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법으로 압박…과천시의 ‘신천지 쓰리쿠션’ 결말은?

입력 2020.04.21 (16:49) 수정 2020.04.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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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퇴출을 위한 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신천지가 퇴출되는 날까지 모든 과천 시민이 하나로 뭉쳐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기사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문장, 13년 전인 2007년 9월 12일 한 일간지가 인터넷에 쓴 기사다.

당시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신천지 대책 범시민연대'는 "신천지는 과천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 예수교회가 도마 위에 오른 최근에 다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천시도 이에 호응해 예배당 철거 등 신천지의 불법 행위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는데, 단순히 불법만 겨냥한 게 아니라 속내에는 다른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전에도 잦은 갈등

과천시는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곳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본사가 있는 지역이다. 신천지 본부가 과천에 있는 이유는 신천지가 1980년대 과천을 중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천에는 별양동에 있는 예배당을 비롯해 문원동 숙소 등 신천지 시설이 확인된 곳만 5곳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과천에 신천지 본부가 있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많지만, 역사가 짧지 않은 셈이다.

신천지가 긴 세월 과천에 머무르다 보니 과천에서는 신천지 관련 민원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중앙동 40-3번지 건축 허가 민원이다.

신천지는 현재 교육관 등으로 쓰고 있는 이곳에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건축 허가 신청을 여러 차례 했다. 그때마다 과천시에는 건축을 허가해달라는 신천지 신도들의 민원과 건축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이 밀려들었다.

과천시는 현재까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허가해달라는 신천지 신도들의 요구보다는 시민 민원을 더 고려한 것이다.


10년 넘은 예배당 불법 사용

이번에 논란이 된 예배당 불법 사용 문제도 10년이 넘은 일이다. 신천지가 별양동 상가 건물 9층과 10층에 예배당을 만든 걸 2008년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올해까지 13년째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이곳은 건축법상 용도가 문화·운동시설이다. 종교시설인 예배당으로 쓰려면 과천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천지는 그동안 용도 변경 신청을 6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역시 건축 허가와 마찬가지로 시민 반대 민원을 고려한 과천시의 결정이었다.

과천시는 예배당 불법 사용에 대해 신천지를 과천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예배당은 이렇게 논란이 이어져 오면서도 용도 변경도 되지 않고 철거도 되지 않은 채 최근까지 유지됐다.


코로나19로 꺼낸 '예배당 카드'

예배당 불법 사용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중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신천지 본부와 대형 예배당이 있는 과천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천에서는 많은 환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천지 본부가 있다는 이유로 여론의 큰 관심과 비판을 받았다. 과천시는 관내 신천지 관련 시설을 일시 폐쇄한 이후 예배당 불법 사용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시정명령을 내려 이에 따르지 않으면 7억 원대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이러한 압박과 비판 여론을 의식한 신천지가 예배당을 자진 철거했다.


예배당 철거로 퇴출 유도하는 듯

과천시가 예배당 자진 철거까지는 이끌어냈지만, 신천지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건 '신천지 퇴출'이다.

그러나 불법을 바로잡는 것과 특정 종교를 특정 지역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헌법 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관계자들을 살인과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듯이 개별 불법 사안에 대한 법적 조치는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반대하니 종교 활동을 접으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과천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신천지 퇴출 요구에 대해 과천시 관계자는 "종교 활동을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 역시 자신들을 향한 여러 비판에 종교의 자유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천시가 예배당 불법 사용에 강하게 대응한 건 핵심 시설을 와해시켜 종교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쓰리쿠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예배당은 과천에 있는 신천지 시설 가운데 핵심이다. 한 번에 1,000명가량이 모여 예배를 할 수 있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종교에서 예배는 핵심 행사이기 때문에 예배당이 없어지면 타격이 작지 않다.

또 다른 과천시 관계자는 "과천에서 예배를 안 본다면 과천에 본부가 있다고 해도 다른 쪽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쿠션 전략' 성공할까

신천지도 과천시의 전략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과천에 있는 신천지 시설이 모두 신천지가 돈을 주고 산 신천지 소유라는 점이다.

예배당이 있는 건물은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데, 신천지가 과천을 떠난다면 이곳을 팔아야 한다. 신천지 관계자는 "요즘 같은 경기 상황에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천지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과천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으며,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음에도 과천을 떠나지 않았다. 예배당 불법 사용 외에는 아직까지 추가로 드러난 불법 행위는 없다.

게다가 그동안 과천시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예배당 용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신천지는 아직까지는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신천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이후 여러 문제를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천시가 때린 쓰리쿠션이 명중할지, 아니면 역으로 되돌아올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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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불법으로 압박…과천시의 ‘신천지 쓰리쿠션’ 결말은?
    • 입력 2020-04-21 16:49:12
    • 수정2020-04-21 16:49:56
    취재후·사건후
'신천지 퇴출을 위한 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신천지가 퇴출되는 날까지 모든 과천 시민이 하나로 뭉쳐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기사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문장, 13년 전인 2007년 9월 12일 한 일간지가 인터넷에 쓴 기사다.

당시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신천지 대책 범시민연대'는 "신천지는 과천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 예수교회가 도마 위에 오른 최근에 다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천시도 이에 호응해 예배당 철거 등 신천지의 불법 행위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는데, 단순히 불법만 겨냥한 게 아니라 속내에는 다른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전에도 잦은 갈등

과천시는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곳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본사가 있는 지역이다. 신천지 본부가 과천에 있는 이유는 신천지가 1980년대 과천을 중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천에는 별양동에 있는 예배당을 비롯해 문원동 숙소 등 신천지 시설이 확인된 곳만 5곳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과천에 신천지 본부가 있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많지만, 역사가 짧지 않은 셈이다.

신천지가 긴 세월 과천에 머무르다 보니 과천에서는 신천지 관련 민원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중앙동 40-3번지 건축 허가 민원이다.

신천지는 현재 교육관 등으로 쓰고 있는 이곳에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건축 허가 신청을 여러 차례 했다. 그때마다 과천시에는 건축을 허가해달라는 신천지 신도들의 민원과 건축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이 밀려들었다.

과천시는 현재까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허가해달라는 신천지 신도들의 요구보다는 시민 민원을 더 고려한 것이다.


10년 넘은 예배당 불법 사용

이번에 논란이 된 예배당 불법 사용 문제도 10년이 넘은 일이다. 신천지가 별양동 상가 건물 9층과 10층에 예배당을 만든 걸 2008년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올해까지 13년째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이곳은 건축법상 용도가 문화·운동시설이다. 종교시설인 예배당으로 쓰려면 과천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천지는 그동안 용도 변경 신청을 6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역시 건축 허가와 마찬가지로 시민 반대 민원을 고려한 과천시의 결정이었다.

과천시는 예배당 불법 사용에 대해 신천지를 과천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예배당은 이렇게 논란이 이어져 오면서도 용도 변경도 되지 않고 철거도 되지 않은 채 최근까지 유지됐다.


코로나19로 꺼낸 '예배당 카드'

예배당 불법 사용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중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신천지 본부와 대형 예배당이 있는 과천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천에서는 많은 환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신천지 본부가 있다는 이유로 여론의 큰 관심과 비판을 받았다. 과천시는 관내 신천지 관련 시설을 일시 폐쇄한 이후 예배당 불법 사용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시정명령을 내려 이에 따르지 않으면 7억 원대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이러한 압박과 비판 여론을 의식한 신천지가 예배당을 자진 철거했다.


예배당 철거로 퇴출 유도하는 듯

과천시가 예배당 자진 철거까지는 이끌어냈지만, 신천지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건 '신천지 퇴출'이다.

그러나 불법을 바로잡는 것과 특정 종교를 특정 지역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헌법 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관계자들을 살인과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듯이 개별 불법 사안에 대한 법적 조치는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반대하니 종교 활동을 접으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과천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신천지 퇴출 요구에 대해 과천시 관계자는 "종교 활동을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천지 역시 자신들을 향한 여러 비판에 종교의 자유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천시가 예배당 불법 사용에 강하게 대응한 건 핵심 시설을 와해시켜 종교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쓰리쿠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예배당은 과천에 있는 신천지 시설 가운데 핵심이다. 한 번에 1,000명가량이 모여 예배를 할 수 있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종교에서 예배는 핵심 행사이기 때문에 예배당이 없어지면 타격이 작지 않다.

또 다른 과천시 관계자는 "과천에서 예배를 안 본다면 과천에 본부가 있다고 해도 다른 쪽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쿠션 전략' 성공할까

신천지도 과천시의 전략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과천에 있는 신천지 시설이 모두 신천지가 돈을 주고 산 신천지 소유라는 점이다.

예배당이 있는 건물은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데, 신천지가 과천을 떠난다면 이곳을 팔아야 한다. 신천지 관계자는 "요즘 같은 경기 상황에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천지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과천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으며,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음에도 과천을 떠나지 않았다. 예배당 불법 사용 외에는 아직까지 추가로 드러난 불법 행위는 없다.

게다가 그동안 과천시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예배당 용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신천지는 아직까지는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신천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이후 여러 문제를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천시가 때린 쓰리쿠션이 명중할지, 아니면 역으로 되돌아올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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