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철거하겠다” 한 발 물러선 신천지…퇴출 요구는 여전

입력 2020.04.16 (14:02) 수정 2020.04.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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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불법 용도 변경' 문제로 과천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신천지 예수교회가 일단 '후퇴'를 택했다. 신천지는 예배당을 철거하겠다고 했고, 과천시는 과태료 성격의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진행을 멈췄다.

그러나 과천의 '신천지 갈등'이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다.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신천지를 과천에서 퇴출시키라는 요구가 여전해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오는 24일까지 철거하겠다"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는 지난주 과천시에 오는 24일까지 예배당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이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을 바로잡겠다고 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신천지가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과천시 별양동 상가 건물 9층과 10층은 법적으로는 문화·운동 시설이다. 신천지는 이곳을 10년 넘게 예배당으로 썼는데, 예배당은 종교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천지는 용도와 다르게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시는 예배당 불법 사용을 끝까지 바로잡겠다며 나섰다. 지난달부터 시설을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두 차례 내렸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7억 원대 이행강제금 부과와 시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까지 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천지는 과천시가 처음 압박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신천지에 대한 여론이 계속 좋지 않자,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용도 변경 까다롭게 건축 조례도 개정
과천시뿐만 아니라 과천시의회도 신천지 압박으로 볼 수 있는 조치를 했다. 과천시의회는 다중이용시설 용도 변경과 관련해 건축 조례를 개정했다.

핵심은 건축위원회에서 용도 변경을 심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개정 조례에는 다중이용시설 용도 변경을 결정하기 전에 피난 및 안전관리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원회가 심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에도 조항이 없었을 뿐 필요하면 건축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었다"며 "조례 개정으로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천지의 예배당 불법 사용이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조례 개정이라 신천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만약 앞으로 신천지가 예배당 용도 변경을 신청한다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조례를 개정한 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천에서 떠나라" 요구 거세
과천시의 거센 압박에 신천지가 후퇴했지만, 과천의 '신천지 갈등'은 여전하다. 예배당을 원상 복구하는 수준을 넘어 과천에서 떠나라고 요구하는 신천지 반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대책 범시민연대는 지난달 말 과천시에 신천지를 퇴출해달라며 1만 345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과천 지역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 6,000여 명도 같은 청원을 냈다.

범시민연대는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2007년 꾸려진 단체다. 그때부터 '신천지 과천 퇴출 운동'을 주도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가 도마 위에 오르자 퇴출 운동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를 과천시가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용도 변경처럼 법을 어긴 게 있다면 개입할 수 있지만, 무작정 신천지를 과천에서 나가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천시에 있는 신천지 시설은 임대가 아니라 모두 신천지 소유다.

신천지는 퇴출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논의를 할 시간이 없다"며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여러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천시의 조치에 대해선 여전한 불만을 드러냈다. 신천지 관계자는 "과천의 상당수 기독교 교회들도 상가 시설을 불법 용도 변경해서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며 "우리한테만 이것을 문제 삼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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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6 14:02:30
    • 수정2020-04-16 14:02:59
    취재K
'예배당 불법 용도 변경' 문제로 과천시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신천지 예수교회가 일단 '후퇴'를 택했다. 신천지는 예배당을 철거하겠다고 했고, 과천시는 과태료 성격의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진행을 멈췄다.

그러나 과천의 '신천지 갈등'이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다.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신천지를 과천에서 퇴출시키라는 요구가 여전해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오는 24일까지 철거하겠다"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는 지난주 과천시에 오는 24일까지 예배당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이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을 바로잡겠다고 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신천지가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과천시 별양동 상가 건물 9층과 10층은 법적으로는 문화·운동 시설이다. 신천지는 이곳을 10년 넘게 예배당으로 썼는데, 예배당은 종교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천지는 용도와 다르게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시는 예배당 불법 사용을 끝까지 바로잡겠다며 나섰다. 지난달부터 시설을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두 차례 내렸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7억 원대 이행강제금 부과와 시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까지 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천지는 과천시가 처음 압박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신천지에 대한 여론이 계속 좋지 않자,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용도 변경 까다롭게 건축 조례도 개정
과천시뿐만 아니라 과천시의회도 신천지 압박으로 볼 수 있는 조치를 했다. 과천시의회는 다중이용시설 용도 변경과 관련해 건축 조례를 개정했다.

핵심은 건축위원회에서 용도 변경을 심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개정 조례에는 다중이용시설 용도 변경을 결정하기 전에 피난 및 안전관리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원회가 심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에도 조항이 없었을 뿐 필요하면 건축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었다"며 "조례 개정으로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천지의 예배당 불법 사용이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조례 개정이라 신천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만약 앞으로 신천지가 예배당 용도 변경을 신청한다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조례를 개정한 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천에서 떠나라" 요구 거세
과천시의 거센 압박에 신천지가 후퇴했지만, 과천의 '신천지 갈등'은 여전하다. 예배당을 원상 복구하는 수준을 넘어 과천에서 떠나라고 요구하는 신천지 반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대책 범시민연대는 지난달 말 과천시에 신천지를 퇴출해달라며 1만 345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과천 지역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 6,000여 명도 같은 청원을 냈다.

범시민연대는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2007년 꾸려진 단체다. 그때부터 '신천지 과천 퇴출 운동'을 주도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가 도마 위에 오르자 퇴출 운동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를 과천시가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용도 변경처럼 법을 어긴 게 있다면 개입할 수 있지만, 무작정 신천지를 과천에서 나가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천시에 있는 신천지 시설은 임대가 아니라 모두 신천지 소유다.

신천지는 퇴출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논의를 할 시간이 없다"며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여러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천시의 조치에 대해선 여전한 불만을 드러냈다. 신천지 관계자는 "과천의 상당수 기독교 교회들도 상가 시설을 불법 용도 변경해서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며 "우리한테만 이것을 문제 삼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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