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빨간색 승용차에 돈과 군것질거리가 든 검은 봉투를 두고 간 이유는?

입력 2020.04.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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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경남 통영경찰서 제공

사진 출처 : 경남 통영경찰서 제공

"이상해요, 누가 제 차에 돈을 끼워놓고 가는데...."

지난 14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 광도지구대, 민원인 55살 A씨가 낯선 이유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2월부터 2달에 걸쳐 자신의 차량에 누군가 돈과 음식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꼬깃꼬깃 접힌 돈은 1만 원에서 6만 원 안팎, 과자나 떡 등 간단한 음식이 검은 봉지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통영시 명정동 서피랑 마을 주변 CCTV 확인에 나섰습니다.

CCTV에는 한 할머니가 주차된 빨간 승용차에 다가와 검은 봉지를 놓고 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주변 탐문 결과 이 할머니가 근처에 거주하는 86살 B 할머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빨간 승용차 주인 A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치매 증상이 있는 이 할머니는 자신의 집 근처에 아들의 승용차와 색깔이 같은 빨간색 승용차가 주차할 때마다, 아들의 차인 줄 알고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는 이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에 아들에게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한 게 미안해 모아둔 돈과 간식을 몰래 남기고 갔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도 아들의 승용차 색깔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승용차가 보일 때마다 아들 생각을 하며 쌈짓돈을 전해 준 것입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몇 년 전까지 근처에 살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른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할머니가 두고 갔던 현금 21만 원을 되돌려줬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할머니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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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가 빨간색 승용차에 돈과 군것질거리가 든 검은 봉투를 두고 간 이유는?
    • 입력 2020-04-20 14:06:27
    취재K

사진 출처 : 경남 통영경찰서 제공

"이상해요, 누가 제 차에 돈을 끼워놓고 가는데...."

지난 14일 경남 통영시 광도면 광도지구대, 민원인 55살 A씨가 낯선 이유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2월부터 2달에 걸쳐 자신의 차량에 누군가 돈과 음식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꼬깃꼬깃 접힌 돈은 1만 원에서 6만 원 안팎, 과자나 떡 등 간단한 음식이 검은 봉지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통영시 명정동 서피랑 마을 주변 CCTV 확인에 나섰습니다.

CCTV에는 한 할머니가 주차된 빨간 승용차에 다가와 검은 봉지를 놓고 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주변 탐문 결과 이 할머니가 근처에 거주하는 86살 B 할머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빨간 승용차 주인 A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치매 증상이 있는 이 할머니는 자신의 집 근처에 아들의 승용차와 색깔이 같은 빨간색 승용차가 주차할 때마다, 아들의 차인 줄 알고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는 이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에 아들에게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한 게 미안해 모아둔 돈과 간식을 몰래 남기고 갔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도 아들의 승용차 색깔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승용차가 보일 때마다 아들 생각을 하며 쌈짓돈을 전해 준 것입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몇 년 전까지 근처에 살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른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할머니가 두고 갔던 현금 21만 원을 되돌려줬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할머니가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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