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공범 과거 ‘헌소 청구’ 동참…이중적인 모습 “인정받고 싶어”

입력 2020.04.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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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박사방 그리고 갓갓, 와치맨, 조주빈. '텔레그램'이라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성 착취 영상을 올려놓고 회원들을 받았습니다. 그들로부터 가상화폐를 비롯해 금전적인 이익이 될만한 것을 받아 챙겼습니다. 갓갓 등 이른바 n번방 운영자들이 받은 것은 또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무엇'을 받았기에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힌 듯, 제동장치 망가진 열차처럼 그렇게 여성들을 괴롭혀 왔을까요?

심약해 보이는 소년, 담임교사에 대한 집착 심해져 괴롭힘으로

심약해 보이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처음에 상담에 잘 응해주던 교사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갈수록 교사에게 의존도가 커지고 집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거리를 두는 게 느껴지자 SNS를 통해 험한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교사가 학급을 바꿀 것을 권하자 소년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9년에 걸쳐 해당 교사를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누군가와 교사의 딸을 살해할 것을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박사방의 회원이나 개인정보를 빼돌려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 공익근무요원 강 모 씨의 얘기입니다.

대학 진학 후 봉사활동 '넘치도록'

고등학교를 관둔 강 씨는 이후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됐습니다. 대학에 다닌 기간은 2년 정도인데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강 씨가 다닌 대학은 졸업할 때까지 24시간의 봉사활동 학점을 따야 합니다. 4년 동안으로 가정하면 1년에 6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강 씨는 2년 동안 헌혈과 복지시설 방문 등 63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채운 정도가 아니라 넘쳤습니다. 그리고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됩니다.

사회복무요원 보수 개선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이름 올려


최근 취재진은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3년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보수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이 모 씨입니다. 이 씨는 최근 지인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이 주도한 이 소송의 보조참가인 명단에 바로 박사방 조주빈의 공범인 강 모 씨가 올라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씨는 헌법 소원에 대한 보조참가인을 모집했는데, 당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사회복무요원 관련 사이트에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씨는 이번에 강 씨를 확인하고 굉장히 소름이 끼쳤다며, "제가 선의로 청구한 헌법 소원에 그런 분이 보조 참가를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좀 기분이 안 좋고 참담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교 선생님을 스토킹했다는 것은 저도 이분에게 뭔가 밉보이거나 공격적인 발언을 했었다면 저도 스토킹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추앙' 받는 존재

갓갓, 조주빈, 와치맨, 강 모 씨. 이들은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회원들로부터 찬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회원들 또는 다른 운영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경제적인 이익을 얻은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행동…"인정받고 싶어"

특히 조주빈이나 강 씨의 이중적인 행동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들의 행동은 극과 극이지만, 근본적인 뿌리를 따져보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범죄심리학자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인정받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보는데 '프로 소셜' 즉 사회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은 되지 못하고 잘 해결이 안 되니까 그 비뚤어진 욕구 불만이 온라인에서 극도의 여성 비하적인 행위를 한 거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즉 열등감을 해소할 길이 없다 보니 더욱 인정받고자 하는 행동에 몰두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어 "법이나 질서에 의해서 규율되는 오프라인에서는 사회적 규범에 충실한 모습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했고, 법이나 질서가 없는 온라인에서는 반사회적인 활동을 해도 아무도 제재하지 않으니까 반사회적인 행동의 극단으로서 인정을 받으려고 했고요. 결국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 기인한 행위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주빈에 이어 신상공개 요구 잇따라
"범죄 피해자 보호하고 잠재적 피해자·가해자 막아야!"



조주빈에 이어 강 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동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이 청원에는 참여한 사람은 49만 명을 넘었습니다. n번방 운영자와 가담자, 이용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재적인 '시청자'를 막아달란 글도 올라왔습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유사 n번방이 발견됐다는 뉴스도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가 된 다수의 여성과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또 잠재적인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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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주빈 공범 과거 ‘헌소 청구’ 동참…이중적인 모습 “인정받고 싶어”
    • 입력 2020-04-10 11:51:09
    취재K
n번방, 박사방 그리고 갓갓, 와치맨, 조주빈. '텔레그램'이라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성 착취 영상을 올려놓고 회원들을 받았습니다. 그들로부터 가상화폐를 비롯해 금전적인 이익이 될만한 것을 받아 챙겼습니다. 갓갓 등 이른바 n번방 운영자들이 받은 것은 또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무엇'을 받았기에 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힌 듯, 제동장치 망가진 열차처럼 그렇게 여성들을 괴롭혀 왔을까요?

심약해 보이는 소년, 담임교사에 대한 집착 심해져 괴롭힘으로

심약해 보이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처음에 상담에 잘 응해주던 교사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갈수록 교사에게 의존도가 커지고 집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거리를 두는 게 느껴지자 SNS를 통해 험한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교사가 학급을 바꿀 것을 권하자 소년은 학교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9년에 걸쳐 해당 교사를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누군가와 교사의 딸을 살해할 것을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박사방의 회원이나 개인정보를 빼돌려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 공익근무요원 강 모 씨의 얘기입니다.

대학 진학 후 봉사활동 '넘치도록'

고등학교를 관둔 강 씨는 이후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됐습니다. 대학에 다닌 기간은 2년 정도인데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강 씨가 다닌 대학은 졸업할 때까지 24시간의 봉사활동 학점을 따야 합니다. 4년 동안으로 가정하면 1년에 6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강 씨는 2년 동안 헌혈과 복지시설 방문 등 63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채운 정도가 아니라 넘쳤습니다. 그리고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됩니다.

사회복무요원 보수 개선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이름 올려


최근 취재진은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3년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보수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이 모 씨입니다. 이 씨는 최근 지인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이 주도한 이 소송의 보조참가인 명단에 바로 박사방 조주빈의 공범인 강 모 씨가 올라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씨는 헌법 소원에 대한 보조참가인을 모집했는데, 당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사회복무요원 관련 사이트에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씨는 이번에 강 씨를 확인하고 굉장히 소름이 끼쳤다며, "제가 선의로 청구한 헌법 소원에 그런 분이 보조 참가를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좀 기분이 안 좋고 참담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학교 선생님을 스토킹했다는 것은 저도 이분에게 뭔가 밉보이거나 공격적인 발언을 했었다면 저도 스토킹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추앙' 받는 존재

갓갓, 조주빈, 와치맨, 강 모 씨. 이들은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회원들로부터 찬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회원들 또는 다른 운영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경제적인 이익을 얻은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행동…"인정받고 싶어"

특히 조주빈이나 강 씨의 이중적인 행동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들의 행동은 극과 극이지만, 근본적인 뿌리를 따져보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범죄심리학자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인정받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보는데 '프로 소셜' 즉 사회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은 되지 못하고 잘 해결이 안 되니까 그 비뚤어진 욕구 불만이 온라인에서 극도의 여성 비하적인 행위를 한 거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즉 열등감을 해소할 길이 없다 보니 더욱 인정받고자 하는 행동에 몰두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어 "법이나 질서에 의해서 규율되는 오프라인에서는 사회적 규범에 충실한 모습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했고, 법이나 질서가 없는 온라인에서는 반사회적인 활동을 해도 아무도 제재하지 않으니까 반사회적인 행동의 극단으로서 인정을 받으려고 했고요. 결국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 기인한 행위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주빈에 이어 신상공개 요구 잇따라
"범죄 피해자 보호하고 잠재적 피해자·가해자 막아야!"



조주빈에 이어 강 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동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이 청원에는 참여한 사람은 49만 명을 넘었습니다. n번방 운영자와 가담자, 이용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재적인 '시청자'를 막아달란 글도 올라왔습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유사 n번방이 발견됐다는 뉴스도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가 된 다수의 여성과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또 잠재적인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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