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왔더니 투표권은 없어져?

입력 2020.04.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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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인 의료진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동 중인 의료진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자원봉사 온 의료진 일부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봉사 이후 2주일 자가격리해야
사전투표.본투표 못해 "황당"

지난달 6일 전남에서 대구로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를 온 간호사 A 씨. 최근 한숨이 늘었습니다.

내일(8일)이면 자원봉사 기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봉사를 한 의료진은 현업에 복귀하기 위해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A 씨의 경우 자가격리 기간은 22일까지. 그러다 보니 그 사이에 선거일(15일)이 끼어 있어 투표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A 씨는 "당장 돌아가도 자가격리 기간 2주 가져야 되는데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도, 본투표에도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황당해했습니다.

그는 의료 봉사에 메달렸던 터라,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하는 거소투표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거소투표 신청 기간(3월 24일~28일)에도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향후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달 말, 병원으로 자원봉사 연장을 신청했지만, 지난주가 돼서야 연장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가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의료 인력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는 겁니다.

A 씨는 "거소투표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이미 봉사를 한 달 연기 신청을 했기 때문에 거소투표를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나중에는 투표를 하도록 2~3일만 연장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구시와 병원 측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투표권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강제돼 답답하다는 봉사자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2일~9일 '복귀' 봉사자 같은 처지
한시적 자가격리 해제 논의 중

오는 10일부터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진행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는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1일에 고향으로 돌아간 자원봉사자는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 선거 당일 자신의 해당 선거구 선거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됩니다.

사실상 지난 2일부터 9일 사이에 복귀했거나 복귀 예정인 자원봉사 의료진들은 모두 A 씨와 같은 처지가 됐습니다.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모두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지역 의사협회는 이들에 대해 선거 당일 한시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제하는 등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중앙선관위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채홍호 대구시청 행정부시장은 "선관위와 협의하고 있지만, 선관위 차원에서 보내온 협조 요청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굉장히 많은 의료자원봉사 인력들이 대구에 왔었다"며 "이들의 참정권은 어떻게든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연관기사] 자원봉사 왔더니…투표권 상실? (2020.04.06 뉴스9)

일각에선 봉사 의료진들의 2주간 자가격리는 밀접 접촉으로 보기 어려워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업무마다 코로나19 접촉 가능성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투표권. 선관위는 아직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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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봉사 왔더니 투표권은 없어져?
    • 입력 2020-04-07 09:45:45
    취재K

이동 중인 의료진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자원봉사 온 의료진 일부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봉사 이후 2주일 자가격리해야
사전투표.본투표 못해 "황당"

지난달 6일 전남에서 대구로 코로나19 의료 자원봉사를 온 간호사 A 씨. 최근 한숨이 늘었습니다.

내일(8일)이면 자원봉사 기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봉사를 한 의료진은 현업에 복귀하기 위해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A 씨의 경우 자가격리 기간은 22일까지. 그러다 보니 그 사이에 선거일(15일)이 끼어 있어 투표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A 씨는 "당장 돌아가도 자가격리 기간 2주 가져야 되는데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도, 본투표에도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황당해했습니다.

그는 의료 봉사에 메달렸던 터라,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하는 거소투표 신청도 하지 못했습니다.

거소투표 신청 기간(3월 24일~28일)에도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향후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달 말, 병원으로 자원봉사 연장을 신청했지만, 지난주가 돼서야 연장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가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의료 인력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는 겁니다.

A 씨는 "거소투표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이미 봉사를 한 달 연기 신청을 했기 때문에 거소투표를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나중에는 투표를 하도록 2~3일만 연장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구시와 병원 측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투표권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강제돼 답답하다는 봉사자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2일~9일 '복귀' 봉사자 같은 처지
한시적 자가격리 해제 논의 중

오는 10일부터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진행됩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는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1일에 고향으로 돌아간 자원봉사자는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 선거 당일 자신의 해당 선거구 선거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됩니다.

사실상 지난 2일부터 9일 사이에 복귀했거나 복귀 예정인 자원봉사 의료진들은 모두 A 씨와 같은 처지가 됐습니다.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모두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지역 의사협회는 이들에 대해 선거 당일 한시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제하는 등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중앙선관위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채홍호 대구시청 행정부시장은 "선관위와 협의하고 있지만, 선관위 차원에서 보내온 협조 요청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굉장히 많은 의료자원봉사 인력들이 대구에 왔었다"며 "이들의 참정권은 어떻게든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연관기사] 자원봉사 왔더니…투표권 상실? (2020.04.06 뉴스9)

일각에선 봉사 의료진들의 2주간 자가격리는 밀접 접촉으로 보기 어려워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업무마다 코로나19 접촉 가능성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투표권. 선관위는 아직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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