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가 이상해…“후보님들, 저작권 모르세요?”

입력 2020.04.10 (08:12) 수정 2020.04.10 (09: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4.15 총선 공익 광고 모델로 발탁된 인기 캐릭터 펭수입니다.

촬영장 안팎에서 인기가 대단했단 후문이죠

["투표 꼭 하실 거죠? 투표 꼭 하실 거죠? 에브리바디 투표 렛츠 고!"]

그런데, 펭수와 그를 추종하는 '펭클럽'(펭수 팬클럽) 회원들,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왜 화가 났을까요?

사진 보시죠.

저렇게 길거리에 펭수를 꼭 닮은 인형 탈을 가져다 놓고 함께 선거 운동을 펼친 겁니다.

진짜 펭수는 볼터치를 연하게 하는 편인데, 이 인형은 터치가 아주 넓고 진합니다.

또 다른 유세 현장에는 펭수의 외형과 이름을 살짝 바꾼 '미스터 펭식이'가 등장했습니다.

펭수를 모티브로 했다고 수근거려도 할 말 없겠죠.

진짜가 아닌 '짝퉁' 펭수이긴 합니다만, 이런 사진 보면 마치 펭수가 해당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니, 펭수로선 참 난감할 일이죠,

가뜩이나 총선 공익광고 모델로서 어느 때보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니까요.

당장 펭수 저작권을 갖고 있는 EBS 측은 특정 후보와 정당 지지에 펭수가 쓰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펭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한 후보자 홍보물에서 '홍새로이'로 패러디됐습니다.

비교해 보니까, 박새로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밤톨머리, 일단 머리 모양은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역시 저작권자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조광진 작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는데요

자신의 SNS를 통해 “저작권자로서 이 드라마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홍새로이’ 홍보물은 작가와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해당 후보측은 작가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대중적인 캐릭터나 연예인의 인기 덕을 보려는 후보들 때문에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곤 합니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한 후보는 홍보 포스터에 배우 김태희의 사진과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고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아기상어'를 선거송으로 사용한 당이 제작자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자,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이렇게 문제될 거란 걸 과연 몰랐을까요?

조금 전 보신, 볼빨간 펭수를 활용한 후보자측은요,

"선관위와 인형탈 대여업체에 저작권 침해가 될 지 문의한 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선관위나 대여업체와 상의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대중에게 공개된 ‘공표 저작물’을 이처럼 복제 또는 변형하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원 저작권자 허가 없이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는 것은 위법행위죠.

저작권법에는 교육·보도·비평·연구 등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인용을 허락하지만 선거와 관련한 언급은 없습니다.

[이정석/변호사 : "선거운동 과정에 여러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반드시 원 저작권자의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이런 절차가 흠결 될 경우에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선거 때마다 그 많은 캐릭터가 펭수처럼 쓰였는데 문제 없이 넘어간 경우는 왜 그런 걸까요?

그건 '저작권자들이 문제삼지 않아서'입니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친고죄이기 때문에, 저작권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잡음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유세에 빠질 수 없는 선거송의 경우는 또 어떨까, 이 경우 역시 원작자 동의를 구한 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복제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가수 유산슬이 부른 '사랑의 재개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모두가 로고송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유산슬의 인기곡 ‘합정역 5번 출구’는 쓸 수 없습니다.

이 곡은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유재석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합정역 5번 출구’의 공동 작사를 맡은 이건우 작곡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유산슬 씨가 '선생님,웬만하면 이 곡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저작권 논란, 잘잘못을 떠나 국민을 대표해 입법부에서 일하려는 분들이라면 누구보다 조심, 또 조심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펭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단 도용과 관련해 팬들이 일일이 제보한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라구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펭수가 이상해…“후보님들, 저작권 모르세요?”
    • 입력 2020-04-10 08:14:32
    • 수정2020-04-10 09:22:59
    아침뉴스타임
4.15 총선 공익 광고 모델로 발탁된 인기 캐릭터 펭수입니다.

촬영장 안팎에서 인기가 대단했단 후문이죠

["투표 꼭 하실 거죠? 투표 꼭 하실 거죠? 에브리바디 투표 렛츠 고!"]

그런데, 펭수와 그를 추종하는 '펭클럽'(펭수 팬클럽) 회원들,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왜 화가 났을까요?

사진 보시죠.

저렇게 길거리에 펭수를 꼭 닮은 인형 탈을 가져다 놓고 함께 선거 운동을 펼친 겁니다.

진짜 펭수는 볼터치를 연하게 하는 편인데, 이 인형은 터치가 아주 넓고 진합니다.

또 다른 유세 현장에는 펭수의 외형과 이름을 살짝 바꾼 '미스터 펭식이'가 등장했습니다.

펭수를 모티브로 했다고 수근거려도 할 말 없겠죠.

진짜가 아닌 '짝퉁' 펭수이긴 합니다만, 이런 사진 보면 마치 펭수가 해당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니, 펭수로선 참 난감할 일이죠,

가뜩이나 총선 공익광고 모델로서 어느 때보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니까요.

당장 펭수 저작권을 갖고 있는 EBS 측은 특정 후보와 정당 지지에 펭수가 쓰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근 펭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한 후보자 홍보물에서 '홍새로이'로 패러디됐습니다.

비교해 보니까, 박새로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밤톨머리, 일단 머리 모양은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역시 저작권자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조광진 작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는데요

자신의 SNS를 통해 “저작권자로서 이 드라마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홍새로이’ 홍보물은 작가와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해당 후보측은 작가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관련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대중적인 캐릭터나 연예인의 인기 덕을 보려는 후보들 때문에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곤 합니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한 후보는 홍보 포스터에 배우 김태희의 사진과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고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아기상어'를 선거송으로 사용한 당이 제작자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자,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이렇게 문제될 거란 걸 과연 몰랐을까요?

조금 전 보신, 볼빨간 펭수를 활용한 후보자측은요,

"선관위와 인형탈 대여업체에 저작권 침해가 될 지 문의한 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선관위나 대여업체와 상의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대중에게 공개된 ‘공표 저작물’을 이처럼 복제 또는 변형하기 위해선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원 저작권자 허가 없이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는 것은 위법행위죠.

저작권법에는 교육·보도·비평·연구 등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인용을 허락하지만 선거와 관련한 언급은 없습니다.

[이정석/변호사 : "선거운동 과정에 여러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반드시 원 저작권자의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이런 절차가 흠결 될 경우에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선거 때마다 그 많은 캐릭터가 펭수처럼 쓰였는데 문제 없이 넘어간 경우는 왜 그런 걸까요?

그건 '저작권자들이 문제삼지 않아서'입니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친고죄이기 때문에, 저작권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잡음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유세에 빠질 수 없는 선거송의 경우는 또 어떨까, 이 경우 역시 원작자 동의를 구한 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복제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가수 유산슬이 부른 '사랑의 재개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모두가 로고송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유산슬의 인기곡 ‘합정역 5번 출구’는 쓸 수 없습니다.

이 곡은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유재석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합정역 5번 출구’의 공동 작사를 맡은 이건우 작곡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유산슬 씨가 '선생님,웬만하면 이 곡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저작권 논란, 잘잘못을 떠나 국민을 대표해 입법부에서 일하려는 분들이라면 누구보다 조심, 또 조심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펭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단 도용과 관련해 팬들이 일일이 제보한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라구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