화장품 수출 역대 최고
    • 입력 2020-04-06 11:32:11
    • 수정2020-04-06 15:09:59
    취재후·사건후
3월 화장품 수출 사상 최고<br />“중국 시장 회복” vs “2월 수출이 지연된 것” 평가 엇갈려<br />중국 6월 18일 쇼핑 행사 등 ‘보복적 소비’ 대비해야
KBS뉴스9는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주력산업의 현 증상을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지 연속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취재후/흔들리는 주력산업]은 담당 기자들이 방송 기사에서는 담지 못한, 그러나 주목해서 들여다 볼 만한 가치 있는 내용을 '콕 집어' 또 다른 시선에서 분석한 기획 기사입니다.


[흔들리는 주력산업①] ‘코로나19’ 감염된 주력산업…가전·핸드폰 ‘이중고’

[흔들리는 주력산업②] “팔수록 적자” 원유보다 싼 휘발유…희망퇴직도

"어렵다, 어렵다."…사실이지만 좀 다른 이야기도

코로나19의 충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 산업 전반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AA등급의 은행 회사채마저 제대로 발행되지 못하는가 하면, 현대차 해외 공장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흔들리는 주력산업-반도체, 가전]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의 돌파구가 없을지, 백신은 뭘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거다"라고 할만한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3월 수출에서 화장품이 선전한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부분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깨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 원인은 뭔지, 혹시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보복적 소비'를 준비할 신호탄인지 들여다봤습니다.

늪에 빠진 수출…뜻밖의 사상 최고 실적

지난달 화장품 수출이 7억 6천5백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혔던 2월 대비해서는 48%가 늘었고 1년 전에 비해서도 30%가 늘었습니다. "개별 품목별로 역대 최고 기록 통계를 만들지는 않는데, 사상 최고치로 봐도 된다"고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도 평가했습니다.

3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1년 전보다 0.2% 줄었습니다. 특히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하루평균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5.2%나 줄어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세계 주요 시장이 멈춰 서며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화장품의 선전은 뜻밖의 희소식입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3월 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눈 화장품 팔린 듯"

수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전체 수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품목별로 보면 기초화장품의 증가 폭이 높습니다. 이동제한 조치들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피부 관리라도 하기 위해 기초화장품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아이섀도 등 눈 화장품이 중국시장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연광 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 간사는 "아마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황에서 그나마 눈 주변을 화장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에서 최근 눈화장을 중심으로 마케팅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출은 기초 화장품 쪽이 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눈과 입술 색조화장품 판매도 급증했다. (출처 : NH투자증권)
"불경기에는 립스틱"…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화장품 수출

"불경기에는 립스틱이 많이 팔린다."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기분 전환하기 좋아서 립스틱이 팔린다는 것인데, 코로나19가 가져온 불황에는 아이섀도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은 대기업의 고가 제품 보다는 중소기업의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수출상품 중 중소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사와 관련해서는 "3월 들어 수출이 특별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또, 면세점이 문을 닫아서 대체품을 찾아 수출이 늘어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면세점에서 팔리는 품목은 고가 화장품이 많고 수출품은 중저가가 많은 것이죠.

하지만 지난해에만 화장품 수출액이 7조 원에 이를 정도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작은 수출'은 전체로 보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나 연구원은 "화장품 수출은 그래서 신기한 시장이다"고 평했습니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화장품 수출, 보복적 소비의 신호탄인가?

'지연된 소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이달에는 사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상황이 나아진 다음에는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소비가 줄어들겠지만 언젠가 다시 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보복적 소비'가 있습니다. 어떤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그 요인이 해소된 뒤 폭발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소비가 급감했지만, 진정국면이 된 뒤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코로나19 도 일단 진정되면 '지연된 소비'나 '보복적 소비'로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통업계에 있습니다.

화장품 수출이 늘어난 것이 보복적 소비 때문일까요?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미지근합니다. 화장품 대기업들은 면세점 폐쇄 등으로 아직 어두운 터널을 겪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쪽도 전체 실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곳이 많습니다.

정연광 간사는 "3월 수출이 크게 는 것은 2월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미뤄졌기 때문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직도 중국 오프라인 매장 쪽으로 고객이 돌아온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은채 연구원은 "바닥 대비해서는 개선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비가 화장품과 스포츠의류였는데, 지금은 스포츠의류는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필수 소비재인 화장품이 그나마 느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보복적 소비'의 날 기다리며 준비해야

수출업체들이 기대하는 것은 6월 18일에 있는 중국의 '618절' 행사입니다. 광군제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온라인 쇼핑 행사일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이날을 앞두고 이달과 5월에 얼마나 많은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인가가 수출 회복의 척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들이 기록한 "3월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이 반짝 기록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산업에 희망을 주는 신호탄이 될지 아직은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그때를 알 수 없지만, 세계 시장이 '지연된 소비'를 할 날이 오긴 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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