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과천 예배당 자진 철거…20대 수십명 동원

입력 2020.04.20 (14:45) 수정 2020.04.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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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회 예배당이 있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 건물은 오늘(20일) 오전 일찍부터 붐볐다.

건물 앞에는 작업용 장갑을 낀 청년 10여 명이 눈에 띄었는데,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이들은 건물 안에서 나오는 의자 등 집기류들을 트럭에 실었다. 이 집기류들은 건물 9층과 10층에 있는 신천지 예배당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한다는 업체 없어"…신도 동원한 듯
예배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8층에서 내렸다. 9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가니 마스크를 쓴 20대 청년이 취재진을 막아섰다.

이 청년의 뒤쪽으로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에는 1m 정도 간격으로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9층 취재를 왔다고 하자 이 청년은 "사전에 들은 얘기가 없다"며 "잠시 대기해달라"고 했다.

계단 입구에 있는 유리문 밖에서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집기류를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회나 성당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나무 의자가 보였다.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9~10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통해 물건을 나르는 셈이었다.

계단을 지키고 있는 청년은 신천지 신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과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신천지 신도로 추정된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사를 맡아서 한다는 업체가 없어서 신천지에서 직접 사람을 동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계단 앞에서 기다린 지 10분 정도 후에 나타난 건 과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었다. 이들은 "9층과 10층은 신천지 소유라 촬영할 수 없다"며 "좀 전에도 다른 취재진이 촬영을 하려다 문제가 생겼으니 협조해달라"고 했다. 결국, 9층과 10층에서 짐을 빼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20일부터 3일 동안 철거 예정
신천지 과천 예배당 철거는 오늘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가 이사 업체를 구하지 못해 직접 이사를 하게 되면서, 과천시에서 인력 등을 고려해 이사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줬다.

과천시는 관내 신천지 시설을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까지 무기한 폐쇄명령을 내렸는데, 예배당 철거를 위해 폐쇄를 잠시 해제했다.

또 예배당뿐만 아니라, 문원동 숙소 등 4곳에 대해서도 폐쇄명령을 일시중지했다. 예배당에서 꺼낸 짐을 옮겨놓거나 숙소 등 해당 시설에 있는 짐을 꺼낼 수 있게 내린 조치다. 실제로 오늘 오전 찾은 문원동 숙소에서는 짐을 들고 오가는 신천지 관계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예배당은 철거했지만 매각 여부는 미지수
신천지의 과천 예배당 철거는 과천시의 압박 때문이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천지가 법적으로 문화·운동 시설인 공간을 종교 시설인 예배당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끝까지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이후 신천지에 종교 시설을 문화·운동 시설로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성격의 이행강제금 7억여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해당 시설을 예배당으로 사용한 건 10년이 넘은 일이고, 그동안 신천지에서 용도 변경을 6차례 신청했지만, 시는 '관내 기독교 단체 및 시민의 반대', '민원해결방안을 마련해 올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천지와 과천시 모두 불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예배당이 유지돼 온 건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과천시가 예배당 불법 사용을 문제 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신천지는 과천시가 반대 여론을 이유로 용도 변경을 받아주지 않은 건 잘못된 행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점을 의식해 과천시의 예배당 철거 요구를 결국 받아들였다.

그러나 예배당을 철거했다고 해서 과천시가 해당 건물을 아예 떠나는 건 아니다. 예배당이 있던 9층과 10층은 임대가 아니라 신천지 소유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해당 공간에서 예배는 안 되지만 모임은 가능하다"며 "철거 이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퇴출 청원엔 "종교를 법으로 하는 건 불가능"
과천의 신천지 반대 여론은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7년 무렵부터 꾸준했다.

과천에서는 2007년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신천지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가 생겼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단순히 불법 예배당 철거가 아니라, 신천지가 과천을 떠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1만3000여 명의 서명을 받은 퇴출 청원을 과천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교를 법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불법 예배당 등 신천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건축과 등 담당 부서에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불법 행동은 관련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종교 활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과천에는 신천지 시설이 최소 5곳 이상 있는 걸로 알려졌지만, 예배당 외에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도 있는 권리"라며 "종교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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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 과천 예배당 자진 철거…20대 수십명 동원
    • 입력 2020-04-20 14:45:47
    • 수정2020-04-20 14:51:42
    취재K
신천지예수교회 예배당이 있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 건물은 오늘(20일) 오전 일찍부터 붐볐다.

건물 앞에는 작업용 장갑을 낀 청년 10여 명이 눈에 띄었는데,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이들은 건물 안에서 나오는 의자 등 집기류들을 트럭에 실었다. 이 집기류들은 건물 9층과 10층에 있는 신천지 예배당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한다는 업체 없어"…신도 동원한 듯
예배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8층에서 내렸다. 9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가니 마스크를 쓴 20대 청년이 취재진을 막아섰다.

이 청년의 뒤쪽으로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에는 1m 정도 간격으로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9층 취재를 왔다고 하자 이 청년은 "사전에 들은 얘기가 없다"며 "잠시 대기해달라"고 했다.

계단 입구에 있는 유리문 밖에서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집기류를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회나 성당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나무 의자가 보였다.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9~10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통해 물건을 나르는 셈이었다.

계단을 지키고 있는 청년은 신천지 신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과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신천지 신도로 추정된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사를 맡아서 한다는 업체가 없어서 신천지에서 직접 사람을 동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계단 앞에서 기다린 지 10분 정도 후에 나타난 건 과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었다. 이들은 "9층과 10층은 신천지 소유라 촬영할 수 없다"며 "좀 전에도 다른 취재진이 촬영을 하려다 문제가 생겼으니 협조해달라"고 했다. 결국, 9층과 10층에서 짐을 빼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20일부터 3일 동안 철거 예정
신천지 과천 예배당 철거는 오늘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가 이사 업체를 구하지 못해 직접 이사를 하게 되면서, 과천시에서 인력 등을 고려해 이사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줬다.

과천시는 관내 신천지 시설을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까지 무기한 폐쇄명령을 내렸는데, 예배당 철거를 위해 폐쇄를 잠시 해제했다.

또 예배당뿐만 아니라, 문원동 숙소 등 4곳에 대해서도 폐쇄명령을 일시중지했다. 예배당에서 꺼낸 짐을 옮겨놓거나 숙소 등 해당 시설에 있는 짐을 꺼낼 수 있게 내린 조치다. 실제로 오늘 오전 찾은 문원동 숙소에서는 짐을 들고 오가는 신천지 관계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예배당은 철거했지만 매각 여부는 미지수
신천지의 과천 예배당 철거는 과천시의 압박 때문이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천지가 법적으로 문화·운동 시설인 공간을 종교 시설인 예배당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끝까지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과천시는 이후 신천지에 종교 시설을 문화·운동 시설로 원상 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성격의 이행강제금 7억여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해당 시설을 예배당으로 사용한 건 10년이 넘은 일이고, 그동안 신천지에서 용도 변경을 6차례 신청했지만, 시는 '관내 기독교 단체 및 시민의 반대', '민원해결방안을 마련해 올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천지와 과천시 모두 불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예배당이 유지돼 온 건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과천시가 예배당 불법 사용을 문제 삼은 셈이다.

이에 대해 신천지는 과천시가 반대 여론을 이유로 용도 변경을 받아주지 않은 건 잘못된 행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점을 의식해 과천시의 예배당 철거 요구를 결국 받아들였다.

그러나 예배당을 철거했다고 해서 과천시가 해당 건물을 아예 떠나는 건 아니다. 예배당이 있던 9층과 10층은 임대가 아니라 신천지 소유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해당 공간에서 예배는 안 되지만 모임은 가능하다"며 "철거 이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퇴출 청원엔 "종교를 법으로 하는 건 불가능"
과천의 신천지 반대 여론은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7년 무렵부터 꾸준했다.

과천에서는 2007년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신천지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가 생겼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단순히 불법 예배당 철거가 아니라, 신천지가 과천을 떠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1만3000여 명의 서명을 받은 퇴출 청원을 과천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교를 법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불법 예배당 등 신천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건축과 등 담당 부서에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불법 행동은 관련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종교 활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과천에는 신천지 시설이 최소 5곳 이상 있는 걸로 알려졌지만, 예배당 외에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도 있는 권리"라며 "종교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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