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北 영재교육

입력 2020.04.11 (08:07) 수정 2020.04.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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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발은 조국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라는 북한 당국의 선전 구호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 정권 역시 세계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추세에 맞춰 최근 북한 매체가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학생들을 자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영재, 수재로 불리는 북한의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최고의 수재를 양성하는 김일성종합대학.

최근 한 학생이 독창적인 연구 실력으로 북한 당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재료공학부 소속 김윤심이다.

[정은기/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 "윤심 학생의 실력과 자질이 정말 남다릅니다. 그래서 강좌에서는 그를 세계적인 논점으로 되고 있는 무기 태양전지 재료의 화학적 안전성에 대한 연구에 망라시키기로 했습니다."]

특히 북한 매체가 주목한 것은 그녀의 세계적인 경쟁력. 김윤심은 차세대 태양광 에너지의 핵심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8년 영국왕립화학회 국제 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 ‘경쟁의 목표’세계와의 경쟁 : "그것은 결코 그 어떤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는 것. 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김윤심 동무는 새겨주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북한에선 성별과 분야에 관계없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수재들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켜 세계 수준의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세계와의 경쟁 : "무대에 당당히 나서 세계적인 인재로 자라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배지성 동무."]

2017년과 2018년, SCI급 학술지에 연달아 논문을 게재하면서 광학분야의 신예로 떠오른 배지성.

2019년, 국제 대학생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김책공업대학 학생팀, 2018년, 세계 중학생 중국어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평양외국어학원의 류호성, 심태범 학생도 북한 수재들이다.

[류호성/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우리는 평양외국어학원의 우수한 선생님들에게서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심태범/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회주의교육제도에서 마음껏 배우며 부럼 없이 자랐습니다."]

[류호성/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바로 이런 제도가 있었기에 우리가 이번 경연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화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온 북한식 영재 교육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 기록영화 ‘수령님 어린이들과 함께 하시어’ : "어버이 수령님은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만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하시었으니 진정 애지중지 키워주시고..."]

북한의 영재교육은 1959년 인민 교육체제 개편에 관한 법령 공포와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이 시기 영재 교육은 주로 예체능 분야의 재능 있는 학생을 육성하는데 그쳤다.

김일성 주석의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는데 있어 예술 영재들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학생소년들을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한 유능한 인재들로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과 함께.."]

북한식 영재 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후계를 공식화 한 뒤 정치 전반의 실무를 장악한 김정일 위원장은 기초과학 교육의 강화와 더불어 영재교육 도입을 북한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여기엔 당시 북한이 직면한 경제 위기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려 한 것이다.

[최경희/샌드연구소 : "대표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인재들을 육성하자 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 시기는 북한이 잠시 경제적 개방을 시도하던 합영법을 비롯해서 개방을 시도하던 시기여서 의미가 매우 컸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북한 최초의 과학영재교육기관인‘평양 제1중학교’가 설립됐다.

평양 제1중학교는 소학교 졸업생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영재를 선발한 뒤 우수한 교육 시설과 교사진을 제공해 교육시켰다.

현재까지도 평양 제1중학교는 북한 최고의 영재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국제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안승철/200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자 : "제가 영예 금메달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한 첫 질문이 부모들은 무슨 일을 하며 또 어디서 교육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6살에 아버지를 잃고 노동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우리나라의 수재교육을 위하여 세워주신 평양 제1중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긍지 높이 말하였습니다."]

또 수재 양성의 기지인 만큼 평양 제1중학교의 교육법이 북한 영재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령별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문자와 도형, 숫자를 빠르게 읽고 암기 하는 모습.

북한에서 영재교육으로 불리는 속독 훈련이다.

[김정순/평양 제1중학교 속독교육연구실 실장 : "우리가 연관이 없는 많은 단어들과 수들을 기억하는 목적은 두뇌 개발을 위한 훈련일 따름입니다. 때문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어나 숫자도 그대로 그것을 수는 부호화해서 영상읽기해서 하나의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그걸 그대로 재현해 내는 능력 이것이 바로 뇌수의 영상화 능력 다음 어떤 작품을 창조해 내는 창조력 이것을 키워 줍니다."]

평양 제1중학교는 영재들의 뇌 개발을 돕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속독교육을 도입했다고 밝혔는데 이곳 학생들은 훈련을 통해 키워진 암산 능력으로 임의의 년, 월, 일만 가지고도 요일을 빠르게 계산 해 내기도 한다.

["(2003년 6월 26일?) 목요일."]

["(2010년 12월 4일?) 토요일."]

["(1851년 10월 8일?) 수요일."]

["(2003년 5월 28일?) 수요일."]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2009년, 김정일 위원장이 각 영재학교에 속독교육을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현재까지도 수재들의 기초 교육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유정/평양외국어학원 학생 : "솔직히 말하면 시험 치는 당일 날 아침에 나와서 1시간 내지 2시간 기억하면 60~70페이지 되는 분량도 시험 치기 전까지 다 소화하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높은 최우등 성적을 맞곤 합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세계기억력선수권대회에선 북한 대학생들이 경연의 최고상인 ‘국제 기억 대가상’을 받으면서 북한 전역에 속독 열풍이 불기도 했다.

[북한 기록영화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 : "컴퓨터 수재양성 사업에 선차적 우위를 보유하시고 전국적 범위에서 인재들을 선발하여 어릴 때부터 전망성 있게 키우도록 현명한 조치도 취해주신 장군님..."]

1990년대 들어서며 북한의 영재교육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IT 분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시기 경제재건의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경희/샌드연구소 : "대표공산주의 국가들이 다 붕괴되고 이런 시기에 북한이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게 IT 분야였어요. 그전에는 기초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때는 IT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앞으로 이렇게 정말 어렵고 사회주의 시장을 상실했잖아요. 서로 도와주는 시장이 없어지고 다 자본주의가 됐던 이시기에 선택했던 게 IT 분야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90년대 초반에 들어오면 그런 IT 분야에서 수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 학교들을 내왔고(세웠고) 그리고 대학에 학과들을 설립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사망하기 불과 반년 전까지도 베이징의 IT 산업단지를 방문했을 만큼 정보통신 인재양성을 강조했는데 올해 북한이 전국 190여개의 IT부문 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개교한 만큼 정보통신 분야의 영재교육은 여전히 중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국무위원장/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 "오늘 인재에 대한 요구성과 기준은 날로 높아지고있습니다. 대학들에서는 학술형 인재와 실천형 인재 양성의 목적에 맞게 학제를 합리적으로 정하며 연속 교육체계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학자들을 많이 키워내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과학 기술 발전과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이라 불렸던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인재양성을 지시했다.

북한 당국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수재들을 매체에 잇따라 노출 시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이 세계화를 거론하는 것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게 북한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탈북민의 주장이다.

북한 정권이 국제 기준에 걸맞은 개방은 끝내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북한 영재교육기관 수료 탈북민/2017년 탈북 : "세계와 경쟁을 한다는 거는 그냥 대내적으로 표방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그렇게 쇄국적이지 않고 닫힌 나라가 아니고 과학에서만은 개방을 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분야에서 공부도 해보고 일도 해 봐서 아는데 북한이라는 나라에 제한성이라는 게 존재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일상적인 어떤 슬로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또 북한 당국이 소수의 수재 양성에만 집중하면서 교육의 양극화 문제도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북한 영재교육기관 수료 탈북민/2017년 탈북 : "한국은 골고루 평균치가 높은 상태로 문명 수준이 올라가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공정성이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평양1중학교 같은 학생들은 정말 다른 학교들과 다른 차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때론 체제 선전을 위해, 때론 경제 재건 인력으로 양성된 북한의 영재들.

보다 개방적인 환경에서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와 이들이 교류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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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北 영재교육
    • 입력 2020-04-11 08:08:38
    • 수정2020-04-11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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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발은 조국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라는 북한 당국의 선전 구호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 정권 역시 세계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추세에 맞춰 최근 북한 매체가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학생들을 자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영재, 수재로 불리는 북한의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최고의 수재를 양성하는 김일성종합대학.

최근 한 학생이 독창적인 연구 실력으로 북한 당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재료공학부 소속 김윤심이다.

[정은기/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 "윤심 학생의 실력과 자질이 정말 남다릅니다. 그래서 강좌에서는 그를 세계적인 논점으로 되고 있는 무기 태양전지 재료의 화학적 안전성에 대한 연구에 망라시키기로 했습니다."]

특히 북한 매체가 주목한 것은 그녀의 세계적인 경쟁력. 김윤심은 차세대 태양광 에너지의 핵심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8년 영국왕립화학회 국제 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 ‘경쟁의 목표’세계와의 경쟁 : "그것은 결코 그 어떤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는 것. 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김윤심 동무는 새겨주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북한에선 성별과 분야에 관계없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수재들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켜 세계 수준의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세계와의 경쟁 : "무대에 당당히 나서 세계적인 인재로 자라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배지성 동무."]

2017년과 2018년, SCI급 학술지에 연달아 논문을 게재하면서 광학분야의 신예로 떠오른 배지성.

2019년, 국제 대학생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김책공업대학 학생팀, 2018년, 세계 중학생 중국어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평양외국어학원의 류호성, 심태범 학생도 북한 수재들이다.

[류호성/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우리는 평양외국어학원의 우수한 선생님들에게서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심태범/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회주의교육제도에서 마음껏 배우며 부럼 없이 자랐습니다."]

[류호성/2018 세계중학생중국어경연대회 1위 수상자 : "바로 이런 제도가 있었기에 우리가 이번 경연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화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온 북한식 영재 교육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 기록영화 ‘수령님 어린이들과 함께 하시어’ : "어버이 수령님은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만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하시었으니 진정 애지중지 키워주시고..."]

북한의 영재교육은 1959년 인민 교육체제 개편에 관한 법령 공포와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이 시기 영재 교육은 주로 예체능 분야의 재능 있는 학생을 육성하는데 그쳤다.

김일성 주석의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는데 있어 예술 영재들을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학생소년들을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한 유능한 인재들로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과 함께.."]

북한식 영재 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후계를 공식화 한 뒤 정치 전반의 실무를 장악한 김정일 위원장은 기초과학 교육의 강화와 더불어 영재교육 도입을 북한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여기엔 당시 북한이 직면한 경제 위기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려 한 것이다.

[최경희/샌드연구소 : "대표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인재들을 육성하자 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 시기는 북한이 잠시 경제적 개방을 시도하던 합영법을 비롯해서 개방을 시도하던 시기여서 의미가 매우 컸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북한 최초의 과학영재교육기관인‘평양 제1중학교’가 설립됐다.

평양 제1중학교는 소학교 졸업생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영재를 선발한 뒤 우수한 교육 시설과 교사진을 제공해 교육시켰다.

현재까지도 평양 제1중학교는 북한 최고의 영재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국제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안승철/200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자 : "제가 영예 금메달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한 첫 질문이 부모들은 무슨 일을 하며 또 어디서 교육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6살에 아버지를 잃고 노동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우리나라의 수재교육을 위하여 세워주신 평양 제1중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긍지 높이 말하였습니다."]

또 수재 양성의 기지인 만큼 평양 제1중학교의 교육법이 북한 영재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령별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문자와 도형, 숫자를 빠르게 읽고 암기 하는 모습.

북한에서 영재교육으로 불리는 속독 훈련이다.

[김정순/평양 제1중학교 속독교육연구실 실장 : "우리가 연관이 없는 많은 단어들과 수들을 기억하는 목적은 두뇌 개발을 위한 훈련일 따름입니다. 때문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어나 숫자도 그대로 그것을 수는 부호화해서 영상읽기해서 하나의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그걸 그대로 재현해 내는 능력 이것이 바로 뇌수의 영상화 능력 다음 어떤 작품을 창조해 내는 창조력 이것을 키워 줍니다."]

평양 제1중학교는 영재들의 뇌 개발을 돕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속독교육을 도입했다고 밝혔는데 이곳 학생들은 훈련을 통해 키워진 암산 능력으로 임의의 년, 월, 일만 가지고도 요일을 빠르게 계산 해 내기도 한다.

["(2003년 6월 26일?) 목요일."]

["(2010년 12월 4일?) 토요일."]

["(1851년 10월 8일?) 수요일."]

["(2003년 5월 28일?) 수요일."]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2009년, 김정일 위원장이 각 영재학교에 속독교육을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현재까지도 수재들의 기초 교육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유정/평양외국어학원 학생 : "솔직히 말하면 시험 치는 당일 날 아침에 나와서 1시간 내지 2시간 기억하면 60~70페이지 되는 분량도 시험 치기 전까지 다 소화하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높은 최우등 성적을 맞곤 합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세계기억력선수권대회에선 북한 대학생들이 경연의 최고상인 ‘국제 기억 대가상’을 받으면서 북한 전역에 속독 열풍이 불기도 했다.

[북한 기록영화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 : "컴퓨터 수재양성 사업에 선차적 우위를 보유하시고 전국적 범위에서 인재들을 선발하여 어릴 때부터 전망성 있게 키우도록 현명한 조치도 취해주신 장군님..."]

1990년대 들어서며 북한의 영재교육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IT 분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시기 경제재건의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경희/샌드연구소 : "대표공산주의 국가들이 다 붕괴되고 이런 시기에 북한이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게 IT 분야였어요. 그전에는 기초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때는 IT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앞으로 이렇게 정말 어렵고 사회주의 시장을 상실했잖아요. 서로 도와주는 시장이 없어지고 다 자본주의가 됐던 이시기에 선택했던 게 IT 분야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90년대 초반에 들어오면 그런 IT 분야에서 수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 학교들을 내왔고(세웠고) 그리고 대학에 학과들을 설립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사망하기 불과 반년 전까지도 베이징의 IT 산업단지를 방문했을 만큼 정보통신 인재양성을 강조했는데 올해 북한이 전국 190여개의 IT부문 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개교한 만큼 정보통신 분야의 영재교육은 여전히 중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국무위원장/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 "오늘 인재에 대한 요구성과 기준은 날로 높아지고있습니다. 대학들에서는 학술형 인재와 실천형 인재 양성의 목적에 맞게 학제를 합리적으로 정하며 연속 교육체계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학자들을 많이 키워내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과학 기술 발전과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이라 불렸던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인재양성을 지시했다.

북한 당국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수재들을 매체에 잇따라 노출 시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당국이 세계화를 거론하는 것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게 북한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탈북민의 주장이다.

북한 정권이 국제 기준에 걸맞은 개방은 끝내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북한 영재교육기관 수료 탈북민/2017년 탈북 : "세계와 경쟁을 한다는 거는 그냥 대내적으로 표방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그렇게 쇄국적이지 않고 닫힌 나라가 아니고 과학에서만은 개방을 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분야에서 공부도 해보고 일도 해 봐서 아는데 북한이라는 나라에 제한성이라는 게 존재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일상적인 어떤 슬로건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또 북한 당국이 소수의 수재 양성에만 집중하면서 교육의 양극화 문제도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북한 영재교육기관 수료 탈북민/2017년 탈북 : "한국은 골고루 평균치가 높은 상태로 문명 수준이 올라가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공정성이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평양1중학교 같은 학생들은 정말 다른 학교들과 다른 차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때론 체제 선전을 위해, 때론 경제 재건 인력으로 양성된 북한의 영재들.

보다 개방적인 환경에서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와 이들이 교류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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