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사랑할 때는 땅을, 이별 후에는 고소를’…어느 50대 남성의 연애방식

입력 2020.04.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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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7월 중순.

A(59) 씨는 동거하던 애인 B 씨에게 포항시 북구의 한 토지를 사주기로 약속한다. 이를 위해 같은 해 7월 29일 A 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만 원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했다. 이어 약 3달 후인 10월 20일 A 씨는 B 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 줬다.

A 씨는 이후 자신이 땅 구입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이자를 계속 갚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13년 헤어졌고 A 씨는 더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B 씨에게 이자를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B 씨는 A 씨에게 토지를 매도해 수익금이 생기면 이자를 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B 씨가 계속 토지를 팔면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할 뿐 이자를 주지 않자 이에 앙심을 품는다. A 씨는 B 씨에게 자신이 토지를 사준 것임에도 마치 본인이 구입한 토지를 B 씨가 명의를 도용해 가져간 것처럼 허위 고소하기로 마음먹는다.

2019년 2월 A 씨는, "울산 북구의 자신의 집에서 내 명의로 땅을 사기로 하고 은행 대출까지 받았는데, B 씨가 땅을 내 명의가 아닌 B 씨 명의로 매입했다"며 “B 씨는 땅을 팔아서 원금과 수익금을 다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허위 고소장을 작성, B 씨를 사기죄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A 씨는 매매계약서의 존재 여부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자 담당 검사가 고소내용의 사실 여부를 추궁했고, 결국 무고 사실을 시인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B 씨에 대한 고소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고, 단지 신고 사실의 정황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수사기관의 추궁 과정에서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자백했을 뿐이므로, 자신에게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 씨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그 중요 취지와 내용이 일관되며 토지 매입 경위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상세히 밝히고 있고, 또 부동산 직원의 진술과도 맞으므로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직원 C 씨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토지는 A 씨가 B 씨를 위해 매입한 부동산이고, A 씨가 자신에게 그러한 내용을 말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

반면 A 씨는 매매계약서의 존재 여부 및 작성 경위에 대해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등 A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여기에 A 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B 씨가 토지 매수 후 3년 안에 매도해 A 씨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약정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이를 A 씨가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위와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울산지법 제2형사단독 유정우 판사는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유 판사는 판결문에서 “무고죄는 국가의 적정한 형사사법권 행사를 방해하고 피무고자의 법적 안정성까지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나쁘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무고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 외에도 민사소송까지 제기, 지속해서 피무고자를 괴롭히고 있어 엄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유 판사는 다만,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고, 피고인의 이건 고소로 피무고자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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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4 09:43:33
    취재후·사건후
지난 2009년 7월 중순.

A(59) 씨는 동거하던 애인 B 씨에게 포항시 북구의 한 토지를 사주기로 약속한다. 이를 위해 같은 해 7월 29일 A 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만 원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했다. 이어 약 3달 후인 10월 20일 A 씨는 B 씨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 줬다.

A 씨는 이후 자신이 땅 구입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이자를 계속 갚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13년 헤어졌고 A 씨는 더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B 씨에게 이자를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B 씨는 A 씨에게 토지를 매도해 수익금이 생기면 이자를 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B 씨가 계속 토지를 팔면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할 뿐 이자를 주지 않자 이에 앙심을 품는다. A 씨는 B 씨에게 자신이 토지를 사준 것임에도 마치 본인이 구입한 토지를 B 씨가 명의를 도용해 가져간 것처럼 허위 고소하기로 마음먹는다.

2019년 2월 A 씨는, "울산 북구의 자신의 집에서 내 명의로 땅을 사기로 하고 은행 대출까지 받았는데, B 씨가 땅을 내 명의가 아닌 B 씨 명의로 매입했다"며 “B 씨는 땅을 팔아서 원금과 수익금을 다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허위 고소장을 작성, B 씨를 사기죄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A 씨는 매매계약서의 존재 여부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자 담당 검사가 고소내용의 사실 여부를 추궁했고, 결국 무고 사실을 시인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B 씨에 대한 고소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고, 단지 신고 사실의 정황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수사기관의 추궁 과정에서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자백했을 뿐이므로, 자신에게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 씨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그 중요 취지와 내용이 일관되며 토지 매입 경위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상세히 밝히고 있고, 또 부동산 직원의 진술과도 맞으므로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직원 C 씨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토지는 A 씨가 B 씨를 위해 매입한 부동산이고, A 씨가 자신에게 그러한 내용을 말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

반면 A 씨는 매매계약서의 존재 여부 및 작성 경위에 대해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등 A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여기에 A 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B 씨가 토지 매수 후 3년 안에 매도해 A 씨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약정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이를 A 씨가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위와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울산지법 제2형사단독 유정우 판사는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유 판사는 판결문에서 “무고죄는 국가의 적정한 형사사법권 행사를 방해하고 피무고자의 법적 안정성까지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나쁘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무고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 외에도 민사소송까지 제기, 지속해서 피무고자를 괴롭히고 있어 엄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유 판사는 다만,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고, 피고인의 이건 고소로 피무고자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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