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로위 무법자…전동 퀵보드의 위험한 질주

입력 2020.04.15 (08:43) 수정 2020.04.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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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퀵라니’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마치 도로에 불쑥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다며 퀵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어플로 쉽게 빌릴 수 있는 공유 서비스가 늘면서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는 무면허로 전동 퀵보드를 빌려 타던 이용자가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으로 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

횡단보도 앞에 한 남성이 전동 퀵보드를 탄 채 서 있습니다.

좌우를 살피던 이 남성, 빨간 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잠시 뒤 달려오는 차량에 부딪히고 맙니다.

[목격자 : "상당히 큰 소리가 나서 직감적으로 사고가 난 거 같다 해서 쫓아 내려가 보니까 사람이 누워있더라고요. 중앙분리대 쪽 유턴 차선에 사람은 누워있고."]

퀵보드를 탔던 이 남성,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면허도 없는 데다 헬멧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전동) 퀵보드 사망하신 분 면허는 무면허 상태였고요."]

현행법상 전동 퀵보드는 소형 오토바이로 간주돼 운전자 면허는 필수입니다.

[전제호/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 퀵보드 같은 경우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새로운 교통수단입니다. 그래서 현행법상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가 돼서 이륜차랑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의 하나기 때문에..."]

면허도 없던 해당 운전자가 어떻게 전동 퀵보드를 탈 수 있었을까요?

사고가 난 전동 퀵보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공유 서비스였습니다.

해당 공유업체의 전동 퀵보드, 저희 취재진이 직접 빌려봤는데요.

면허 여부를 묻긴 하지만 면허증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인증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허위로 대답해도 대여가 가능한 겁니다.

[전제호/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 퀵보드는) 운전면허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검증이 일부 업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앞서 사고는 전동 퀵보드 운전자가 차도가 아닌 인도를 주행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전동 퀵보드의 인도 주행이 불법이라는 사실, 아는 사람은 드문데요.

[전동 퀵보드 이용자 : "이게 인도로 다니지는 못해요? 저는 이거 잘 못 타니까 사고 조금 방지하려고 인도로 다니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니면 안 되는지 잘 몰랐어요."]

헬멧 사용이 의무라는 사실도 잘 모릅니다.

[전동 퀵보드 이용자 : "헬멧을 안 썼을 때 벌금을 무는지는 몰랐고요. 헬멧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 걸 이용하기는 불편함도 있었고 생각을 못 해봤었습니다."]

시속 25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없는 속도 제한 장치가 있긴 하지만 자전거보다 빠른 만큼 사고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인도는 원래 전동차들은 다니면 안 되잖아. 엄청 속도 많이 내던데. 다 인도로 다니죠. 도로로 안다녀요."]

음주 운전에도 속수무책인데요.

실제로 어제 새벽 부산에선 한 3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공유 퀵보드를 탄 채 시설물을 들이받고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용자들 스스로도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동 퀵보드 이용자 : "바닥에 보면 한 번씩 올라와 있는 보도블록들이나 특정한 장애물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지 못하고 속도가 높았을 때는 뒤집어지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지 않겠나. 가끔씩 그런 위협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공유서비스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헬멧 사용이 의무지만 강제하진 못하는데요.

[공유 전동 퀵보드 업체 수거 담당 직원/음성변조 : "원래는 (헬멧을) 들고 다니면서 쓰고 다니는 게 맞고. 우리는 그냥 이거 대여하는 거니까. 헬멧이나 이런 걸 딱히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묶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행자와의 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말, 인도를 걷던 중 골목에서 튀어나온 전동 퀵보드와 부딪힌 20대 B씨.

[전동 퀵보드 사고 피해자 : "평소에는 차량 소리를 듣고 아, 여기에서는 좀 조심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났는데 그때는 뭐 아무 그런 게 없었고 퀵보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소리가 그게 온다라는 느낌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다 보니까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돼서.."]

상대 운전자는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면허도 없는 미성년자가 분명했지만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었다는데요.

[전동 퀵보드 사고 피해자 : "보호 장비는 착용을 전혀 안 했고요. 보호자도 없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는데 그쪽에서도 되게 당황하는 분위기를 보여서."]

최근 3년 사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동 퀵보드 관련 교통사고는 480여 건.

공유서비스를 시작한 후 차량과의 교통사고는 2년 전보다 다섯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고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입니다.

공유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이용 인구가 늘고 있는 전동 퀵보드.

이제는 '거리의 무법자'란 오명을 씻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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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로위 무법자…전동 퀵보드의 위험한 질주
    • 입력 2020-04-15 08:44:21
    • 수정2020-04-15 10: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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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퀵라니’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마치 도로에 불쑥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다며 퀵보드와 고라니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어플로 쉽게 빌릴 수 있는 공유 서비스가 늘면서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는 무면허로 전동 퀵보드를 빌려 타던 이용자가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으로 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

횡단보도 앞에 한 남성이 전동 퀵보드를 탄 채 서 있습니다.

좌우를 살피던 이 남성, 빨간 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잠시 뒤 달려오는 차량에 부딪히고 맙니다.

[목격자 : "상당히 큰 소리가 나서 직감적으로 사고가 난 거 같다 해서 쫓아 내려가 보니까 사람이 누워있더라고요. 중앙분리대 쪽 유턴 차선에 사람은 누워있고."]

퀵보드를 탔던 이 남성,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면허도 없는 데다 헬멧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전동) 퀵보드 사망하신 분 면허는 무면허 상태였고요."]

현행법상 전동 퀵보드는 소형 오토바이로 간주돼 운전자 면허는 필수입니다.

[전제호/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 퀵보드 같은 경우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새로운 교통수단입니다. 그래서 현행법상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가 돼서 이륜차랑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의 하나기 때문에..."]

면허도 없던 해당 운전자가 어떻게 전동 퀵보드를 탈 수 있었을까요?

사고가 난 전동 퀵보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공유 서비스였습니다.

해당 공유업체의 전동 퀵보드, 저희 취재진이 직접 빌려봤는데요.

면허 여부를 묻긴 하지만 면허증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인증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허위로 대답해도 대여가 가능한 겁니다.

[전제호/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 퀵보드는) 운전면허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검증이 일부 업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앞서 사고는 전동 퀵보드 운전자가 차도가 아닌 인도를 주행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전동 퀵보드의 인도 주행이 불법이라는 사실, 아는 사람은 드문데요.

[전동 퀵보드 이용자 : "이게 인도로 다니지는 못해요? 저는 이거 잘 못 타니까 사고 조금 방지하려고 인도로 다니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니면 안 되는지 잘 몰랐어요."]

헬멧 사용이 의무라는 사실도 잘 모릅니다.

[전동 퀵보드 이용자 : "헬멧을 안 썼을 때 벌금을 무는지는 몰랐고요. 헬멧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 걸 이용하기는 불편함도 있었고 생각을 못 해봤었습니다."]

시속 25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없는 속도 제한 장치가 있긴 하지만 자전거보다 빠른 만큼 사고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인도는 원래 전동차들은 다니면 안 되잖아. 엄청 속도 많이 내던데. 다 인도로 다니죠. 도로로 안다녀요."]

음주 운전에도 속수무책인데요.

실제로 어제 새벽 부산에선 한 3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공유 퀵보드를 탄 채 시설물을 들이받고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이용자들 스스로도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동 퀵보드 이용자 : "바닥에 보면 한 번씩 올라와 있는 보도블록들이나 특정한 장애물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지 못하고 속도가 높았을 때는 뒤집어지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지 않겠나. 가끔씩 그런 위협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공유서비스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헬멧 사용이 의무지만 강제하진 못하는데요.

[공유 전동 퀵보드 업체 수거 담당 직원/음성변조 : "원래는 (헬멧을) 들고 다니면서 쓰고 다니는 게 맞고. 우리는 그냥 이거 대여하는 거니까. 헬멧이나 이런 걸 딱히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묶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행자와의 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말, 인도를 걷던 중 골목에서 튀어나온 전동 퀵보드와 부딪힌 20대 B씨.

[전동 퀵보드 사고 피해자 : "평소에는 차량 소리를 듣고 아, 여기에서는 좀 조심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났는데 그때는 뭐 아무 그런 게 없었고 퀵보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소리가 그게 온다라는 느낌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다 보니까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돼서.."]

상대 운전자는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면허도 없는 미성년자가 분명했지만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었다는데요.

[전동 퀵보드 사고 피해자 : "보호 장비는 착용을 전혀 안 했고요. 보호자도 없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는데 그쪽에서도 되게 당황하는 분위기를 보여서."]

최근 3년 사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동 퀵보드 관련 교통사고는 480여 건.

공유서비스를 시작한 후 차량과의 교통사고는 2년 전보다 다섯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고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입니다.

공유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이용 인구가 늘고 있는 전동 퀵보드.

이제는 '거리의 무법자'란 오명을 씻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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