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불법 거래에 칼 빼든 정부…이상 거래 923건 적발

입력 2020.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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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이상 거래' 직접 조사 나선 정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집값을 보며 초조함에 빠진 사람들이 각종 편법과 탈법을 동원한 무리한 추격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전국 31개 지자체에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는 모두 1만6,652건. 새로 만들어진 국토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은 이 가운데 이상 거래 1,694건을 뽑아내 현미경 검증에 나섰다. 이 가운데 편법증여 의심 사례 등 835건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명의신탁 사례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모두 923건을 적발했다.

올해 2월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개정법률이 시행된 뒤에 국토부 특별사법경찰과 금융위원회,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으로 구성된 불법행위대응반이 전국적 범위의 공동주택 실거래를 대상으로 직접 조사에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응반의 조사는 거래 과정에서 매수자들이 구청에 제출한 자금출처조달계획서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지역별로 보면 조사 대상 1만6,652건 가운데 84%가 서울이었다. 서울에선 등 강남 3구가 가장 많았고, 00구, 00구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을 거래 금액별로 보면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이 567건으로 33%를 차지했고, 6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이 460건으로 27%, 6억 원 미만이 667건으로 40%였다.


15억 원 주택 팔아서 45억 원 아파트 산 10대?

불법행위 대응반이 실거래 조사에 들어간 이상 거래의 대상에는 편법증여 의심 사례가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1,694건 가운데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가 1,55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불법행위 대응반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10대인 A는 지난해 11월 부모님과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의 약 35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인 A는 어디서 돈이 나서 초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A는 그전부터 집이 있었던 유주택자였다. 할머니와 공동명의로 일반 주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A는 약 15억 원에 달하는 주택을 매각해 35억짜리 강남 아파트 매입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이 사례의 실거래 증빙 서류와 거래 과정을 검증한 국토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은 이 거래에서 편법 증여가 있었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법인 이용한 부당대출 등 불법 거래 만연

법인을 통한 불법 의심거래도 잇따라 적발됐다. 부부인 B와 C는 약 38억 원 강남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이 가운데 17억 원을 아버지가 대표인 법인 계좌에서 지불했다. 법인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제조업체인 ○○법인은 사업부지 구입 목적으로 약 15억 원의 기업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이 대출금을 마포구에 있는 2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썼다. 대응반은 법인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보고 금융위에 통보했다.

이처럼 법인 자금이나 법인 대출을 유용해 개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등 대출규제를 어겨 적발된 사례는 모두 94건이었다.


아파트 등 집값 담합도 국토부가 직접 수사

대응반은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직접조사에도 나섰다. 지자체에 맡겨져 있던 집값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칼을 빼든 셈이다.

우선 2월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집값 담합 의심 신고 364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우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66건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신고자 진술확보와 현장확인, 입수 증거분석 등을 통해 범죄혐의가 확인된 11건을 적발하여 형사 입건했다. 나머지 100건은 앞으로 내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대응반은 이번에 형사 입건한 11건의 수사를 위해 온라인 카페, 사설 공동중개정보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8건은 영장을 발부받았고, 2건은 영장 발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응단이 적발한 사례로는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현수막 등을 게시하거나 온라인 카페 등에 담합을 유도하는 게시글 올리는 행위들이다. 주택 소유주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단체를 구성하여 단체 구성원이 아니면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 등도 조사선상에 올랐다.


다음 칼날은 부동산 법인 겨눈다

불법행위 대응반이 다음 차례로 칼을 겨누게 될 대상은 부동산법인을 통한 불법 거래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부동산법인은 1만4,473개로 2018년의 1만145개보다 42.7% 증가했다. 대부분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절세를 위해 만들어진 목적으로 추정된다. 법인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데 개인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 절세가 아니라 법인의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 의심 사례 역시 크게 늘어났다는 데 있다.

대응반의 분석결과 부동산 법인의 매수 비중은 수도권 비규제 지역 등 투기가 몰리는 제한된 지역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군포의 경우 지난해 1월 법인 매수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점차 증가해 올해 3월에는 8%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부평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월 평균 4.1%였던 법인 매수 비중이 올해 3월에는 12.5%까지 증가했다.

대응반 관계자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대출과 세제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등의 거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1차관 산하의 상설조직으로 신설된 '불법행위대응반'을 '과' 단위의 정식 조직으로 편성하기 위해 행정부와 직제개편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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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불법 거래에 칼 빼든 정부…이상 거래 923건 적발
    • 입력 2020-04-21 16:00:17
    취재K
'부동산 시장 이상 거래' 직접 조사 나선 정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집값을 보며 초조함에 빠진 사람들이 각종 편법과 탈법을 동원한 무리한 추격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전국 31개 지자체에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는 모두 1만6,652건. 새로 만들어진 국토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은 이 가운데 이상 거래 1,694건을 뽑아내 현미경 검증에 나섰다. 이 가운데 편법증여 의심 사례 등 835건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명의신탁 사례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모두 923건을 적발했다.

올해 2월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개정법률이 시행된 뒤에 국토부 특별사법경찰과 금융위원회,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으로 구성된 불법행위대응반이 전국적 범위의 공동주택 실거래를 대상으로 직접 조사에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응반의 조사는 거래 과정에서 매수자들이 구청에 제출한 자금출처조달계획서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지역별로 보면 조사 대상 1만6,652건 가운데 84%가 서울이었다. 서울에선 등 강남 3구가 가장 많았고, 00구, 00구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을 거래 금액별로 보면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이 567건으로 33%를 차지했고, 6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이 460건으로 27%, 6억 원 미만이 667건으로 40%였다.


15억 원 주택 팔아서 45억 원 아파트 산 10대?

불법행위 대응반이 실거래 조사에 들어간 이상 거래의 대상에는 편법증여 의심 사례가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1,694건 가운데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가 1,55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불법행위 대응반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10대인 A는 지난해 11월 부모님과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의 약 35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했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인 A는 어디서 돈이 나서 초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A는 그전부터 집이 있었던 유주택자였다. 할머니와 공동명의로 일반 주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A는 약 15억 원에 달하는 주택을 매각해 35억짜리 강남 아파트 매입의 종잣돈으로 삼았다.

이 사례의 실거래 증빙 서류와 거래 과정을 검증한 국토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은 이 거래에서 편법 증여가 있었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법인 이용한 부당대출 등 불법 거래 만연

법인을 통한 불법 의심거래도 잇따라 적발됐다. 부부인 B와 C는 약 38억 원 강남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이 가운데 17억 원을 아버지가 대표인 법인 계좌에서 지불했다. 법인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제조업체인 ○○법인은 사업부지 구입 목적으로 약 15억 원의 기업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이 대출금을 마포구에 있는 2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썼다. 대응반은 법인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보고 금융위에 통보했다.

이처럼 법인 자금이나 법인 대출을 유용해 개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등 대출규제를 어겨 적발된 사례는 모두 94건이었다.


아파트 등 집값 담합도 국토부가 직접 수사

대응반은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직접조사에도 나섰다. 지자체에 맡겨져 있던 집값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칼을 빼든 셈이다.

우선 2월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집값 담합 의심 신고 364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우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66건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신고자 진술확보와 현장확인, 입수 증거분석 등을 통해 범죄혐의가 확인된 11건을 적발하여 형사 입건했다. 나머지 100건은 앞으로 내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대응반은 이번에 형사 입건한 11건의 수사를 위해 온라인 카페, 사설 공동중개정보망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8건은 영장을 발부받았고, 2건은 영장 발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응단이 적발한 사례로는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현수막 등을 게시하거나 온라인 카페 등에 담합을 유도하는 게시글 올리는 행위들이다. 주택 소유주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단체를 구성하여 단체 구성원이 아니면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 등도 조사선상에 올랐다.


다음 칼날은 부동산 법인 겨눈다

불법행위 대응반이 다음 차례로 칼을 겨누게 될 대상은 부동산법인을 통한 불법 거래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부동산법인은 1만4,473개로 2018년의 1만145개보다 42.7% 증가했다. 대부분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절세를 위해 만들어진 목적으로 추정된다. 법인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데 개인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 절세가 아니라 법인의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 의심 사례 역시 크게 늘어났다는 데 있다.

대응반의 분석결과 부동산 법인의 매수 비중은 수도권 비규제 지역 등 투기가 몰리는 제한된 지역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군포의 경우 지난해 1월 법인 매수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점차 증가해 올해 3월에는 8%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부평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월 평균 4.1%였던 법인 매수 비중이 올해 3월에는 12.5%까지 증가했다.

대응반 관계자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대출과 세제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등의 거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1차관 산하의 상설조직으로 신설된 '불법행위대응반'을 '과' 단위의 정식 조직으로 편성하기 위해 행정부와 직제개편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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