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남북녀가 이뤄 내는 ‘작은 통일’

입력 2020.04.18 (08:18) 수정 2020.12.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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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남측으로 넘어온 탈북민 5명 가운데 4명은 여성이었습니다.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남한 남성과 탈북 여성의 결혼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탈북민이 결혼정보 업체를 차려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남남북녀가 만나 미래를 꿈꾸며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모습들을 채유나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결혼 2년차 ‘남남북녀’ 신혼부부와 갓난아이의 보금자리입니다.

["아들, 밥 먹자 (아빠 맘마 가져왔어. 맘마.)"]

첫 만남에서부터 호감을 느껴 금세 결혼을 결심했다는데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을까요?

[서민석/남편 : "그때 당시 북한 여성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근데 당당하고 강사라 그런지 말도 잘하고..."]

[황유정/탈북민 : "이런 사람이 왜 결혼 안 하고 있었을까 생각할 만큼의 첫인상이 그랬어요. 그랬는데 결혼 안 했다고 하니까 어머 이게 웬일이야! 그랬죠."]

함께 보낸 시간 동안 문화의 차이를 느낄 때도 있지만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합니다.

[서민석/남편 : "그냥 여자 남자로 만났기 때문에 다 장점인 거 같아요. 글쎄요. 북한 여성이라서 (있는) 장점 이런 건 딱히 없는 거 같아요."]

[황유정/탈북민 : "저는 여성스럽지가 못해요. 근데 그와 반면에 저희 신랑은 그런 면을 감싸주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알콜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여느 신혼부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요,

["(아내 얼마나 사랑하세요?) (지켜보고 있다) 저희 아들 다음으로 사랑해요."]

["헐! 대박 충격받었어요. ‘오 마이 갓’이네요."]

언어와 생활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는 건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남남북녀라는 말처럼 남측 남성과 탈북 여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탈북민 김해린 씨가 운영하는 결혼정보 업체입니다.

김 씨가 새로운 회원과의 상담이 한창인데요,

["이상형. 만나고 싶은 분. 어떤 분이면 좋겠다. 미래의 남편. (긍정적인 사람 활발한 성격이면 좋겠고 가끔은 로맨틱한 사람)오우! 로맨틱한 사람!"]

김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 남측을 찾은 북한 여성들이 좀 더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제일 중요한 건 제가 가족이 없이 혼자 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이 없는 분들한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탈북민 5명 중에 네 명이 여성인 만큼,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는 주로 북한 여성과 남한 남성이라고 합니다.

김 씨는 상담을 하러 온 남한 남성들에게 탈북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창우/부산 강서구 거주 : "(오늘 상담받아보니까 어때요?)대표님 같은 경우에도 북에서 오셨잖아요. 북한 여성분들 어떤지에 대해서도 말씀 많이 해주시니까 아무래도 저한테 와 닿는 것도 크고 북한에 대해서 궁금한 점도 많고 북한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도 없는 거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설레요. 북한 분들을 만난다는 게."]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때면 김 씨의 열정도 더 커진다고 합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상처가 있어서 결혼을 아예 포기했던 분인데 그 시련을 다 겪고 좋은 분을 만나서 결혼했어요. 결혼식장을 갔는데 남성분인데 잘 안 울잖아요. 울면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상담을 마치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만나러 왔습니다. 신부와 함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라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게 예쁜데 어떠세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어요? 좀 더 보세요."]

[조승하/탈북민 :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좋죠. 너무 감사하죠.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줬는데도 이렇게 와서 잊지 않고 와서 해주니까 감사하죠."]

신부가 드레스를 입어보는 동안 예비 신랑은 바싹 긴장한 듯 하네요.

[이시영/예비신랑 : "(신부 나올 텐데 기분이 어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쁠 거 같아요. 김태희보다 예쁠 거 같아요."]

예비신랑은 평소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탈북민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시영/예비신랑 : "좋은 인연을 만나서 정말 기분 좋고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이시영/예비신랑 : "고전적이지만 땅만큼 하늘만큼 예쁜 것 같습니다."]

해린 씨는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족 같은 관계로 지내며 계속 인연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김해린 씨가 황우정, 서민석 씨 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어머 이거 봐 아이고 예뻐라. (한 번 입어볼까? 아이고 예뻐) 진우야 이모가 예쁜 옷 사 왔어. 가서 입어 보자."]

3년 전 김 씨 소개로 결혼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부부의 집을 빈손으로 찾은 적 없다며 이번에도 아기 옷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어쩐 일로 여기 오셨어요?) 우리 회사에서 결혼을 했잖아요. 이렇게 예쁜 아기 낳으면 한번 씩 찾아봬요."]

["옷 잘 맞지. 예쁘다."]

부부는 해린 씨에게 과일과 함께 북한 음식인 두부밥도 대접합니다.

["(맛이 어떠세요?) 엄마가 해 준 두부밥 그런 느낌이에요. 북한에서 먹던 음식이죠. 엄마가 많이 해줬던 음식이고 (고향 생각나세요?) 당연히 나죠. 엄마 생각도 나고. 고향 생각도 나고. 북한에서 살 때 먹던 음식이니까."]

결혼을 계기로 인연을 나누고 계속 이어가다 보니 김 씨에게는 작은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남한 남성분들과 북한 여성분들은 문화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근데 이런 분들이 서로 만나서 잘살고 있잖아요.모르는 부분 문화차이를 서로 알아가면서 잘살고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땐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상처를 보듬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처럼,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져 더 많은 남남북녀, 남녀북남 부부들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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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남북녀가 이뤄 내는 ‘작은 통일’
    • 입력 2020-04-18 08:18:38
    • 수정2020-12-28 15:12:31
    남북의 창
[앵커]

지난해 남측으로 넘어온 탈북민 5명 가운데 4명은 여성이었습니다.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남한 남성과 탈북 여성의 결혼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탈북민이 결혼정보 업체를 차려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남남북녀가 만나 미래를 꿈꾸며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모습들을 채유나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결혼 2년차 ‘남남북녀’ 신혼부부와 갓난아이의 보금자리입니다.

["아들, 밥 먹자 (아빠 맘마 가져왔어. 맘마.)"]

첫 만남에서부터 호감을 느껴 금세 결혼을 결심했다는데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을까요?

[서민석/남편 : "그때 당시 북한 여성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근데 당당하고 강사라 그런지 말도 잘하고..."]

[황유정/탈북민 : "이런 사람이 왜 결혼 안 하고 있었을까 생각할 만큼의 첫인상이 그랬어요. 그랬는데 결혼 안 했다고 하니까 어머 이게 웬일이야! 그랬죠."]

함께 보낸 시간 동안 문화의 차이를 느낄 때도 있지만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고 합니다.

[서민석/남편 : "그냥 여자 남자로 만났기 때문에 다 장점인 거 같아요. 글쎄요. 북한 여성이라서 (있는) 장점 이런 건 딱히 없는 거 같아요."]

[황유정/탈북민 : "저는 여성스럽지가 못해요. 근데 그와 반면에 저희 신랑은 그런 면을 감싸주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알콜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여느 신혼부부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요,

["(아내 얼마나 사랑하세요?) (지켜보고 있다) 저희 아들 다음으로 사랑해요."]

["헐! 대박 충격받었어요. ‘오 마이 갓’이네요."]

언어와 생활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는 건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남남북녀라는 말처럼 남측 남성과 탈북 여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탈북민 김해린 씨가 운영하는 결혼정보 업체입니다.

김 씨가 새로운 회원과의 상담이 한창인데요,

["이상형. 만나고 싶은 분. 어떤 분이면 좋겠다. 미래의 남편. (긍정적인 사람 활발한 성격이면 좋겠고 가끔은 로맨틱한 사람)오우! 로맨틱한 사람!"]

김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 남측을 찾은 북한 여성들이 좀 더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제일 중요한 건 제가 가족이 없이 혼자 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이 없는 분들한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탈북민 5명 중에 네 명이 여성인 만큼,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는 주로 북한 여성과 남한 남성이라고 합니다.

김 씨는 상담을 하러 온 남한 남성들에게 탈북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창우/부산 강서구 거주 : "(오늘 상담받아보니까 어때요?)대표님 같은 경우에도 북에서 오셨잖아요. 북한 여성분들 어떤지에 대해서도 말씀 많이 해주시니까 아무래도 저한테 와 닿는 것도 크고 북한에 대해서 궁금한 점도 많고 북한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도 없는 거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설레요. 북한 분들을 만난다는 게."]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때면 김 씨의 열정도 더 커진다고 합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상처가 있어서 결혼을 아예 포기했던 분인데 그 시련을 다 겪고 좋은 분을 만나서 결혼했어요. 결혼식장을 갔는데 남성분인데 잘 안 울잖아요. 울면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상담을 마치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만나러 왔습니다. 신부와 함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라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게 예쁜데 어떠세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어요? 좀 더 보세요."]

[조승하/탈북민 :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좋죠. 너무 감사하죠.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줬는데도 이렇게 와서 잊지 않고 와서 해주니까 감사하죠."]

신부가 드레스를 입어보는 동안 예비 신랑은 바싹 긴장한 듯 하네요.

[이시영/예비신랑 : "(신부 나올 텐데 기분이 어때요?) 세상에서 제일 예쁠 거 같아요. 김태희보다 예쁠 거 같아요."]

예비신랑은 평소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탈북민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시영/예비신랑 : "좋은 인연을 만나서 정말 기분 좋고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이시영/예비신랑 : "고전적이지만 땅만큼 하늘만큼 예쁜 것 같습니다."]

해린 씨는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족 같은 관계로 지내며 계속 인연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김해린 씨가 황우정, 서민석 씨 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어머 이거 봐 아이고 예뻐라. (한 번 입어볼까? 아이고 예뻐) 진우야 이모가 예쁜 옷 사 왔어. 가서 입어 보자."]

3년 전 김 씨 소개로 결혼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부부의 집을 빈손으로 찾은 적 없다며 이번에도 아기 옷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어쩐 일로 여기 오셨어요?) 우리 회사에서 결혼을 했잖아요. 이렇게 예쁜 아기 낳으면 한번 씩 찾아봬요."]

["옷 잘 맞지. 예쁘다."]

부부는 해린 씨에게 과일과 함께 북한 음식인 두부밥도 대접합니다.

["(맛이 어떠세요?) 엄마가 해 준 두부밥 그런 느낌이에요. 북한에서 먹던 음식이죠. 엄마가 많이 해줬던 음식이고 (고향 생각나세요?) 당연히 나죠. 엄마 생각도 나고. 고향 생각도 나고. 북한에서 살 때 먹던 음식이니까."]

결혼을 계기로 인연을 나누고 계속 이어가다 보니 김 씨에게는 작은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김해린/탈북민/결혼정보회사 대표 : "남한 남성분들과 북한 여성분들은 문화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근데 이런 분들이 서로 만나서 잘살고 있잖아요.모르는 부분 문화차이를 서로 알아가면서 잘살고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땐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상처를 보듬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처럼,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져 더 많은 남남북녀, 남녀북남 부부들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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