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개편, M&A 심사에 걸림돌 되나?

입력 2020.04.07 (18:08) 수정 2020.04.0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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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독과점 논란으로 번지며 '요기요'와의 기업결합(M&A)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수료 개편에 반발해온 자영업자와 정치권에서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면서다. 배민-요기요 기업결합의 운명을 틀어쥔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7일) "새 수수료 체계의 영향을 분석해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새 수수료 체계 영향 분석해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


일정 규모를 넘는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할 때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특정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경쟁이 줄어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사 기업의 사업영역을 획정하고, 합병 전·후의 점유율을 따져 결합을 허용해줄지 판단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주 공정위가 "주력 사업분야 겹치지 않는다"며 전격 허용했고, 몇 년 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는 유선방송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아예 불허해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위는 최근 수수료 논란이 두 회사의 결합을 결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독과점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문제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결합 심사 도중에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고 논란이 커지면서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수수료 개편의 효과까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결합 이후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결합 당사자의 사업영역을 획정하고, 합병 후 시장지배력을 따지는 통상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격(수수료) 체계 변화에 따른 영향과 향후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처장은 "수수료 체계의 변화가 소상공인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 결합 이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볼 것"이라며 "논란이 크고 중요한 문제여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자영업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배민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말미암아 사실상 수수료를 올리는 것과 다름없는 개편을 밀어붙였다면 시장 2위인 요기요와 합병한 이후 가격 인상 우려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배민의 시장점유율은 55.7%, 요기요는 33.5%다. 둘을 합치면 89.2%인데,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3위인 배달통까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결합 후에는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셈이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가격 인상” vs “거대 자영업자의 독과점 해소”

배민의 새 수수료 체계는 단순한 가격 인상일까? 배민이 이달 1일부터 적용한 새 수수료 체계는 정액수수료(울트라콜) 광고 위주의 운영방식을 정률수수료(오픈서비스) 체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다수 가맹점이 이용하는 기존 울트라콜 제도는 한 달에 8만8천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내면 '치킨', '피자' 등과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배너 한 칸을 원하는 지역 내에서 무작위 순으로 노출해준다.

그런데 이 체계는 한 업체가 배너를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는 허점을 간파한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부작용이 따랐다. 일명 '깃발 꽂기'라 부르는데 많게는 30~40개, 심지어 100개까지 꽂는 업체가 나왔다. 한 카테고리에서 특정 업체 광고가 도배되고 경쟁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깃발'의 위치도 소재지와 달리 할 수 있어 옆 동네 주문까지 휩쓸어가는 사례도 나왔다.


깃발 꽂기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곧 배민의 수수료 매출을 높여주는 '우수 고객'이다. 하지만 새 수수료 체계는 이들에 대한 배신이다. 이제는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야 상단에 노출할 수 있고, 여러 개의 광고를 동시에 노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새 수수료 체계인 '오픈서비스'는 배민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의 6.38%(부가가치세 포함)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배민 관계자는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는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가맹점의 52.8%는 오픈서비스 체계에서 수수료 부담이 준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일 입장문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존보다 수수료를 적게 내는 구간은 월 매출 155만 원 이하인데 이는 하루 매출이 5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대부분 업체는 수수료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물론 울트라콜은 개편 후에도 계속 이용할 수 있고, 상단 노출 확률이 낮은 1건의 울트라콜과 상단 노출이 보장된 오픈서비스 1건의 광고효과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배달매출이 큰 업체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울트라콜 위주의 광고를 하던 업주들은 상단 노출 우선순위가 바뀌어 오픈서비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광고효과를 위해 당분간은 울트라콜을 병행해야 해 이중으로 지출이 생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달 수천만 원의 배달매출이 일어나는 대규모 업체의 경우 한 달 수수료 부담이 수백만 원까지 늘어나는 데 반해 52.8%의 소규모 업체에 돌아가는 수수료 절감액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는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소 입장은 배려하지 못했다고 어제(6일) 사과했다. 새로 도입한 요금체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공정위 "개편안 효과 아직 몰라… 누구에게 이득인지 면밀히 분석할 것"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 새 수수료 체계에 대해 아직 들여다본 것은 아니고, 이제 자료를 제출받아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볼 것"이라며 "배민 주장대로 신규사업자 등에 혜택이 돌아가는지도 따져보겠다"고 했다. 독과점에 따른 지배력 남용인지, 참여자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개편'인지 심사에서 가리겠다는 의미다.

'데이터 독과점' 여부도 따질 계획이다. 사실상 국내 첫 플랫폼 기업 간 결합인 만큼 숫자로 보이는 시장점유율을 넘어 두 회사가 확보한 주문데이터가 다른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와츠앱·인스타그램 인수 때 해외 경쟁 당국이 결합 당사자가 보유한 데이터의 영향을 분석했던 것처럼 이번 기업결합에서도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가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막거나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지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현재 시점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고객·가맹점·상권 데이터가 쿠팡이츠, 카카오톡 주문하기 등 신규 진입자를 따돌리거나,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시장의 변화도 관건이다. 전통적 산업과 달리 시장 진입이 활발하고 점유율 변화도 빠른 편이어서 정태적 시장점유율 외에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고려한 동태를 고려할 경우 결합의 성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컨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기로 한 공공 배달앱 개발이 속도를 내 경기도 내 시장을 점유하게 되면 과거의 시장점유율보다는 앞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에 무게를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배달앱은 소비자와 가맹점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양면시장(two-side market)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도 공정위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오를 우려가 있어도 두 회사의 결합이 소비자에게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면 결합을 허용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플랫폼 기업 간 결합이 활발한 미국 등에서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은 승인, 불허, 조건부 승인 3가지다. 시장점유율로는 독과점이 명백한 이번 결합에서는 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결합을 승인하되 일부 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 금지, 계약연장 거절 금지, 채널 수 유지 등의 조건을 시정조치로 내렸다. 배달앱 시장은 케이블TV보다 경쟁제한 우려가 훨씬 크고, 이번 수수료 논란까지 벌어져 만약 공정위가 불허가 아닌 조건부 승인을 내주더라도 강력한 시정조치가 따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최장 120일로 지침에 정해져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 신고했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이달 말 결론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자료제출 요청에 따른 제출 기간, 피심의인의견청취 등은 심사일에 포함되지 않아 상반기를 훌쩍 넘길 거란 전망이다. 독과점의 횡포인가, 신규 사업자를 위한 혁신인가 배민 수수료 개편의 진실은 이번 M&A의 운명과 함께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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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 수수료 개편, M&A 심사에 걸림돌 되나?
    • 입력 2020-04-07 18:08:04
    • 수정2020-04-07 19:41:56
    취재K
'배달의 민족(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독과점 논란으로 번지며 '요기요'와의 기업결합(M&A)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수료 개편에 반발해온 자영업자와 정치권에서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면서다. 배민-요기요 기업결합의 운명을 틀어쥔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7일) "새 수수료 체계의 영향을 분석해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새 수수료 체계 영향 분석해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


일정 규모를 넘는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할 때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특정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경쟁이 줄어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사 기업의 사업영역을 획정하고, 합병 전·후의 점유율을 따져 결합을 허용해줄지 판단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주 공정위가 "주력 사업분야 겹치지 않는다"며 전격 허용했고, 몇 년 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는 유선방송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아예 불허해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위는 최근 수수료 논란이 두 회사의 결합을 결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독과점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문제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업결합 심사 도중에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고 논란이 커지면서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수수료 개편의 효과까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결합 이후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결합 당사자의 사업영역을 획정하고, 합병 후 시장지배력을 따지는 통상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격(수수료) 체계 변화에 따른 영향과 향후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김 처장은 "수수료 체계의 변화가 소상공인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 결합 이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볼 것"이라며 "논란이 크고 중요한 문제여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자영업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배민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말미암아 사실상 수수료를 올리는 것과 다름없는 개편을 밀어붙였다면 시장 2위인 요기요와 합병한 이후 가격 인상 우려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배민의 시장점유율은 55.7%, 요기요는 33.5%다. 둘을 합치면 89.2%인데,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3위인 배달통까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결합 후에는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셈이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은“가격 인상” vs “거대 자영업자의 독과점 해소”

배민의 새 수수료 체계는 단순한 가격 인상일까? 배민이 이달 1일부터 적용한 새 수수료 체계는 정액수수료(울트라콜) 광고 위주의 운영방식을 정률수수료(오픈서비스) 체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다수 가맹점이 이용하는 기존 울트라콜 제도는 한 달에 8만8천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내면 '치킨', '피자' 등과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배너 한 칸을 원하는 지역 내에서 무작위 순으로 노출해준다.

그런데 이 체계는 한 업체가 배너를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는 허점을 간파한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부작용이 따랐다. 일명 '깃발 꽂기'라 부르는데 많게는 30~40개, 심지어 100개까지 꽂는 업체가 나왔다. 한 카테고리에서 특정 업체 광고가 도배되고 경쟁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깃발'의 위치도 소재지와 달리 할 수 있어 옆 동네 주문까지 휩쓸어가는 사례도 나왔다.


깃발 꽂기를 하는 자영업자들은 곧 배민의 수수료 매출을 높여주는 '우수 고객'이다. 하지만 새 수수료 체계는 이들에 대한 배신이다. 이제는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야 상단에 노출할 수 있고, 여러 개의 광고를 동시에 노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새 수수료 체계인 '오픈서비스'는 배민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의 6.38%(부가가치세 포함)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배민 관계자는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는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가맹점의 52.8%는 오픈서비스 체계에서 수수료 부담이 준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일 입장문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존보다 수수료를 적게 내는 구간은 월 매출 155만 원 이하인데 이는 하루 매출이 5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대부분 업체는 수수료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물론 울트라콜은 개편 후에도 계속 이용할 수 있고, 상단 노출 확률이 낮은 1건의 울트라콜과 상단 노출이 보장된 오픈서비스 1건의 광고효과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배달매출이 큰 업체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울트라콜 위주의 광고를 하던 업주들은 상단 노출 우선순위가 바뀌어 오픈서비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광고효과를 위해 당분간은 울트라콜을 병행해야 해 이중으로 지출이 생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달 수천만 원의 배달매출이 일어나는 대규모 업체의 경우 한 달 수수료 부담이 수백만 원까지 늘어나는 데 반해 52.8%의 소규모 업체에 돌아가는 수수료 절감액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는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소 입장은 배려하지 못했다고 어제(6일) 사과했다. 새로 도입한 요금체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공정위 "개편안 효과 아직 몰라… 누구에게 이득인지 면밀히 분석할 것"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 새 수수료 체계에 대해 아직 들여다본 것은 아니고, 이제 자료를 제출받아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볼 것"이라며 "배민 주장대로 신규사업자 등에 혜택이 돌아가는지도 따져보겠다"고 했다. 독과점에 따른 지배력 남용인지, 참여자에 따라 손익이 갈리는 '개편'인지 심사에서 가리겠다는 의미다.

'데이터 독과점' 여부도 따질 계획이다. 사실상 국내 첫 플랫폼 기업 간 결합인 만큼 숫자로 보이는 시장점유율을 넘어 두 회사가 확보한 주문데이터가 다른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와츠앱·인스타그램 인수 때 해외 경쟁 당국이 결합 당사자가 보유한 데이터의 영향을 분석했던 것처럼 이번 기업결합에서도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가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막거나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지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현재 시점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고객·가맹점·상권 데이터가 쿠팡이츠, 카카오톡 주문하기 등 신규 진입자를 따돌리거나,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시장의 변화도 관건이다. 전통적 산업과 달리 시장 진입이 활발하고 점유율 변화도 빠른 편이어서 정태적 시장점유율 외에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고려한 동태를 고려할 경우 결합의 성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컨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기로 한 공공 배달앱 개발이 속도를 내 경기도 내 시장을 점유하게 되면 과거의 시장점유율보다는 앞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에 무게를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배달앱은 소비자와 가맹점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양면시장(two-side market)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도 공정위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오를 우려가 있어도 두 회사의 결합이 소비자에게 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면 결합을 허용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플랫폼 기업 간 결합이 활발한 미국 등에서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은 승인, 불허, 조건부 승인 3가지다. 시장점유율로는 독과점이 명백한 이번 결합에서는 불허 또는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결합을 승인하되 일부 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 금지, 계약연장 거절 금지, 채널 수 유지 등의 조건을 시정조치로 내렸다. 배달앱 시장은 케이블TV보다 경쟁제한 우려가 훨씬 크고, 이번 수수료 논란까지 벌어져 만약 공정위가 불허가 아닌 조건부 승인을 내주더라도 강력한 시정조치가 따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최장 120일로 지침에 정해져 있다. 지난해 12월 30일에 신고했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이달 말 결론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자료제출 요청에 따른 제출 기간, 피심의인의견청취 등은 심사일에 포함되지 않아 상반기를 훌쩍 넘길 거란 전망이다. 독과점의 횡포인가, 신규 사업자를 위한 혁신인가 배민 수수료 개편의 진실은 이번 M&A의 운명과 함께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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