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안팔린다’던 휴대폰 수출은 늘고 ‘문제없다’던 반도체 수출은 준 이유?

입력 2020.04.13 (15: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스마트폰의 수출은 11%나 증가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수출이 늘어난 것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준 것도 모두 예상 밖입니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는 줄겠지만, D램 수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일반적 예측이었습니다. 실제로 2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줄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올해 초 부진을 떨쳐내고 스마트폰 수출은 3월 들어 급증했다.올해 초 부진을 떨쳐내고 스마트폰 수출은 3월 들어 급증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갤럭시 Z플립과 갤럭시 S20 등 최고급 휴대전화의 신규 출시"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이런 고가 제품은 한국에서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서 완제품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수출 증가가 곧, 판매증가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수출 통계에서 잡히는 실적은 본사에서 해외 지사를 거쳐 해외 유통채널까지 도달한 단계까지만입니다.

김영우 SK증권 팀장은 "갤럭시 S20의 셀인(sell in, 유통채널까지 도달) 효과 때문에 잘 나온 것이고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는 현 경제 상황을 볼 때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지 재고가 실제로 판매가 돼야 정확한 의미에서 판매가 호조라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잘 팔리게 된 것인지는 이번 달 이후 통계에서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전화 수출 실적은 유통채널까지 도달한 것만을 따지기 때문에 실제 판매는 감소했을 수 있다.휴대전화 수출 실적은 유통채널까지 도달한 것만을 따지기 때문에 실제 판매는 감소했을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감소는 세계 제조업 공장들이 문을 닫는 현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디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상당량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가전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갑니다. 코로나19로 공장들이 '셧다운' 되면서 수출량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특히 3월까지 중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은 영향이 커 보입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8.8% 감소했습니다.

2월까지 호조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실적은 3월 들어 꺾였다.2월까지 호조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실적은 3월 들어 꺾였다.

하지만 실적이 잘 나온 반도체 분야도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정부가 신규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 즉 시스템 반도체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1년 전보다 32.9% 급증했는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ICT 통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보조기억 장치 수출액은 반도체 수출액이 아니라 '컴퓨터와 주변기기' 항목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디램과 함께 한국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낸드(NAND)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SSD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176.9% 증가해 8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3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인 것을 보면 딱히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3월까지 ICT 분야 수출은 전체적으로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본격화한 이번 달 이후 실적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34%가 사용되는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메모리 반도체의 34%가 사용되는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력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세계 경기에 민감한 특성이 있습니다. '닷컴버블'이 꺼진 2001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49% 감소했고 세계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20% 감소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세계 각국 현지 공장의 운영 중단 문제 등이 겹쳐 업계는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안팔린다’던 휴대폰 수출은 늘고 ‘문제없다’던 반도체 수출은 준 이유?
    • 입력 2020-04-13 15:51:48
    취재K
지난달 스마트폰의 수출은 11%나 증가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수출이 늘어난 것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준 것도 모두 예상 밖입니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는 줄겠지만, D램 수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일반적 예측이었습니다. 실제로 2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줄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올해 초 부진을 떨쳐내고 스마트폰 수출은 3월 들어 급증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갤럭시 Z플립과 갤럭시 S20 등 최고급 휴대전화의 신규 출시"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이런 고가 제품은 한국에서 직접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서 완제품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수출 증가가 곧, 판매증가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수출 통계에서 잡히는 실적은 본사에서 해외 지사를 거쳐 해외 유통채널까지 도달한 단계까지만입니다.

김영우 SK증권 팀장은 "갤럭시 S20의 셀인(sell in, 유통채널까지 도달) 효과 때문에 잘 나온 것이고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는 현 경제 상황을 볼 때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지 재고가 실제로 판매가 돼야 정확한 의미에서 판매가 호조라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말 잘 팔리게 된 것인지는 이번 달 이후 통계에서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전화 수출 실적은 유통채널까지 도달한 것만을 따지기 때문에 실제 판매는 감소했을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감소는 세계 제조업 공장들이 문을 닫는 현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디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상당량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가전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갑니다. 코로나19로 공장들이 '셧다운' 되면서 수출량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특히 3월까지 중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은 영향이 커 보입니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8.8% 감소했습니다.

2월까지 호조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실적은 3월 들어 꺾였다.
하지만 실적이 잘 나온 반도체 분야도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정부가 신규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 즉 시스템 반도체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1년 전보다 32.9% 급증했는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ICT 통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보조기억 장치 수출액은 반도체 수출액이 아니라 '컴퓨터와 주변기기' 항목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디램과 함께 한국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낸드(NAND)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SSD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176.9% 증가해 8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3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인 것을 보면 딱히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3월까지 ICT 분야 수출은 전체적으로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본격화한 이번 달 이후 실적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34%가 사용되는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력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세계 경기에 민감한 특성이 있습니다. '닷컴버블'이 꺼진 2001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49% 감소했고 세계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20% 감소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다고 알려졌지만, 세계 각국 현지 공장의 운영 중단 문제 등이 겹쳐 업계는 당분간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