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반’ 누구는 구속, 누구는 불구속?

입력 2020.04.18 (10:03) 수정 2020.04.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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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송파구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60대 남성 A 씨가 구속됐습니다. 자가격리 위반자가 구속된 첫 사례입니다. A 씨는 지난 10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우나에 갔다가 적발돼 경찰이 귀가조치 했지만, 또다시 사우나와 식당 등을 다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자가격리 4차례 무단이탈…"도주 우려 없어" 구속 면해

그런데 자가격리를 4차례나 어긴 20대 남성 B 씨는 그제(16일) 구속을 면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B 씨는 지난 4일 동남아에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지난 8일과 9일, 12일, 14일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외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씨가 세 번째 이탈한 지난 12일, 관할 구청 공무원과 경찰이 B 씨를 찾아가 "한 번 더 이탈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도 B 씨는 또다시 외출했고, 결국 지난 14일 체포됐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단이탈을 반복한 셈입니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은 B 씨에 대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B 씨의 경우, 서울 중랑구에 있는 주거지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에 법원이 도망 염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한 경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 두 번 위반한 60대는 구속?…무엇이 달랐나

그렇다면 왜 2차례 무단이탈한 60대 A 씨는 구속됐고, 4차례나 외출한 B 씨는 구속을 면한 걸까요?

'일정한 주거'와 '다수 접촉 여부'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된 60대 A 씨는 미국에 살다가 잠시 한국에 왔습니다. 관할 구청이 파악한 바로는 A 씨는 서울에 와서 고시원에 잠시 머물렀고, 이탈해서 사람이 많고 다소 밀폐된 '사우나'에 들렀습니다. 결국 서울동부지법은 A 씨에 대해 "일정한 주거 없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데다, 위반 행위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면, 20대 B 씨는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었습니다. 지인을 만나러 서울 강남구까지 다녀오긴 했지만, 밀폐된 사우나 등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 휴대전화 집에 두고 2차례 무단이탈 여성, 어떻게 될까?

이런 가운데 경찰은 서울 성동구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두 차례 위반한 30대 여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고심 중입니다. 이 여성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지난 9일과 10일 두 차례 외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실제로 두 차례 이탈했는지 거주지 인근 CCTV 등을 토대로 확인하는 한편, 이 사례가 구속영장 신청 기준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경찰은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기준 6가지를 밝혔습니다. ▲감염 위험성 ▲다수 접촉 여부 ▲위반 사실 은폐 여부 ▲반복 이탈 여부 ▲자가 복귀 명령 불응 여부 ▲공무원의 행정 행위 방해 여부 등인데요. 경찰은 "법원 판단과 별개로, 앞으로 6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자가격리 위반자가 있다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선 일관된 기준으로 엄정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6가지 기준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을 판단해 영장 발부 여부를 정하는데요.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합니다. 구속은 수사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자가격리 위반자를 '구속'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누군가는 위반 행위에 대해 수사 자료가 충분함에도 구속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기도, 또 누군가는 자가격리자의 무단이탈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인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에 구속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합니다.

결국 자가격리자가 자신의 '신체의 자유'와 타인의 '생명권'을 함께 지키려면, 격리 해제까지 스스로 조심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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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격리 위반’ 누구는 구속, 누구는 불구속?
    • 입력 2020-04-18 10:03:17
    • 수정2020-04-18 10:04:15
    취재K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60대 남성 A 씨가 구속됐습니다. 자가격리 위반자가 구속된 첫 사례입니다. A 씨는 지난 10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우나에 갔다가 적발돼 경찰이 귀가조치 했지만, 또다시 사우나와 식당 등을 다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자가격리 4차례 무단이탈…"도주 우려 없어" 구속 면해

그런데 자가격리를 4차례나 어긴 20대 남성 B 씨는 그제(16일) 구속을 면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B 씨는 지난 4일 동남아에 여행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지난 8일과 9일, 12일, 14일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외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씨가 세 번째 이탈한 지난 12일, 관할 구청 공무원과 경찰이 B 씨를 찾아가 "한 번 더 이탈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도 B 씨는 또다시 외출했고, 결국 지난 14일 체포됐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단이탈을 반복한 셈입니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은 B 씨에 대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B 씨의 경우, 서울 중랑구에 있는 주거지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에 법원이 도망 염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한 경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 두 번 위반한 60대는 구속?…무엇이 달랐나

그렇다면 왜 2차례 무단이탈한 60대 A 씨는 구속됐고, 4차례나 외출한 B 씨는 구속을 면한 걸까요?

'일정한 주거'와 '다수 접촉 여부'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된 60대 A 씨는 미국에 살다가 잠시 한국에 왔습니다. 관할 구청이 파악한 바로는 A 씨는 서울에 와서 고시원에 잠시 머물렀고, 이탈해서 사람이 많고 다소 밀폐된 '사우나'에 들렀습니다. 결국 서울동부지법은 A 씨에 대해 "일정한 주거 없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데다, 위반 행위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면, 20대 B 씨는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었습니다. 지인을 만나러 서울 강남구까지 다녀오긴 했지만, 밀폐된 사우나 등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 휴대전화 집에 두고 2차례 무단이탈 여성, 어떻게 될까?

이런 가운데 경찰은 서울 성동구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두 차례 위반한 30대 여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고심 중입니다. 이 여성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지난 9일과 10일 두 차례 외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실제로 두 차례 이탈했는지 거주지 인근 CCTV 등을 토대로 확인하는 한편, 이 사례가 구속영장 신청 기준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경찰은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기준 6가지를 밝혔습니다. ▲감염 위험성 ▲다수 접촉 여부 ▲위반 사실 은폐 여부 ▲반복 이탈 여부 ▲자가 복귀 명령 불응 여부 ▲공무원의 행정 행위 방해 여부 등인데요. 경찰은 "법원 판단과 별개로, 앞으로 6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자가격리 위반자가 있다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선 일관된 기준으로 엄정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6가지 기준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을 판단해 영장 발부 여부를 정하는데요.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합니다. 구속은 수사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자가격리 위반자를 '구속'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누군가는 위반 행위에 대해 수사 자료가 충분함에도 구속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기도, 또 누군가는 자가격리자의 무단이탈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인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에 구속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합니다.

결국 자가격리자가 자신의 '신체의 자유'와 타인의 '생명권'을 함께 지키려면, 격리 해제까지 스스로 조심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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