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게 다 세금인데…” 의료폐기물 수거업체 직원의 고백

입력 2020.04.19 (08:03) 수정 2020.04.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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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세금이잖아요. 세금을 이렇게 하는 거는 안되는 거잖아요."

이달 초 KBS 사회부는 경기도 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의 제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보자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나오는 코로나19 관련 의료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데, 폐기물 무게를 부풀려 처리비용을 과다청구 하고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총직원 수가 5명이 채 안 되는 영세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의 직원 A 씨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사장이 폭리를 취하는 걸 보고 있기가 답답해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 1kg도 안 되는 의료폐기물 상자 4배 부풀려 개당 4kg으로 신고

"원래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으로 1kg당 2,500원을 받아요. 그런데 골판지 상자 하나당 1kg도 안 나오는 걸 4kg씩 신고를 해요. 상자 하나당 7,500원씩 '뻥튀기'가 되는 거예요.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의료폐기물이 많이 나올 때는 보건소 3곳에서만 350~400상자가량을 수거했으니 부풀리는 비용만 일주일에 300만 원 정도가 되는 거예요."

실제로 A 씨는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매주 두 차례 특정 장소에 쌓여 있는 의료폐기물을 수거한다고 합니다. 수거할 때 함께 점검하는 보건소 직원은 없고, 무게는 알아서 입력하면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A 씨의 업체는 5개 미만의 보건소를 전담해 의료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가 의료폐기물을 수거할 때 보건소 담당자가 함께 의료폐기물 무게와 수량을 점검하는 보건소는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A 씨 업체 사장이 챙기는 돈은 보건소에서 내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낸 세금에서 나온 돈입니다.

■ 함께 무게 점검해야 하지만…잘 지켜지지 않는 일부 현장 문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입었던 방호복, 고글, 장갑, 마스크 등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의료폐기물 전용 골판지 상자에 담깁니다. 확진자 관련 폐기물은 격리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밀폐용기에 담기는데, 검사자 수가 확진자보다 훨씬 많아서 진단검사 등에 쓰였던 장비 등이 골판지 상자에 담겨있는 일반 의료폐기물이 합성수지 용기에 담긴 격리 의료폐기물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의료폐기물은 모두 소독해 음압 장치가 설치된 텐트 등에 보관되다가 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이 오면 담당 보건소 직원 입회하에 함께 무게를 재고 수거량을 점검한 후,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이 가져가 전국 각지의 소각장에서 소각하게 됩니다.

각 보건소가 개별적으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와 계약하는데, 폐기물 처리량에 따라 처리비용을 내기 때문에 배출 시 꼭 무게를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는 보건소가 의료폐기물 관리에 철저하지 않을 때 A 씨 업체의 경우처럼 무게를 부풀리기 쉽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보건소에서 이처럼 폐기물 수거비용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많은 보건소 의료폐기물 수거 담당자들은 의료폐기물을 배출할 때마다 함께 무게를 재 배출량을 점검하고, 폐기물을 넘기며 담당자 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극복 힘쓰는 방역당국…"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지만

하지만 허술한 곳이 많아 보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확인한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의 경우, 의료폐기물 관계자가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어떻게 점검하냐는 질문에 "수거업체에서 측정해 알려준다"며 "무게 측정은 폐기물을 가져간 업체가 현장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정된 공간에 의료폐기물을 모아두면 업체에서 와서 가져간 후, 이를 측정해 처리비용이 얼마인지 청구한다는 겁니다. 업체가 처리량을 부풀려 청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함께 무게를 측정한 후 가져가게 하는 게 정답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미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점검해 의료폐기물을 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성공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이를 위해 2달 넘게 과부하가 걸려 있는 방역당국에 폐기물 배출량 점검까지 철저히 해달라는 요구는 과도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이 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수거 업체 직원 A 씨의 말을 그냥 넘길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에라도 보건소별로 폐기물 처리량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는지 사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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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9 08:03:59
    • 수정2020-04-19 11:22:43
    취재K
"이게 다 세금이잖아요. 세금을 이렇게 하는 거는 안되는 거잖아요."

이달 초 KBS 사회부는 경기도 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의 제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보자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나오는 코로나19 관련 의료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데, 폐기물 무게를 부풀려 처리비용을 과다청구 하고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총직원 수가 5명이 채 안 되는 영세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의 직원 A 씨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사장이 폭리를 취하는 걸 보고 있기가 답답해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 1kg도 안 되는 의료폐기물 상자 4배 부풀려 개당 4kg으로 신고

"원래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으로 1kg당 2,500원을 받아요. 그런데 골판지 상자 하나당 1kg도 안 나오는 걸 4kg씩 신고를 해요. 상자 하나당 7,500원씩 '뻥튀기'가 되는 거예요.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의료폐기물이 많이 나올 때는 보건소 3곳에서만 350~400상자가량을 수거했으니 부풀리는 비용만 일주일에 300만 원 정도가 되는 거예요."

실제로 A 씨는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매주 두 차례 특정 장소에 쌓여 있는 의료폐기물을 수거한다고 합니다. 수거할 때 함께 점검하는 보건소 직원은 없고, 무게는 알아서 입력하면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A 씨의 업체는 5개 미만의 보건소를 전담해 의료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가 의료폐기물을 수거할 때 보건소 담당자가 함께 의료폐기물 무게와 수량을 점검하는 보건소는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A 씨 업체 사장이 챙기는 돈은 보건소에서 내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낸 세금에서 나온 돈입니다.

■ 함께 무게 점검해야 하지만…잘 지켜지지 않는 일부 현장 문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입었던 방호복, 고글, 장갑, 마스크 등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의료폐기물 전용 골판지 상자에 담깁니다. 확진자 관련 폐기물은 격리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밀폐용기에 담기는데, 검사자 수가 확진자보다 훨씬 많아서 진단검사 등에 쓰였던 장비 등이 골판지 상자에 담겨있는 일반 의료폐기물이 합성수지 용기에 담긴 격리 의료폐기물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의료폐기물은 모두 소독해 음압 장치가 설치된 텐트 등에 보관되다가 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이 오면 담당 보건소 직원 입회하에 함께 무게를 재고 수거량을 점검한 후,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 직원이 가져가 전국 각지의 소각장에서 소각하게 됩니다.

각 보건소가 개별적으로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와 계약하는데, 폐기물 처리량에 따라 처리비용을 내기 때문에 배출 시 꼭 무게를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는 보건소가 의료폐기물 관리에 철저하지 않을 때 A 씨 업체의 경우처럼 무게를 부풀리기 쉽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보건소에서 이처럼 폐기물 수거비용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많은 보건소 의료폐기물 수거 담당자들은 의료폐기물을 배출할 때마다 함께 무게를 재 배출량을 점검하고, 폐기물을 넘기며 담당자 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극복 힘쓰는 방역당국…"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지만

하지만 허술한 곳이 많아 보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확인한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의 경우, 의료폐기물 관계자가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어떻게 점검하냐는 질문에 "수거업체에서 측정해 알려준다"며 "무게 측정은 폐기물을 가져간 업체가 현장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정된 공간에 의료폐기물을 모아두면 업체에서 와서 가져간 후, 이를 측정해 처리비용이 얼마인지 청구한다는 겁니다. 업체가 처리량을 부풀려 청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함께 무게를 측정한 후 가져가게 하는 게 정답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미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점검해 의료폐기물을 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성공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이를 위해 2달 넘게 과부하가 걸려 있는 방역당국에 폐기물 배출량 점검까지 철저히 해달라는 요구는 과도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이 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수거 업체 직원 A 씨의 말을 그냥 넘길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에라도 보건소별로 폐기물 처리량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는지 사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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