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직접고용 약속했지만…도로공사 수납원들, 어디에?

입력 2020.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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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10여 m 높이 구조물에 올라 98일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추웠던 지난겨울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온몸으로 기어가며 오체투지도 했고요.
곡기를 끊고 단식도 했죠.

도로공사 요금소 수납원들이 올해 초 '직접 고용'을 약속받기까지 이어왔던 217일간의 긴 투쟁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 수납원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17일, 2015년 이후 입사자를 포함한 1심 계류 중인 요금 수납원까지 전원 직접고용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요금수납원들은 지난 2월 1일 이를 받아들여 투쟁을 종료했죠. 그런데 4월이 된 지금도 491명의 요금 수납원들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접고용' 약속 후 3달…. 여전히 '입사 대기' 상태인 수납원들

지난해 7월 협력업체 소속 요금 수납원 6,500명 중 5,100명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자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나머지 1,400명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했는데 이중 1000여 명이 한국노총, 400여 명이 민주노총 소속입니다.

지난해 10월 한국노총 소속 요금 수납원들은 '2심 계류 수납원은 직접 고용, 1심 계류 수납원은 임시직으로 고용한 후 1심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안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 요금 수납원 400여 명은 받아들이지 않다가 '1심 계류자도 직접고용' 약속을 받고 투쟁을 중지한 겁니다.

하지만 직고용하기로 한 491명 요금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에 복귀해도 기존 수납 업무를 하지 못합니다. 요금 수납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들은 졸음쉼터와 휴게소 등 현장 환경정비에 투입됩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직무교육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입사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전국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월 중 소집교육을 진행하고 늦어도 3월 업무에 배치할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1월 도로공사가 냈던 보도자료에도 '2월까지 직무교육과 현장배치를 완료해 정규직 전환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도로공사는 "코로나 19 심각 단계가 이어지면서 집합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배치 장소와 업무 관련해서 개별 면담도 진행해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과 면담 등을 어떻게 할지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입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교육과 면담 등이 어려운 것은 맞다지만 다른 수단을 취하지 않고 무작정 입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지부장은 "인터넷 동영상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도로공사는 방치만 하고 있다"며 "선교육 후 배치라며 입사를 미루고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업급여 끊기고, 정부 휴직 지원도 못 받고...생계 막막

무한정 입사가 미뤄지면서 수납원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명화 지부장은 "지난해 7월 1일 이후 지금까지 급여가 없는 데다가 최장 9개월까지 주는 실업급여도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직, 휴업수당의 90%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수납원들은 입사한 상태가 아니라 해당이 안 됩니다.

271일간의 투쟁, 석 달의 입사 대기…. 더이상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또 투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며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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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0 10:35:49
    취재K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10여 m 높이 구조물에 올라 98일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추웠던 지난겨울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온몸으로 기어가며 오체투지도 했고요.
곡기를 끊고 단식도 했죠.

도로공사 요금소 수납원들이 올해 초 '직접 고용'을 약속받기까지 이어왔던 217일간의 긴 투쟁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 수납원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월 17일, 2015년 이후 입사자를 포함한 1심 계류 중인 요금 수납원까지 전원 직접고용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요금수납원들은 지난 2월 1일 이를 받아들여 투쟁을 종료했죠. 그런데 4월이 된 지금도 491명의 요금 수납원들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접고용' 약속 후 3달…. 여전히 '입사 대기' 상태인 수납원들

지난해 7월 협력업체 소속 요금 수납원 6,500명 중 5,100명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동의해 자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나머지 1,400명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했는데 이중 1000여 명이 한국노총, 400여 명이 민주노총 소속입니다.

지난해 10월 한국노총 소속 요금 수납원들은 '2심 계류 수납원은 직접 고용, 1심 계류 수납원은 임시직으로 고용한 후 1심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안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 요금 수납원 400여 명은 받아들이지 않다가 '1심 계류자도 직접고용' 약속을 받고 투쟁을 중지한 겁니다.

하지만 직고용하기로 한 491명 요금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에 복귀해도 기존 수납 업무를 하지 못합니다. 요금 수납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들은 졸음쉼터와 휴게소 등 현장 환경정비에 투입됩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직무교육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입사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전국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월 중 소집교육을 진행하고 늦어도 3월 업무에 배치할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1월 도로공사가 냈던 보도자료에도 '2월까지 직무교육과 현장배치를 완료해 정규직 전환을 실질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도로공사는 "코로나 19 심각 단계가 이어지면서 집합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배치 장소와 업무 관련해서 개별 면담도 진행해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과 면담 등을 어떻게 할지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입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교육과 면담 등이 어려운 것은 맞다지만 다른 수단을 취하지 않고 무작정 입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지부장은 "인터넷 동영상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도로공사는 방치만 하고 있다"며 "선교육 후 배치라며 입사를 미루고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업급여 끊기고, 정부 휴직 지원도 못 받고...생계 막막

무한정 입사가 미뤄지면서 수납원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명화 지부장은 "지난해 7월 1일 이후 지금까지 급여가 없는 데다가 최장 9개월까지 주는 실업급여도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직, 휴업수당의 90%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수납원들은 입사한 상태가 아니라 해당이 안 됩니다.

271일간의 투쟁, 석 달의 입사 대기…. 더이상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또 투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며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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