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성폭행’ 가해자들은 구속됐지만 “내 딸은 어디로?”

입력 2020.04.1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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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을 폭행·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2명이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소년 사건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피해자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지 12일 만입니다. 법원은 "이들이 소년(미성년)이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3일 일어났습니다.

피해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밤 11시쯤 친구 사이이던 A 군과 B 군은 피해자의 친구를 통해 피해자를 불러냈습니다. "내가 안 나가면 친구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자는 가족들 몰래 해당 장소로 나갔습니다. 다음날 새벽, 온몸에 상처가 나서 돌아온 피해자를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직감이 든 피해자 어머니는 곧장 인근 인천 연수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하고 학교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KBS는 어제(10일)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교육 당국과 경찰의 대응에 아쉬운 점들이 없었는지 짚어봤습니다.

■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했지만, "서류 접수 안 하셨잖아요"

사건 발생 12일 뒤인 지난 1월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그날까지 숨어있듯 집에만 머물렀던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학폭위에 참석한 상태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을 놓고 외출했다가, 길 위에서 가해자들과 친구들의 무리를 마주쳤습니다. 이들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오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미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경찰의 해명에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가 신변보호조치를 '서류상' 하지 않았다고 신청이 안 돼 있다는 거예요. 애초에 서류를 신청하라는 소리도 없었고, 말로 요청했을 때 알았다고만 했는데 지금 와서 경찰이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 강제전학 처분에도 석 달간 지지부진

교육 당국의 대응에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A 군은 이미 사건 발생 석 달 전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전학 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학이 석 달가량 미뤄졌고, 그 공백 사이에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B 군 역시 유기정학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에서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 측은 "A 군이 다른 사건으로 이미 여러 번 특별교육을 이수 받았고 겹치는 프로그램은 피해야 하다 보니 추가로 특별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없어서 그만큼 공백이 생겼던 것 같다"며 "강제전학이 '폭탄 돌리기'가 아닌 만큼 제도적으로 특별교육을 먼저 받지 않으면 강제전학이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석 달이나 전학이 미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학교에서도 충분히 이해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해서 학교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연락받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피해자의 어머니는 학교 대처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학폭위를 통해 가해자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B 군의 어머니로부터 일방적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우편물이 왔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낸 학폭위 탄원서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게 돼 있는데, 그 내용이 반대편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또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들은 학교 교사 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증명서를 요청하자, 교감이 경찰서를 통해 공문을 요청한다면 모를까, 학교 이름이 나가기 때문에 협조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며 절차대로 도와드리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그렇다면 왜 해당 문서를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계 교육청에 상황을 설명했다"고만 말할 뿐 따로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 피해자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 "내 딸 꿈은요?"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런 상황에서 더는 딸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다른 지역으로 피해자를 전학 보냈습니다. 일부러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외부와 차단된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학교나 지역사회에 퍼지는 소문으로 2차 피해를 볼까 우려해서입니다.

어머니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넉 달 만에 조금씩 사건이 해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딸의 꿈은 어떡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중3인 우리 딸, 최근에 진로를 결정하고 어느 고등학교에 갈지도 정했다"며, 다니는 학원에서 자격증을 가장 어린 나이에 땄다며 얼마나 좋아했는데 가족도 친구도 없는 다른 지역에서 꿈이 어그러진 것만 같다."라 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A 군의 어머니는 KBS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을 알고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B 군의 변호사는 검사 결과 B 군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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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중생 집단성폭행’ 가해자들은 구속됐지만 “내 딸은 어디로?”
    • 입력 2020-04-11 07:06:38
    취재K
동급생을 폭행·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2명이 지난 9일 구속됐습니다. 소년 사건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피해자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지 12일 만입니다. 법원은 "이들이 소년(미성년)이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3일 일어났습니다.

피해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밤 11시쯤 친구 사이이던 A 군과 B 군은 피해자의 친구를 통해 피해자를 불러냈습니다. "내가 안 나가면 친구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자는 가족들 몰래 해당 장소로 나갔습니다. 다음날 새벽, 온몸에 상처가 나서 돌아온 피해자를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직감이 든 피해자 어머니는 곧장 인근 인천 연수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하고 학교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KBS는 어제(10일) 피해자의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교육 당국과 경찰의 대응에 아쉬운 점들이 없었는지 짚어봤습니다.

■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했지만, "서류 접수 안 하셨잖아요"

사건 발생 12일 뒤인 지난 1월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그날까지 숨어있듯 집에만 머물렀던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학폭위에 참석한 상태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을 놓고 외출했다가, 길 위에서 가해자들과 친구들의 무리를 마주쳤습니다. 이들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오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미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경찰의 해명에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가 신변보호조치를 '서류상' 하지 않았다고 신청이 안 돼 있다는 거예요. 애초에 서류를 신청하라는 소리도 없었고, 말로 요청했을 때 알았다고만 했는데 지금 와서 경찰이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 강제전학 처분에도 석 달간 지지부진

교육 당국의 대응에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A 군은 이미 사건 발생 석 달 전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전학 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학이 석 달가량 미뤄졌고, 그 공백 사이에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B 군 역시 유기정학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에서 좀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 측은 "A 군이 다른 사건으로 이미 여러 번 특별교육을 이수 받았고 겹치는 프로그램은 피해야 하다 보니 추가로 특별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없어서 그만큼 공백이 생겼던 것 같다"며 "강제전학이 '폭탄 돌리기'가 아닌 만큼 제도적으로 특별교육을 먼저 받지 않으면 강제전학이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석 달이나 전학이 미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학교에서도 충분히 이해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해서 학교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연락받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피해자의 어머니는 학교 대처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학폭위를 통해 가해자의 연락을 받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B 군의 어머니로부터 일방적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우편물이 왔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낸 학폭위 탄원서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게 돼 있는데, 그 내용이 반대편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또 "피해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들은 학교 교사 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증명서를 요청하자, 교감이 경찰서를 통해 공문을 요청한다면 모를까, 학교 이름이 나가기 때문에 협조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잘못된 사실이며 절차대로 도와드리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그렇다면 왜 해당 문서를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관계 교육청에 상황을 설명했다"고만 말할 뿐 따로 해명하지 않았습니다.

■ 피해자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 "내 딸 꿈은요?"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런 상황에서 더는 딸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다른 지역으로 피해자를 전학 보냈습니다. 일부러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외부와 차단된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학교나 지역사회에 퍼지는 소문으로 2차 피해를 볼까 우려해서입니다.

어머니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넉 달 만에 조금씩 사건이 해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딸의 꿈은 어떡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중3인 우리 딸, 최근에 진로를 결정하고 어느 고등학교에 갈지도 정했다"며, 다니는 학원에서 자격증을 가장 어린 나이에 땄다며 얼마나 좋아했는데 가족도 친구도 없는 다른 지역에서 꿈이 어그러진 것만 같다."라 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A 군의 어머니는 KBS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을 알고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B 군의 변호사는 검사 결과 B 군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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