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손 맞잡고 코로나19 극복!

입력 2020.04.11 (08:18) 수정 2020.04.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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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분들 많으시죠. 우리 주위에 있는 탈북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니던 식당이 장사가 안돼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농작물 출하가 줄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서로 돕고 일손을 나누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동료 탈북민들과 함께 상생하며 살길을 찾고 있는 박용길 씨의 이야기, 채유나 리포트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참외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 너른 들판에 비닐 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푸릇푸릇한 덩굴 사이로 노랗게 익은 참외들이 얼굴을 내밉니다.

탈북민 박용길 씨의 참외밭입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셨어요.) 참외 수확하고 있습니다."]

2003년 남측으로 넘어와 봉제공장과 세탁소 등에서 일해 온 박 씨는 4년 전 농사를 평생 직장으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1,2년은 실수 투성이였지만 올해부터는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는데요,

하지만 좋은 시절은 잠깐이었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박용길/탈북민 : 한창 시기가 좋아서 팔려나가야 하는데 대형마트에서 (코로나19로) 문을 갑자기 닫으니까 참외 가격이 완전히 절반으로 내려갔어요. 좋은 가격을 못 받아서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코로나19로 참외 가격도 크게 내렸지만, 그렇다고 일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올해는 참외 수확을 위해 특별한 사람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데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을 잃거나 혹은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웃 탈북민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예,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두 사람씩 한 사람은 저기서 따고 한 사람은 여기서.)"]

수확이 시작된 참외 밭에서 탈북민들이 일손을 도운지 벌써 한 달이 됐는데요.

강원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직장을 다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일을 멈추게 된 이웃들입니다.

[정은복/탈북민 : "매일 매일 어쨌든 벌어야 만이 생계가 유지되는데 갑자기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에서 종업원들을 다 내보낸다고 할 때는 너무 당황했거든요."]

35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땀범벅이 되기 일쑤지만 마냥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신정옥/탈북민 : "(덥지는 않으세요?) 많이 덥죠. 땀으로 목욕해요. (어떻게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저희들도 식당 가게 문 다 닫고 한 달 동안 논다니까 그래도 오빠가 다른 사람 쓰는 것보다도 북한 사람들 쓰면 일당 챙겨준다고 얘기하니까 고맙죠. 저야. 우리야 고맙죠."]

처음엔 어색하던 일도 이제는 손에 익었습니다.

커다란 바구니가 금새 노란 참외로 가득 찼습니다.

시작 3시간 만에 수확이 끝났습니다.

["(배고픈데 밥 먹고 하면 안 될까요?) 네, 일 마쳤으니까. (배고파요 빨리 식사해요. 오늘 모두 수고하셨어요.)"]

박 씨가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어디 가세요?) 지금 오늘 일한 분들이 고생해서 닭 한 마리 잡아주려고. 오늘 잡아서 점심으로 먹을 거예요. 우리 친구들 같이요. 그리고 계란도 청계알 삶아서요."]

그 사이 동료 탈북민은 참외로 반찬을 만듭니다.

참외 속을 다 파낸 후 깍두기 모양으로 썬 뒤 고춧가루로 버무립니다.

성주에서 즐겨먹는 반찬, 참외 깍두기가 완성됩니다.

["맛이 어때요? (밥 어딨어요? 밥 생각나요.) 맛있어요? (되게 매콤하고 맛있는데요.)"]

오골계와 참외 깍두기, 그리고 달걀 등 푸짐한 한상이 꾸려졌습니다.

["이거 먹고 힘이 불끈불끈 나서. (오늘 참외 딴 덕이 있네.) 오늘 수고했어요. 더운데 와서 고생했어요. (맛이 어떠세요?) 너무 맛있어요."]

새벽 5시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수확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렇게 전국으로 배송 될 참외들을 포장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40퍼센트 정도 감소해서 농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하지만 용길 씨는 일단 일자리를 줄이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제 수확한 참외를 깨끗이 씻어 선별작업에 나서는데요.

[박용길/탈북민 : "이건 자동으로 무게에 따라서 나눠서 내려오거든요. 내려온 걸 기계가 선별해 놓은 걸 사람이 또 수작업으로 에이급하고 비급을 나눠서 박스에 포장하는 거예요."]

이렇게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북에 있는 가족이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요,

[신정옥/탈북민 : "저도 딸 북한에 두고 왔는데 딸 생각하면서 계속 마음이 아프죠. (우리 딸이) 남들처럼 이렇게 활짝 펴야 하는데 혼자 놔두고 와서 미안 하단 얘기만 하죠. 갑자기 딸 얘기 하니까 눈물이 나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일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만도 감사하답니다.

["마지막 한 박스. 아이고, 끝. 끝. (오늘 고생했어요.) 네. 수고하셨어요. (가면서 오늘 수고했다고.) 아이고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자식들도 주고 나눠 먹고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고생했습니다. 나중에 또 와서 해줘요.)"]

귀농 4년차 박용기 씨는농사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그 속에 작은 욕심 하나 더 남겨뒀다고 하는데요,

[박용길/탈북민 : "내 잔이 넘쳐야 베푸는 거지 내가 배곯아서 누굴 돕겠어요. 작은 힘이나마 돕고 싶고 그분들한테 일자리도 얻어주고 수입도 많은 수입은 못 드려도 그 사람들 생계가 유지되게끔 돕고 싶어요."]

따뜻한 봄은 언제나 차디찬 겨울을 밀어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면서 코로나19가 물러날 때만을 우리 이웃 탈북민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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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1 08:19:33
    • 수정2020-04-11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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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분들 많으시죠. 우리 주위에 있는 탈북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니던 식당이 장사가 안돼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농작물 출하가 줄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서로 돕고 일손을 나누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동료 탈북민들과 함께 상생하며 살길을 찾고 있는 박용길 씨의 이야기, 채유나 리포트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참외로 유명한 경상북도 성주. 너른 들판에 비닐 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푸릇푸릇한 덩굴 사이로 노랗게 익은 참외들이 얼굴을 내밉니다.

탈북민 박용길 씨의 참외밭입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셨어요.) 참외 수확하고 있습니다."]

2003년 남측으로 넘어와 봉제공장과 세탁소 등에서 일해 온 박 씨는 4년 전 농사를 평생 직장으로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1,2년은 실수 투성이였지만 올해부터는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는데요,

하지만 좋은 시절은 잠깐이었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박용길/탈북민 : 한창 시기가 좋아서 팔려나가야 하는데 대형마트에서 (코로나19로) 문을 갑자기 닫으니까 참외 가격이 완전히 절반으로 내려갔어요. 좋은 가격을 못 받아서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코로나19로 참외 가격도 크게 내렸지만, 그렇다고 일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올해는 참외 수확을 위해 특별한 사람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데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을 잃거나 혹은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웃 탈북민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예,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두 사람씩 한 사람은 저기서 따고 한 사람은 여기서.)"]

수확이 시작된 참외 밭에서 탈북민들이 일손을 도운지 벌써 한 달이 됐는데요.

강원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직장을 다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일을 멈추게 된 이웃들입니다.

[정은복/탈북민 : "매일 매일 어쨌든 벌어야 만이 생계가 유지되는데 갑자기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에서 종업원들을 다 내보낸다고 할 때는 너무 당황했거든요."]

35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땀범벅이 되기 일쑤지만 마냥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신정옥/탈북민 : "(덥지는 않으세요?) 많이 덥죠. 땀으로 목욕해요. (어떻게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저희들도 식당 가게 문 다 닫고 한 달 동안 논다니까 그래도 오빠가 다른 사람 쓰는 것보다도 북한 사람들 쓰면 일당 챙겨준다고 얘기하니까 고맙죠. 저야. 우리야 고맙죠."]

처음엔 어색하던 일도 이제는 손에 익었습니다.

커다란 바구니가 금새 노란 참외로 가득 찼습니다.

시작 3시간 만에 수확이 끝났습니다.

["(배고픈데 밥 먹고 하면 안 될까요?) 네, 일 마쳤으니까. (배고파요 빨리 식사해요. 오늘 모두 수고하셨어요.)"]

박 씨가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어디 가세요?) 지금 오늘 일한 분들이 고생해서 닭 한 마리 잡아주려고. 오늘 잡아서 점심으로 먹을 거예요. 우리 친구들 같이요. 그리고 계란도 청계알 삶아서요."]

그 사이 동료 탈북민은 참외로 반찬을 만듭니다.

참외 속을 다 파낸 후 깍두기 모양으로 썬 뒤 고춧가루로 버무립니다.

성주에서 즐겨먹는 반찬, 참외 깍두기가 완성됩니다.

["맛이 어때요? (밥 어딨어요? 밥 생각나요.) 맛있어요? (되게 매콤하고 맛있는데요.)"]

오골계와 참외 깍두기, 그리고 달걀 등 푸짐한 한상이 꾸려졌습니다.

["이거 먹고 힘이 불끈불끈 나서. (오늘 참외 딴 덕이 있네.) 오늘 수고했어요. 더운데 와서 고생했어요. (맛이 어떠세요?) 너무 맛있어요."]

새벽 5시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수확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렇게 전국으로 배송 될 참외들을 포장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40퍼센트 정도 감소해서 농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하지만 용길 씨는 일단 일자리를 줄이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제 수확한 참외를 깨끗이 씻어 선별작업에 나서는데요.

[박용길/탈북민 : "이건 자동으로 무게에 따라서 나눠서 내려오거든요. 내려온 걸 기계가 선별해 놓은 걸 사람이 또 수작업으로 에이급하고 비급을 나눠서 박스에 포장하는 거예요."]

이렇게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북에 있는 가족이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요,

[신정옥/탈북민 : "저도 딸 북한에 두고 왔는데 딸 생각하면서 계속 마음이 아프죠. (우리 딸이) 남들처럼 이렇게 활짝 펴야 하는데 혼자 놔두고 와서 미안 하단 얘기만 하죠. 갑자기 딸 얘기 하니까 눈물이 나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일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만도 감사하답니다.

["마지막 한 박스. 아이고, 끝. 끝. (오늘 고생했어요.) 네. 수고하셨어요. (가면서 오늘 수고했다고.) 아이고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자식들도 주고 나눠 먹고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고생했습니다. 나중에 또 와서 해줘요.)"]

귀농 4년차 박용기 씨는농사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그 속에 작은 욕심 하나 더 남겨뒀다고 하는데요,

[박용길/탈북민 : "내 잔이 넘쳐야 베푸는 거지 내가 배곯아서 누굴 돕겠어요. 작은 힘이나마 돕고 싶고 그분들한테 일자리도 얻어주고 수입도 많은 수입은 못 드려도 그 사람들 생계가 유지되게끔 돕고 싶어요."]

따뜻한 봄은 언제나 차디찬 겨울을 밀어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면서 코로나19가 물러날 때만을 우리 이웃 탈북민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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