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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점검K]③ ‘유니콘·반려동물’ 틈새공약까지 1,200개… 수백조 재원은 ‘빨간불’
입력 2020.04.07 (07:01) 수정 2020.04.08 (09:22) 데이터룸
[공약 점검K]③ ‘유니콘·반려동물’ 틈새공약까지 1,200개… 수백조 재원은 ‘빨간불’
드론이 국회 안을 떠다니고 드론 잡는 사냥꾼으로 불리는 전파 교란기가 드론을 겨냥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국감장에 한 야당 의원이 가지고 들어온 건데요. 국내 원자력발전소 시설 주변에서 무허가 드론 비행이 잇따르고 있지만, 규제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해당 의원은 전파교란기로 비행하는 드론을 추락시키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국감장에서 드론이 날다 떨어지는 장면, 다소 생경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식은 많은 기사로 전해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거죠.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드론과 전파 교란기를 작동하는 모습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드론과 전파 교란기를 작동하는 모습

흔하지 않은 것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 이는 선거를 앞둔 정당들에도 중요할 겁니다.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따라 공약을 만들기도 하지만, 각 정당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반영하고 소수 유권자를 겨냥한 차별화 공약에도 공을 들입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각 정당의 공약에서 차별화한 지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분석대상은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 질문지에 답변을 보낸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민중당·국민의당)입니다. 각 정당의 10대 공약의 공약명과 목표, 이행절차 및 기한 등 3개 항목에 대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취재진이 진행한 분석기법은 다양한 문서와의 비교를 통해 의미있는 단어를 찾아내는 TF-IDF(단어 빈도-역문서 빈도) 분석입니다. 한 문서에서 단순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아니라, 다른 문서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특정 문서에서만 자주 나오는 단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정치 관련 문서에서 ‘국회’라는 단어는 대다수 문서에서 언급되기 때문에 중요도(가중치)가 낮게 반영됩니다. 반면 ‘드론’이라는 키워드는 정치 문서에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 문서에서 '드론'이 나왔다면 주요 키워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러한 원리로 중요도(가중치)를 반영한 뒤, 5개 정당의 공약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정당에서만 주로 등장하는 차별화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정당별 차별 공약은 무엇일까요?

더민주, 국립대·유니콘…'반값 등록금으로 지역균형까지'

더불어민주당 10대 공약의 차별화 키워드는 국립대, 학자금대출 등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립대에 비해 교육과 연구 여건이 열악한 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값 등록금 등으로 지역 우수인재 유출을 방지해 국립대를 지역 균형 발전의 요충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학자금 대출과 국가 장학금 지원으로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유니콘 역시 더불어민주당에서만 볼 수 있는 단어였습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의미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망한 창업기업을 지원해 2년 내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 펀드를 4년 동안 12조 원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미래통합, 반려동물·왼손잡이…‘천만 반려동물 인구 겨냥’

미래통합당의 공약 키워드에서는 반려동물, 유기견이 눈에 띕니다.


미래통합당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으로 급증한 상황을 눈여겨봤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정책을 기존의 유기견 중심에서 반려견과 반려인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세제혜택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유기견을 입양할 경우 진료비 20만 원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왼손잡이라는 키워드도 미래통합당 공약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왼손잡이 유권자의 비중이 전체의 5~10%를 차지하는 점을 겨냥한 겁니다. 미래통합당은 왼손잡이용 생활용품 생산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하는 등 지원책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왼손잡이 기본법을 제정해 '왼손잡이의 날'을 지정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습니다.

정의, 3법·젠더폭력…'텔레그램 n번방 뿌리 뽑는다'

정의당에서는 3법이라는 키워드가 다른 정당에 비해 자주 쓰였습니다. 이 단어는 역시 자주 등장한 젠더폭력 등 키워드와도 연관됩니다.


정의당은 최근 국민적 분노를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스토킹 처벌법을 포함해 젠더폭력 3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정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키워드 이주민입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이 핵심입니다. 국제결혼으로 국내로 이주한 여성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민중 ‘고용보험·농민수당’…국민 ‘선거개입·여론조작’

민중당의 이색 공약 키워드는 주로 노동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민중당은 고용보험을 현행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사업주에게 보험료 지급 의무를 부여하는 방법 등을 내놨습니다. 선명한 정책과 이념을 내세운 민중당의 공약 키워드는 다른 정당들과 비교해 차별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선거개입, 여론조작 등은 국민의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키워드였습니다. 국민의당은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할 시 처벌규정을 3배 강화해 권력 사유화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또 인터넷에서 특정 작업을 반복하도록 고안된 '매크로' 프로그램 등으로 여론 조작하면 강력처벌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정공약 예산만 261조…지역공약 예산은‘깜깜이’

앞서 살펴본 각 정당만의 특색있는 공약들을 포함해 5개 정당에서는 총 1,204개의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공약 가운데 858개는 국정 공약, 346개는 지역 공약(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만 제출)이었습니다. 총 공약수를 정당별로 보면, 정의당이 가장 많았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중당, 국민의당 순입니다.

이 많은 공약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입법 활동과 함께 많은 재원이 필요할 텐데요. 5개 정당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858개의 국정공약 실현에만 총 260조 8천억 원이 소요됩니다. 이는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소요예산(5년간 178조 원)의 1.5배에 이릅니다. 5개 정당의 국정공약 예산만 합쳐도 그렇습니다.


특히 집권여당 공약의 소요재원 규모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99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4개 분야(포용·혁신·안전·공정) 가운데 포용(포용사회·균형발전·민생활력)분야에만 55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살맛나는 농어촌 공약'에 필요한 9조 3천억 원을 비롯해 총 38조 8천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은 복지·건강·장애인 정책 예산만 30조 9천억 원으로 산정하는 등 총 공약 예산을 91조 3천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민중당은 농민 관련 공약 7조 4천억 원을 포함해 19조 7천억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은 총 예산 12조 원 중 절반을 국방개혁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마저도 국정 공약에 필요한 소요예산에 국한된 겁니다. 각 정당은 지역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예산은 밝히지 않았는데요. 지역공약 예산까지 합치면 전체 예산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역공약은 도로, 철도와 같은 SOC 사업이 많아 국정공약보다 많은 재원이 들어가지만, 예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조달할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지역 공약의 예산을 밝히지 않는 건 지역표를 잡기 위해 선물 보따리부터 푼 격"이라며 “지역공약 예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계속되는데…재원 마련 ‘빨간불’

수백조에 달하는 예산,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걸까요? 정당들이 밝힌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내용도 제각각, 구체성도 편차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출 혁신하겠다, 세입 확충하겠다는 식으로 기본 방향만 언급한 채, 각각의 방법으로 얼마를 확보할 수 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세출예산절감(42조 8천억 원)과 추가 세입증가(43조 6천억 원)로 예산의 2.2배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거기에 추가로 4년간 44조 4천억 원 감세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습니다.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재원조달 방안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힌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 제외)은 세출예산절감으로 재원의 33%(72조 3천억 원), 3분의 1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고도 모자란 부분은 증세나 자연스러운 세입 증가로 56%(122조 5천억 원),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만 거두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세입을 통한 재원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격입니다.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개혁위원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세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약을 온전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을 가져와야 한다”며 “기존 틀 안에서는 세금이 감소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세금 감소로 누군가 부담을 더 지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언급하기는 부담스러워 한다"며 "하지만 총선 이후에는 재정운영을 위해 관련 쟁점에 대한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국면에서 각 정당이 밝힌 정도로 세입이 증가할 리는 만무하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각 정당이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을 구상하거나, 공약 축소 등 보다 현실화한 내용으로 수정해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우선 장밋빛 공약만 던져놓는 선거 관행. 과연 정당들에만 해당되는 것일까요? 취재진은 제21대 총선에 나선 지역구 후보자들로부터 주요 공약을 받아 그 내용과 이행 계획을 분석했습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분석 결과는 이어지는 [공약 점검K] 기사에서 공개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 [공약 점검K]③ ‘유니콘·반려동물’ 틈새공약까지 1,200개… 수백조 재원은 ‘빨간불’
    • 입력 2020.04.07 (07:01)
    • 수정 2020.04.08 (09:22)
    데이터룸
[공약 점검K]③ ‘유니콘·반려동물’ 틈새공약까지 1,200개… 수백조 재원은 ‘빨간불’
드론이 국회 안을 떠다니고 드론 잡는 사냥꾼으로 불리는 전파 교란기가 드론을 겨냥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국감장에 한 야당 의원이 가지고 들어온 건데요. 국내 원자력발전소 시설 주변에서 무허가 드론 비행이 잇따르고 있지만, 규제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해당 의원은 전파교란기로 비행하는 드론을 추락시키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국감장에서 드론이 날다 떨어지는 장면, 다소 생경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식은 많은 기사로 전해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거죠.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드론과 전파 교란기를 작동하는 모습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드론과 전파 교란기를 작동하는 모습

흔하지 않은 것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 이는 선거를 앞둔 정당들에도 중요할 겁니다.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따라 공약을 만들기도 하지만, 각 정당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반영하고 소수 유권자를 겨냥한 차별화 공약에도 공을 들입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각 정당의 공약에서 차별화한 지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분석대상은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 질문지에 답변을 보낸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민중당·국민의당)입니다. 각 정당의 10대 공약의 공약명과 목표, 이행절차 및 기한 등 3개 항목에 대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취재진이 진행한 분석기법은 다양한 문서와의 비교를 통해 의미있는 단어를 찾아내는 TF-IDF(단어 빈도-역문서 빈도) 분석입니다. 한 문서에서 단순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아니라, 다른 문서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특정 문서에서만 자주 나오는 단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정치 관련 문서에서 ‘국회’라는 단어는 대다수 문서에서 언급되기 때문에 중요도(가중치)가 낮게 반영됩니다. 반면 ‘드론’이라는 키워드는 정치 문서에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 문서에서 '드론'이 나왔다면 주요 키워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러한 원리로 중요도(가중치)를 반영한 뒤, 5개 정당의 공약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정당에서만 주로 등장하는 차별화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정당별 차별 공약은 무엇일까요?

더민주, 국립대·유니콘…'반값 등록금으로 지역균형까지'

더불어민주당 10대 공약의 차별화 키워드는 국립대, 학자금대출 등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립대에 비해 교육과 연구 여건이 열악한 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값 등록금 등으로 지역 우수인재 유출을 방지해 국립대를 지역 균형 발전의 요충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학자금 대출과 국가 장학금 지원으로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유니콘 역시 더불어민주당에서만 볼 수 있는 단어였습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의미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망한 창업기업을 지원해 2년 내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 펀드를 4년 동안 12조 원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미래통합, 반려동물·왼손잡이…‘천만 반려동물 인구 겨냥’

미래통합당의 공약 키워드에서는 반려동물, 유기견이 눈에 띕니다.


미래통합당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으로 급증한 상황을 눈여겨봤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정책을 기존의 유기견 중심에서 반려견과 반려인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세제혜택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유기견을 입양할 경우 진료비 20만 원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왼손잡이라는 키워드도 미래통합당 공약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왼손잡이 유권자의 비중이 전체의 5~10%를 차지하는 점을 겨냥한 겁니다. 미래통합당은 왼손잡이용 생활용품 생산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하는 등 지원책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왼손잡이 기본법을 제정해 '왼손잡이의 날'을 지정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습니다.

정의, 3법·젠더폭력…'텔레그램 n번방 뿌리 뽑는다'

정의당에서는 3법이라는 키워드가 다른 정당에 비해 자주 쓰였습니다. 이 단어는 역시 자주 등장한 젠더폭력 등 키워드와도 연관됩니다.


정의당은 최근 국민적 분노를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스토킹 처벌법을 포함해 젠더폭력 3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정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키워드 이주민입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인권 보장이 핵심입니다. 국제결혼으로 국내로 이주한 여성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민중 ‘고용보험·농민수당’…국민 ‘선거개입·여론조작’

민중당의 이색 공약 키워드는 주로 노동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민중당은 고용보험을 현행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사업주에게 보험료 지급 의무를 부여하는 방법 등을 내놨습니다. 선명한 정책과 이념을 내세운 민중당의 공약 키워드는 다른 정당들과 비교해 차별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선거개입, 여론조작 등은 국민의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키워드였습니다. 국민의당은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할 시 처벌규정을 3배 강화해 권력 사유화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또 인터넷에서 특정 작업을 반복하도록 고안된 '매크로' 프로그램 등으로 여론 조작하면 강력처벌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정공약 예산만 261조…지역공약 예산은‘깜깜이’

앞서 살펴본 각 정당만의 특색있는 공약들을 포함해 5개 정당에서는 총 1,204개의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공약 가운데 858개는 국정 공약, 346개는 지역 공약(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만 제출)이었습니다. 총 공약수를 정당별로 보면, 정의당이 가장 많았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중당, 국민의당 순입니다.

이 많은 공약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입법 활동과 함께 많은 재원이 필요할 텐데요. 5개 정당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858개의 국정공약 실현에만 총 260조 8천억 원이 소요됩니다. 이는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소요예산(5년간 178조 원)의 1.5배에 이릅니다. 5개 정당의 국정공약 예산만 합쳐도 그렇습니다.


특히 집권여당 공약의 소요재원 규모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99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4개 분야(포용·혁신·안전·공정) 가운데 포용(포용사회·균형발전·민생활력)분야에만 55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살맛나는 농어촌 공약'에 필요한 9조 3천억 원을 비롯해 총 38조 8천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은 복지·건강·장애인 정책 예산만 30조 9천억 원으로 산정하는 등 총 공약 예산을 91조 3천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민중당은 농민 관련 공약 7조 4천억 원을 포함해 19조 7천억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은 총 예산 12조 원 중 절반을 국방개혁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마저도 국정 공약에 필요한 소요예산에 국한된 겁니다. 각 정당은 지역공약 이행에 필요한 소요예산은 밝히지 않았는데요. 지역공약 예산까지 합치면 전체 예산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역공약은 도로, 철도와 같은 SOC 사업이 많아 국정공약보다 많은 재원이 들어가지만, 예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조달할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지역 공약의 예산을 밝히지 않는 건 지역표를 잡기 위해 선물 보따리부터 푼 격"이라며 “지역공약 예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은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계속되는데…재원 마련 ‘빨간불’

수백조에 달하는 예산,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걸까요? 정당들이 밝힌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내용도 제각각, 구체성도 편차가 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출 혁신하겠다, 세입 확충하겠다는 식으로 기본 방향만 언급한 채, 각각의 방법으로 얼마를 확보할 수 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세출예산절감(42조 8천억 원)과 추가 세입증가(43조 6천억 원)로 예산의 2.2배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거기에 추가로 4년간 44조 4천억 원 감세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습니다.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재원조달 방안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힌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 제외)은 세출예산절감으로 재원의 33%(72조 3천억 원), 3분의 1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고도 모자란 부분은 증세나 자연스러운 세입 증가로 56%(122조 5천억 원),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만 거두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세입을 통한 재원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격입니다.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개혁위원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세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약을 온전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을 가져와야 한다”며 “기존 틀 안에서는 세금이 감소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세금 감소로 누군가 부담을 더 지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언급하기는 부담스러워 한다"며 "하지만 총선 이후에는 재정운영을 위해 관련 쟁점에 대한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국면에서 각 정당이 밝힌 정도로 세입이 증가할 리는 만무하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각 정당이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을 구상하거나, 공약 축소 등 보다 현실화한 내용으로 수정해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우선 장밋빛 공약만 던져놓는 선거 관행. 과연 정당들에만 해당되는 것일까요? 취재진은 제21대 총선에 나선 지역구 후보자들로부터 주요 공약을 받아 그 내용과 이행 계획을 분석했습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분석 결과는 이어지는 [공약 점검K] 기사에서 공개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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