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요” 위기의 동대문시장

입력 2020.04.21 (08:28) 수정 2020.04.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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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르는 필수 코스, 바로 국내 최대 의류상가인 동대문시장인데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이곳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값싼 원단이 들어오지 못해 옷 만들기가 어렵고 만들어도 사서 갈 사람들이 없기 때문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K의류산업의 심장, 동대문시장으로 가봤습니다.

[리포트]

저녁 8시, 동대문 시장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상인들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차들로 붐비던 거리가 요즘은 보시는 것처럼 한산합니다.

[차량 기사/음성변조 : "손님들 태우고 오는 버스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왔었거든요, 원래 정상적으로는. 지금 두 달에 한 번 오고 지난주에 한 번 오고 지금 세 달 사이에 다섯 번도 안 온 것 같아요."]

도매시장 안으로 들어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는데요.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에 떠밀려 다녀야 했던 상가 앞 복도도 휑하기만 합니다.

[동대문시장 도매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옷 꾸러미가) 가득 차 있고 공간도 부족했었는데 지금은 몇 개 없어요. 여유가 있죠."]

의류업계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봄을 앞두고 맞은 코로나 직격탄에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인데요.

[최회진/동대문시장 도매상인 : "봄 신상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처 사장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실 때인데 작년 대비 매출이 많게는 80%에서 적게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이 상가는 코로나 이전, 인터넷 실시간 라이브방송으로 옷을 판매하는 중국 BJ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사이. 600여 명의 BJ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선호/동대문시장 도매상인 :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우리 상가도 꽤 많이 BJ 왕훙이라고 하죠? 그런 분들도 많이 다니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분들도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들어오면 일단 2주 격리를 하고 시작해버리니까 아예 그분들도 발길이 그냥 끊겼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쇼핑몰마다 가득 찼던 중국인 관광객과 바이어들 목소리도 모두 사라진 지금.

상인들 속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는데요.

[박중현/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장 : "동대문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금은 중국에서 한국에 와서 활동하던 BJ들도 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고 중국 바이어들 경우에는 한국에 왔다 갈 경우에 한국에서 14일, 중국에서 14일, 28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올 수가 없어요."]

일반 쇼핑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매시장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불야성을 이루던 대표 밤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단축영업에 들어갔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새벽 4시 반까지 영업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밤) 12시까지만 영업. 실상 저희는 12시까지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10시 정도면 다 가고 없습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맡았던 주말 장사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완전히 안 오잖아요.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요. 매장에 판매하는 식구들이 더 많지 손님은 더러 있죠. 도통 파리도 안 날려요."]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저희가 일주일에 6일 근무하거든요. 6일에서 4일 정도는 아침에 오픈해서 저녁때까지 0원이라고 보면 되고요. 이틀 정도는 한 팀 내지 두 팀 받아요. 저도 오늘 주말이잖아요. 하나도 못 팔았어요."]

동대문시장 자체적으로는 점포 임대료를 3개월 동안 20% 이상 깎아주는 자구책까지 내놨지만 인건비에 재고까지 떠안은 상인들은 차라리 폐점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코로나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우리는 그냥 전멸이에요. 직원 내보냈죠. 직원 왜 내보냈겠어요. 직원 월급을 못 줄 거 같으니까 퇴직금 지불해서라도 내보내야 하는 거예요."]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불황은 없었는데 메르스나 사스 때도 이런 경우는 없었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는 너무너무 심하니까 나와서 개시를 못 한 게 거의 반 이상이 되니까."]

동대문 시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힘든 건 비단 도소매 상인들뿐만 아닙니다.

중국에서 수급해 오던 원단, 부자재 시장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지태/동대문종합시장 상인회장 : "(중국에) 가서 패턴이나 이런 거를 보고 수입을 해 와야 하는데 갈 수가 없으니까 그것도 안 되고 또 외국에서 구매자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못 들어오니까 상당히 어려움이 많은 거죠."]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인들도 일감이 뚝 끊겼는데요.

[옷 수선 가게 직원/음성변조 : "(손님이) 없다시피 해요. 위에 (상가)가 장사 잘 돼야 수선하러 오는데 상가가 장사 안되면 여기도 안 되죠. 이렇게 놀고 있잖아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소매업자들이 산 옷들을 해외와 전국 각지로 실어 보낼 때인데요.

동대문시장이 가장 바쁜 시간댑니다.

평소같으면 화물차들은 물건으로 가득찼겠지만, 이제 바닥만 겨우 채우고 떠나야 합니다.

[물류 기사/음성변조 : "코로나 전에는 매일 나와도 모자라다시피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부터는 거의 이틀에 한 번 나오는 식으로 해서 일당도 많이 줄었어요."]

택배부터 화물 물류, 오토바이 퀵서비스까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날들이 계속되니 늘어가는 건 한숨 뿐입니다.

[동대문시장 상인 : "대책은 없고 그냥 빨리 이게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만 좋아져서 되는 게 아니라서. 동대문(시장)은. 동대문(시장)은 이 아시아가 다 좋아져야 같이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답은 없어요."]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동대문 의류 업계에 진짜 봄날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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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요” 위기의 동대문시장
    • 입력 2020-04-21 08:29:31
    • 수정2020-04-21 08: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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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르는 필수 코스, 바로 국내 최대 의류상가인 동대문시장인데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이곳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값싼 원단이 들어오지 못해 옷 만들기가 어렵고 만들어도 사서 갈 사람들이 없기 때문인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K의류산업의 심장, 동대문시장으로 가봤습니다.

[리포트]

저녁 8시, 동대문 시장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상인들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차들로 붐비던 거리가 요즘은 보시는 것처럼 한산합니다.

[차량 기사/음성변조 : "손님들 태우고 오는 버스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왔었거든요, 원래 정상적으로는. 지금 두 달에 한 번 오고 지난주에 한 번 오고 지금 세 달 사이에 다섯 번도 안 온 것 같아요."]

도매시장 안으로 들어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는데요.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에 떠밀려 다녀야 했던 상가 앞 복도도 휑하기만 합니다.

[동대문시장 도매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옷 꾸러미가) 가득 차 있고 공간도 부족했었는데 지금은 몇 개 없어요. 여유가 있죠."]

의류업계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봄을 앞두고 맞은 코로나 직격탄에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인데요.

[최회진/동대문시장 도매상인 : "봄 신상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처 사장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실 때인데 작년 대비 매출이 많게는 80%에서 적게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이 상가는 코로나 이전, 인터넷 실시간 라이브방송으로 옷을 판매하는 중국 BJ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사이. 600여 명의 BJ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선호/동대문시장 도매상인 :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우리 상가도 꽤 많이 BJ 왕훙이라고 하죠? 그런 분들도 많이 다니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분들도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들어오면 일단 2주 격리를 하고 시작해버리니까 아예 그분들도 발길이 그냥 끊겼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쇼핑몰마다 가득 찼던 중국인 관광객과 바이어들 목소리도 모두 사라진 지금.

상인들 속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는데요.

[박중현/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장 : "동대문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금은 중국에서 한국에 와서 활동하던 BJ들도 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고 중국 바이어들 경우에는 한국에 왔다 갈 경우에 한국에서 14일, 중국에서 14일, 28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올 수가 없어요."]

일반 쇼핑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매시장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불야성을 이루던 대표 밤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단축영업에 들어갔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원래는 새벽 4시 반까지 영업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밤) 12시까지만 영업. 실상 저희는 12시까지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10시 정도면 다 가고 없습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맡았던 주말 장사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완전히 안 오잖아요.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요. 매장에 판매하는 식구들이 더 많지 손님은 더러 있죠. 도통 파리도 안 날려요."]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저희가 일주일에 6일 근무하거든요. 6일에서 4일 정도는 아침에 오픈해서 저녁때까지 0원이라고 보면 되고요. 이틀 정도는 한 팀 내지 두 팀 받아요. 저도 오늘 주말이잖아요. 하나도 못 팔았어요."]

동대문시장 자체적으로는 점포 임대료를 3개월 동안 20% 이상 깎아주는 자구책까지 내놨지만 인건비에 재고까지 떠안은 상인들은 차라리 폐점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코로나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우리는 그냥 전멸이에요. 직원 내보냈죠. 직원 왜 내보냈겠어요. 직원 월급을 못 줄 거 같으니까 퇴직금 지불해서라도 내보내야 하는 거예요."]

[동대문시장 소매상인/음성변조 :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불황은 없었는데 메르스나 사스 때도 이런 경우는 없었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는 너무너무 심하니까 나와서 개시를 못 한 게 거의 반 이상이 되니까."]

동대문 시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힘든 건 비단 도소매 상인들뿐만 아닙니다.

중국에서 수급해 오던 원단, 부자재 시장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지태/동대문종합시장 상인회장 : "(중국에) 가서 패턴이나 이런 거를 보고 수입을 해 와야 하는데 갈 수가 없으니까 그것도 안 되고 또 외국에서 구매자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못 들어오니까 상당히 어려움이 많은 거죠."]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인들도 일감이 뚝 끊겼는데요.

[옷 수선 가게 직원/음성변조 : "(손님이) 없다시피 해요. 위에 (상가)가 장사 잘 돼야 수선하러 오는데 상가가 장사 안되면 여기도 안 되죠. 이렇게 놀고 있잖아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소매업자들이 산 옷들을 해외와 전국 각지로 실어 보낼 때인데요.

동대문시장이 가장 바쁜 시간댑니다.

평소같으면 화물차들은 물건으로 가득찼겠지만, 이제 바닥만 겨우 채우고 떠나야 합니다.

[물류 기사/음성변조 : "코로나 전에는 매일 나와도 모자라다시피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부터는 거의 이틀에 한 번 나오는 식으로 해서 일당도 많이 줄었어요."]

택배부터 화물 물류, 오토바이 퀵서비스까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날들이 계속되니 늘어가는 건 한숨 뿐입니다.

[동대문시장 상인 : "대책은 없고 그냥 빨리 이게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만 좋아져서 되는 게 아니라서. 동대문(시장)은. 동대문(시장)은 이 아시아가 다 좋아져야 같이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답은 없어요."]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동대문 의류 업계에 진짜 봄날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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