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후보로 완주하게 된 차명진…김종인 “한심”

입력 2020.04.10 (11:47) 수정 2020.04.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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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막말로 물의를 빚은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의 징계안을 심의한 미래통합당이 오늘(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차 후보에 대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차 후보는 사실상 통합당 후보로 이번 총선을 완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통합당 윤리위는 앞서 서울 관악갑의 김대호 전 후보에 대해선 '제명'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총선 후보 자격도 박탈됐습니다.

특히 당 회의 석상에서 '세대 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킨 김 전 후보와 지역 선관위가 주최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방송된 토론에서 '막말'을 한 차 후보의 행위 자체로 미뤄 볼 때, 왜 징계 수위에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당내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차명진 '탈당 권유' 결정…방어·해명 차원 인용한 것"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에 대해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습니다.

윤리위는 오늘 차 후보에 대한 징계안과 함께 "제명이 부당하다"며 김 전 후보가 청구한 재심도 논의했는데, 기각했습니다.

통합당은 '탈당 권유' 징계 의결을 받은 당원이 열흘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할 수 있도록 당헌 당규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열흘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총선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 후보는 "완주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김 전 후보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 후보로 뛰게 됐습니다.

■차명진 "성역화 감옥에 갇힌 유가족 구해야…당, 현명한 결정"

차 후보는 오늘 오전 윤리위에 출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세월호 성역화의 감옥에 갇힌 유가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윤리위에 소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도 "특권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세월호를 권력화 우상화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막아야 한다"라고 재차 밝혔습니다.

차 후보는 또 "세월호로 인해 땅이 꺼지는 피해를 당한 유가족들한테 저의 표현이 거칠어서 마음에 상처를 드렸다면 백배 사죄드린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문제의 발언은 세월호를 이용해 권력을 누리는 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유가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리위의 결정이 나온 뒤에는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차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행히 제명은 면했다. 통합당 후보로 선거 완주할 수 있게 됐다"며 "바로 선거운동 시작했다"고 썼습니다.


■김종인 "윤리위 한심…우리 당 후보로 인정 안 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던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이 나온 직후 경기도 지역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윤리위원들의 판단력이 굉장히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그 사람(차 후보)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차 후보의 제명을 요구하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며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당의 결정은 '제명'보다 수위가 낮은 '탈당 권유'가 나온 겁니다.

■황교안 "조금 더 숙의하겠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대표는 오늘 종로의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김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걸 기억하고 있다. 또 윤리위는 윤리위대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숙의하겠다. 관계된 분들과도 상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는 김 위원장이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같이 협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김대호는 못 뛰고, 차명진은 뛸 수 있는 이유

문제가 된 차 후보의 발언이 방송되기 전인 지난 8일 오후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대 당 후보의 역공도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상대 당 후보들이 우리 후보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희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는데, 실제 오늘 윤리위의 결정은 차 후보의 해명과 당내 이런 의견이 일정 부분 감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차 후보에 대한 보수층 일각의 지지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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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당 후보로 완주하게 된 차명진…김종인 “한심”
    • 입력 2020-04-10 11:47:46
    • 수정2020-04-10 16:48:55
    취재K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막말로 물의를 빚은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의 징계안을 심의한 미래통합당이 오늘(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차 후보에 대해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차 후보는 사실상 통합당 후보로 이번 총선을 완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통합당 윤리위는 앞서 서울 관악갑의 김대호 전 후보에 대해선 '제명'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총선 후보 자격도 박탈됐습니다.

특히 당 회의 석상에서 '세대 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킨 김 전 후보와 지역 선관위가 주최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방송된 토론에서 '막말'을 한 차 후보의 행위 자체로 미뤄 볼 때, 왜 징계 수위에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당내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차명진 '탈당 권유' 결정…방어·해명 차원 인용한 것"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에 대해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습니다.

윤리위는 오늘 차 후보에 대한 징계안과 함께 "제명이 부당하다"며 김 전 후보가 청구한 재심도 논의했는데, 기각했습니다.

통합당은 '탈당 권유' 징계 의결을 받은 당원이 열흘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할 수 있도록 당헌 당규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열흘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총선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 후보는 "완주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김 전 후보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 후보로 뛰게 됐습니다.

■차명진 "성역화 감옥에 갇힌 유가족 구해야…당, 현명한 결정"

차 후보는 오늘 오전 윤리위에 출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세월호 성역화의 감옥에 갇힌 유가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윤리위에 소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도 "특권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세월호를 권력화 우상화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막아야 한다"라고 재차 밝혔습니다.

차 후보는 또 "세월호로 인해 땅이 꺼지는 피해를 당한 유가족들한테 저의 표현이 거칠어서 마음에 상처를 드렸다면 백배 사죄드린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문제의 발언은 세월호를 이용해 권력을 누리는 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유가족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리위의 결정이 나온 뒤에는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차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행히 제명은 면했다. 통합당 후보로 선거 완주할 수 있게 됐다"며 "바로 선거운동 시작했다"고 썼습니다.


■김종인 "윤리위 한심…우리 당 후보로 인정 안 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던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이 나온 직후 경기도 지역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윤리위원들의 판단력이 굉장히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그 사람(차 후보)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차 후보의 제명을 요구하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며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당의 결정은 '제명'보다 수위가 낮은 '탈당 권유'가 나온 겁니다.

■황교안 "조금 더 숙의하겠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대표는 오늘 종로의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김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걸 기억하고 있다. 또 윤리위는 윤리위대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숙의하겠다. 관계된 분들과도 상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는 김 위원장이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같이 협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김대호는 못 뛰고, 차명진은 뛸 수 있는 이유

문제가 된 차 후보의 발언이 방송되기 전인 지난 8일 오후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대 당 후보의 역공도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상대 당 후보들이 우리 후보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희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는데, 실제 오늘 윤리위의 결정은 차 후보의 해명과 당내 이런 의견이 일정 부분 감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차 후보에 대한 보수층 일각의 지지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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