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투표 어르신, 첫 투표 20살…종로 투표소의 하루

입력 2020.04.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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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추위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서울 종로 교남동 제1 투표소.

투표 개시를 1시간 앞둔 때였습니다. 투표 준비를 하는 직원들, 생방송을 앞둔 기자와 스태프들만 오가던 투표소에 70대 어르신 한 분이 도착했습니다. 체크무늬 셔츠에 재킷 차림으로 도착한 73살 김혁상 씨, 오늘(15일) 이 투표소를 찾은 첫 유권자입니다.

새벽 5시 10분, 첫 유권자 73세 김혁상 씨 도착

"화장실 다녀오게 자리를 좀 맡아 주세요." 김혁상 씨는 준비가 덜 끝난 투표소 앞에서 혼자 기다리다 취재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빨리하고 가야 하니, 제일 먼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잠깐 줄을 대신 서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투표소를 찾은 걸까. 김 씨는 오늘도 일이 있다면서, 얼른 투표하고 가야만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서둘렀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에 한 시간이나 먼저 투표소에 도착해 기다리기가 힘들진 않은지, 어떤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은 건지 묻자 김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표가 상당히 귀중한 한 표가 아닙니까? 우리나라를 앞으로 지켜나갈 선량들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인데 꼭 투표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일찍 나오게 됐어요."

투표소 앞에 서서 한참을 묵묵히 기다린 김 씨는 투표함에 첫 표를 넣고 날이 막 밝을 무렵 투표소를 빠져나갔습니다.

오늘(15일) 서울 종로 교남동 투표소에서 투표한 천세기 씨(좌)와 권정수 씨(우)오늘(15일) 서울 종로 교남동 투표소에서 투표한 천세기 씨(좌)와 권정수 씨(우)

코로나 걱정됐지만, 투표 생각 더 강해

많은 시민이 오전 중에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손을 꼭 잡고 들어온 노부부,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걸어온 어르신, 모자를 푹 눌러쓴 20대,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던 부부까지.

교남동 주민센터에는 건물 2층과 4층에 투표소가 마련됐습니다. 오전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잠시 고장 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까지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손에는 비닐장갑도 껴야 했습니다. 같이 온 사람들끼리도 앞사람과 1m 간격을 두고 투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을 테고, 여러 불편한 점과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다들 기꺼이 투표소를 찾은 겁니다.

부인,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행촌동 주민 63살 천세기 씨는 투표에 대비해 가족 모두 마스크를 구하고 철저하게 다 준비했다면서, "걱정보다는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75살 권정수 씨는 투표하기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나왔는지 묻자 "뭐 어떤 마음이라는 게 있나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나온 거죠"라며, "불편해도 시대가 그러니까 맞춰 살아야지"라고 '쿨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설레는 첫 투표…"헷갈려서 더 많이 알아봤어요"

오늘 인생 첫 투표를 한 시민도 만났습니다. 행촌동 주민 20살 이경민 씨 가족은 점심시간 직전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이 가족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더니, "딸이 이번에 처음 투표했어요."라면서 경민 씨를 카메라 앞에 소개했습니다.

이경민 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면서, 사람들이 사전 투표를 많이 해서 오늘은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종로 사전투표율은 34.6%로,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해도 20%p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선거 제도가 바뀐 데다,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정당이 많아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이 씨는 "헷갈리긴 했는데, 그래서 더 많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투표 전에 (각 정당에 대해) 알아봤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투표, 소감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이 씨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다, 거창한 말 대신 담백하게 소감을 들려줬습니다.

"처음이라서 막 설렜는데, 막상 해보니 금방 끝났어요. 그냥, 투표가 이런 거구나 생각한 것 같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붙은 종로, 오늘 투표소에 만난 시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설렘, 책임감, 당연한 일이라는 마음, 각자의 이유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의 선택이 차곡차곡 투표함에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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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호 투표 어르신, 첫 투표 20살…종로 투표소의 하루
    • 입력 2020-04-15 16:59:58
    취재K
어둠에 추위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서울 종로 교남동 제1 투표소.

투표 개시를 1시간 앞둔 때였습니다. 투표 준비를 하는 직원들, 생방송을 앞둔 기자와 스태프들만 오가던 투표소에 70대 어르신 한 분이 도착했습니다. 체크무늬 셔츠에 재킷 차림으로 도착한 73살 김혁상 씨, 오늘(15일) 이 투표소를 찾은 첫 유권자입니다.

새벽 5시 10분, 첫 유권자 73세 김혁상 씨 도착

"화장실 다녀오게 자리를 좀 맡아 주세요." 김혁상 씨는 준비가 덜 끝난 투표소 앞에서 혼자 기다리다 취재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빨리하고 가야 하니, 제일 먼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잠깐 줄을 대신 서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투표소를 찾은 걸까. 김 씨는 오늘도 일이 있다면서, 얼른 투표하고 가야만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서둘렀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에 한 시간이나 먼저 투표소에 도착해 기다리기가 힘들진 않은지, 어떤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은 건지 묻자 김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표가 상당히 귀중한 한 표가 아닙니까? 우리나라를 앞으로 지켜나갈 선량들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인데 꼭 투표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일찍 나오게 됐어요."

투표소 앞에 서서 한참을 묵묵히 기다린 김 씨는 투표함에 첫 표를 넣고 날이 막 밝을 무렵 투표소를 빠져나갔습니다.

오늘(15일) 서울 종로 교남동 투표소에서 투표한 천세기 씨(좌)와 권정수 씨(우)
코로나 걱정됐지만, 투표 생각 더 강해

많은 시민이 오전 중에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손을 꼭 잡고 들어온 노부부,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걸어온 어르신, 모자를 푹 눌러쓴 20대,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던 부부까지.

교남동 주민센터에는 건물 2층과 4층에 투표소가 마련됐습니다. 오전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잠시 고장 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까지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손에는 비닐장갑도 껴야 했습니다. 같이 온 사람들끼리도 앞사람과 1m 간격을 두고 투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을 테고, 여러 불편한 점과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다들 기꺼이 투표소를 찾은 겁니다.

부인,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행촌동 주민 63살 천세기 씨는 투표에 대비해 가족 모두 마스크를 구하고 철저하게 다 준비했다면서, "걱정보다는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75살 권정수 씨는 투표하기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나왔는지 묻자 "뭐 어떤 마음이라는 게 있나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나온 거죠"라며, "불편해도 시대가 그러니까 맞춰 살아야지"라고 '쿨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설레는 첫 투표…"헷갈려서 더 많이 알아봤어요"

오늘 인생 첫 투표를 한 시민도 만났습니다. 행촌동 주민 20살 이경민 씨 가족은 점심시간 직전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이 가족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더니, "딸이 이번에 처음 투표했어요."라면서 경민 씨를 카메라 앞에 소개했습니다.

이경민 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면서, 사람들이 사전 투표를 많이 해서 오늘은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종로 사전투표율은 34.6%로, 실제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해도 20%p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선거 제도가 바뀐 데다,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정당이 많아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이 씨는 "헷갈리긴 했는데, 그래서 더 많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투표 전에 (각 정당에 대해) 알아봤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투표, 소감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이 씨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다, 거창한 말 대신 담백하게 소감을 들려줬습니다.

"처음이라서 막 설렜는데, 막상 해보니 금방 끝났어요. 그냥, 투표가 이런 거구나 생각한 것 같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붙은 종로, 오늘 투표소에 만난 시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설렘, 책임감, 당연한 일이라는 마음, 각자의 이유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의 선택이 차곡차곡 투표함에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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