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그 많던 비행기 어디로?” 코로나 전후 대조적 하늘

입력 2020.04.20 (17:55) 수정 2020.04.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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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항공산업입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앞다퉈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키고 하늘길을 걸어 잠갔습니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유럽 전체 항공관제를 담당하는 유로컨트롤(Eurocontrol)은 현지시간 19일 유럽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1년 전과 비교해 9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운항이 얼마나 극적으로 줄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그 많던 비행기는 어디로 갔나?


왼쪽 영상은 1년 전인 2019년 4월 18일 유럽의 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얀 점으로 표시된 비행기들이 항로를 따라 촘촘하게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거대한 개미떼가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공항은 항공기들이 빽빽히 집중되면서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유럽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는 3천100대를 훌쩍 웃돌기도 합니다.

반면 오른쪽 영상은 지난주 16일 유럽 하늘 모습입니다. 하얀 점들은 여름철 파리가 날듯 드문드문 한가롭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기껏해야 4백 대를 겨우 헤아립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모습입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곳은 이탈리아입니다. 2019년 4월 5일 로마와 밀라노를 노랗게 물들였던 비행기들이 이달 3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얀 점들만 봐서는 로마와 밀라노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달 9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봉쇄령에 들어갔던 이탈리아는 다음달 3일에나 단계적인 봉쇄령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 중국의 하늘은 지난 1월 8일만 해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빛의 흐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2천 대 가량 중국 하늘을 뒤덮고 있던 비행기는 3월 17일 500대 수준까지 줄어듭니다. 이 때는 중국의 신규 확진자가 상당 규모 감소해 해외 역유입 사례를 중심으로 하루 20~30명 수준을 보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2일에는 빛의 궤적이 제법 늘어나면서 1000대까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가량 회복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의 봉쇄령을 해제하고 경제를 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항공기 운항 영상으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공항에서 운항이 중단된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로이터)지난달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공항에서 운항이 중단된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로이터)

■ 미국 비행기 승객수 66년 전으로 후퇴

세계 최대 항공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도 비슷한 보고를 내놨습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지난 8일 기준 미국 공항에서 보안 검사를 받은 인원이 9만4천여 명으로 1년 전보다 96%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항공사 승무원과 공항 내 업체 직원도 포함된 숫자여서 실제 비행기 승객은 더 적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비행기 승객이 하루 10만 명에 못 미쳤던 것은 1954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가져온 제트 여객기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시기가 있었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산업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가져왔는지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지난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AP)지난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AP)

■ '하늘 뒤덮은 비행기' 언제쯤?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이제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그라들어도 항공 수요가 곧바로 회복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항공 수요가 내년 중반까지는 코로나19 발병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병이 종식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국경을 넘는 비행기에 선뜻 몸을 실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매각하고 직원들을 무급휴가 보내면서 항공업계에 몰아닥친 엄혹한 한파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비행기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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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0 17:55:56
    • 수정2020-04-20 17: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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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항공산업입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앞다퉈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키고 하늘길을 걸어 잠갔습니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유럽 전체 항공관제를 담당하는 유로컨트롤(Eurocontrol)은 현지시간 19일 유럽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1년 전과 비교해 9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운항이 얼마나 극적으로 줄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그 많던 비행기는 어디로 갔나?


왼쪽 영상은 1년 전인 2019년 4월 18일 유럽의 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얀 점으로 표시된 비행기들이 항로를 따라 촘촘하게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거대한 개미떼가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공항은 항공기들이 빽빽히 집중되면서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유럽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는 3천100대를 훌쩍 웃돌기도 합니다.

반면 오른쪽 영상은 지난주 16일 유럽 하늘 모습입니다. 하얀 점들은 여름철 파리가 날듯 드문드문 한가롭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기껏해야 4백 대를 겨우 헤아립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모습입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곳은 이탈리아입니다. 2019년 4월 5일 로마와 밀라노를 노랗게 물들였던 비행기들이 이달 3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얀 점들만 봐서는 로마와 밀라노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달 9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봉쇄령에 들어갔던 이탈리아는 다음달 3일에나 단계적인 봉쇄령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 중국의 하늘은 지난 1월 8일만 해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빛의 흐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2천 대 가량 중국 하늘을 뒤덮고 있던 비행기는 3월 17일 500대 수준까지 줄어듭니다. 이 때는 중국의 신규 확진자가 상당 규모 감소해 해외 역유입 사례를 중심으로 하루 20~30명 수준을 보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2일에는 빛의 궤적이 제법 늘어나면서 1000대까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가량 회복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의 봉쇄령을 해제하고 경제를 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항공기 운항 영상으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공항에서 운항이 중단된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로이터)
■ 미국 비행기 승객수 66년 전으로 후퇴

세계 최대 항공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도 비슷한 보고를 내놨습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지난 8일 기준 미국 공항에서 보안 검사를 받은 인원이 9만4천여 명으로 1년 전보다 96%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항공사 승무원과 공항 내 업체 직원도 포함된 숫자여서 실제 비행기 승객은 더 적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비행기 승객이 하루 10만 명에 못 미쳤던 것은 1954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가져온 제트 여객기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시기가 있었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산업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가져왔는지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지난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AP)
■ '하늘 뒤덮은 비행기' 언제쯤?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이제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그라들어도 항공 수요가 곧바로 회복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항공 수요가 내년 중반까지는 코로나19 발병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병이 종식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국경을 넘는 비행기에 선뜻 몸을 실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매각하고 직원들을 무급휴가 보내면서 항공업계에 몰아닥친 엄혹한 한파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비행기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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