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분석도 없이 방문 조사로 기업 책임 면제한 환경부

입력 2020.04.20 (21:33) 수정 2020.04.20 (21: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독성 물질이 검출된 제품의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건 무엇 때문일까요?

2017년 8월 발표한 정부 조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세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독성 물질이 확인된 환경과학원의 검사결과를 왜 반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환경부는 이미 사용한 제품으로 진행한 검사여서라고 해명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개봉했으면 오염물질이 들어갔을 수도 있고, 증발이 돼서 물질이 휘발될 수도 있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이미 수년 전 폐기된 상태라 새 제품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사용한 제품이라고 해도 PHMG를 비롯한 독성 물질은 변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설명입니다.

[권정환/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 "오염을 통해서 이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환되거나 분해되거나 할 개연성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실수든 아니면 인위적이든 포함되어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정부는 그러면 어떤 근거로 기업들의 책임 유무를 판단했을까.

환경부가 진행한 기업별 현장조사 보고서입니다.

별도의 성분 분석 없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로만 진행됐습니다.

독성물질이 검출된 A사의 조사보고서에도 유독 물질에 대해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수사처럼 강제조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업체의 자발적인 협조하에 진행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10년 동안 정부는 전체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성분 분석도 하지 않은 채 기업 방문 조사를 근거로만 책임을 따진 겁니다.

[이성진/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 : "피해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제품 조사해달라, 전수 조사해달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여전히 안 되고 있다고 봐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0여 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대상으로 원점에서 다시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성분 분석도 없이 방문 조사로 기업 책임 면제한 환경부
    • 입력 2020-04-20 21:43:17
    • 수정2020-04-20 21:50:40
    뉴스 9
[앵커]

이렇게 독성 물질이 검출된 제품의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건 무엇 때문일까요?

2017년 8월 발표한 정부 조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세중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독성 물질이 확인된 환경과학원의 검사결과를 왜 반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환경부는 이미 사용한 제품으로 진행한 검사여서라고 해명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개봉했으면 오염물질이 들어갔을 수도 있고, 증발이 돼서 물질이 휘발될 수도 있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이미 수년 전 폐기된 상태라 새 제품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사용한 제품이라고 해도 PHMG를 비롯한 독성 물질은 변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설명입니다.

[권정환/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 "오염을 통해서 이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환되거나 분해되거나 할 개연성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실수든 아니면 인위적이든 포함되어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정부는 그러면 어떤 근거로 기업들의 책임 유무를 판단했을까.

환경부가 진행한 기업별 현장조사 보고서입니다.

별도의 성분 분석 없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로만 진행됐습니다.

독성물질이 검출된 A사의 조사보고서에도 유독 물질에 대해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음성변조 : "경찰 수사처럼 강제조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업체의 자발적인 협조하에 진행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10년 동안 정부는 전체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성분 분석도 하지 않은 채 기업 방문 조사를 근거로만 책임을 따진 겁니다.

[이성진/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 : "피해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제품 조사해달라, 전수 조사해달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여전히 안 되고 있다고 봐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0여 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대상으로 원점에서 다시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