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세계 최고 수준으로”…北 영재교육의 명암

입력 2020.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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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독창적인 연구 실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재료공학부 여학생을 소개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소재 안정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8년 영국 왕립화학회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올린 김윤심 학생인데요.

북한에선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수재들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켜 경쟁을 독려해 왔습니다. 북한은 왜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사진 설명 : 북한 광학 분야 영재로 꼽히는 배지성 학생사진 설명 : 북한 광학 분야 영재로 꼽히는 배지성 학생

2017년과 2018년 SCI급 학술지에 연달아 논문을 게재하면서 광학 분야의 신예로 떠오른 배지성 학생과 2019년 국제 대학생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책공업대학 학생팀도 북한 영재들로 꼽힙니다. 2018년 세계 중학생 중국어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평양외국어학원 류호성, 심태범 학생은 북한 매체에 등장해 원어민 뺨치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영재교육은 1959년 인민 교육체계 개편에 관한 법령 공포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김일성 주석 유일 지배체제 확립을 위한 예술 영재들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식 영재 교육이 본격화된 건 1980년대 이후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재교육 도입을 북한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엔 당시 북한이 직면한 경제 위기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요.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려 한 것입니다.

사진 설명 : 영재교육을 받는 평양 제일중학교 학생들사진 설명 : 영재교육을 받는 평양 제일중학교 학생들

북한 최고의 영재교육기관은 평양 제일중학교입니다.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국제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속독 훈련 등 평양 제일중학교의 교육법은 북한 영재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년, 월, 일만 가지고도 요일을 빠르게 계산해 내는 암기 능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1990년대 북한의 영재교육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발전해 IT 쪽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영재교육은 고난의 행군 시절 경제재건의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탈북민인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KBS의 인터뷰에서 "공산주의 국가들이 다 붕괴되는 시기에 북한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게 IT 분야였다"면서 "사회주의 시장을 상실하고 자본주의화 되던 시기에 북한이 영재교육을 위해 IT 분야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과학 기술 발전과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습니다. 올해 북한이 전국 190여 개의 IT 부문 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개교할 예정인 만큼 정보통신 분야의 영재교육은 여전히 중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설명 : 2019년 세계기억력선수권대회 종합 1위 북한 학생들사진 설명 : 2019년 세계기억력선수권대회 종합 1위 북한 학생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영재교육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게 북한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탈북민 A 씨의 주장입니다. 북한 정권이 국제 기준에 걸맞은 개방은 끝내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2017년 탈북한 A 씨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세계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그냥 대내적으로 표방하는 것일 뿐 일상적인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평양 제일중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들과 다른 차원의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교육의 양극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 오전 KBS 1TV를 통해 방송된 <남북의창>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앞둔 북한 소식 등을 다뤘습니다. 방송 내용은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http://news.kbs.co.kr/vod)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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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 창] “세계 최고 수준으로”…北 영재교육의 명암
    • 입력 2020-04-11 09:00:12
    취재K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독창적인 연구 실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재료공학부 여학생을 소개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소재 안정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2018년 영국 왕립화학회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올린 김윤심 학생인데요.

북한에선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수재들을 관영 매체에 등장시켜 경쟁을 독려해 왔습니다. 북한은 왜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사진 설명 : 북한 광학 분야 영재로 꼽히는 배지성 학생
2017년과 2018년 SCI급 학술지에 연달아 논문을 게재하면서 광학 분야의 신예로 떠오른 배지성 학생과 2019년 국제 대학생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책공업대학 학생팀도 북한 영재들로 꼽힙니다. 2018년 세계 중학생 중국어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평양외국어학원 류호성, 심태범 학생은 북한 매체에 등장해 원어민 뺨치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영재교육은 1959년 인민 교육체계 개편에 관한 법령 공포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김일성 주석 유일 지배체제 확립을 위한 예술 영재들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식 영재 교육이 본격화된 건 1980년대 이후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재교육 도입을 북한 교육정책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엔 당시 북한이 직면한 경제 위기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요.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통해 경제 활로를 모색하려 한 것입니다.

사진 설명 : 영재교육을 받는 평양 제일중학교 학생들
북한 최고의 영재교육기관은 평양 제일중학교입니다. 이 학교 학생들이 각종 국제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속독 훈련 등 평양 제일중학교의 교육법은 북한 영재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년, 월, 일만 가지고도 요일을 빠르게 계산해 내는 암기 능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1990년대 북한의 영재교육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발전해 IT 쪽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영재교육은 고난의 행군 시절 경제재건의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탈북민인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KBS의 인터뷰에서 "공산주의 국가들이 다 붕괴되는 시기에 북한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게 IT 분야였다"면서 "사회주의 시장을 상실하고 자본주의화 되던 시기에 북한이 영재교육을 위해 IT 분야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이후 과학 기술 발전과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해 왔습니다. 올해 북한이 전국 190여 개의 IT 부문 기술고급중학교를 새로 개교할 예정인 만큼 정보통신 분야의 영재교육은 여전히 중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설명 : 2019년 세계기억력선수권대회 종합 1위 북한 학생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영재교육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게 북한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탈북민 A 씨의 주장입니다. 북한 정권이 국제 기준에 걸맞은 개방은 끝내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2017년 탈북한 A 씨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세계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그냥 대내적으로 표방하는 것일 뿐 일상적인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평양 제일중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들과 다른 차원의 교육을 받고 있다"면서 교육의 양극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 오전 KBS 1TV를 통해 방송된 <남북의창>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앞둔 북한 소식 등을 다뤘습니다. 방송 내용은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http://news.kbs.co.kr/vod)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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